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일탈, 강력범죄 치닫는 이유 집중해부

“재미로 시작했다가, 사람 해치는 괴물이 됐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04 [09:19]

청소년 일탈, 강력범죄 치닫는 이유 집중해부

“재미로 시작했다가, 사람 해치는 괴물이 됐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04 [09:19]

최근 청소년 범죄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 폭행 및 강간은 물론이거니와 살인까지 저지르는 강력범죄 뿐만아니라 해킹 등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끼치는 각종 사이버 범죄까지 범하면서 사실상 ‘어른과 다름없는’ 범죄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으로는 청소년에게는 턱없이 낮은 죗값밖에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청소년을 이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라는 말처럼 ‘예방’과 ‘교화’가 중요하다는 점 또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탈 넘어선 범죄행위…단순범죄 넘어 강력범죄도 빈번
만연하는 사이버범죄…재미로 시작해 비도덕 범죄 뻗쳐
잔혹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논의 걸음마
미비한 ‘가출 청소년 지원책’…각종 미성년 범죄 지름길

 

▲ 최근 성폭행, 살인, 각종 사이버 범죄 등 청소년 범죄의 질이 매우 나빠지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성폭행·살인 등 흉악한 범죄자의 연령도 최근 계속 낮아지고 있어 청소년 범죄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 강력범죄


지난 9월10일 오전 1시 30분께 중학생 A(15·여)양은 청주시 서원구의 한 술집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


대학가가 인접한 이 술집에서 주류 판매 전 이뤄지는 신분증 검사는 허술했다. 술에 취한 A양은 친구들과 함께 편도 4차선 도로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A양은 4차로에 서서 달리던 승용차를 멈춰 세웠고 운전자 B(55)씨와 승강이를 벌였다. A양은 이어 B씨의 승용차를 빼앗아 타고 약 25m 운전했다. A양은 B씨가 막아서자 돌을 집어 들고 휘둘렀다. B씨는 팔에 상처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A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 여중생은 반성하지 않고 바로 사고를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9월15일 오전 8시 10분쯤 서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아르바이트생(31·여)씨에게 소주병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소주병에 얼굴을 맞은 아르바이트생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A양은 “아르바이트생이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또한 어른들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술집과 숙박업소에 청소년들이 출입하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 9월14일 전남 영광의 한 모텔에서 여고생 C(16)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C양과 함께 투숙한 D(17)군 등 2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D군 등은 지난 13일 오전 2시 10분∼4시 15분 사이 영광군의 한 모텔 객실에서 C양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뒤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C양의 시신에서 D군 등 2명의 DNA가 검출됐다.


지난 8월27일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모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하시던 여중생이 돌연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 강력범죄가 최근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만14∼18세) 학생이 저지른 폭력범죄(상해·폭행·협박 등)는 총 1만6026건으로 2016년보다 10%(1400건)가량 증가했다.
학생들의 폭력범죄는 2013년 1만5102건에서 2014년 1만3534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3년간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등 )도 지난 5년간 매년 1700∼1800건씩 발생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도 청소년 범죄는 있었지만, 최근 청소년들이 조숙해지면서 범죄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했지만, 최근에는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고 인터넷·스마트폰이 일상화되는 등 환경적 변화가 큰 것도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청소년 범죄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범죄 만연


이같은 청소년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져가는 가운데, 탈선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도 그 종류가 점차 다양해 지고 있는 추세다.


위와 같은 폭력·강간 등의 범죄 말고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사이버 범죄에도 청소년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


음란물 유포 등의 범죄 이외에도, 최근 해킹 도구가 인터넷에 범람하면서 이를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사이버 범죄율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인기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해킹해 팔아넘기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킹된 페이지만 20여 개에 달하는데 이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은 중학생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던 것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에 빠진 청소년이 사이버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블랙 해커’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영국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빈스 워링턴은 최근 청소년 지원단체 ‘유스페드(youthfed)’를 통해 자녀가 사이버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영국 지역 일간지 ‘리버풀 에코’에 조언했다.


워링턴에 따르면 컴퓨터를 즐기는 대부분의 청소년이 쉽게 블랙 해커가 될 수 있는데 이 유형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의 해킹 동기는 라이벌 게임 클랜이나 게임회사에 대한 원한 등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게임 핵이나 매크로프로그램 사용 등으로 시작해서 심각한 해킹으로 발전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이들의 행동으로는 ▲친구가 없이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컴퓨터로 혼자 보내기 ▲다른 집의 와이파이가 연결돼 사용 가능 ▲온라인 게임을 통해 용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 ▲SNS와 이메일 계정을 여러 개 사용 ▲PC에 토르(ToR)라는 이름의 웹브라우저 설치 등이다.


일본에선 지난해 17세 청소년이 중·고교생의 성적 관리 시스템에 침입해 21만 건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이 학생은 16∼18세 친구들로 구성된 해커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청소년이 해킹을 더욱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환경적인 변화도 한 몫 한다. 해커들 사이에서 기초해킹입문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칼리 리눅스(Kali Linux)의 메타스플로잇(Metasploit)에 대한 강의 동영상과 서적 등으로 관련 정보가 넘치며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해커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메타스플로잇을 사용하면 타깃의 아이피(IP)만을 알고있어도 손쉽게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학생들이 게임 핵이나 매크로를 통해 장난스럽게 해킹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교내정보화 교육에서 인성·윤리 부분의 강조와 함께 심각한 범죄라는 부분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범죄의 잔혹함이 드러난 부산 여고생 폭행사건. <사진제공=부산경찰청>

 

처벌 기준 강화?


이처럼 최근 오프라인·온라인 가리지 않는 청소년 범죄는 사실상 성인들의 비도덕적인 범죄와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 범죄 처벌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은 1953년 형법 제정 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과거 기준을 적용해 선처하는 것은 최근 쏟아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들을 교화하고 재범을 방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다 보니 10대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월16일 방송된 KBS 1TV ‘토론쇼, 시민의회’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출연,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인 표 의원은 “우리 어린 청소년들의 범죄엔 사회의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그 피해자 또한 어린 청소년들이다.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이들이 이를 고칠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교수 역시 “경찰청 통계 자료를 보면 만 14세 미만의 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13세부터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소년법 덕분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려 31건의 소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수정 교수는 “이 모든 사회적 책임을 아이에게 징벌적으로 묻는 게 맞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만 19세까지 뇌의 기능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 중요 핵심이다”라면서 “소년원에서 운영 중인 제과제빵반의 경우 (아이들이) 신뢰라는 것이 생겼고 처음 받아본 인정과 사랑을 느꼈다며 재범률이 0%다”라고 강조했다.


금 의원 역시 “소년 범죄가 보도되면 무책임하게 형량을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교화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촉법소년 나이는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는 있지만 만 6세 이상 12세 미만, 네덜란드·캐나다·일본 등은 만 12세 미만일 경우에만 형사처벌 면제 대상이 된다. 영국이나 호주는 촉법소년을 한국(14세)보다 어린 10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연내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거나 무기형의 죄를 범한 경우 징역을 기존 15년에서 22~30년으로 높이는 개정안’ 등 소년법과 관련된 26개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여전히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년법 개정 논의의 쟁점’ 보고서에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 등을 통해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형사적 제재와 사회복귀 지원을 조화시키는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년법 폐지논란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가출 청소년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재범죄’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최근에는 가출청소년들도 늘어나 보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출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질 가능성을 예방하고 삶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출청소년을 보호하는 청소년 쉼터의 경우 일시·단기·중장기로 나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집 나온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많지가 않다. 단기는 3∼9개월, 중장기는 최대 3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쉼돌이’와 ‘쉼순이’가 양성된다. 단기간 쉼터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청소년들을 가리키는 은어다. 이런 떠돌이 생활을 5∼6년까지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돌아갈 온전한 가정이라도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쉼터에 온 한 10대 청소년은 술을 마시면 자신을 험하게 대하는 어머니를 피해 집에서 나왔다. 입소하기 전 절도죄를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남의 지갑에 손을 댔다”고 했다.


심지어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건을 훔치라고 절도를 사주하는 가정도 있다. 경기도의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쉼터에 온 청소년의 60%는 집에 절대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학대를 당하거나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큰 청소년들로, 이 아이들은 ‘전쟁’에 나왔지만 ‘퇴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기간이 끝나고 중장기쉼터가 없어 보육시설로 아이들을 인계해주려고 했었는데 시설 2곳에서 거부당했었다”고 전했다.


쉼터 관계자들은 “쉼터에 머무는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단순한 갈등 수준이 아니라 ‘살기 위해’ 집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아버지는 집을 나가 노숙하고, 동남아 출신의 어머니는 고국으로 돌아가 집에 남겨진 10대 자매가 입소한 적 있었다”면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와서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9개월의 보호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아버지는 아이들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됐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쉼터에 온 청소년들이 비행을 저지르고 범죄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출발은 ‘가정의 해체’”라면서 “아이들은 사실 어른들의 학대·성폭력·차별 등을 겪은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여자청소년의 경우 입소 청소년들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쉼터를 전전하는 사이에 성매매 등 범죄의 유혹에도 쉽게 노출된다.


2015년 서울시가 이화여대와 한국여성연구원과 공동으로 수도권지역 여자가출청소년 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3%가 성매매 경험이 있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성매매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4.9세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중장기쉼터와 자립생활관을 확충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장기쉼터는 가출청소년들의 수요에도 학교와 일자리가 주로 분포하는 도심에는 거의 없어서 오히려 이용률이 낮게 나타나기도 한다. 수요 분석에 따른 재배치와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자립생활관은 19세 이상 24세 이하의 ‘후기 청소년’을 입소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다.


한 청소년보호 전문가는 “가출청소년들이 스무살이 넘어가면서 중장기쉼터에서도 잘 안 받아주는데,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면 바로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범죄에 빠지는 수가 있다”며 “성인으로의 자립을 도와주는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penfree@hanmail.net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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