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평양남북정상회담 끝에 역사에 없던 ‘불가역적 평화’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간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며 한반도 평화를 남북 주도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둘째날인 9월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연내에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추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분단 이후 판문점이 아닌 휴전선 이남으로 북한 정상이 처음 내려오는 사건이 된다. 지난 4월과 5월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은 세 번째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완전히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구체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두 정상은 비장한 표정에 단호한 목소리로 ‘평양선언’을 발표하면서 항구적 평화로 가는 되돌릴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한반도 내의 모든 전쟁 위험 제거에 시동을 건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취재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통해 김정은 서울 방문 추진 전격 발표
두 정상 비장한 표정으로 ‘항구적 평화의 여정 시작’ 예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을 발표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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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은 9월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공동선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지도자 방문이 될 것이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서울 방문” 전격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며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 참여 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제 평양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한다”며 “오늘 가을 평양에서 평화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핵시설의 영구 폐기화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나가기로 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남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것”이며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와 서신왕래, 화상상봉은 우선적으로 실현해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유치에도 함께 협력하기 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제 평양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한다”며 “오늘 가을 평양에서 평화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앞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비핵화를 육성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각계각층의 내왕이나 접촉 다방면적인 협력, 다양한 교류를 활성화하여 민족 화해와 통일의 대화가 더는 거스를 수 없이 북남 삼천리에 흐르기 위한 구체적 방도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변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답방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평양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와 얘기하는데, 서울 방문에 대해 주변에서 전부 다 반대했다고 한다”며 “완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었는데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기나 방식 등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하기로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연동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과 관련, “두 정상이 이번 선언을 통해 1953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정전상태를 넘어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양선언은 실질적 종전선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를 통해 조성된 평화를 바탕으로 공동번영으로 가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영변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핵 불능화의 실천적 단계로 돌입했으며 군사적 긴장완화는 실질적 불가침의 제도화 방안을 제시했고, 남북관계에서는 평화를 바탕으로 남북공동번영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한마디로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기위한 실천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실질적 종전선언’ 주장은 미국과 북한이 종전선언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를 약속한 데 대해 “영변핵시설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북한의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핵시설”이라며 “영변핵시설 불능화는 앞으로 신규 핵물질을 생산한다든지, 무기를 개발한다든지 그 원천을 차단한다는 의지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북한·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반색을 하면서 “그들(남북 정상)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김정은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그것은 3일 전에 배달됐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받았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치르게 될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많은 진전을 이뤘다. 인질들이 돌아왔고 유해들이 송환됐다. 계속 송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많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일 실험도 핵 실험도 없다는 것”이라며 “이걸 다시 떠올려봐라. 내가 취임하기 전에 많은 사람은 우리가 불가피하게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여러분에게 말하건대 적어도 개인적 기반에서 볼 때 관계는 매우 좋다. 매우 진정(calm down)돼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평화 큰걸음 내딛자”
문 대통령은 ‘9월 평양선언’ 발표 몇 시간 뒤인 9월19일 밤 대집단체조 공연이 열리는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이날 밤 9시2분께 경기장에 입장해 15만 북한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준비된 자리에 앉아 1시간 동안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평양남북정상회담 끝에 역사에 없던 ‘불가역적 평화’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은 9월18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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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 문 대통령을 15만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오늘의 이 귀중한 또 한걸음의 전진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 평양수뇌상봉과 회담을 기념해 평양 시민 여러분에게 직접 뜻깊은 말씀을 하시게 됨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문 대통령에게 열광적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자”며 문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대중들을 상대로 한 첫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하나하나 소개했고, 평양 시민들은 10여 차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김 위원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양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면서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지 가슴을 뜨겁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면서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힘 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15만여 명의 북한 관중들은 문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함성과 박수로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예정보다 오랜 7분간 연설 후 자리로 돌아와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며 평양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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