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기업 총수 경제인 방북...파격의 2박 3일 행보 집중분석

이재용 “평양 오니 한민족 느껴”…최태원·박용만 ‘셀카’ 놀이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0/02 [09:59]

3대 기업 총수 경제인 방북...파격의 2박 3일 행보 집중분석

이재용 “평양 오니 한민족 느껴”…최태원·박용만 ‘셀카’ 놀이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0/02 [09:59]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18일에서 20일까지 열린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그야말로 파격의 2박 3일을 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특별수행단 소속 경제인 17명도 함께 방북해 이들의 일정과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3대 그룹에서는 총수가 동행했고,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길에 올랐다. 당초 정의선 현대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정부와의 자동차 협상 때문에 미국을 방문해야 해, 막판에 김용환 부회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동행했고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등 단체장들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특별수행단에 포함됐다.

 


 

이재용 “평양 건물 ‘과학중심 인재중심’, 삼성철학은 ‘기술중심 인재중심’”
리룡남 “여러 가지로 유명한 이재용 선생 평화 위해 유명한 인물 되시길”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단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모두 17명의 경제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 인사들은 방북 전날인 9월17일 서울 종로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1시간30분 동안 방북과 관련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그룹 총수 중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하게 직접 교육을 받았다. 정상회담의 의미와 과거 남북경협 사례, 주의사항 등을 교육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특별수행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재벌 총수들은 이번 방북일정을 소화한 2박3일 내내 ‘나 혼자 산다’였다. 해외 출장을 갈 때 주로 전용기를 이용하던 총수들이지만 북한과의 협의로 엄격하게 제한된 인원만 방북이 허용됐기 때문에 수행원이나 비서 없이 짐가방을 직접 들고 방북길에 올라야 했던 것.

 

이재용·구광모 긴장, 최태원 지각


이들 경제인들은 9월18일 오전 6시께 서울 종로 경복궁 동편주차장에 모여 함께 버스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이날 집결지에는 오전 6시20분께 박용만 회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도착했다.


재계 총수 중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오전 6시29분께 가장 먼저 나타났다. 구 회장은 1978년생(40세)으로 총수 가운데 가장 막내다. 이어 10분 후쯤 이재용 부회장이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동편주차장에 도착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방북 소감이나 남북경협 기대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삼성 총수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방북길에 오르기 전 특별과외까지 받으며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월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공개 행보에 나선 구광모 회장은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구 회장은 방북 하루 전인 9월17일 LS그룹 안양 본사를 방문하고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을 잇달아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 회장이 방북을 하루 앞두고 남북 경협의 핵심 수혜 기업인 LS그룹을 방문한 것은 북한 관련 조언을 듣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구 회장은 그룹 내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을 통해서도 <북한 리포트>를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방북 경험이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느긋해 보였다. 재계 총수들 중 가장 늦은 오전 6시52분 집결지에 도착했다. 서린동 사옥에 들러 서류를 챙겨오느라 가까스로 지각을 면한 최 회장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버스에 올랐다.


17명의 경제인들은 모두 양복 깃에 태극기와 한반도기 배지를 달았고, 전날 옷가지 등을 미리 부쳐 간단한 서류가방 정도만 들고 방북길에 올랐다.


재계 인사들이 탄 28인승짜리 1호차 버스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동승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군 1호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최태원 회장과 담소를 나눴고,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 옆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평양의 숙소인 백화원에 도착해 객실 배정을 기다릴 때는 박용만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준비해온 디지털카메라로 다른 수행단과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경제인 17인과 리룡남 만남


9월18일 낮 12시께 평양에 도착한 경제인들은 이날 오후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 등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경제인들은 이날 오후 3시 반 평양 인민문화궁전 111호에서 리 부총리 등과 만나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북한의 경제 사정과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앞줄),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줄),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셋째줄) 등 경제인들이 9월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며 북쪽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쪽 관계자들은 리 부총리를 비롯해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조철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용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황호영 금강산 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 등 6명이 미리 나와 남쪽 수행단을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맞이했다. 면담장에는 테이블 없이 사방 벽면을 따라 좌석이 배치됐다.


남한 쪽에서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또 재벌그룹 대표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리룡남 내각 부총리는 “남측의 경제에 명망 있는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오늘 처음 뵙지만 다 같은 경제인이고, 통일과 평화 번영을 바라는 목적이 같아 마치 구면인 것 같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오늘 서울에서 여기까지 1시간이 걸릴 정도로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했다”면서 “공동의 번영을 위하고,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환담은 남쪽 경제인들이 자신을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김현철 청와대경제보좌관이 구광모 LG 회장을 “선대 회장이 두 번 다 북에 다녀가셨고, 새롭게 회장이 되신 분”이라고 소개하자. 구 회장은 “LG는 전자·화학·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인사했다.

 

“이재용 선생 유명하던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는데,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던데, 삼성의 기본 경영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방북 감회를 밝혔다.


이에 리 부총리가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농담을 건네 좌중에 웃음이 돌았다. 그러자 이 부회장도 웃으며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다”고 말했고, 대북사업을 펼쳐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빨리 다시 시작을 햇으면 좋겠다”고 하자, 리 부총리는 “현정은 회장 일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저녁에는 남북 정상과 모든 수행단이 참석하는 공식환영 만찬에 참석하는 등 북쪽 인사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평양 대동강변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도 관람했다. 평양대극장은 900석 좌석이 평양시민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9월18일 저녁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북 경제인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틀째인 9월19일, 북한의 양묘장과 수산물시장 등을 방문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을 직접 눈으로 살피고, 남북 경협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은 2010년께 준공한 곳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재건을 지시했다. 양묘장은 묘목을 키우는 곳으로, 산림 녹화 분야에 대한 남북 경협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산림녹화정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며 수시로 양묘장을 찾았다.


경제인들은 이어 소학교 교사 등을 양성하는 평양 교원대학교도 방문했다. 북한의 교육 수준과 교원 양성 체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저녁에는 평양 시민들이 자주 찾는 대동강 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및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식사도 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평양 시민들이 식사를 했다. 평양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소비 형태 등을 살펴보는 기회가 됐던 것.


경제인들은 이틀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 9월19일 오전에는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 있는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만수대 창작사를 참관했다.


이렇듯 2박 3일을 함께한 만큼 재계 총수들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 방북 당시처럼 이번에도 디지털카메라를 챙겨 사진사 역할을 자처했다.


11년 전 대기업 대표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최 회장은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어르신’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번에도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평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북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이 셀카를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평양에 도착한 재계 인사들은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제안해 셀카를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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