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태광·금호·하림·대림 칼 겨눈 내막

총수 일가 사익편취 콕 찍어 ‘재벌개혁’ 속도 내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28 [09:47]

공정위, 태광·금호·하림·대림 칼 겨눈 내막

총수 일가 사익편취 콕 찍어 ‘재벌개혁’ 속도 내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28 [09:47]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재벌개혁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태광·하림·대림·금호 등 4대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혐의가 확인되자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 <한겨레>가 11월22자 지면에서 ‘단독’이란 어깨를 걸고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공정위가 태광·하림·대림·금호아시아나 등 4개 그룹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혐의를 확인하고 그룹별로 심사보고서 송부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 심사보고서는 공정위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전원회의에 제재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김상조 “대기업 일감 몰기 논란 계속 땐 제재” 여러 차례 경고
금호아시아나 10개월, 하림 14개월, 대림 16개월 사익편취 조사

 

태광·하림·대림·금호 그룹 중 일부는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를 이미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해욱 대림 부회장에겐 출석요구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제재는 새해 초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공정위가 재벌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태광, 하림, 대림, 금호 등 4대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은 혐의가 확인되자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공정위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기업집단의 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하림을 시작으로 대림·미래에셋·금호아시아나·한진·한화·아모레퍼시픽·SPC·삼성·SK 등 10개 그룹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조사 기간은 보통 2년이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는 올 1월 착수 이후 단 10개월 만에 절차를 마쳤다. 하림은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 대림은 지난해 9월부터 16개월 걸렸다. 김상조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 전부를 가진 휘슬링락 골프장 등이 제조한 김치·와인 등을 다른 계열사들이 비싸게 사고, 한국도서보급이 발행한 도서상품권을 계열사 직원들에게 복리후생 명목으로 배분해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IT 계열사 티시스는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고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관리실장은 2014∼2016년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했던 IT 계열사 ‘티시스’에 그룹 내 일감을 몰아주고, 또 이 전 회장과 아들 현준 씨가 100% 소유했던 ‘한국도서보급’이 발행한 도서상품권을 그룹 내 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 대신 나눠주면서 매출을 올리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2년간 조사를 거쳐 이 같은 혐의를 확인했다.
2016년 시민단체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티시스 등 이 전 회장이 소유한 회사의 김치·커피·와인 등을 사들이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며 공정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태광그룹은 공정위 조사 직후부터 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해 올해 전체 계열사 수를 26개에서 22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티시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각각 한국도서보급, 태광관광개발과 합병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된 회사를 정리한 바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고발 의견을 냈다고 해서 바로 이 전 회장 등이 검찰에 고발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업체 측 소명을 들은 뒤 전원회의나 소회의를 열고 심의를 벌여 고발 여부, 과징금 규모 등 최종 제재안을 결정한다.


공정위가 실제 고발을 결행하면 이 전 회장은 다시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 2011년 4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되고 보석 결정을 받은 지 7년8개월 만이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황제 보석’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법원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회장이 2015~2016년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IDT 등 7개 계열사와 자금·유가증권 거래를 하며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부당지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열사인 아시아펀드가 금호홀딩스 출자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회사채를 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가 인수하고, 그룹 산하 2개 공익재단이 100% 지분을 보유한 KA 등 3개 회사가 금호홀딩스에 출자한 것도 부당지원 혐의를 사고 있다.


공정위는 박삼구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박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금호홀딩스가 지난 2016년 금호산업 등 7개 계열사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이자율을 낮게 책정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홀딩스가 대신증권 등 외부회사에서 빌린 돈의 이자율은 5~6.75%다. 반면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율은 2~3.7%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5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호그룹의 계열회사 간 자금거래 등의 적절성 검토'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한 달 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올해 1월 공정위는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등 5개 계열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대림그룹은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대림코퍼레이션과 에이플러스디 등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림은 지난 1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에이플러스디 지분 100%를 정리한 바 있다.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씨가 계열사 올품을 증여받은 후 올품과 자회사 한국썸벧의 매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탈세를 한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3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건축설계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우종합건축사무소의 실소유주가 삼성이라는 사실도 공식 확인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회장 측은 지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을 고의로 빠뜨렸다는 것. 서영엔지니어링은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지난 1994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삼우종합건축사무소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등 삼성 관련 건축물 설계를 도맡았었다. 업계에선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삼성의 ‘위장 계열사’로 공공연하게 통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측은 이를 부인해 왔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결과, 삼우종합건축사무소는 1979년 3월 법인 설립 직후부터 2014년 8월 삼성물산이 인수하기 전까지 삼성종합건설이 실소유주였다. 그러나 차명 주주인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임원 소유로 위장돼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우종합건축사무소 내부자료에는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라고 적혀 있다. 또 차명 주주인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임원들의 지분 매입 자금 역시 삼성이 지원했다. 아울러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임원들은 주식 증서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배당도 요구한 적이 없다.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2014년 8월 삼성물산이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설계 부문을 인수할 당시에도 차명 주주들은 실제 가치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만 받고 지분을 모두 양도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삼성의 삼우종합건축사무소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도 포착했다.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지난해 매출액 1946억 원 가운데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로 인한 매출액이 1273억 원이었다. 게다가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은 매출 이익률은 다른 계열사 매출 이익률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삼성 총수 일가의 비리에서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중요한 고리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공정위 역시 지난 1997년 삼성과 삼우종합건축사무소를 중점관리대상에 선정하고,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조사했었다. 하지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김상조 위원장이 과거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의 신고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삼성의 관계를 눈 여겨 봤었다. 경제개혁연대는 2016년 10월 이 문제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결국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5월 이 문제를 다시 조사했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익명의 제보자가 과거 조사 당시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삼성이 숨겼던 증거 자료를 지난해 공정위에 제공했다. 이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재벌개혁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하며 일부 대기업집단의 새로운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나서는 등 ‘재벌 저승사자’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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