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정...그 의미와 파장 집중해부

4조5000억 고의분식…삼성물산 합병까지 불똥 튈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09:25]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정...그 의미와 파장 집중해부

4조5000억 고의분식…삼성물산 합병까지 불똥 튈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21 [09:25]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11월14일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매매거래 정지를 시켰다. 금융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5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 이에 따라 시가총액 22조 원의 국내 6위 초대형주인 삼성바이오가 매매정지를 당한 데 이어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행정소송 방침을 밝혀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금융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 이후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 특혜상장 의혹으로 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질 전망이다.

 


 

증선위,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 인정하고 ‘고의분식’ 검찰 고발
분식규모 4조5000억 결론…주식거래 정지로 ‘삼바’ 최대 위기
삼성바이오 강력 반발…행정소송 방침 밝혀 법정공방 치열할 듯

 

금융위 산하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면서 그 충격파가 삼성그룹과 재계는 물론 정계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11월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증선위 회의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삼성바이오의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오늘 증선위 조치로 삼성바이오 매매가 당분간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융위의 조치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거래를 즉각 정지시켰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가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의 분식회계 결론…왜?


증선위는 “2014년에는 회사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하는 등 콜옵션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했던 점을 고려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증선위가 2012년과 2013년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과실’로 판단했으나 2014년 회계처리는 ‘중과실’로 판단해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은 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회계처리 변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2905억 원에서 4조8806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역시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보던 기업에서 1조9000억 원이 넘는 흑자회사로 바뀌었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요구가 온당하다고 결론 내리고 삼성바이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는 증선위가 고의성을 판단하는 데 ‘스모킹 건’ 역할을 한 삼성의 내부 문건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는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 원을 부과하고 해당 회사의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했다. 또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출발점은 삼성물산 합병이었다. 당시에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고도 무리하게 추진되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까지 나왔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위기설은 2016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찰 등 사정기관은 삼성바이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금이 소통되는 구간점이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무성했다.


실제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조사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결정을 한 회의록과 각종 자료가 나왔다.


국민연금 리서치팀이 작성한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에는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어 있었다. 제일모직이 고평가된 근거 중 하나는 바로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성장성 부각’과 ‘제일모직의 바이오 가치를 총 6조6000억 원으로 반영해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고평가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당시 삼성바이오 공시자료를 보면, 2015년 2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갑자기 4조5000억 원의 이익이 더 생긴 셈. 게다가 당시 삼성바이오의 자기자본이 6000억 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7배가 넘는 이익이 갑자기 생겼다는 얘기가 된다. 이 4조5000억 원의 이익이 분식회계 논란을 낳았고 11월14일 고의 분식회계 결론으로 연결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이 같은 6조6000억 원의 총가치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15조 원으로 평가했고,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19조 원 정도로 평가했다.


바로 이 대목을 근거로 당시 삼성바이오 상장과 관련해 ‘특혜성 상장’이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삼성바이오 주식시장 상장요건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삼성바이오 상장을 위해서 주식시장 상장요건을 바꾸었음을 자인하며 사실상 특혜 상장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나 금감원이 2015년의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 또는 감리를 진행할지 주목된다. 옛 삼성물산 주주 등은 “당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리면서 모기업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았던 제일모직의 가치도 함께 부풀리는 바람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이날 금융위의 결론에 대해 “금융위가 고의에 의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사 회계처리가 기업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 2년 가까이 끌어오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처리가 과실 또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다. 사진은 삼성바이오 건물.    


이날 증선위의 '고의분식' 결론에 대한 잘잘못은 삼성이 실제 소송을 낼 경우 행정소송과 이어지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그러나 연말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 이번 증선위 결정이 영향을 미칠세라 삼성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선위의 ‘고의분식’ 결정은 이 부회장의 승계구도를 짜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세간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이 결정이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삼바’ 결론에 촉각


한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이 ‘고의’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번 결정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며 환영하는 동시에 향후 증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14일 증선위 결정 직후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며 사필귀정”이라며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로 철저한 수사로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금융위 발표 다음날인 11월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삼성바이오 주식을 보유한 소액 투자자만 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상장폐지에 대한 증권거래소 판단이 나오기까지 최대 1년이 걸린다는 관측도 있다”면서 “증권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선의의 투자자의 손해가 최소화되도록 상장폐지 절차 최소화 등 관련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는 “고의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질서를 심각히 왜곡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하며 “기업들도 회계투명성 책임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회계조작을 통해 기업 오너일가 지분승계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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