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전말

차명 자회사에 410억 특혜 제공하다 ‘덜미’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09:30]

GS칼텍스,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전말

차명 자회사에 410억 특혜 제공하다 ‘덜미’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21 [09:30]

선박입출항법 어기고 편법으로 9년간 예선업체에 일감 몰기
관계당국 윗선 수사 어디까지? 허진수 회장 위법 알았을까?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기름값 담합한 혐의로 651억 손해배상

 

국내 대형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위장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 410억 원대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GS칼텍스가 차명으로 9년간 운영한 예선(다른 선박을 끌거나 미는 배)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해경에 적발된 것이다. 현행법상 원유 화주(貨主)인 정유업체는 예선업체를 보유할 수 없게 돼 있어 임직원과 법인이 입건됐다.


11월13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차명으로 예선 업체인 남해선박을 보유하고 주식을 소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로 신고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적발됐다는 것.


GS칼텍스는 남해선박을 자회사로 보유한 상지해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구 항만법)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에 허위 신고를 했다.

 

▲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위장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 410억 원대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입출항법(25조·예선업의등록제한 시행 규칙)에 따르면 원유·액화가스류·제철원료·발전용 석탄의 화주(貨主)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다.


GS칼텍스는 상지해운을 통해 사실상 남해선박을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 회사인 차명회사 씨케이해운과 그랑블루가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GS칼텍스에서 주로 이용하는 VLCC급 선박은 30만 톤 수준으로 항구에 정박하려면 예인선 6척이 필요하다. 남해선박의 경우 4척의 예인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광운선박의 예인선을 합쳐 6척의 일감을 모두 2개 예인업체에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GS칼텍스 측은 해양경찰청의 수사 진행에 지난 9월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그만두고 예인선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사회적 계약을 맺었다. 모든 예인선을 각 회사에 1척씩만 배분한다는 계약으로 9월 이후 이를 지켜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원유의 화주인 정유업체가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는데도 남해선박을 2009년 11월 허위로 등록한 뒤 최근까지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특혜를 제공한 GS칼텍스 전 본부장 C씨, 전 수송팀장 D씨, 예선 업체의 대표이사 E씨 등 10명을 선박입출항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의 조사결과 C 전 본부장 등은 남해선박이 금융권 대출 초과로 담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GS칼텍스의 자금 70억 원을 해당업체 선박 건조자금으로 무담보로 빌려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생산공장장 F씨는 관할 해양수산청에 선박연료공급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남해선박이 소유한 배 등에 340억 원 상당의 연료를 공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총 410억 원대의 특혜를 제공해준 것이다.


이밖에 남해선박 대표이사 G씨 등은 예인선 배정을 대가로 예선비의 20%를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해운대리점에 제공하는 등 예선 업체와 해운대리점 간에 44억 원 상당의 뒷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GS칼텍스가 원유의 화주로서 예선 업체를 운영할 수 없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편법으로 남해선박을 위장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해경은 지난 3월 GS칼텍스와 남해선박 간의 의혹을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차명주식 매입 각서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관련자 30여 명을 조사했다.


해경 관계자는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펼칠 것”이라며 “해운 항만업계와 관련 종사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GS칼텍스가 편법으로 남해선박에 일감을 몰아준 것에 대한 사법당국의 윗선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허진수 회장이 GS칼텍스에서 이런 위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허 회장의 부실한 조직 관리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GS칼텍스는 차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이어 또다른 위법 논란에도 휩싸였다. SK에너지, 한진트랜스포테이션과 함께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유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2억3600만 달러(약 2670억 원)의 벌금과 5750만 달러(651억 원)의 민사 손해배상액을 부과받은 것이다.


미 법무부는 11월14일(현지 시간) 이들 3개사가 주한미군 유류 납품가 담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총 8200만 달러(929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입찰 공모 과정에서 독점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1억5400만 달러(1745억 원)의 민사상 손해배상금도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별 민사 배상 규모는 SK에너지 9038만 달러, GS칼텍스 5750만 달러, 한진트랜스포테이션 618만 달러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GS칼텍스 등 3개 정유업체의 기름값 담합은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이뤄졌다는 것.
매컨 델러힘 반독점 미국 법무부 차관은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주한미군을 상대로 10년 이상 유류 공급가격을 고정하거나 입찰을 조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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