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모빌리티’ 승부수 던진 내막

차량공유 기술 3120억 투자…동남아 전기차 호령할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14 [09:48]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모빌리티’ 승부수 던진 내막

차량공유 기술 3120억 투자…동남아 전기차 호령할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14 [09:48]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에서 자동차를 활용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려는 현대차그룹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연이어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 지난해 말부터 모빌리티(이동수단) 관련 기술을 가진 세계 각국의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번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그랩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다. 이를 두고 “제조업을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Hyundai CRADLE Tel Aviv'를 공식 개소하고,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에 전략 투자하는 등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새로운 서비스 제공하거나 혁신기술 보유한 기업에 연이어 투자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업체 ‘그랩’에 2억5000만 달러 ‘베팅’

 

정의선 부회장 그룹 총괄 직후 모빌리티 사업 새 먹을거리 낙점
‘그랩’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 단행한 것도 정 부회장 의지 반영
이스라엘 AI 스타트업 투자는 현대차가 AI 분야 뛰어들겠다는 뜻

 

1. ‘그랩’ 투자 모빌리티 승부수


올해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연이어 투자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의 틀에서 벗어나 첨단 이동수단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Car Hailing) 기업 ‘그랩(Grab)’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고,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EV) 기반의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서도 향후 현대차그룹의 경영 전략을 엿볼 수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1월6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뉴이코노미포럼>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는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공유경제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 달러(284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11월7일 밝혔다. 현대차가 1억7500만 달러(1990억 원), 기아차가 7500만 달러(850억 원) 등이다.


지난 1월 현대차가 투자한 2500만 달러(284억 원)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총 투자액은 2억7500만 달러(3120억 원)에 이른다. 투자 규모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치다. 그랩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모빌리티 사업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낙점하면서 투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무브 서밋’ 기조연설에서 “현대차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투자를 위해 싱가포르로 날아갔고, 11월6일 그랩의 앤서니 탄 최고경영자(CEO)와 전략적 투자·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 지난해 말부터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가진 세계 각국의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번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그랩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신속하게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진입, 시장 선점의 기회를 갖게 되는 동시에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해 혁신기업 이미지를 더욱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지 유력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공략 방식을 통해 자동차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동남아시아 내에서의 판매 확대 및 지속 수익창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전략 투자 및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전기자동차의 신흥 허브(Hub)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그랩의 밍 마(Ming Maa) 사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 첫 가동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함께 내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 주요 국가에 전기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하고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000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 회사 간의 협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 선제적으로 전기차를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협력의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 측에 최초 공급한다. 향후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랩 소속 운전자들은 그랩으로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대여해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전기차를 카헤일링에 활용할 경우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 대비 유류비도 현저히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드라이버나 승객 모두 이용 만족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3사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협업은 지난 1월 현대차의 첫 투자 이후 양사가 전기차 부문에서의 협력 방안을 지속 논의하면서 성사됐다. 더욱이 기아자동차까지 협력에 동참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 계획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드라이버 대상의 유지 및 보수, 금융 등 EV 특화 서비스 개발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 굴지의 전력 공급업체인 싱가포르 파워(Singapore Power)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말까지 급속 충전기 30기를 비롯 2020년까지 충전기 총 1000기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세계 3대 차량공유 시장 공략


동남아시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ICT를 활용한 서비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약 460만 건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 선진시장인 미국의 5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의 모빌리티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업체는 단연 그랩이다. 그랩은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DiDi), 미국 우버(Uber)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랩은 2012년 설립, 현재 동남아시아 카 헤일링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누적 25억 건의 운행을 기록할 정도로 이 분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랩은 카헤일링 분야에서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키워나가고 있다. △라스트마일 음식 및 소포 배달사업을 비롯 △모바일 결재 시스템 ‘그랩 패이(Pay)’ △각종 금융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랩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소프트뱅크, 디디가 그랩의 주요 주주이며,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도 그랩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들과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통합적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Revv) △국내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 전문 업체 메쉬코리아(Mesh Korea)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Migo) △중국의 라스트 마일 운송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Immotor)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Car Next Door)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기아차는 국내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차량 공유서비스 ‘위블(WiBLE)’를 선보였다.
 
2. 이스라엘 AI 업체 전략투자


현대자동차가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Hyundai CRADLE Tel Aviv, 이하 TLV)'를 공식 개소하고,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에 전략 투자하는 등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 크래들 TLV’는 미국의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제로원’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로, 지난 4월 설립된 이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달 말 공식 오픈했다.
여기에는 구글·아마존 등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이 공을 들이는 AI 분야에 현대자동차그룹도 직접 뛰어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이 모여 있는 텔아비브 시내 사로나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인공지능 분야 등 미래 핵심 기술을 보유한 현지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혁신도시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과 중국 베이징에도 각각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 중으로, 조만간 글로벌 5대 혁신 거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 크래들 TLV’ 개소와 함께 현대차는 이스라엘의 유력 스타트업 알레그로.ai(allegro.ai)에 투자를 단행하고 고도화된 AI 기술 확보에 나선다고 11월6일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알레그로.ai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업체다.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될 분야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알레그로.ai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쉬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알레그로.ai와 미래기술 및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구축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 크래들 TLV’의 루비 첸(Ruby Chen) 사무소장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은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 실현과 신속한 업무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라며 “이번 투자로 이스라엘 내 혁신기술 분야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그로.ai의 니르 바레브(Nir Bar-lev) CEO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과 고객 서비스 기술 혁신에 기여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에 전략 투자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인간행동 예측 기술 확보하기로 했다.


또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공지능 기술 분야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딥글린트(DeepGlint)와의 협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총 4500만 달러 규모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하고 인공지능 및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연구를 전담할 조직도 신설했다.
지난 10월 말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AI)을 전담할 별도 조직인 'AIR Lab(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을 신설하고 이를 총괄할 전문가 김정희 이사를 ‘네이버랩스’로부터 영입했다.


'AIR Lab'은 △생산 효율화, △프로세스 효율화, △고객경험 혁신, △미래차량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서비스 비즈니스 등 현대차그룹의 '6대 AI 전략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