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출연한 유아인

“돈이 좌우하는 시대에 ‘울림’ 주고 싶었다”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2/05 [10:38]

‘국가부도의 날’ 출연한 유아인

“돈이 좌우하는 시대에 ‘울림’ 주고 싶었다”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8/12/05 [10:38]

“‘내 앞에서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말라’는 대사 마음에 들어”
“TV쇼 출연 제안 와서 고민 중…어쩌면 내년엔 TV쇼 할 수도”

 

배우 유아인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 역할을 펼쳐 주목을 끌고 있다. 연기를 통해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화두를 던진 것. 의미있는 영화에 참여한 배우답게 유아인은 냉철한 문제의식과 적극적인 화법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국가부도의 날>은 어떤 영화인가.
▲한 사건을 중심에 두고는 있지만 경제위기는 한 계층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국민들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 사건이 만든 다양한 이야기가 많은 것을 돈이 좌우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에게도 공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떤 지점에서 많이 끌렸나?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잘 흘러갔다. 인물들의 구조가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에 분노도 치밀어 오르고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될까, 나는 어떤 역할을 할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IMF를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로서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연결성을 가지기도 하고, 이 사실이 생소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줄까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IMF가 누군가에게는 아직까지 계속 되는 상처이자 고통, 결핍, 충격인데, 만드는 사람들이 충분히 예의 있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과 제작진이 주는 신뢰가 충분히 있었다. 이걸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인간 세계를 진중하게 그려내는 걸 보면서 마음이 끌렸다.


-비중이 많은 배역이 아님에도 출연했는데, 고민은 없었나?
▲전작과의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없었던 것에 조금 고민은 있었지만 영화 자체에 끌림이 있었다. 나 혼자 끌고 나가야 해서 무게감이나 책임을 져야 하는 작품이라면 조심스러울 수 있겠으나 든든한 선배님들이 함께하는 작품이고, 영화에서 젊은 세대와 호흡하고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작품에 참여했다.

 


-‘윤정학’은 IMF로 인해 실패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정반대에 서는 인물이다.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정의, 욕망, 결핍 때문에 오는 상처, 가슴 아픈 순간 등 하나하나의 감정에 극대화된 인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정학은 욕망을 대변한다. 그렇게 돈을 추구하고 돈을 따라갔고 돈이 있으면 모든 걸다 해결해 줄 것 같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삶을 살지 않고 여전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그의 욕망은 이뤄졌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보통의 인간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윤정학의 대사 중에 “내 앞에서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말라”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고 인물에 대한 끌림을 만들어 주었다. 비중에 비해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욕망이란 게 뭔지, 기회주의자라는 게 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인물이다. 욕망이 있고 기회를 잡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요즘은 오히려 기회주의자처럼 굴지 않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좀 더 안정적고 편안하게, 많이 잃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현명하다고 말하는 시대가 아닌가. 과연 윤정학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 인물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관, 신념, 욕망을 돌이켜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도 그걸 느껴주면 좋겠다.


-영화 속 윤정학이 증권사에 사표를 낼 때 증권사 부장님이 “너 같은 사람 없었을 것 같애?”라는 말을 하던데.
▲부장님 하는 대사는 내가 평소에 많이 듣는 대사다. 직장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선택을 할 때 “그냥 살어, 남들처럼 살어. 평범하게 그냥 가”라는 말을 진짜 많이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충고들과 싸우며 선택을 해 나가는데 나 역시도 그 과정에서 후회되거나 저의 선택에 화가 나거나 하는 순간이 있다. 경제적인 선택이 아니라 다른 시야를 가지고 삶을 이끌어 가는 젊은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공감대를 느끼며 참여했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맞이하게 되는 회환, 죄책감, 욕구하던 성취에 대해 믿음이 평생 변함없이 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들이 일련의 내 삶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어떤 장면을 제일 많이 고민했었나?
▲처음 윤정학이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장면이다. 윤정학의 톤 설정을 고민했다. 담백하고 진중, 진지하기보다는 자기가 몰입되어 있다는 걸 드러내며 자기의 말에 자기가 취하는 스타일로 보이면 충분히 상대 배우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피치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IMF 시절 초등학생이었을 텐데, 인간 유아인에게 IMF는 어떤 의미인가?
▲부모세대, 기성세대를 조금 더 깊숙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지는 욕망의 결핍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비롯되었나를 알 수 있었다.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서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일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침투했는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져갈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아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데.
▲예전에는 ‘다음에 뭘 하지?’에 대한 선택이 좀 쉬었다. 더 많은 작품으로 다양한 걸 보여드리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 내 선택 하나하나를 더 창조적으로 하고 싶어서 많이 어려워졌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크게 앞장서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나를 이전과 다른 형태로,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느냐가 지금 고민하게 되는 과제다.

어쩌면 내년에는 TV쇼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은 프로그램의 제안이 와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 쇼를 통해 배우로의 역할도 더 확장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