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홍석현이 말하는' 한반도 평화' 해답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절묘한 조합이 이룬 황금기회 놓치지 말자"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13:03]

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홍석현이 말하는' 한반도 평화' 해답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절묘한 조합이 이룬 황금기회 놓치지 말자"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1/21 [13:03]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2017년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전 세계의 우려와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의 속도를 높이며 위세를 과시했다. 급기야 2017년 9월에는 “대북 군사행동은 분명한 옵션”이라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었다. 전 세계의 관심은 한반도에 쏠렸고, 다행히 2018년 4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평화국면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는 드라마와 같은 반전을 연출하며 평화로 한 발 더 깊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오랫동안 쌓인 불신, 수많은 합의가 결국은 파기됐던 아픈 기억 등으로 지금의 국면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이 펼쳐 보이는 유화적 자세는 경제적 지원을 취하기 위한 가식이며, 이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또한 존재한다.

 


 

‘한반도 평화 시나리오’ 현실주의적 비전으로 접근해야
트럼프, 평화의 반전카드…김정은, 경제발전 의욕 강해


홍 이사장, 평화 로드맵 스무 고개식 문답으로 제시해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평화 위한 신념과 고민 담겨

 

▲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의 표지. <사진제공=메디치>   

 

오래된 숙제이자 민족적 과제로서 남북 간의 평화, 나아가 통일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현재 남북과 북미를 포함한 동북아의 힘겨루기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특히 과거의 그 어떤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재의 국면을 만들어내고,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하여 남북, 북미, 동아시아의 관계를 주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현명한 답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해 11월 23일 공식 출범한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홍석현 이사장은 신간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의 저자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사진출처=한반도평화만들기>

 

한반도의 해답


저자는 지금 우리가 다뤄야 할 중심 의제는 통일이 아닌 평화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시도해왔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노력이 아니라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날 흡수 통일론, 북한 붕괴론, 북한 민주화론 등 다양한 대북 접근 방식은 우리의 압도적 우위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시나리오들일 뿐이었다. 북한경제를 개발이나 투자 대상으로 상정하는 것 역시 그와 비슷하다. 이러한 관점은 희망적 사고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우리의 이미지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 방향에서 남북한 평화공존을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결합해야 한다고 보는 진보적 민족주의의 아이디어도 급진성을 담은 이상주의적 관념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점은 냉전을 통해 변형된 한국 민족주의의 분열증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민족 감정은 일민족일국가 원리 위에서 통일국가의 염원을 실현코자 하는 감정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바로 그 힘은 분단과 전쟁을 불러왔던 파괴적 폭발성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늘 남북한 적대관계는 물론 ‘남남 갈등’으로 표현되는 국내의 이념대결을 불러들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평화는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하며 평화공존의 제도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그 해답으로 현실주의적 비전을 제시한다. 평화공존의 기본 원리는, 북한이 그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한국 측의 노력이다. 북한의 비핵화나 개혁개방으로의 전환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남북한 간 상호이익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확대하는 일이다.

 

반전의 평화


최근 한반도의 평화 기류에 대해 저자는 이러한 반전을 불러온 가장 큰 계기를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제재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중국의 팔을 비틀어 제재에 동참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미국의 군사 옵션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도 꽤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그가 내뱉었던 말들은 단순한 언변으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미국은 지난 2017년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군사 옵션에 대한 연습을 끝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은 70년 가까이 서로를 적대시해왔지만 북미 두 정상을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마주앉게 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싱가포르에서 직접 만나 비핵화에 합의한 북미 두 지도자의 용기를 높게 평가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도 한 몫을 했으리라고 판단한다. 4·27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린 결의는 그 열망의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완결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전략노선으로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을 결의한 회의였기 때문이다. 잘 살고 싶다는 욕구가 지금과 같은 국면 전환을 불러온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 점이 가장 현 국면에서 희망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이후 정의용 대북특사와의 면담에서 “우리는 가난한 나라”라고 솔직히 말한 바가 있기 때문에 경제 발전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는 진실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의 논의과정에서 부족한 점도 확실히 지적하고 있다. 먼저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그 직전까지 거론되던 북핵에 대한 CVID, 즉 완전하고 (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 (Decnyclearrization)가 명기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족한 점으로 뽑는다.


이어서 북미 관계의 급진전은 한반도 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과도 연관이 있으니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의 핵보유만큼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쟁을 불사한다는 각오로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북핵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 문제이자 국제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핵 폐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북핵문제 전문가인 스탠퍼드대학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적어도 15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핵 수준이 진전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비핵화한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죠"(27쪽).

 

"북은 왜 핵을 놓지 못할까요? 무아마르 카다피나 사담 후세인처럼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나고 살해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새로운 궤도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미국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겁니다. 그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신뢰가 중요합니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겠다며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반드시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경제가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 정부는 그 과정을 포용적으로 잘 관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22~23쪽).

 

홍석현 이사장


홍 이사장의 이번 책은 그가 오랜 기간 남북 평화와 통일에 대해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2018년 9월 원로자문단의 일원으로 평양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던 홍 이사장은 스탠퍼드대학 유학 시절 여성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이 북한에 다녀와서 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북한 문제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 후 원불교 김대거 종법사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받고 화두처럼 꾸준히 이 문제에 천착해왔다. 그때부터 홍 이사장은 이론적·학술적으로 북한 문제를 공부해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 싱크탱크를 구성하고 여러 학술·문화 단체를 설립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해 실천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책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는 2018년 찾아온 평화 국면을 어떻게 이해하며, 그 이면에 깔린 이해당사국들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이 국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나아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홍 이사장의 평화 로드맵을 스무고개식 문답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안전보장에 대한 생각을 근원적으로 바꾸기를 바랍니다. 핵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신뢰와 사랑으로 안전보장을 확보하겠다고 말이죠. 핵을 가지고 근근이 불안한 삶을 유지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김 위원장이 잘살게 만들어준다면야 주민들의 자발적 지지가 절로 따라올 겁니다. 충심으로 다수가 지지하는데 누가 그를 제거하려 들겠어요. 이게 바로 핵보다 중요한 자기 안전보장 대책이지 않을까요. 이런 안전보장 개념이 중요합니다. 잘살게 된 주민들의 자발적 지지야말로 진정한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길이란 사실을 그가 반드시 이해해주길 바랍니다"(60쪽).

 

계속되는 질문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해소되고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안전보장 장치는 무엇이며,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위해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 퍼주기 논란을 피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을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은 믿을 만한 것이며 그를 신뢰할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북한 관련 뉴스를 보면서 누구나 자연스레 이러한 의문을 가질 법하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적 활동을 펼쳐온 저자의 사려 깊은 대답을 읽노라면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남북문제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는 나침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음식의 상징인 김치가 남북을 잇는 가교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현재 많은 양의 김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그 김치를 북한에서 들여오면 되잖아요. 우리는 북한에서 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 비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이 판매할 수 있는 건실한 시장도 제공하는 거죠. 더욱이 북한에서 토지를 임대받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에게 현대식 농경제를 전수할 수도 있겠지요. (…) 이처럼 우리 기업의 진출과 투자에 더해 소위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던 경험 많은 세대들을 통한 경영 지도도 가능할 거예요. 게다가 젊은 학생들을 잠재력 있는 미래 사업가로 만들고, 회계나 마케팅 등을 가르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지사에서도 채용할 수 있겠죠. 그런 회사에서 인턴 사원을 해보거나 경협기구에서 활동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요"(95~96쪽).

 

홍석현 이사장은 무엇보다 한반도에 실질적으로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실천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에서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의 절묘한 조합이 이루는 황금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한 남북문제에 공론화위원회 도입하여 국내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예산 1퍼센트 통일기금 조성하여 실천적 준비를 해야 하며, 다자보장 체제 구축, 문화 교류, 청소년 교육 등을 통한 동질화 노력 등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그가 책의 서문에서 밝힌 “관념적이고 감성적 접근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천적 해결 방안”들이다.

 

"한반도의 현실을 이론적 틀에 넣고 생각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최종적인 비핵화를 완성시키고 평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게 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글이나 말로만 백날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또 실질적으로 북한의 우리 동포들이 불행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143쪽).

 

특히 남남 합의를 위해 야당과 보수 세력을 설득하라는 조언은 문재인 정부가 분열된 여론을 우선 통일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장도의 첫발을 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꿰뚫고 있는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 동포에 대한 사해동포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북한이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을 통해 시급한 빈곤과 궁핍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돕자고 주장한다. 이어 저자는 “저는 북의 우리 동포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민족으로서도, 보편적 인류애 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와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북한이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진심을 밝힌다.

 

"저의 행보를 보수 진영 사람들은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진보 진영 사람들은 자기네 식구가 아니라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듯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외로운 길이었어요. 진보 진영은 흔히 민족 감수성에 바탕을 둔 고유한 정치적 논리와 프레임을 제기해왔는데, 저로선 그 같은 남북 관계의 틀을 수용할 수가 없었어요. 북한 입장이나 주장에 동조하는 게 유일한 평화와 통일의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북한이 주체적으로 자기들만의 평화 방안을 고안해왔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의 철학과 원칙 위에서 독자적으로 평화와 통일에 대해 구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이 무작정 북한을 적으로 매도하는 논의여서는 안 되겠지만"(170~171쪽).

 

책의 말미에는 2017년 홍 이사장이 설립한 후 각계의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의 설립 취지와 앞으로의 역할, 목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9월 원로자문단의 일원으로 평양남북정상회담에 다녀온 후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실었고, 책의 곳곳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시사용어와 전문용어를 상세히 풀어 이해를 높이고 있다.


그는 보수 진영 사람들의 탐탁지 않은 눈빛과 진보 진영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이 책이 분단과 전쟁·냉전의 산물인 보수·진보의 진영 프레임에서 비롯된 소모적 남남 갈등을 완화하고, 화해와 통합의 출구를 찾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그의 신념과 노력이 만들어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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