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다음 널 사랑한다” 30대목사 그루밍 성추문 전모

청년부 목사가 미성년 포함 女신도 길들이기…피해자 최소 26명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14 [13:07]

“부모 다음 널 사랑한다” 30대목사 그루밍 성추문 전모

청년부 목사가 미성년 포함 女신도 길들이기…피해자 최소 26명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14 [13:07]

올 초 우리나라를 강타한 ‘미투’로 인해 각종 성범죄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계 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들이 위압에 의한 성범죄를 저지른 게 폭로되면서 사회가 들끓었던 것이다. 이에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범죄 의혹이 폭로되었고, 그 폭풍은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를 피해가지 않았다. 평소에도 성범죄가 자주 벌어지던 교회에서, 드러나지 않은 성범죄는 더 많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폭로된 성범죄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발생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성년 신도들의 충격 성범죄 폭로…피해자만 최소 26명
관계 형성 후 심리적 지배…‘사랑한다·결혼하자’고 말해


전문직 성범죄자 1위가 목사…교회는 그루밍 최적의 장소
쉽지 않은 처벌…친밀하게 주고받은 문자가 가해자 보호

 

지난 11월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인천의 교회 목사가 수년 간 여성 신도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전문 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수’에 대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였다. <사진출처=Pixabay>    

 

미성년자들 속인 목사


이 글은 “지난 10년간 김모 목사가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최소 26명”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저희를 길들였고,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고 했다”고 작성자는 밝혔다.


같은 날 저녁 예하운선교회 소속 김디오데 목사 등은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랜 기간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김모 목사와 이 사실을 은폐한 그의 아버지 김모 담임목사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자리를 함께한 피해자 4명은 “저희는 그 사역자(김모 목사)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며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의 말이 더욱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루밍 성범죄는 오랜 시간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한 관계를 맺고 심리적으로 길들인 후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일컫는다. 판단 능력이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주로 나타나는 수법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마음을 열 때까지 호감을 표하고 서로만의 비밀을 만들며 친해진다. 가해자는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성행위를 정당화한다. 이 경우 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로 갑을 관계가 분명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미성년자인 14~16세가 가장 많이 그루밍을 통해 성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저희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또 그 사역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현재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만 최소 26명이라고 폭로했다. 피해 당시 가장 어린 피해자의 나이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들은 김 목사의 그루밍 과정에 대해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저희를 길들였고,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고 했다”며 “당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며 끔찍했던 기억을 말했다.

 

▲ 인천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목사가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피해 여성은 최소 26명으로 드러났다. <사진출처=Pixabay>    


피해자들은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는 “거부할 때마다 나를 사랑하고 그런 감정도 처음이라고 했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할까라는 생각에 김 목사를 믿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나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성적 장애가 있는데 나를 만나서 치유됐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오랫동안 존경한 목사님이어서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범죄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78건 중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사례는 34건으로 43.9%에 달했다.
그루밍 성폭력 과정에서 폭행·협박은 20.6%, 이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거곤란·항거불능(23.5%)이었다. 위계 혹은 위력은 17.6%를 보였다.


그루밍을 통한 성폭력은 일반 성폭력에서 볼 수 있는 범죄 징후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피해자를 길들여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라 상대방을 강제하지 않고서도 성폭력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탁틴내일은 “이는 그루밍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가 부족해 범죄요건으로 정의되지 못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대개 13~16세의 저연령층이었고, 가해자는 모두 성인이었다. 피해자가 당황해 저항을 못 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연애하면 다 이런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범죄를 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은 믿고 의지하는 사역자가 그렇게 다가왔을 때 거부하기 쉽지 않았고, 오랫동안 사랑이라고 믿고 정말 결혼할 사이라고 믿고 비밀을 지킨 것”이라며 “그런데 같은 시기에 여러 아이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합동총회 임원 목사 몇 분과 노회,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개탄했다. 이어 “한국 교회 안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잘못된 성인식이 변화되길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성폭력 범죄발생 건수는 2만928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분의 1 가량이 종교계에서 발생했는데, 개신교 성폭력 범죄는 4131건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전문 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수’에 대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로 나타났다.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였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여성상담소가 201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상담내역을 집계한 결과 총 277건의 교회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다. 교회 성폭력 사건은 60건이 접수됐고 이 중 성폭행은 27건, 성추행 24건, 성희롱과 스토킹을 포함한 기타 사건은 9건으로 나타났다.


탁틴내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그루밍을 당할 때 연령은 14~16세가 44.1%로 가장 많았다.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한 피해자 역시 중학교 3학년인 16세였다. 11~13세와 6~10세는 14.7%로 저연령 피해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교회는 그루밍이 가장 잘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지적했다. 탁틴내일연구소 관계자는 “교회는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기 최적의 장소다. 교회 내 성폭력 대부분은 그루밍 과정에 따라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루밍 범행 단계별 과정에 대해 피해자 고르기, 피해자의 신뢰 얻기, 피해자의 욕구 채워 주기, 피해자 고립시키기,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통제 유지하기 등 단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의 그루밍 행위를 사전에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요되는 용서


이처럼 목회자의 성범죄가 월등한 이유는 ‘교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목회자의 말에 순종해야 하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사랑으로 감싸야 하며 이를 들추는 사람들을 되레 따돌리는 행동 들로 인해 잘못된 생각을 한 목회자들에 의한 성범죄 행위가 드러나지 않거나 덮어진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구성원들이 숨기려 급급하기 때문에 또 다른 범죄로 발전한다. <사진출처=MBC 뉴스 캡처>    


목회자 성추행이 덜 드러난 데에는 일부에서는 실제 행위가 적을 수도 있지만 목회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성경에 나와 있는 ‘용서’에 대한 구절들을 언급해 덮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 내 성차별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서울신학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가 작년 3월13일~4월10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 목회자 장로 집사 등 1025명에게 설문한 결과, 평소 교회에서 성차별적 언어가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74.7%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언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으로는 일반 성도(48.4%)와 목회자·교회 중직자(34.5%), 청년·학생(17.1%) 등이 꼽혔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성추행 관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교계에 차츰 불기 시작한 미투 바람이 종교계 전반으로 번진다면 일련의 미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핵폭풍’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교회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처음 듣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탁틴내일은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주변의 용서하라는 말 때문에 가장 크게 상처받는다. 본인은 아직 용서할 수 없는데, 외부에서 먼저 용서하라고 말하는 건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목사는 ‘KBS’ 보도에 따르면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피해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진짜 괴로웠어요. 믿어줄지 안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다 내가 잘못한 거 맞습니다. 죄책감이 심하고...”라고 말했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김 목사에게 성 상담 치료를 받고, 목사직을 영구적으로 그만둘 것을 요구했지만, 김 목사는 돌연 잠적했다. 현재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예수교 장로회는 지난 10월 김 목사에 대해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제명 처분을 내렸다.

 

쉽지 않은 처벌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는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김모 목사에 대한 내사를 시작, 피해자 측과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지난 11월7일 밝혔다.


경찰은 남녀가 합의하고 성관계 등을 했더라도 피해자의 당시 나이가 13세 미만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이상일 경우에는 강제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또 김 목사가 10대 여성 신도와 친분을 쌓은 뒤 성적 가해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이나 강제추행의 경우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강제성이 있으면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가 가능하다”며 “남녀가 합의하고 관계를 했을 경우 피해자의 당시 나이와 위계·위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 수사가 돌입했으나,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루밍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친밀함을 느낀 상태에서 주고받은 말과 행동이 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성범죄 과정에서 피해자가 항거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처벌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지난 7월 대구에선 삼촌 A씨가 우울증에 걸린 19살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조카와 연인 관계였다”며 통화내역과 메시지 선물을 주고받은 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증거를 채택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알몸사진을 전송한 사실 등이 있다”며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태도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판례를 남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김모 목사 케이스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가해자가 피해자 모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사실이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법적 규제 장치로 “의제강간 연령을 높이는 것”을 주장했다. 현행법상 합의를 했거나 폭행 없이도 만 13세 미만의 사람과 성관계 맺거나 그를 성추행하면 무조건 처벌된다. 이 연령을 미국(16세), 영국(16세) 등처럼 15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가정의 관심과 학교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교회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그루밍 성범죄는 예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최근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지속적 관심을 둬야 하고, 만약 그럴 수 없는 아이를 위해서 학교 교육도 시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청소년에게 친밀한 관계가 주는 안락함은 좋지만 이것이 성적 접촉으로 이어지는 건 큰 문제가 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법적 인식이 낮은 것도 큰 문제”라며 “사회 심리학자의 법적 증언을 자료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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