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식약청 독성부장이 밝히는 일상에 스며든 유해물질 실체

“라돈 침대·백신의 정체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0/17 [11:13]

전 식약청 독성부장이 밝히는 일상에 스며든 유해물질 실체

“라돈 침대·백신의 정체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0/17 [11:13]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2014년 2월 미세먼지 예·경보제 실시, 2017년 7월 살충제 달걀 파동, 2017년 8월 발암 생리대 파동, 2018년 3월 유명 화장품 중금속 검출, 2018년 5월 라돈 침대와 대구 수돗물 파동, 2018년 7월 발사르탄 고혈압약 파동….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유해물질 사건 리스트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또 무엇이 터질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인들의 SNS 정보와 관계기관의 발표 사이에 괴리가 큰 것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특히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의학박사이자 병리학 전문의 양기화 박사는 “그동안의 유해물질 파동이 때론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기도 했고, 때론 예상보다 더 심각한 사태이기도 했다”고 진단한다. 식약청 독성부장을 지낸 그는 “사건의 경중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위해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바른 정보를 알아야 피할 것은 피하고,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는 걱정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양 박사가 밝히는 유해물질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유해 파동의 본질 꿰뚫어야 피할 것 피하고 정확히 대처
인간과 자연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화학물질 조절 시급
일상용품 속 화학물질 유해성 여부, 안전한 용량 숙지해야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 일상은 유해물질로 뒤덮여 있다. 최근의 라돈 침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잠들어서도 안심할 수 없다. 유해물질 사건이 터지면 국가 전체가 발칵 뒤집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구멍 뚫린 시스템은 재정비되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 양기화 박사는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해 어쩌면 라돈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진짜 문제는 매트리스에 숨어 끊임없이 라돈을 만들어냈을지 모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물질이라는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    


양기화 박사는 식약청 근무 시절 국내 최초로 ‘독성물질국가관리사업’을 출범시킨 뒤 미국 ‘국가독성프로그램’과 상호 협력 제휴를 맺은 ‘유해물질 전문가’다. 그는 얼마 전 펴낸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지식서재)이란 책에서 최근 국내 사회 문제가 되었던 라돈 침대, 살충제 달걀, 발암 생리대, 미세먼지, 중금속 화장품부터,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치약, 향수, 자외선차단제, 설탕과 소금, 진단방사선 피폭, 항생제 내성균, 그리고 부모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백신 문제까지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

 

온갖 화학물질 판치는 세상


“화학물질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아수라와 같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아수라처럼, 제대로 사용하면 유용한 점이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얻은 물질이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화학물질 자체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최근에 와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학물질 공포증(케미컬 포비아chemical phobia)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화학물질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인간과 자연에 유해성이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해서 사용하는 게 현명한 실천 방법이다.”


양 박사는 우선 과학적 근거에 따라,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유해물질의 정체를 밝혀낸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유용한 화학물질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물질들 중 일부는 인간과 자연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그렇다고 화학물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치약, 화장품, 생리대, 매트리스, 식품 속 첨가물, GMO 식품, 대형 어류, 의료용 진단방사선, 항생제, 가전제품, 대기 중 먼지 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알 수 있다. 생활용품부터 피부용품, 먹거리, 의약품, 환경까지, 우리의 생활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새로운 기술과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뒤늦게 확인한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해당 기술을 폐기하거나 심지어는 피해를 되돌리기 위하여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등이 대표적 사례다. 개발에만 매몰되어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나노물질판 ‘침묵의 봄’을 읽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제품을 출하한 대형 화장품 회사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을 통해 안티몬이 몸 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화장품을 한 달간 사용했을 때 제품에 포함된 안티몬이 몸 안으로 모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세계보건기구가 허용하는 1일 안티몬 기준치의 1/200 수준’이라는 주장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의 허용 기준치는 피부만이 아니라 마시고, 먹고, 호흡하고, 바르는 모든 경로를 포함하여 안전하다고 추정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마시고, 먹고, 호흡에 관계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이 회사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보건기구의 허용 기준치를 넘어서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양 박사는 “결국 화학물질을 인간과 자연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절해서 사용하는 게 현명한 실천 방법”이라고 진단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성분과 유해성 여부, 안전한 용량 등을 미리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라돈 침대, 라돈이 문제인가?


“최근에 터진 라돈 침대 사태를 살펴보자. 라돈은 폐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자연 방사성물질(세계암연구소의 1군 인체발암물질)이다. 색도, 냄새도, 맛도 없는 기체다. 반감기(방사성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3.825일로 4일이 채 안 된다. 그런 물질이 매트리스에서 2,000Bq(베크렐) 나왔다면, 4일 전에는 4000Bq, 8일 전에는 8000Bq, 12일 전에는 1만6000Bq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보자가 매트리스를 구매했다던 7년 전에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쏟아져 나왔어야 하고, 그때 제보자는 이미 치명상을 입었어야 한다.”


양 박사는 어쩌면 라돈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진짜 문제는 매트리스에 숨어 끊임없이 라돈을 만들어냈을지 모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라돈을 끊임없이 방출해내는 물질로는 우라늄이나 라듐 등이 있는데, 우라늄의 반감기는 44.7억 년, 라듐의 반감기는 약 1600년”이라면서 “라돈 침대 사태는 사실 라돈보다 더 큰 문제를 숨기고 있는지 모른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진짜 문제는 매트리스에 숨어 끊임없이 라돈을 만들어냈을지 모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물질인 것같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조사 결과, 모거나이트에서 토륨(Th-232), 라듐(Ra-226), 칼륨(K-40) 등이 17.8~180Bq/g 나왔다는 기사가 있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05년부터 3년간 주요 원료 광물의 천연방사성 핵종 농도를 조사한 결과, 옥매트 등 음이온 건강보조 제품에 사용되는 모거나이트의 경우 토륨(Th-232), 라듐(Ra-226), 칼륨(K-40)의 농도가 17.8~180Bq/g이었다. 토륨의 반감기는 140억500만 년이며, 라듐의 반감기는 약 1600년이다. 라돈이나 토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양 박사는 결론적으로 “라돈은 지구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방출되어 공기를 오염시키는 기체 형태의 방사성 물질이고 피부를 뚫고 사람의 내부 장기를 손상시킬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거나 지하수를 마실 경우 폐나 위장을 덮고 있는 세포들의 염색체에 변이를 만들어 폐암이나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백신 부작용, 피하는 게 답?


2018년 7월 중국에서 효과가 전혀 없는 백신이 아이들에게 접종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인터넷 카페 모임인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MMR 백신 접종률이 1996년 92%에서 2003년 61%로 급락했고, 미국 배우 겸 모델인 제니 매카시는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낳는다는 책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2012~2016년 7월 사이에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예방접종 부작용은 1,268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 건이 26건이다.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여러 언론 기사와 책, 인터넷 공간에 넘쳐 난다. 그렇다면 백신을 기피하는 게 답일까.


1970년 영국에서는 백신 부작용 논쟁이 확산되면서 백신 접종률이 80%에서 30%대로 떨어졌다. 이어서 유행한 백일해로 1978년에만 38명의 아기들이 목숨을 잃었다. 접종률이 높던 시기에는 발병도 적고 입원이나 사망 사례도 드물었던 것과는 비교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접종률이 높던 시기에는 연간 홍역 발생 건수가 100건 미만이었다가, 백신 기피 현상이 일어났던 2000년에는 3만2647건, 2001년에는 20,060건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양 박사는 백신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기피하다가는 더 큰 질병의 재앙이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전염병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 백신이라는 것이다.


양 박사는 라돈과 백신 말고도 생활용품, 피부용품, 먹거리, 의약품, 환경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을 찾아내 그 정체를 밝히고,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지적하고, 유해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처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 대상은 살충제 달걀, 발암 생리대, 미세먼지, 중금속 화장품, 치약, 향수, 자외선차단제, 진단방사선 피폭, 항생제 내성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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