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자살’ 급증하는 까닭

‘자해 인증샷’ 유행하는 아이들 “탈출구가 없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08 [09:49]

어린이·청소년, ‘자살’ 급증하는 까닭

‘자해 인증샷’ 유행하는 아이들 “탈출구가 없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08 [09:49]

‘자살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는 청소년도 예외가 없다. 1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만큼 사회적으로 만연한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인 ‘어린이’로 분류되는 14세 미만의 아이들도 한해 평균 40여 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아이들의 자살의 이유로 전문가들은 ‘충동적인 성향으로 인한 참사’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최근 SNS 등 인터넷 게시판들을 살펴보면 ‘자해 인증샷’이 유행하는 등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서고 있음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이같은 행위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해 40여 명씩 자살하는 어린이…완연한 증가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총 사망자 중 30%
급속도로 유행하는 ‘자해 인증샷’…‘1등 주의’ 문제
대책 마련 시급한 문제…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해야

 

▲ 한 해 평균 40여 명의 어린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 A(12)양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놓인 A양의 책가방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들이 발견된 점 등으로 볼 때 경찰은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경기 용인시에서는 학업 문제로 고민하던 B(11)군이 아파트 10층의 베란다 창문에서 투신해 숨졌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어린이들도 극단적 선택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14세 이하 어린이는 한 해 평균 40.5명에 이른다.

 

어려지는 자살


지난 9월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정불화, 우울증, 성적비관 등의 이유로 자살한 초중고 학생은 총 556명으로 집계됐다. 한해 평균 111.2명, 한 달 평균 9.3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392명(70.5%)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141명(25.4%), 초등학생이 23명(4.1%)으로 조사됐다.


곽상도 의원은 “학생들의 자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며 “자살 원인은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등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인 만큼 가정과 학교, 사회로 구성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교육현장에서 전문상담을 강화하고 교사 개개인이 늘 학생의 고민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충동적 기질이 강하고 자제력이 약해 감정의 동요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어른들이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자살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소한 거짓말 등 어른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서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을 물으면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손을 든다”며 “‘자살송’의 유행에서도 알 수 있듯 자살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살송’은 ‘머리를 박고 자살하자’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로,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학업 스트레스·가정 불화·학업 스트레스·교우관계 문제를 어린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학업 경쟁을 치르며 무기력과 좌절을 일찍부터 경험하게 되는 것이 어린이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캐릭터가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온라인 게임과 오락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이 자살을 일종의 ‘리셋(Reset)’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절망한 아이들은 게임 캐릭터가 죽으면 새로 태어나듯 ‘이번 생은 실패했으니 리셋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이나 반려견의 죽음에 쉽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10대 사망 원인 1위


이처럼 최근 10대의 자살율이 심상찮다. 심지어 한국 10~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통계청의 지난 2016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자 중 약 30%가 극단적 선택을 통해 세상을 떠났다.


특히 국내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이 2013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아동·청소년 자살 사망률은 2016년 4.9명으로 전년보다 0.7명(16.7%) 늘었다. 2009년~2015년 감소하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지난 8월30일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왜 자살로 내몰리나’ 세미나에서 홍현주 한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더 위험하다’의 주제 발표에서 “199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청소년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만 증가세”라며 “한국의 증가폭이 일본보다 크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 중 91%는 정신건강학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중 60%는 우울증이다. 중요한 건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 사후 ‘심리부검’을 통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도움의 손길을 원하면서도 어른에게 쉽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생각 때문이다. 홍 교수는 “청소년에겐 부모와의 관계, 성적, 교우관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청소년은 충동적 성향이 강하고, 이로 인해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극단적 행동을 실행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주변의 깊은 관심과 심리적 보살핌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교사·부모가 청소년의 감정을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등교 거부 등 이상 증상이 조금이라도 감지될 경우엔 즉시 전문가와 상담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자살예방협회 회장)은 “청소년의 변화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또래친구”라며 “학교 내 또래 지킴이를 만들어 아이들끼리 서로를 살펴 극단적 선택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뚜렷하게 자살의 징조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면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먼저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는 자살의 중요한 징조이므로 아이들의 감정 기복을 단순한 투정이나 사춘기의 전조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일주일 사이 아이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면 뭔가 ‘결단’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유독 잠을 설치거나 거식·폭식 증세를 보이는 것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일기장·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살기 싫다’ 등 죽음을 암시하는 글이나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등 삶을 정리하는 듯한 글을 남기는 것도 위험 신호다.


아이에게서 위험 징조가 발견된다면 돌려서 묻기보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질문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상담교사·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 또 친밀한 대화와 교감을 통해 아이가 부모와 친밀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10대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사진출처=Pixabay>

 

자해 인증샷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성향은 ‘자해’에서도 나타난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나 자해사진 등 이른바 ‘자해 인증샷’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청소년들의 이런 행동은 학업 등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일종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자살·자해로 게시물을 검색하면 종합 5만여건이 훌쩍넘는 게시글이 검색된다.


모두 자신의 신체 일부에 상처를 낸 모습을 찍어 올린 사진이나 이와 유사한 사진, 또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다.


문제는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이 자살이나 자해를 지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이런 게시물은 초등학생 등 누구나 볼 수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는 학업 등 1등주의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인증샷’이 번지는 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이 제발 입시 중심, 공부 중심, 1등주의, 획일주의 이런 것을 벗어나는 사회에서 언제 살아보냐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사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같이 말할 사람도 없고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되게 외롭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와 연대해 줄 사람, 진심으로 실제 생활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그래도 SNS상에서 그런 사람 구하는 그런 심리가 작동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팀이 서울, 고양, 대구, 제주 등 4개 권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살 관련 설문에서 대상자의 17.6%가 자살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3.7%는 자살 의도를 가졌고 5.8%는 의도는 없지만 자해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의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적대적 반항장애, 틱장애가 많았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 비율이 높았다.


이런 자살유해정보는 지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난 7월18∼31일 온라인상에서 ‘국민참여 자살유해정보 클리닝 활동’을 벌여 17338건의 자살유해정보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43%가 증가한 수치다.


신고 내용을 보면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이 8039건(46.4%)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방법 안내(4566건, 26.3%), ▲기타 자살조장(2471건, 14.3%), ▲동반자살자 모집(1462건, 8.4%), ▲독극물 판매(800건, 4.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은 SNS(77.3%)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온라인 커뮤니티(8.9%), 포털사이트( 3.6%) 등에서도 유통되고 있었다.


특히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매체는 인스타그램(7607건)으로, 인스타그램 신고 중 자해 관련 사진 신고는 63%에 달했다.

 

▲ 최근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자해인증샷.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사회적 재난


이같은 ‘자해 놀이’를 일종의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서울대의대 교수)와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위원장 채정호·가톨릭의대 교수)가 교육부 산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지난 9월20일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심포지엄’ 자리에서다.


심포지엄에서는 자해 대유행의 사회적, 개인적 요인을 이해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어떻게 자해 청소년을 도울 수 있을지, 가능한 지역사회 자원을 어떻게 동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자해 행동 이해, 자해 충동 겪는 당사자에 대한 조언, 자해 청소년을 둔 부모를 위한 조언 등을 지침 형태로 발표했다.


자해는 대개 12~14세에 하며 20세가 되기 전 자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과 팔 등의 피부 긋기, 문지르기, 부딪히기, 멍들게 하기, 스스로 때리기, 화상 입히기 등 다양하다. 주로 면도칼이나 커터칼 이외에 가위 펜끝 손톱 유리조각 부러뜨린 칫솔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손목 팔 허벅지 어깨 등 여러 신체부위에 경미한 상처를 낸다.


청소년들은 자해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자해는 내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해 준다.” “멍한 느낌이 들 때 자해를 하면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남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 “부모님을 화나게 하기 위해 자해를 한다.” “죄책감이 들때 자해를 한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자해로 인한 만족감은 일시적이고 모든 것을 악화시킨다. 자해는 병적이고 위험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므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자해를 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계절과 맞지 않는 복장(더운 날씨에도 긴 팔옷 입음), 손목 밴드를 계속 붙임, 신체가 드러나는 학교 활동 참여를 꺼림, 붕대를 자주 사용, 면도날 같은 적절치 않은 용품 소지, 피부 위에 설명되지 않는 화상 자상 상처 등 흔적이 있음, 우울 불안 불면 등 심리적 증상이 악화됨.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60%는 다시 자해를 한다. 자해를 한 적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부모와 교사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자살할 생각은 없고 자해만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권 교수는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죽고 싶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위험성을 청소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며,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자해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 자해 하거나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시도하는 경우,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내면서 자해하는 경우,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등은 시급히 도움을 받아야하는 위험한 사례에 해당된다.


위원회는 자해 충동 극복 방법 10가지를 제시했다. 대화하기, 함께 있는 사람이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바로 그자리를 벗어나기, 다른 곳으로 주의 돌리기, 즐겁고 편안한 기억을 떠올리기, 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고통 느끼고 싶다면 해롭지 않은 고통 찾아보기, 긍정적인 일에 마음을 집중하기, 감정을 써 보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도움 받기, 자신을 사랑하기 등이다.


위원회는 또 자해하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조언도 내놨다.


자녀의 자해 사실을 알았을 때, 감정표현을 너무 과도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감정 표현을 너무 억압하고 참지 않도록 한다. 자녀의 요구를 갑자기 다 들어주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한다. 자해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진지하게 자녀의 어려움을 들어준다.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등이다.

 

penfree@hanmail.net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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