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치유하는 음악 디톡스

어릴 적 동요 ‘흥얼~’…나도 몰래 의욕 ‘퐁퐁’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0/31 [11:12]

들으면서 치유하는 음악 디톡스

어릴 적 동요 ‘흥얼~’…나도 몰래 의욕 ‘퐁퐁’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0/31 [11:12]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동요를 듣고 부르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고단한 일상에 지쳐 있을 때 문득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가 떠오른 적은 없는가? 동요를 잠시 흥얼거렸더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한 적은 없는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동요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위대한 힘이 있다. 국제음악정신치료사 협회장을 맡고 있는 야마니시 도시히로는 동요 테라피를 직접 고안하여 동요 테라피스트와 동요 컨시어지(Concierge, 안내인)로 활동하고 있다. 동요 테라피는 여러 사람과 함께 동요 듣기 체험을 하는 것으로, 동요와 심리학적 요법을 결합하여 마음을 치유하고 활기를 되찾는 활동이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나 구마모토현 지진 같은 재난 현장에서 실제로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동요 테라피를 실시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마음의 위안과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동요 테라피>(21세기북스)를 펴낸 야마니시 도시히로의 ‘들으면서 치유하는 음악 디톡스’ 비법을 소개한다.

 


 

여러 사람 함께 동요 듣기 체험…잠든 뇌 자극받아 치매 호전
신경내과 분야에선 치매 환자가 노래만 불러도 증상 완화 보고

 

▲ 고단한 일상에 지쳐 있을 때 문득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가 떠오른 적은 없는가? 동요를 잠시 흥얼거렸더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한 적은 없는가? 사진은 이탈리아 산골마을 허수아비. <사진출처=Pixabay>  

 

일본에서 동요 테라피스트와 동요 컨시어지로 활약하는 야마니시 도시히로는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좋아했던 동요를 듣고 그때의 추억에 빠지거나 동요를 흥얼거렸더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며 “동요에는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환기시키고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넘쳐나면서, 대중가요나 팝 혹은 애니메이션 주제가 등에 밀려 어린이들에게조차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행히도 학교 음악교육에서조차 동요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2012년 이후 체육 과목에서는 무용이 필수지만, 그마저도 힙합 계열의 브레이크 댄스를 포함한 창작 무용, 포크 댄스, 현대 무용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전통 무용은 가르치지 않는다. 적어도 유아기나 정서교육이 필요한 학교 현장에서는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동요를 가르쳤으면 한다. 그 노랫말의 장점과 음악적인 배경을 21세기를 살아가는 다음 세대 젊은이들이 꼭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는 나아가 인성 교육이 수반되어야 하는 학교 교육의 중요한 사명과도 연결된다. 그러면 살인이나 폭력 사건 같은 범죄들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왜 지금 동요인가?


야마니시 도시히로는 동요가 아이들에게는 정서 교육의 기능을 하는 한편 어른들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동요를 들으면서 각자의 고민이나 아픔을 공유하고 여기에 심리학적 요법을 응용하면 심리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직접 고안한 심리 치료 방법이 바로 ‘동요 테라피’다.


“동요 테라피는 여러 사람이 함께 동요 듣기 체험을 하는 것이다. 심리학적 요법을 응용하여 마음을 치유하고 활기를 되찾기 위한 활동으로, 직접 고안했다. 나는 동요 테라피의 효과를 수많은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상담 지원활동의 일부로서 각 피해 지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2016년 4월에 일어난 구마모토현의 오이타 지진과, 같은 해 10월에 일어난 돗토리현 중부 지진의 피해 지역 대피소에도 찾아가 동요 테라피를 실시했다.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동요인가? 야마니시 도시히로는 동요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은 ‘마음의 거울’이기도 하다. 즉 어른이 된 뒤에 동요를 다시 들어 보면 그 노래를 듣던 어릴 때로 돌아가 즐거웠던 옛 시절이 그리워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고민과 고충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때로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결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동요다.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에 친구와 함께 듣고 부른 동요이기에 당신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미면서 녹아든다. 동요를 들으면 왠지 착해지는 것 같지 않는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의 새콤달콤한 추억이 생각나지 않는가? 부모님의 다정한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나 자연 경관이 생각나지 않는가?”

 

동요와 아들러의 심리학 결합


“일반적으로 치매 증상이 심한 환자는 대부분의 기억을 상실한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는 다양한 기억과 함께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특히 동요처럼 어린 시절에 들었던 ‘그리운 노래’는 더욱 그렇다. 동요를 조용히 듣고 난 뒤 다 같이 부르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정경이나 정감이 되살아난다. 결과적으로 그 당시의 기억을 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옛날의 그리운 기억이 되살아나 잠든 뇌가 강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인데, 특히 동요를 부르면 그러한 효과가 더욱 커진다. 즉 동요를 듣거나 부르면 뇌를 크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동요는 의학 및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대단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신경내과 분야에서는 치매 환자가 노래만 불러도 증상이 완화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노래는 다양한 기억과 함께 결합하여 좀처럼 잊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리운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여 잠든 뇌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동요처럼 어린 시절에 들었던 노래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크다.


더불어 반성, 회고, 치유와 같이 동요가 가진 효과를 집단 심리 치료에 활용해 각자가 가진 고민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면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야마니시 도시히로는 그러한 예로 ‘동요를 이용한 그림책 테라피’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음악 치료’의 효과에 대해 언급한다.


이 같은 치유 효과를 바탕으로, 동요 테라피의 근간을 이루는 심리학 이론이 바로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심리학으로, 인간의 삶이란 개인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요 테라피는 이 아들러 심리학을 동요의 힘과 결합시켜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주는 심리 요법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상태(열등감을 느끼는 위치)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상태(우월감을 느끼는 위치)가 되기 위해 행동한다’고 말한다. 정식 명칭은 ‘개인 심리학’인데 그 이유는 인간이란 존재를 ‘개인’이라는 하나의 개체로 통합하여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열된 존재’라고 말하는 프로이트 심리학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삶이란 개인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야마니시 도시히로가 소개하는 동요 테라피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심호흡을 하고, 둘째, 동요를 들으며 옛일을 떠올리고, 셋째, 노래의 주제에 맞춰 함께 의견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마음이 서서히 치유되며, 이 과정에서 뇌가 활성화되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이 실제로 동요 테라피를 체험했는데,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소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 가정에서의 육아 문제,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등 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노출되어 있다. 이 같은 고충을 극복해 나가는 데 심리 요법으로서의 동요의 효과 및 가치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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