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쓰백’ 헤로인 한지민 개념탑재 인터뷰

“너무 아픈 사연에 끌려 ‘거친 연기’ 도전했죠”

박동제 기자(브레이크뉴스) | 기사입력 2018/10/24 [11:12]

영화 ‘미쓰백’ 헤로인 한지민 개념탑재 인터뷰

“너무 아픈 사연에 끌려 ‘거친 연기’ 도전했죠”

박동제 기자(브레이크뉴스) | 입력 : 2018/10/24 [11:12]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갖춘 배우 한지민이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여 화제다. 영화 <미쓰백>을 통해. 침 뱉고 욕설을 하는 등 거친 연기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기를 이끈 것. 한지민을 비롯해 김시아·이희준·권소현·백수장·김선영·전석호 등이 출연한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이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 이번 영화에서 한지민은 궂은일도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해내며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미쓰백’ 백상아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한지민은 <미쓰백>과의 남다른 인연, 애정, 도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히 그녀는 진지한 면모에서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한껏 과시했다.

 


 

학대받는 아이 위해 세상과 맞서는 백상아 역 맡아 파격 변신
노랑 머리, 빨강 입술, 가죽점퍼 차림…욕하며 ‘센 언니’ 변신


“아동학대 소식 접할 때마다 불편…아이들 구하는 불씨 됐으면…”
“차기작 ‘눈이 부시게’ 출연…김혜자 선생님과 함께해서 더 좋아”

 

▲ 배우 한지민이 영화 ‘미쓰백’을 통해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센 언니’로 파격 변신을 해 화제다.    

 

-이번 영화의 배역과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 작품은,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부터 내가 어떻게 보일까 보다는 현재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연기하는 내내 백상아스럽고 싶었고, ‘한지민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겁났던 것 같다. 그래서 백상아의 행동, 몸짓, 표현 등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감정 상태에 더욱 집중했다.


사실 영화를 찍는 동안은 걱정이 없었는데, 이후 무게감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언·/배급 시사회 당시에도 체감이 잘 안 됐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우리 영화와 내 연기에 대해 호평을 한 기사를 캡처해서 보내주더라.
그럼에도 좋은 반응을 믿지는 못했다. 아니, 믿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칭찬의 글이 많아 더욱 그랬다. 아직 관객들의 판단이 남아 있으므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릴 뿐이다.

 

노랑 머리, 빨강 입술로 센 연기


-거친 백상아 역을 맡은 소감은.
▲예전에는 나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았다. 쉽고 편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생활 16년차를 거치면서 성향이나 성격도 변화해 가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 인물에 공감을 잘하는 배우가 연기도 잘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영화 속 백상아는 분명 나와 닮은 부분이 많지는 않다. 한 인물의 가정사나 삶을 생각만으로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는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에 없었던 전사에 대해 생각하는 절차가 필요했고, 그려지지 않은 감정들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작업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했던 것 같다.

 

▲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물론 시각적으로는 애쓰는 느낌이 들지 않게 노력했다. 백상아는 이미지나 시각적으로 배우 한지민과 다른 면이 있다 보니 억지스럽고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부분보다는 과거사를 쌓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이었다. 어떻게 보면 바로 그 과거 때문에 지금의 백상아가 있는 것 아닌가. 그 시간을 오래 보냈고, 백상아는 사람을 마주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을까 등 다양한 면에서 백상아라는 인물에 대해 연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백상아에 대한 감정을 쌓은 뒤 시선과 행동을 맞춰가며 연기를 하는 게 좋았다. 물론 미쓰백 역할을 다른 배우가 표현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표현한 백상아 역시 독특한 색깔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탈색한 노랑머리, 빨간 립스틱, 가죽점퍼 차림 센 언니로 등장한다. 강렬한 비주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분들이 영화 속 비주얼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사실 테스트 촬영 때는 지금의 모습보다 더 단출했다. 그러나 배우 한지민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 때문인지 백상아라는 캐릭터가 잘 담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다. 처음에는 여러 번 탈색할 생각을 했지만 한 번 탈색 후 감독님이 생각했던 백상아의 느낌이 나서 그대로 멈췄다.
그 이후 디테일을 잡아갔다. 백상아의 척박했던 삶이 얼굴에 담겼으면 해서 잡티, 거친 피부, 주름 등으로 신경을 썼다. 의상을 고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밑에서부터 쌓지 않으면 억지스러울 것 같아 하나하나 따져가며 선택했다.

 

뒤풀이 인연으로 타이틀롤 ‘꽉’


-이번 영화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미쓰백>은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다. 몇 해 전 영화 <밀정> 뒤풀이 자리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 이지원 감독은 <미쓰백> 트리트먼트 작업 중이었다. 가볍게 맥주 한잔 마시러 갔다가 우연히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이지원 감독은 이전에는 백상아 역 캐스팅 리스트 올라 있는 한지민이란 이름을 보고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웃음). 하지만 그날 내가 검정 바지에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클러치를 옆에 낀 채 지나갔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평소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 놀랐다고 하더라. 그리고는 <미쓰백> 시나리오를 받아들게 됐다.


이번 영화는 내가 여러 부분에서 도전해야 할 작품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별로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디선가 일어나는 일일 것 같았고,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고 감정을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감독님과 다시 만났는데, <밀정> 뒤풀이 때 내게서 얻은 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듣는 얘기라서 놀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연으로 감독님과 작품을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여배우가 타이틀롤을 맡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연한 자리에서 신기한 인연으로 만나서 좋았다.


-이번 영화는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인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화가 나고 불편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다가도 10분 정도 지나면 그 감정을 잊어버린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 돈을 내고 보는 영화인데 불편한 감정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작품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영화에서는 웃음을, 어떤 영화에서는 감동을 받기 마련인데, 우리 영화를 계기로 많은 관객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영화에서 다룬 고통 받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만큼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감정이 어느 정도는 모여야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올 것이고, 그런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불편하고 아프고 힘든 감정이지만, 이것이 우리 현실이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쓰백’이 학대아동을 구하는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학대아동을 구하는 불씨


-이번 영화에서 함께한 아역배우 김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시아는 9살 때 처음 봤다. <미쓰백>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김지은은 감정적으로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아이가 그 배역을 해낼지 궁금했다. 이지원 감독은 김지은 적격자를 찾기 위해 600명 정도의 아이를 만났다고 한다.
김시아는 처음 만날 때 눈이 묘한 느낌을 줬다. 해맑음이 없다기보다는 눈에 담긴 감정이 많아 보였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어른처럼 진중했다. 행여 어머니의 욕심으로 연기를 시킨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는데, 김시아 자체가 워낙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영화 속 김지은의 입장으로 매일 일기를 쓰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든하기까지 했다. 김시아는 영화 속 김지은처럼 실제로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손톱까지 길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까지 노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심리상담가가 계속 상담을 해줬고,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 김시아와 김지은을 분리해서 감정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도움을 줬다. 김시아는 NG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서 나의 가슴을 치는 순간이 많았다.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연기가 좋아서 배우를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대사를 하는 정도였다. 연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시점은 <청연>이라는 작품을 할 때였다. 첫 영화였는데, 감독님께서 배우들과 소통을 하는 모습이 와 닿았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빨리 진행돼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데, 감독님의 소통 덕분에 첫 영화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당시 나는 연기 초보였던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텐데 꾸준히 이야기를 해주어 큰 도움이 됐다. <청연>의 이정희라는 캐릭터로 인해 연기를 하면서도 뿌듯했다. 이런 감정들을 좀 더 느껴보고 싶어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그 이후 드라마를 했는데,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그 시절에는 무턱대고 열심히만 했다. 연기가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비슷한 연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감정도 생기고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증도 났다. 그러다가 영화 <조선명탐정>을 만나,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 작업이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여러 가지 기준들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는 판타지 캐릭터가 공감이 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러면서 드라마 출연에 주저하게 됐고, 그러다가 현실적인 부분이 좋아 <아는 와이프>를 선택했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 충족되지 않았던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연 분량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욕심이 났다. 이것마저 주저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분량은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 한지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차기작 <눈이 부시게> 출연이 확정됐는데.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대본 때문에 선택했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김혜자 선생님이다. 김혜자 선생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브라운관을 틀면 나오던 대배우다. 그런 김혜자 선생님과 드라마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그 이후 드라마의 메가폰을 김석균 감독님이 잡는다는 걸 알았다. 더욱 믿음이 생겼고, 망설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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