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만 있고 스승은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 학교

"교권이 붕괴됐다" VS "교사가 불신 자초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11:22]

교사만 있고 스승은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 학교

"교권이 붕괴됐다" VS "교사가 불신 자초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21 [11:22]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등 교권 침해 수준이 점점 험악해지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교폭력 처리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밤낮 없이 전화·문자로 민원하는 일부 학부모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교원단체는 “교사를 보호할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사들이 이같은 교권 침해를 자처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교권침해…교사 폭행까지 빈번
선생님 믿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불신감’ 팽배해


특수한 직종인 교육 서비스…교사 무시 풍조는 심각
명문화된 제도 절차하에 학생 지도할 수 있게 해야

 

최근 들어 교권 침해 관련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11월8일에는 전북 고창군의 한 초교에서 여성 A씨가 교실에 난입해 여교사 B씨의 뺨을 2~3차례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교실에는 학생 20여 명이 있었다. B씨는 3년 전 전주의 한 초교에서 A씨 딸의 담임교사였다. 당시 A씨 딸이 집단 따돌림 피해를 봤는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권고해 ‘화해’로 마무리됐다.

 

▲ 최근 교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붕괴되는 교권


A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딸이 최근 비슷한 사건에 휘말리자 격분해 초교 시절 담임을 찾아와 해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1일 성명을 내고 “민주화 과정 속에서 정당한 공적 권위까지 흔들리고 있다”면서 “정당한 공무집행 방해 사안을 엄벌하고, 교육청에 교권 전담변호사를 고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8월 경남의 한 고교에서는 ‘몰카 사건’이 발생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2학년 남학생 4명이 수업 중 여교사 3명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5차례 촬영하고 인적관계망서비스(SNS) 비밀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가 발각됐다. 학교 측은 촬영을 주도한 4명과 동영상을 유포한 2명 등 6명을 퇴학시켰는데 학생들이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일상적 교권 침해도 교사를 괴롭게 한다. 학교폭력 처리를 둘러싼 악성 민원이 대표적이다. 제주에서는 최근 한 학부모가 아이가 다니는 초교를 상대로 100건가량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해 교원 사회의 반발을 샀다. 학교 측은 청소 시간에 학생끼리 사소하게 다툰 정도로 판단해 가해 학생에 ‘서면사과’ 조치했는데 학부모 측이 추가 보호 조치를 요구하며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전의 한 초교에서는 학교폭력 탓에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따를 수 없다”며 수차례 민원을 내고 공개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교사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휴직하기도 했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대해 교사가 자율 판단해 해결할 권한을 전혀 주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퇴근 뒤 날아드는 학부모들의 전화와 문자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교총이 지난 6월 유·초·중·고교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스마트폰을 통한 교권 침해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술에 취한 학부모가 전화해 처지를 하소연하거나 욕설하는 등의 사례가 많았다.


교원 사회의 피로감이 커지자 교총은 최근 “교권 3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해 달라”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교권침해 행위자를 교육감이 반드시 고발하도록 의무화하는 교원지원법 ▲각 학교에 설치된 학폭위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법 ▲벌금 5만 원 수준의 가벼운 처벌만 받아도 10년간 학교나 체육시설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일률 규제한 아동복지법 등의 개정을 요구한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숙려제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학폭위 이관 등의 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서로 간의 불신


가장 큰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성적조작·시험지 유출 의혹, 학생 폭행, 성희롱·추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교사들은 일부 교사의 일탈을 일반화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간섭으로 오히려 교권이 침해당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과도한 교육열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교사와 학부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사진출처=강원도교육청>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08건이다. 전년(572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10년 전인 2007년 204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0년대에 들어 200건대를 유지했지만 2012년 335건이 접수되면서 처음으로 3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4년 439건 ▲2015년 488건 ▲2016년 572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교권침해란 학부모·학생·교직원·제3자 등에 의해 교사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교권침해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던 교사의 권위가 그만큼 추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인성교육보다 성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꼽힌다. 교사가 학생들의 인성과 가치관을 바로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진학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자로 전락하면서 교권침해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비중이 2015년 45.5%에서 2016년 46.7%, 지난해 52.6%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교총 조사에서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유형 중 학생지도(43.1%) 비중이 가장 컸다. 이는 교사의 학생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폭언한 경우다. 이어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27.3%), 학교폭력 사안처리과정에서의 교권침해(18.4%) 순이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교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지난 1월 충남의 한 고교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시험지를 유출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무부장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며 “교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험지까지 유출하는 상황에서 교사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최근 180여 명의 학생이 교사들로부터 성희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뉴스를 봤다”며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교사들은 학생부 작성 등 학생 관리에 대한 학부모 간섭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과거와 달리 학생부 비중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학생부를 소신껏 꼼꼼히 기재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일부 학부모들이 성적 조작이나 특정 학생 편애 등을 의심해 학생 관리에 간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정말 힘이 빠진다”며 “교육자로서의 소신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교원단체는 일부 교사의 일탈을 일반화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질적 향상을 이룬 교육계가 단지 몇몇 사례들로 불신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최근 발생한 교사의 성추행·성희롱 발언이나 시험지 유출의 경우 오히려 교육계의 자성 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교사들의 국민 청원마저 등장했다. 지난 4월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 왜 이 조롱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상당한 동의를 얻었다.

 

교원의 권위


이처럼 최근에는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실제로 “교권 무너져서 선생짓 못 해먹겠다”는 기사와, “선생님들 때문에 학생들 못 살겠다는 기사”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교권 붕괴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과거에는 유교 문화등으로 인해 ‘스승’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적 권위는 매우 높았으나,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의 스승-제자의 관계가 서비스 제공자-서비스 수혜자의 금전적인 관계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선생님-학생도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관계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상위 교육기관인 대학 중에서 국공립대학마저 등록금 인상시 당연하게 ‘교육서비스’의 향상같은 말을 공식적으로 언론에 사용한다. 한마디로 교육은 서비스로 인식되는게 현실이며 구성원인 대학생들도 교수 앞에서 교육은 서비스라고 말하고 교수들조차 그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학교수의 권위와 교사의 권위중에서 누가 높은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당연히 전자가 우위일 것은 명확한데도, 교수조차 동의하는 현실을 교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권위적인 교권의 회수를 거부하고 되돌려달라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권 강화, 교권 붕괴’라는 단어 자체도 교원의 권리보다는 교원의 권위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즉, ‘문제 학생 때문에 교육을 하는데 있어서 방해가 된다, 교육을 하는데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받는다.’가 아니라, ‘감히, 학생이 하늘같은 스승을?’ 이렇게 접근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권위가 아닌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면 ‘교권 강화, 교권 붕괴’라는 단어도 각각 ‘교권 보장, 교권 침해’정도가 적절하다.


실제로 지금은 서당에서 교육받은 세대, 국민학교 세대, 초등학교 세대가 모두 공존하고 있고, 과거의 권위주의적 사고가 사라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선생님’이나 ‘선생’이란 말 자체도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의 teacher(티처)는 그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특이한 점이다.


다만, 다른 서비스업과는 달리 선생님-학생 사이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시켜야하는 교육분야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학생과의 갈등이 생긴다.


이로인해 교권 침해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에는 부정적인 입장도 많다. 강력한 체벌로 학생의 정당한 의견 제시를 묵살하는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도 많은 상황에서 교권 침해로 생각되는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권 침해의 개념이 불분명한 상황이므로 교권 침해의 개념을 분명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정당한 이의 제기를 교권 침해로 포장해버릴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활동가는 “교사의 권리가 현대로 오면서 약화되긴 했지만, 소수의 사례만으로 붕괴를 운운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냐 하는 점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다른 관공서의 공무원들이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상당히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신성한 종교마냥 예외로 해달라는 모습은 복지부동으로 보일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권침해가 연간 12% 이상 늘어난다고 하지만 비단 학생-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문제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통계를 본다면 교직원에 의한 피해, 교육당국에 의한 피해 등 학생과 관련없는 데이터가 50%가 넘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학생들이 교권에 피해를 입힌 사례는 5%채 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무엇?


그렇다면 교권침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다. 교사진들도 구시대적이고 애매한 교권 개념에 대한 집착 대신, 보다 합리적으로 명문화된 제도와 절차 하에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행 청소년들 역시 체벌과 같은 방법이 아닌 제대로 된 민사 및 형사 처벌을 통해 피해 교사의 구제와 가해자의 처벌을 보장하도록 법의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주인 학교 차원에서의 교사 보호도 시급한 문제다. 교육학 전문가는 “학생 및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학교차원에서 밟을 수 있는 공식 절차나 매뉴얼이 없다 보니 서로 불신하고 사적으로 만나 싸움을 하는 형국”이라며 “서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나 매뉴얼을 만드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의 경우는 교육현장만큼은 전문가인 교사를 믿고 과잉 관심을 낮추는 자세와 과도한 교육열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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