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믿고 연금저축 가입? “낚였습니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0/31 [10:17]

은행 믿고 연금저축 가입? “낚였습니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0/31 [10:17]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신탁형 연금저축 상품 1/3…수익률 저축은행 적금보다 못 해
은행권 신탁형 연금저축 수익률 무관하게 1% 수수료 꼬박꼬박

 

우리나라는 금융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일반 소비자들은 주식이나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대개 전문가 그룹의 말을 믿고 따르는 편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들이 보험이나 금융 상품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금융 소비자의 1/7 수준에 불과했다.

 

▲ 믿고 들었던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대부분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나 주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사고파는 기준은 무엇인지, 이익과 손실의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따지려 들지 않는다. 대개 전문가나 담당자에 의존해 그들의 권유를 따른다. 하지만 은행 창구 직원의 권유로 들어둔 연금저축은 이자가 제대로 쌓이고 있는가. 정말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는가?


은행을 믿고 들었던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대부분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금저축 상품이 절세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 해도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개인연금저축에 연간 53만 원이나 세금지원을 해줘도 수익률만 보면 저축은행 적금으로 갈아타는 게 나은 가입자가 6만40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 신탁형 연금저축에 이런 부실 상품들이 몰려 있는데, 은행들은 수익률에 무관하게 해마다 1% 안팎의 수수료를 십수 년째 꼬박꼬박 떼갔다. 운용 성과에 연동되는 수수료 체계 개편이나 금융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연금 갈아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10월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는 신탁형 연금저축 상품은 모두 36개인데 셋 중 하나 꼴인 11개는 17년간 수익률은 정부가 지원한 세금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저축은행 적금 세후 수익률(3.66%)보다 낮은 것을 나타났다.


최근 금감원이 지난 2001년 1~2월에 나온 38개사 54개 상품(펀드·신탁·보험형 연금저축)이 17년간 달성한 평균 수익률을 추적한 결과 11개사 14개 상품수익률은 같은 기간 저축은행 적 금수익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에 판매가 시작된 은행권의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때 연 400만 원 납입 한도에서 최대 66만~53만 원(연소득 따라 세액공제율 13.2~16.4%)의 세금지원 혜택이 따른다. 문제가 된 연금저축은 은행권 신탁상품이 11개(가입자 5만8480명), 자산운용사 신탁상품이 3개(5694명)였다. 6만4174명의 가입자가 2001년~2017년 저축규모는 1조3353억 원에 이른다.


문제가 된 개인연금저축 14개 상품의 수익률은 세금지원분을 반영하면 평균 수익률은 3.17~3.6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지원이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1%포인트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의 개인연금저축자산을 굴려 낸 평균 수익퓰은 17년간 2% 안팎에 그쳤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 적금의 17년간 평균수익률은 세전 4.19%, 세후 3.66%로 은행권보다 높다. 은행권은 개인연금저축자산 운용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은행권은 매년 자산운용 대가로 신탁 수수료를 1% 안팎 챙긴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은 자산운용은 방치하고 수수료 챙기기에 안주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은행권 상품은 ‘채권형’이나 주식과 채권 투자를 혼합한 ‘안정형’이 주류로, 통상 원금보장 기능을 넣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려운 측면이 없지는 않다.


이학영 의원은 “금융사들이 신규 가입자 모집에는 열을 올리지만, 수익률과 무관하게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장기상품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등한시 한다”고 지적하며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수익률 공시도 세금효과 반영 전후 등 투명하고 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연금저축 가입자들은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제2금융권 등의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연금저축가입자들은 추후 상황변화로 중도해지를 하거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간 66만~53만 원까지 받았던 세금 혜택을 토해내야 하는 부담도 있어 이런 조건이 따르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나서는 개인연금저축 가입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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