넥슨, 게임업계 1호 노조 설립 계기 게임 종사자들 극한노동 실태점검

"기계부품 게임 노동자들도 '저녁 있는 삶' 즐기려나?"

정규민 기자 | 기사입력 2018/09/17 [10:38]

넥슨, 게임업계 1호 노조 설립 계기 게임 종사자들 극한노동 실태점검

"기계부품 게임 노동자들도 '저녁 있는 삶' 즐기려나?"

정규민 기자 | 입력 : 2018/09/17 [10:38]

매일 이어지는 야근, 컵라면과 인스턴트커피’ IT 및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다. IT 및 게임업계의 과도한 업무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2, 3N으로 대표되는 게임 업계 대기업 넥슨이 노조를 설립했다. IT 업계 전체에서 네이버를 이어 두 번째, 게임업계에서는 최초다.


 

 

▲ 게임 개발자들에게 야근은 일상적인 일이다. <사진출처=무료이미지제공사이트 Pixabay>

 

국내 게임업계 1호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지난 93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이하 넥슨 노조)노조 설립 선언문을 통해 노동조합이 없는 일터에서 우리의 당연한 현실을 바꿀 때가 됐다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넥슨 노조는 넥슨코리아 법인,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 및 계열사들까지 함께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범 당일 넥슨 노조는 한 시간 만에 100여명이 가입하고 오후에는 200여명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노동자의 생명수당, 게임산업

국내 게임산업은 시장규모 12조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게임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일정에 갑작스럽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사라지면 이직을 강요하는 등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근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며 일상적인 야근은 공짜 업무가 됐고 주말출근은 교통비만 지급받았을 뿐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크런치모드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었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출시 시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쓰이던 용어인 크런치 모드는 지난해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업무 지시와 이에 대한 반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아이오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공휴일과 토요일은 정상 근무. 일요일도 선택적 출근. 저녁 식사 시간은 30. 게임 출시 지연되면 수당 반납이라는 근무지침을 통보했다. 신작 게임을 완성하는 11월 말까지 직원들에게 높은 근무 강도를 요구한 것이다.

 

자회사 직원들이 즉각 반발하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사과 이메일을 보내고 크런치모드를 전면 백지화하며 신작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게임업계 종사자는 대부분 게임사에서 이뤄지는 행위, 신작을 앞두고 개발자를 쥐어 짜내는, ‘사람을 갈아 넣는 게임 출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크런치모드 논란은 기업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제기됐다. ‘구로의 등대로 악명을 떨쳤던 넷마블의 전 재직자는 넷마블은 일정을 묻지 않고 끝내야하는 일정을 정해서 알려준다. 그 일정을 맞추다보면 100시간 넘게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일상이라고 털어놨다.

 

말 뿐인 인센티브제도도 문제로 떠올랐다. 성공한 게임의 개발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알려진 인센티브는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액수 등은 어디에도 공시되지 않았다. 다른 개발팀이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소문은 알려지지만 매출과 인센티브 액수는 기업비밀이라며 알려지지 않기도 했다.

 

노동건강연대가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 재직자는 평가기준, 인센티브 지급 기준, 연봉인상 기준에 야근이 포함돼있다시간 맞춰 일하라고 방송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퇴근하라는 방송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게임이라는 상품의 특수성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뺏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PC 게임은 오랜 시간 개발하며 높은 완성도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의 강세로 게임의 유통 기간이 짧아져 평균 6개월 수준의 짧은 개발기간을 거치는 만큼 시기성에 집중한 게임 개발방향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새벽 및 심야시간 이용 장애가 발생했을 때 바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게임은 이용자의 무더기 이탈이 이어지는 만큼 휴식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만큼 제대로 된 보상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게임업계의 조속한 노동자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게임 업계 최초로 노조를 출범한 넥슨 ‘스타팅포인트’의 설립 선언문. <사진제공=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게임업계 제 1호 노동조합

게임업계에 여러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지난 93일 오전 넥슨 노조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불합리한 업무 지시로부터 보호, 정당한 노동의 대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등 부조리한 현실을 피하면 안된다게임업계 제 1호 노동자 조합 스타팅 포인트를 세운다고 밝혔다.

 

먼저 넥슨 노조는 불합리한 업무 지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일은 넘치고 사람은 모자라지만 결과는 필수인 구조 속에서 과로는 의무가 됐다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저항은 개인의 불만이 됐으며 결과적 성공은 모든 악덕을 덮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임금제 앞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은 공짜였다회사의 매출은 매해 증가했지만 노동자의 값어치는 제 자리였고 성과에 따른 공정한 분배는 없었다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장했다.

 

또한 노동자의 노력과 관계없이 회사의 사정에 따라 처우가 결정됐다이직에 대한 선택은 강제됐고 10년 후 20년 후, 정년퇴직은 상상조차 어렵다며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에 대해 설명했다.

 

넥슨 노조는 제 1호 노동조합의 탄생을 알리며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는 회사와 대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넥슨 노조는 개인은 부당함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지만, 모이면 서로의 울타리가 된다법과 제도는 우리의 취약점이 아니라 창과 방패가 된다. 우리는 서로 입장과 생각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하나로서 연대해 나아가, 회사와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 넥슨에 이어 노조 설립을 밝힌 스마일게이트 ‘SG길드’ 설립 선언문. <사진제공=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이어지는 노조 설립 스마일게이트 길드

넥슨의 노조 설립이 이슈가 된 가운데, 게임업계 두 번째 노조 설립은 스마일게이트에서 진행됐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지회(이하 SG길드)는 지난 95노조 설립 선언문을 통해 스마일게이트노동조합 ‘SG길드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SG길드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스마일게이트 그룹 소속 모든 법인들을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SG길드는 스마일게이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성장의 뒤에는 좋은 게임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정을 쏟았던 우리가 있었다게임산업 노동자의 노동조합 할 권리를 스마일게이트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SG길드는 회사는 매년 엄청난 매출을 내고 있으나 포괄임금제 속에서 우리의 임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무리한 일정을 지켜야 했기에 유연근무제는 유연하지 않았다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이어서 불안에 떨었다. 정보는 차단되고 의사결정은 불투명한데 책임과 과로의 위험은 언제나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조직이 해체되고 개발 방향이 뒤집히는 일을 숱하게 겪어왔다. 우리는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이 기계부품이었다며 현실을 돌아봤다.

 

비상식적인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SG길드는 언제까지 게임을 위해서라는 말을 되뇌며 대가 없는 노동을 해야 하는가.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개발 방향이 정해짐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인센티브만큼 연봉을 낮춰 입사하고, 함께 이룬 성과를 극소수가 독식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G길드는 게임업계 노동조합 선두대열에 함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G길드는 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린처모드를 워라밸모드로 바꿔나갈 노동조합의 행진을 이어가겠다개발자의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조직별 업무 환경을 고려한 유연근무제를 추구해 나가겠다.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불합리에 당당히 맞서겠다. SG길드와 함께 비상식의 벽을 레이드하자고 전했다.

 

게임팬 및 업계 응원 이어져

넥슨의 노조 설립 이후 IT 업계 최초 노조를 설립했던 네이버는 지지선언문을 발표했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게임업계의 맏형격인 넥슨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넥슨은 10대가 어른이 될 때까지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며 넥슨 뿐 아니라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공짜 야근은 기본이고 크런치모드라는 이름으로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마저 희생시키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넥슨 구성원들이 스스로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게임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노동조합은 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를 할 수 있는 첫 시작이다. 함께하는 조합원의 수가 많을수록 노동조합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고 노동조합의 힘이 커질 때 바꾸고 싶은 현실은 꿈이 아닌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이어 게임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게임 팬은 게임 업계 노조 설립에 대해 여러 게임사에서 게임을 제작자들을 갈아 넣는현실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이번 기회를 통해 게임문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넥슨노조에 이은 스마일게이트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는 행진에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된다. 넥슨과 네이버는 노조 설립과 관련해 IT 업계와 게임 업계가 서로 연대할 뜻을 밝혔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앞으로 넷마블, 엔씨소프트 노동자들도 참여해 ‘3N’ 연대를 만들고 싶다“3N이 나서서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중소게임사 및 모든 게임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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