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전환 반기는 평화로운 여행지 2곳

분단의 아픔 품은 땅, “활짝 열릴 날은 언제쯤?”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8/10/02 [12:40]

한반도 대전환 반기는 평화로운 여행지 2곳

분단의 아픔 품은 땅, “활짝 열릴 날은 언제쯤?”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8/10/02 [12:40]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이정표를 세울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2박3일간 열렸다. 남쪽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4월 판문점의 봄을 열어젖힌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정상 최초로 남녘 땅을 밟은 김 위원장에게 ‘가을 답방’을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첫날인 9월18일과 19일 연 이틀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27일 1차 정상회담 후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남북이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며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서 1953년생 소나무를 함께 심은 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 앞에서 나란히 기념촬영도 했다. 한반도 대전환의 이 시기에, 남과 북이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드는 신화를 꿈꾸며 DMZ 인근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편집자 주>

 


  

남과 북 철책으로 갈라선 현장…세계유일 분단국가 현실 그대로
시선 돌려 해안선 따라가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금강산이 한눈에

 

1. 평화를 기다리는 고성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 DMZ로 가는 길. 얼마 전 이산가족이 상봉 장소인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지난 평화와 희망의 길이다. 그래서인지 북녘과 마주한 곳으로 가면서도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는 기분이다. 백두대간을 벗 삼고, 푸른 동해를 길동무 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달린다. 더는 달릴 수 없는 길 끝자락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 통일전망대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금강산.    


통일전망대는 1984년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금강산과 가까운 현내면 마차진리에 설치됐다.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km 지점이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한국군과 북한군 초소가 대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600m도 안 되는 거리다. 남과 북이 철책으로 갈라선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이다.


가슴 아픈 풍경만 있는 건 아니다. 시선을 돌려 해안선을 따라가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1만2000 봉우리 가운데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이다. 해마다 약 5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가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북녘을 바라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북녘을 세세히 볼 수 있다.

 

▲ 휴전선 넘어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길.    


북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선명하다. 금강산 가는 길이다. 분단의 현실은 무겁지만, 이 길이 영원토록 막힌 상태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과 북 사이에 평화가 안착되면 굳게 닫힌 문이 활짝 열리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거 금강산 관광을 위해 관광객이 지나다녔고, 올해는 이산가족이 지났다. 평화의 불씨가 피어오른 지금, 이 길을 통해 마음 놓고 북녘의 산하를 밟으며 금강산에 갈 수 있으리란 희망을 그린다.


현재 오래된 통일전망대 옆에 해돋이통일전망타워 건설이 한창이다. 지상 3층 신식 건물이 완공되면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더 편리하게 북녘의 산하를 바라볼 수 있다. 해돋이통일전망타워는 9월 준공 예정이다.


통일전망대 왼편에는 거대한 조각상이 두 개 있다. 1988년 설악산 신흥사에서 세운 높이 13.6m 통일미륵불과 1986년 천주교에서 세운 높이 10.5m 성모마리아상이다. 통일미륵불은 엄숙한 표정으로 통일 기원문을 외고, 성모마리아상은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를 기도하는 듯하다.


주차장 끝에 마련된 6·25전쟁체험전시관은 사진과 유물로 한국전쟁을 만나는 공간이다. 전시관에는 북한의 남침, 피란길, 학살 등 전쟁의 순간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컴컴한 전쟁체험실은 고성에서 치러진 야간 공방전을 재현했다. 포탄이 쏟아지는 소리와 총소리가 울려 퍼져 현장감을 더한다. 한국전쟁 당시 남북한의 전투력을 비교한 자료와 전사자의 유물도 관람할 수 있다.


통일전망대로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출입 신고서에 탑승자와 차량 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3000원)를 지불하면 출입증을 준다. 시청각 교육 후 정해진 시각에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에서 나오는 길에 꼭 들르는 곳이 DMZ박물관이다. 1953년 유엔군과 북한군이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탄생한 DMZ를 주제로 전쟁의 기억과 흔적,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담아 조성했다. 실내에는 DMZ의 탄생, 냉전의 유산, DMZ의 생태계를 주제로 한 전시물이 줄을 잇는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구역에 서식하는 산양과 수달, 흰꼬리수리 등의 박제,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엽서가 달린 평화의나무도 눈길을 끈다. 야외에는 동부전선을 지키다 2010년 철거된 철책을 옮겨 조성한 휴전선철책길이 있다.


화진포는 남과 북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화진포의성(김일성 별장), 이승만 대통령 별장, 이기붕 부통령 별장이 들어섰다. 세 별장을 아울러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이라 한다. 남북 최고 권력자의 별장이 얼굴을 맞댄 것은 울창한 송림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매력적인 풍경 덕분이다. 화진포의성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면 세 별장과 생태박물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매력적인 화진포해변.   

 

바다에서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신라 시대에 창건한 건봉사가 기다린다. 법흥왕 때인 520년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니 역사가 무려 1500년에 이른다.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후 중건했기 때문에 전각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건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사명대사다. 그는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승병을 훈련했고, 전란 후에는 왜적에게 빼앗긴 통도사의 부처님 진신 사리를 되찾아 치아 사리 12과를 건봉사에 봉안했다.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김하인아트홀에 들러도 좋다. 드라마 〈가을동화〉 원작으로 유명한 소설 <국화꽃 향기> 저자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체험공간이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해변 도서관에 앉아 <소녀처럼> <일곱 송이 수선화> <사랑에 미치다> 등 김하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쿠키와 초콜릿 만들기나 천연 염색 같은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가을날의 서정을 만끽한다.


<글·사진/오주환(여행작가)>

 


50년 만에 빗장 연 양구DMZ…자연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
DMZ 안 두타연 도착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긴장 스르르

 

2. 평화를 기다리는 양구


강원도 양구를 대표하는 DMZ 여행지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깊고 푸른 소(沼)를 이룬 두타연이다. 50여 년 만에 민간인에게 빗장을 열어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 서식지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이 뛰노는 청정 지대다. 두타연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황혜숙 문화해설사는 “열목어, 산양, 수달, 고라니, 노루 같은 야생동물이 주위에 많아요. 탐방로에 다니다 보면 까맣고 동그란 똥이 자주 보이는데, 주로 산양이나 고라니 똥이에요”라고 말한다.

 

▲ 녹슨 철모와 철조망을 보면 DMZ에 가까워졌다는 실감이 난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에 처음 손을 담글 수 있는 자리도 두타연이다.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물이 맑고 투명하다. 두타연에서 한 시간(3.6km)쯤 걸으면 옛 국도 31호선의 종점 아닌 종점에 이른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구름 모양 이정표 뒤로 굳게 닫힌 철문이 가로막는다. 여기서 내금강까지 불과 32km. 오랫동안 끊긴 옛길에 따스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철문 앞에서 이 길이 분단의 역사를 보여주는 비극의 현장이 아님을 느낀다. 평화의 내일로 나아가는 희망의 길이자, 금강산 트레킹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희망에 설렌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두타연까지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마음의 거리가 멀었을 뿐, 생각보다 가깝다. 이 가을에 두타연과 금강산 가는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이 땅의 평화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두타연은 2004년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사전 허가 없이 당일 신청으로도 출입할 수 있다. 양구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사전 출입 신청을 하거나, 여행 당일 이목정안내소나 비득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인원만큼 출입용 목걸이를 받고, 차량 점검 뒤 두타연으로 들어간다. DMZ에 가까워졌다는 실감이 나지만, 막상 두타연에 도착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절경을 이룬 두타연.    


두타연은 내금강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이 바위를 만나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가 높이 10m 폭포로 떨어진다. 두타연에는 맑고 시원한 물에 사는 열목어가 서식해, 입구에 열목어 조형물을 세웠다. 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이 조성되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근사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며 하얗게 부서진다. 두타연 상류에 놓인 징검다리는 한여름 물이 불어나면 잠기기도 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대부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생태 탐방로 옆으로 지뢰 체험장이 나온다. 센서가 움직임을 포착하면 지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 “펑!” 하는 폭음과 함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투명한 구체 안에서 와르르 퍼진다. 실제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지뢰의 폭발력을 체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두타연 일대를 둘러보며 기념사진까지 찍는 데 한 시간 남짓,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느긋하게 즐겨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걷기 여행자라면 두타연 평화누리길을 따라 ‘금강산 가는 길’ 입구까지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계곡을 끼고 이어져 호젓하고, 숲을 통과하는 구간은 새소리가 들려 평화 그 자체다. 두타연에서 3.6km 지점에 ‘금강산 가는 길’ 이정표가 있는 하야교삼거리가 나온다.


두타연 출입 신청은 이목정안내소, 비득안내소에서 한다. 이목정안내소 가기 전에 소지섭길 51K 두타연갤러리도 들를 만하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총 12km 두타연 평화누리길이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주차장은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된다. 자전거는 이목정안내소에서 대여하며, 전 구간이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라 미끄러우니 주의해야 한다.


두타연에서 펀치볼로 넘어가는 도고터널 직전에 자리한 ‘청수골쉼터’는 10여 가지 산나물로 차린 산채비빔밥이 유명하다. 펀치볼마을에서는 시래기밥이 별미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이 화채 그릇(punchbowl)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가칠봉(1242m), 도솔산(1148m), 대암산(1304m) 등 1000m가 넘는 고봉이 에워싼 모습이 이채롭다. 해발 1049m DMZ 철책 위에 세운 을지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펀치볼마을, 북쪽으로 북한군 초소와 군사시설은 물론 멀리 금강산 비로봉까지 보인다.


펀치볼에서 양구읍 방면으로 나가는 돌산령터널 직전에 자리한 국립DMZ자생식물원은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DMZ 지역의 식물을 조사·수집·보전·연구하는 곳이다.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게 야외 정원을 개방한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위로 올라가면 War가든, 미래의숲, DMZ원, 습지원, 희귀·특산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정원이 나온다. 절굿대, 너도개미자리, 용머리, 애기우산나물, 금강초롱, 가는대나물 등 이름도 생김새도 낯선 희귀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이맘때는 보랏빛 벌개미취 꽃이 만발한다.

 

▲ 국립DMZ자생식물원의 War가든.    


산양증식복원센터는 멸종 위기종 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을 증식해 자연에 돌려보내는 작업을 한다. 도솔산 자락 암반 지대에 위치해, 이곳에서 증식한 산양은 자연에 방사해도 적응이 빠르다고. 워낙 넓은 부지에 흩어져 있어 산양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먹이를 주는 늦은 오후에 찾으면 산양과 눈을 마주칠 확률이 높다. 입구에 자리한 DMZ양구산양관에서는 박제한 산양과 불법 포획에 사용한 사냥 도구, 산양의 생태에 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양구에서 태어난 한국 근대 회화의 거장 박수근을 기념한 박수근미술관에는 그의 작품과 유품, 관련 서적 등을 모아놓았다. 박수근은 소박하지만 강인한 서민의 삶을 거칠고 간결한 터치로 표현했다. 대한민국건축상을 수상한 미술관 디자인도 독특하다. 빛이 들어오는 창과 전시장을 연결하는 복도, 작품의 질감을 떠올리는 외벽, 미술관을 마주 보고 앉은 박수근 동상, 자작나무 숲 등 미술관 안팎으로 볼거리가 많다. 현재 2018박수근미술관아카이브특별전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전시 중이다.


<글·사진/김숙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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