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전격 퇴진 폭탄선언 막후

“금수저 물어 이에 금갔다…청년창업 새로운 길 가겠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2/05 [09:37]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전격 퇴진 폭탄선언 막후

“금수저 물어 이에 금갔다…청년창업 새로운 길 가겠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2/05 [09:37]

“회사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건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2019년 1월1일자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2019년부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기로 한 것. 재벌기업 오너 경영인이 갑작스레 퇴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오랫동안 고민해온 결과라는 게 코오롱그룹 측의 설명이다. 사회적 물의를 희석하려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의적으로 ‘조기 퇴진’을 두고 ‘신선한 자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장직을 버리고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이웅열 회장의 전격 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취재했다.

 


 

“2019년부터 그룹 경영에서 손 떼고 물러나겠다” 폭탄 선언
“금수저 물어 이가 다 금간 듯…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이 2019년 1월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 주식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회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11월28일 밝혔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11월28일 “2019년부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웅열 회장이 퇴진 발표 모습.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포럼에 참석했다. 평소 이 자리에서 발언을 하지 않던 이 회장은 포럼 말미에 예고도 없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뒤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폭탄 선언’을 내놨다.

 

예순세 살 회장님 새로운 도전


그룹 임직원에게 생중계된 세션 후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코오롱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올려 퇴임을 공식화했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고 코오롱그룹 측은 밝혔다.

 

▲ 코오롱 사옥.    


이 회장은 서신을 통해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혀 또다른 도전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며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말했다.


이후 행보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 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떠나면서 임직원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고 고백하면서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그룹 변화와 혁신의 모멘텀을 지피기 위해 스스로의 변화를 택했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검은색 니트에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으며, 10여 분간 퇴임사를 읽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안팎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대주주로서의 역할만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코오롱의 지분을 49.74% 갖고 있다. 20년째 맡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직도 내려놓을 계획이다.
이 회장의 퇴임 발표는 비서실 직원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을 만큼 극도에 보안 속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세 살인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1994년 작고) 회장의 아들 이동찬(2014년 작고) 명예회장의 1남5녀 중 외아들로 1977년 주식회사 코오롱에 입사했다. 1996년 회장에 취임해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취임 다음해인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아 26개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20여 년간 수천 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성공사를 썼다.


오너 경영인인 이 회장이 총수 사망·와병 이후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반 재벌과 달리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한 것과 관련, 재계에선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별 책임 경영


코오롱그룹은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통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 회장의 사퇴선언 직후 “앞으로 지주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두어 그룹의 아이덴티티,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한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CEO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젊은 CEO들이 그룹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오롱그룹은 2019년도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주식회사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주식회사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COO는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코오롱 전략기획담당과 계열사 리베토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이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이 상무보로 발탁돼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재무분야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등 바이오신약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이로써 코오롱그룹은 2013년 그룹 최초로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10년째 여성임원의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졸공채 진행시 여성 인력을 30% 이상 지속적으로 뽑아오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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