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힘 빠지자 친박·비박 권력암투 막후

전원책 해촉 파문...구원투수 김병준 밀어내고…김무성·오세훈 띄우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09:05]

김병준 힘 빠지자 친박·비박 권력암투 막후

전원책 해촉 파문...구원투수 김병준 밀어내고…김무성·오세훈 띄우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21 [09:05]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7월 보수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정치판에 뜨겁게 등장했지만 지금은 화려하던 낙엽을 다 떨군 겨울나무처럼 홀로 스산한 계절을 맞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원책 해촉’ 사태 이후 구심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안간힘만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등장하던 무렵 쇄신의 칼바람을 맞을세라 몸을 사리던 한국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하자 ‘이제 안심’이라는 듯 대놓고 권력투쟁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덩달아 차기 당권·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한국당 안팎에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김병준 물러나라”는 얘기까지 입에 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다시 중심을 잡고 지금의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까? 보수진영 통합론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김병준 ‘전원책 해촉’ 사태 이후 구심력 회복하지 못한 채 안간힘
당내 장악력 급격히 떨어지면서 무게중심은 차기 당권주자 쪽으로

 

‘쇄신’ 몸 사리던 친박·비박 ‘이제 안심’이라는 듯 대놓고 세 과시
“김병준 물러나라” 주장 공공연…차기 당권·대권 주자들도 잰걸음

 

자유한국당이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해촉한 뒤에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 변호사가 빠져나간 자리에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를 선임했지만 ‘전원책발(發)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여름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되며 화려하게 여의도에 등판했지만 '껄끄러운 전원책'을 잘라낸 뒤 급격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해촉 파문’의 주인공인 전 변호사가 작심한 듯 “한국당에서 폼 잡고 살던 사람은 물러나라”며 연일 스피커 볼륨을 키우고 있다. 전 변호사는 ‘문자 해촉’ 닷새 만인 11월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의원들 절반은 물러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 변호사는 ‘해촉’ 당일인 11월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할 내용을 폭로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모든 내막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김병준 위원장이 특정인을 조강특위 위원에 넣어달라고 (명단을) 갖고 온 적도 있다”며 김 위원장을 저격했지만 추가 '폭로'는 없었다.

 

작심 전원책 “한국당 절반 물갈이”


전 변호사는 이날 오후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며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자신이 한국당으로 들어간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목청을 키우며 “전권을 가진 조직강화특위 위원을 수락한 것은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하면서 “그 유일한 방법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하는 한편 인물을 교체해 면모를 일신하는 인적청산이었지만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 희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내 역할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 연기 주장을 폈던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당무감사가 끝나면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는 12월15일까지 인적 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이런 의견을 월권이라고 한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의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인적 쇄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전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한국당 내 계파)보스 흉내를 낸 분들은 이제 자중해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여러분들이 자중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폼 잡고 살았던 분들은 물러나 신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지금이 적기”라는 말로 한국당 내 계파 보스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토로했다.


“해촉 이후 지난 8일 동안 묵언수행을 하면서 인터뷰를 모두 거절한 나에게 이름조차 모르는 비대위원들이 ‘언행을 조심하라’며 경고했고, 전권이 아니라 전례가 없는 권한이라는 말도 들었다. 심지어 이미 제작된 특정 프로그램을 두고 ‘정치를 방송에 이용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20년간 방송을 해온 내가 방송을 정치에 이용했으면 했지, 정치를 방송에 이용할 까닭이 있겠는가?”


전 변호사는 김병준 위원장의 조강특위 추천과 관련해서는 “다 아실 만한 분을 나에게 요구했고 나는 응하지 않았다”며 “그것만이 해촉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부분이 갈등의 씨앗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그 문제는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고 김 위원장도 지금 얼마나 어렵겠냐”며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리더십 망가진 김병준 사면초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여름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되며 화려하게 여의도에 등판했지만 ‘껄끄러운 전원책’을 잘라낸 뒤 급격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몇 달 전 당협위원장 231명 전원의 사퇴서를 받으며 야심차게 추진한 ‘김병준표 당 쇄신’이 동력을 잃으면서 한국당이 ‘도로 새누리당’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전원책 해촉’ 사태로 큰 손상을 입자, 비박·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세 결집을 통한 당권 투쟁 조짐이 보인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아예 “김 위원장이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1월1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진행자가 친박계 의원들의 퇴진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 이야기에 어떻게 일일이 답을 하겠나? 내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면서 ”나가라는 이야기는 내가 비대위원장 들어서는 순간부터 있었다. 어제 서셨던 분들 중 몇 분은 비대위 구성 자체를 반대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거센 것에 대해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려 해도 40~50일 여유가 있어야 된다. 이때까지 그렇게 참아왔는데 그 두 달을 못 지켜보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제 마무리 단계이고, 집행을 하는 단계인데 집행조차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므로 그대로 가는 것"이라며 ‘2월 전당대회 개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태극기부대 통합론에 대해서는 “한 그릇에 다 담으려고 그러지 말자는 게 내 생각”이라며 “서로가 지금 의견이 달라 다툼도 있고 그런데 그걸 한 그릇에 다 담으면 그릇이 깨지지 성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영입 초기 보수층의 호응을 받았던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 잇따라 응하며 ‘전원책 풍랑’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망가진 리더십을 가다듬어 혁신작업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십고초려’ 해서 모셔온 전원책 변호사를 문자메시지로 해고하면서 자신도 위기를 맞은 것. 한국당 일각에서는 “김병준 리더십은 이제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에게 호의적인 한 당내 인사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회복 불능에 빠진 것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당협위원장 한두 자리는 취임 초반에 칼질을 했어야 한다”며 비대위가 인적 쇄신을 머뭇거린 것이 현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은 여의도 정치문법 ‘현장직무교육(OJT)’부터 받아야 했다”고 평가했다.

 

친박·비박 세 결집 고질병 또…


이렇듯 김 위원장의 당내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무게중심은 차기 당권주자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그 대신 ‘김병준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체제로 가라앉고 있다. 덩달아 한국당의 고질병인 분열상도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있다. 한국당에 계파 갈등의 암운이 드리우면서 보수통합론이 물 건너가고 한국당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박·친박 의원들이 본격적인 세 결집을 통해 당권 투쟁에 나선 부분이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의원은 11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몰락하는 한국 경제, 비상구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학용·김영우·주호영·정진석·강석호·권성동·김재경·정양석 등 비박계 의원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 김병준 위원장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하고 차기 대권,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한국당 안팎에서는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김무성 의원.


김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 의원들이 보수 대통합 촉구 모임을 가진 데 대해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모임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와서 친박·비박 이런 얘기가 나올수록 국민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친박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친박 의원들도 11월1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우파재건회의’를 열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모임에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언한 정우택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유기준·심재철·조경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모임을 주최한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원외위원장들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지방선거 이후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우택 의원은 “빠른 시일 내 전대를 열어, 당대표가 구심점이 돼 총선승리를 이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 해촉 소동으로 한국당 위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추됐다. 당내 갈등만 증폭시키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최근 어렵게 십고초려 해서 모셔온 전원책 변호사를 문자로 해촉하는 등 당 품격에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비대위가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당이 살아나는 모습을 갖춰야하는데 아직도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을 보면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사퇴한 뒤로 60일 이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미 지난 지 오래”라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추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복당파를 향한 2선 후퇴론도 제기됐다. 정 의원은 “이 당이 어려울 때 버리고 뛰쳐나간 분들이 당의 얼굴이 돼 전면에 나서는 것만큼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는) 엄동설한에도 당을 지킨 보수 적통파”라며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게 시급하다”고 조기 전당대회를 촉구했다.


재건비상행동 구본철 대변인은 “황교안 전 총리를 11월12일 만나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며 “당의 외곽에서 우파 재건과 통합에 뜻을 함께 하겠다, 모임이 지속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며 황 전 총리 영입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아예 김병준 위원장 조기 사퇴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용기 의원은 11월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비대위와 관련해 오늘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그 내용에 따라 당에 데미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전 변호사를 영입한 분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대위를 질타했다.


정 의원은 또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일부에서는 당무감사위원회와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선임을) 한다는데 정당성 자체가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상처를 헤집어 놓고 오히려 상처가 덧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폈다.


박완수 의원은 “김병준 위원장이 그동안 비대위에서 한 성과를 당원과 의원들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당원들이 결과를 수용하면 2월까지 마무리해도 괜찮지만 수용이 안 된다면 2월까지 갈 게 아니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김병준 위원장의 조기 사퇴를 압박했다.


친박 재선인 박대출 의원도 "최근 보이는 여러 우려스러운 모습은 불식되어야 한다"며 "책임있는 분들이 다 내려놓아야 한다. 책임져야 할 분들이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세했다.
 
김병준 힘 잃자 차기주자 몸 풀기


그동안 한국당 당권·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여의도 밖에서 거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도 내년 2월 전당대회 등 한국당 내 선거에서 ‘출마 명분 쌓기’나 ‘지지 결집용’ 몸 풀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오 전 서울시장은 11월14일 민생포럼 창립총회를 통해 공식적인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보수를 단일대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반문 연대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포럼 ‘혁신과 대안’ 출범 계획을 전하면서 “범자유주의 단일화”를 언급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창립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어느 정당이든 정치 노선이나 계파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시점에 지나치게 불거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지금은 화합하고 통합하고 함께 마음을 모아 '반문연대'를 만들어 가자는 데 오히려 힘이 실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친박 진영에서 ‘당이 어려울 때 나갔던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견제하는 데 대해선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그는 한국당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에 관해서는 “2∼3일 전 조강특위 위원이 교체되면서 전당대회 일자가 정해졌고 한창 지도체제나 전당대회 선출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그런 상황에서 출마를 결심할 수 있는 분이 누가 있겠냐”며 “지금 결정짓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오 전 시장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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