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 타박타박 만산홍엽 여행지 2곳

온갖 물감 다 풀었나?…단풍들 총천연색 아·우·성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8/10/31 [11:28]

가을 끝자락 타박타박 만산홍엽 여행지 2곳

온갖 물감 다 풀었나?…단풍들 총천연색 아·우·성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8/10/31 [11:28]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만산홍엽! 하늘에도 땅에도 가을색이 가득하다. 땅에서는 단풍들이 농염하다 할 만큼 짙은 색 물을 들인 채 ‘나 좀 봐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하늘에서는 노을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시샘하듯 만추 분위기를 진하게 뿜어낸다. 이번 주말도 어영부영 보내 버리면 2018년 가을을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가을에 만추의 서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나무들이 곱디고운 고추장 빛깔로 옷을 갈아입은 전북 순창 강천산과 붉은 물감을 풀기라도 하듯 굽이굽이 단풍길이 펼쳐지는 경기도 포천 한탄강벼룻길로 ‘만추 여행’을 떠나보자!

 


 

전북 순창
새빨간 단풍 유혹하는 강천산, 산책로 따라 가을 정취 흠뻑
시원한 공기에 절로 심호흡…폐의 구석구석 깨끗해지는 기분


경기 포천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 이어지고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한탄강벼룻길 낙엽 밟으며 걷는 맛 각별

 

1. 순창의 만추


고추장의 고을이라서 그럴까? 전북 순창의 가을은 곱디고운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새빨간 단풍이 유혹하는 강천산은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도 편해 누구나 눈부신 단풍 숲을 즐기기 좋다.


강천산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공기에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청량한 공기에 폐 속 구석구석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용이 꼬리치듯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용천산이라 부르던 강천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단풍이 아름답다. 단풍 여행은 산 위로 올라갈 것 없이 매표소에서 병풍폭포, 강천사, 현수교(구름다리), 구장군폭포까지 갔다 오면 충분하다. 왕복 5km, 2시간 정도 걸리는 맨발산책로 코스다.

 

▲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 왕복 5km 맨발산책로.   


매표소를 지나 첫 포인트는 절벽에서 시원스레 쏟아지는 병풍폭포다. 높이 40미터에 물줄기 폭 15미터로, 인공 폭포지만 물줄기와 절벽이 산수화처럼 어우러진다. 폭포 아래 공간에서 삼삼오오 쉬는 사람들이 많다.


병풍폭포를 지나 좀 더 걸으면 자그마한 사찰이 보인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다. 대웅전 앞뜰의 오층석탑은 고려 시대에 조성한 것인데, 한국전쟁 때 사찰 건물이 전소되면서 탑 일부가 부서진 흔적이 있다. 절 앞 돌다리를 건너면 삼인대가 나온다. 순창군수 충암 김정, 담양부사 눌재 박상, 무안현감 석헌 류옥이 폐비 신씨 복위를 청원하는 상소를 올리기로 맹세한 장소다. 강천사 근처에 수령 300년 된 모과나무가 있으니 찾아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데, 지금도 가지마다 모과를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 시원스레 쏟아지는 병풍폭포와 단풍이 아름답다. <사진제공=순창군청>    


강천사를 지나면서부터 단풍나무가 점점 더 많아진다. 잎이 아기 손바닥처럼 작아 흔히 애기단풍으로 부르는 단풍나무가 주를 이룬다. 타오르듯 새빨간 단풍잎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보기 좋다. 이제 곧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가 보이는 지점이다. 절을 지나 첫 번째 나오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편에 현수교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여기서 현수교 쪽으로 올라가도 좋고, 구장군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현수교를 건너도 좋다.


하이라이트인 현수교는 남겨두고 구장군폭포부터 보기로 한다. 고개를 젖혀 현수교를 올려다보면 그 높이가 아찔하다. 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현수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구장군폭포다. 병풍폭포와 마찬가지로 인공 폭포인데, 12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자연스러워 원래 있던 폭포같다. 팔각정과 벤치 등 쉴 자리가 많고, 폭포가 잘 보이는 곳에 데크를 만들어 사진 찍기도 좋다. 여기서 더 가면 비룡폭포, 연대암터를 지나 담양과 경계에 자리한 금성산성에 올라설 수 있다.

 

▲ 단풍처럼 붉은 강천산 현수교.    


드디어 현수교로 향한다. 폭포 아래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현수교와 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나무 계단이 제법 가파르지만 금세 현수교 입구에 이른다. 현수교로 이어진 철제 계단은 좁고 경사가 심하니 조심할 것. 지상 50미터 지점에 놓은 길이 75미터 현수교는 강천산의 상징이다. 빨강과 주황을 예쁘게 섞은 단풍 색깔이라 가을에 잘 어울리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흔들림이 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짜릿짜릿하다.

 

▲ 강천산 단풍과 어우러진 현수교. <사진제공=순창군청>   


강천산 최고봉인 왕자봉(583.7m)으로 가려면 현수교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구장군폭포까지 걷고 현수교를 건넜으니,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단풍 산행으로 충분하다. 강천산 입구에 맛있는 식당이 많아 요기하기 좋다. 순창발효커피를 선보이는 ‘모두베리카페’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로컬 카페다. 생두에 몇 가지 미생물을 주입한 뒤 로스팅한 원두를 그 자리에서 갈아 내려주는데, 구수하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강천산에서 나와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로 이동하는 중에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몇 군데 있다. 10월 하순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메타세쿼이아는 11월이면 갈색으로 짙어졌다가 바람에 우수수 날려 운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중간쯤 구룡교차로에서 월곡 방향으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지난해 개장한 순창군승마장이다. 군민이 정기적으로 승마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객을 위한 체험 승마도 운영한다.


강천산과 함께 순창 여행의 투톱이라 할 만한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고추장·된장·간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해서 배우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순창군에서 운영하는 순창장류체험관은 물론 개별 판매장에서도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진행한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발효소스토굴은 2016년 5월 개장해 요즘 한창 뜨는 곳이다. 다양한 전통 장류와 함께 전 세계의 소스를 전시하고, 발효에 최적화된 토굴에서 장류를 숙성시킨다. 미생물의 활동으로 장이 발효되고 맛이 깊어지는 과정을 미디어 아트로 게임 하듯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흥미로운 트릭 아트와 한지등으로 재현한 고추장 진상 행렬, 항아리가 들어찬 토굴 등 볼거리도 많다. 입구에서 순창발효커피를 저렴한 값에 판매한다.


최근 1~2년 사이 순창 읍내에 ‘금산여관’ ‘방랑싸롱’ ‘일우당’ ‘순창농부의부엌’ 등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 여행자가 늘고 있다. 여행자끼리 소통하고,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읍내 골목을 거니는 느긋한 여행을 즐긴다.


아이들을 동반한 30~40대는 향가유원지가 좋다.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에서 캠핑하고, 향가터널과 향가목교를 거닐며 섬진강의 하루를 만끽한다. 향가터널과 향가목교 위로 섬진강자전거길이 지나, 주말이면 라이더도 많다. 향가목교는 사람과 자전거를 위한 다리다. 중간에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섬진강을 감상하기 좋다. 해가 지면 무지갯빛 조명이 들어와 환상적이다.


섬진강 상류에 속하는 동계면 장군목유원지는 오랜 세월 물이 빚은 바위 조각이 마치 예술품 같다. 남자의 식스 팩처럼 울룩불룩한 바위, 여인의 엉덩이처럼 펑퍼짐한 바위, 원통으로 깊이 파인 요강바위…. 바위에 부딪힌 물길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을 보노라면 시간조차 느리게 가는 듯하다. 장군목유원지 역시 섬진강자전거길 구간이다. 순창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은 단풍, 섬진강, 고추장, 로컬 푸드와 지역문화를 고루 만나고 체험하는 휴식 같은 여행이다.

 

<글·사진/김숙현(여행작가)>


2. 포천의 만추


혹, 아시는지. 한반도에 용암대지가 수십 만년 강물에 깎이면서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솟아오른 것은 물처럼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 오리산에서 시작한 용암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고 흘러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이르렀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빠르게 식어 육각형 연필심 모양 주상절리가 되었는데, 그 틈으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조금씩 깎아 거대한 현무암 협곡을 만든 것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탄강 협곡.   


용암대지가 협곡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수십만 년.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포천시와 연천군 일대의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 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모두 4개 코스로 구성된 지질 트레일은 현재 1코스가 개통했다. 2코스는 공사 중이고 3·4코스는 일부 구간 통행이 가능한데, 포천시는 2019년까지 총 30km에 이르는 지질 트레일을 완성할 계획이다.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한탄강벼룻길’.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벼룻길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벼룻길의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협곡 대신 비둘기낭폭포에서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비둘기낭폭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짙푸른 비둘기낭폭포 아래 소에도 낙엽이 수북하다. 안내판에는 <선덕여왕>부터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줄줄이 붙었다. 높이 30미터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 명소가 되었다.


가만,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검고 구멍 숭숭 뚫린 돌 아닌가? 그런데 비둘기낭폭포 주변의 주상절리는 검붉은 색에 구멍도 없다. 현무암은 땅 위로 나온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며 생기는 돌이다. 부글거리는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오면 급격히 굳으며 생긴 것이 구멍 뚫린 현무암이다. 그러나 한탄강 현무암이 제주도보다 여유 있게 굳은 셈이다. 풍화 과정에 돌 속의 철분이 산화되면 붉은색이 더해진다. 용암과 물, 바람이 만들어낸 비둘기낭폭포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다.

 

▲ 가을이 내려앉은 비둘기낭폭포.    


비둘기낭폭포에서 출발한 길은 멍우리협곡으로 이어진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멍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뜻하고, 을리는 ‘강물이 새 을(乙)자처럼 흐른다’는 의미라고.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협곡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km 넘게 뻗었다. 협곡 위로 난 길은 전망대를 지나 숲으로, 캠핑장으로, 한적한 마을로 통한다.

 

▲ 멍우리협곡은 4km 넘게 이어진다.    


길 중간쯤에 커피나 음료수를 파는 매점이 있다. 다시 숲과 절벽, 마을을 지나면 부소천협곡에 이른다. 멍우리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니 한탄강벼룻길의 공식 출발점이 나타난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여기까지 6.2km,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비둘기낭폭포에 차를 두고 왔다면 되짚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40분쯤 더 걸어 운천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탄다.


포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차로 25분쯤 걸리는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옛날식 오리배를 타거나 호숫가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에 오르자. 울긋불긋 단풍을 즐기며 1시간 30분쯤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19만8000여 ㎡에 이르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카메라를 어디에 들이대도 그림 같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돌을 깎아내느라 생긴 절벽 사이에 물을 채우니 멋진 인공 협곡이 탄생한 것이다. 주위에 조각공원을 꾸미고 천문과학관과 호수공연장까지 더하니 온 가족이 즐거운 여행지로 거듭났다.


2014년에 문을 연 어메이징파크는 자연, 과학,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여 가지 공학 기구를 직접 움직여보는 어메이징파크과학관, 각종 톱니바퀴로 만든 높이 23m 자이언트분수, 중력과 회전운동을 이용한 대형 물레방아 진자펌프 등을 통해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향기로운 잣나무 숲으로 연결되는 길이 130m 아치형 흔들다리 서스펜션브릿지가 짜릿한 즐거움을 더한다.


포천시와 함께 한탄강 협곡 지대를 이루는 연천군은 구석기 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에서 나온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로써 양쪽에 날이 있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 발달했다는 당시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 뒤집혔다. 전곡선사박물관에 구석기 시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유물과 유적이 있다.

 

<글·사진/구완회(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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