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 안내로 미리 가보는 1박 2일 평양 여행

“북한 청춘남녀 데이트 명소에서 우리도 노래하고 밥 먹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2/12 [10:49]

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 안내로 미리 가보는 1박 2일 평양 여행

“북한 청춘남녀 데이트 명소에서 우리도 노래하고 밥 먹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2/12 [10:49]

지난 11월30일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을 안은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으로 들어갔다.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단을 태운 열차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쪽 끝 두만강까지 달리게 됐다. 남북이 함께 열차를 타고 북측 철로 약 2600㎞를 달리는 종횡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남과 북은 12월17일까지 경의선과 동해선의 1200㎞ 철도 구간을 공동조사한다. 계획대로라면 한반도 종단철도 구축도 멀지 않은 장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남북 철도가 철길의 녹을 없애며 북녘 산천을 달리고 있는 이때, 한반도 전문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정청래 전 의원이 뭉쳐 평양 시내를 ‘국빈 코스’로 안내하는 책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푸른숲)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는, 평화가 어떻게 돈이 되고 삶이 되고 비전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여행자를 위한 재미와 사업가를 위한 정보와 통일을 꿈꾸는 위한 정보를 가득 담은 책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왜 북한은 카퍼레이드 경로로 3대혁명전시관과 려명거리 택했을까?
미리 가보는 평양 관광은 남북 정상 들른 3대혁명전시관부터 시작

 

최근 북한 려명거리에서는 밥도 먹고 노래도 부르는 식당 유행
두세 명 들어가 노래할 수 있는 방칸과 여러 명 들어가는 대중칸
북한 젊은 남녀 데이트 장소이자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 인기 만점

 

평양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북새거리…맛집들 즐비하고 인파 붐벼
북새거리에는 만두·고기볶음·계란말이·김밥 등 길거리 음식도 다양


평양 최초 닭튀기집(치킨집) 북적이자 곳곳에 흉내 낸 닭튀기집도
모란봉 근처에 있는 애린정은 최근 북한 노인들의 연애 장소 부상

 

평창올림픽 공동입장, 두 번의 평양 공연,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 옥류관 남한 1호점 경기도 유치, 텔레비전에서 비친 활기찬 평양의 모습을 보면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한 경험을 곧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유럽 가기, 평양 관광, 개마고원 트래킹, 평양 가서 사업하기 등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일어날 일들을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2018년에 일어난 일들을 보며 우리는 살면서 처음으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우리가 얼마나 평화를 원했는지 그 간절함을 확인했다.

 

▲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쪽 끝 두만강까지 달리게 됐다.     <사진공동기자단>


하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녹록지만은 않다. 미국·중국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종전선언, 북미수교, 대북제재 해제 등 남북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얽혀 있다. 과연 북한을 믿을 수 있을지, 통일되면 나에게 무엇이 좋은지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도 많다. 전쟁 없는 한반도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 지난 11월30일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을 안은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으로 들어갔다.    

 

정청래·정세현 뭉친 까닭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일어날 재미난 일들을 소개하고, 통일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 정세현, 외교안보 전문가 황재옥, 남북통일의 염원을 안고 정치를 시작한 정청래 전 의원이 뭉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남북 정상의 만남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곧 평양에 가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2001년 나는 6·15 공동선언 1주년 기념으로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그때는 호텔 밖을 나가 한 발짝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그런데 2018년 10·4 선언 11주년 기념으로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통제 없이 고려호텔 앞을 구경하고, 대동강변까지 산책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평양에 도착한 날, 방북단 중 한 사람에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급하게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는데 처음에 북한은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을 거쳐 서울 로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핵심비서 맹경일의 배려로 그는 폭스바겐을 타고 평양에서 개성공단까지 단 두 시간 만에 내려왔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개성까지 내려가는 동안 남한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을 텐데 과감하게 배려한 것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2001년의 방북 경험과 확 달라진 2018년의 북한 기류를 이렇게 전한다. 북한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남북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는 것.

 

▲ 평양 방문 당시 옥류관에서 오찬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테라스로 나와 대동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방북단을 취재한 기록들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본 평양은 내가 17년 전에 가서 본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거리가 깨끗해지고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섰으며 사람들 표정도 한층 더 밝아 보였다. 한마디로 화려하고 활기차 보였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여름쯤이면 평양에 가볼 수 있을까?”


정 전 의원은 “나와 함께 떠나는 평양 여행단을 모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그러려면 먼저 코스를 짜야 했고, 평양 관광코스를 짜기 위해 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기차 타고 평양 갑시다”


“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의 이름, 나이, 성별, 직업을 밝힐 수는 없다. 아직 남북이 아무 거리낌 없이 교류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평양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평양을 생생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K씨가 들려준 평양 이야기를 들으면 평양은 겉모습만 달라진 건 아닌 듯하다. 더 큰 변화는 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찾아온 것 같다.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카퍼레이드를 하다가 내려 손을 흔든 곳은 3대혁명전시관 앞이다. 북한이 자력으로 개발한 신상품을 전시하는 장소로 서울로 치자면 코엑스 같은 곳이다. 그리고 두 정상을 태운 차가 려명거리를 지날 때 뒤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왜 북한은 카퍼레이드 경로로 3대혁명전시관과 려명거리를 택했을까? 전 세계에 북한의 발전상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텔레비전에서 비친 활기찬 평양의 모습을 보면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한 경험을 곧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사진은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최현우 마술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루빅스 큐브 마술을 선보이는 장면.    


정 전 의원은 그래서 “K씨와 떠나는 평양 여행은 두 정상이 차에서 내린 3대혁명전시관부터 시작한다”면서 “평양에는 먹을 것, 볼 것. 즐길 것이 다양하지만 대다수가 평양이 처음인지라 평양의 역사를 느끼면서도 신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는 국빈 코스로 안내해주었다”고 귀띔한다.


“평양보다 더 설레게 했던 것은 솔직히 시베리아 횡단열차였다. 하늘길이 아니라 땅길로 국경을 넘고 또 다른 국경을 넘으며 지루할 만큼 오래 걸리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당연히 섬나라가 아니라 대륙의 일부다. 우리에게는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경유한 뒤 모스크바, 유럽까지 갈 수 있던 한반도 종단철도가 있었다. 그 대륙철도가 끊어진 것이 6·25 전쟁 중인 1951년 6월12일이다. 그날 부산역에서 기적 소리를 울리며 시베리아로 출발한 열차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남북철도 연결’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 그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할 몇 가지를 유언으로 남겼는데 처음 두 가지는 이것이다. 첫째는 한반도를 비핵화하라, 둘째는 남북철도를 연결하라.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했다. ‘남조선 기차가 혁명의 수도 평양을 지나가려면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네다’.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응당한 대가만 충족하면 선친인 김일성 주석이 유언했듯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잘 풀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온다면 우리 국민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을까?

 

▲ 2018년에 일어난 일들을 보며 우리는 살면서 처음으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우리가 얼마나 평화를 원했는지 그 간절함을 확인했다. 사진은 평양 시민들의 모습.   


정 전 의원은 “부산이나 목포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과 원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 다음 베를린, 파리, 런던까지 가는 게 아닐까?”라면서 “실제로 기차를 타고 자유 롭게 국경과 대륙을 넘나들면서 섬나라 아닌 섬나라에 갇힌 답답함을 푸는 것이 소망인 사람이 아주 많다”고 짚었다.


“2018년 9월1일 나는 지난 세월에 대한 복잡한 심정과 미래를 향한 꿈을 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에 동참한 분들과 떠난 길이었다. 기차로 국경을 넘어 통일을 이룬 독일의 수도 베를린까지 갔다. 여행을 마쳐서 뿌듯했고 우리 땅에서 출발할 수 없어서 아쉬웠고 꿈을 꿀 수 있어서 설레었다. 다음에는 기차를 타고 평양을 통과해 유럽으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하고 싶다. 새터민 K씨에게 평양 시내를 안내받으며 더욱더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좋아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자유롭게 평양에 갈 날을 소망한다.”


정 전 의원은 “여러분, 기차 타고 평양 갑시다!”라고 외치면서 “평화의 한반도에서 신나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책은 1부 ‘가보자’, 2부 ‘해보자’, 3부 ‘만나보자’, 4부 ‘알아보자’로 구성했다.


먼저 1부에서는 평양 시내를 ‘국빈 코스’로 안내하고, 정청래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를 통해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색다른 경험을 전한다. 2부에서는 평양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던 사업가와 남북경협 실무자를 인터뷰해 북한에서 진출한 우리 기업의 성공 사례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짚어보았다. 3부는 평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듣는 ‘평양 시민이 사는 법’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사무처장이 말하는 남북 교류의 생생한 이야기로 꾸몄다.
4부에서는 정세현과 황재옥이 한반도 문제 50년 역사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미래 50년을 전망한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통일 한국의 미래와 경제적 편익을 전망하고, 북한 핵 역사 25년과 북한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행보를 예측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나라의 이익과 현안을 분석한다. 또한 남남갈등, 통일에 대한 오해,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 등 우리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누리며 살기 위해 극복할 일에 대한 혜안을 담았다.


그중에서 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가 평양 시내를 ‘1박 2일 국빈 코스’로 안내하는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새터민 K씨의 평양 가이드


평양은 6·25 전쟁 때 폭격으로 거의 다 파괴되었다가 재건한도 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6·25 전쟁 때 평양에만 약 52만 발의 포탄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무렵 평양 인구가 50만 명이었으니 한 사람당 포탄 하나가 떨어진 셈이다. 평양 시내 건물이 딱 두 채만 남고 다 무너질 정도로 참혹했다.


현재 제1백화점 자리에 백화점이 하나 있었는데 당시에 건물 뼈대만 남았었다고 한다. 평양은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무너진 기반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국가에서 계획적으로 설계한 도시인 만큼 전쟁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 사상과 체제를 강조한 상징물과 건축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유럽 가기, 평양 관광, 개마고원 트래킹, 평양 가서 사업하기 등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일어날 일들을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사진은 평양 시민들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5·1 경기장 연설에서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했는데, 평양에는 남과 북의 역사가 하나라는 것을 실감할 만한 장소들이 있다. 평양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매년 개천절 행사가 열리는 단군릉이 있고, 평양 시민이 즐겨 찾는 휴양지 대성산에는 수나라·당나라와 대항했던 고구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 세계 많은 도시가 그렇듯 평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먹거리와 즐길 거리, 볼거리가 있다. 대동강 맥주와 옥류관 냉면뿐 아니라 북새거리, 창광 음식점거리에 가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대동강변을 걷거나 능라도 유원지로 소풍을 가도 좋다.


먼저 방문할 곳은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평양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3대혁명전시관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봄·가을마다 국제상품전람회를 열고 상설로 국내 신상품 전시회도 연다. 1980년대에 생긴 3대혁명전시관은 1974~1975년 김정일 위원장이 3대혁명노선(사상 기술, 문화)을 제시한 뒤 북한이 자력으로 개발하고 생산한 기술적 성과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건설에 필요한 기계·설비·기관차·화물차 같은 운수기재를 비롯해 트락토르(트랙터) 같은 농기계와 과학기술 연구 성과물 등이다. 전시관은 중공업관, 경공업관, 농업관, 과학기술전시관 등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고 전시회를 보고 마당에서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사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상품을 가장 빨리,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직장인은 평일 근무시간에 다녀오기도 하는데, 이들은 보통 외국에서 들여온 신상품을 벤치마킹하거나 다른 기업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다. 목적이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시간을 내 보내주기도 하고 차로 실어다주기도 한다. 이곳은 평양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무궤도전차(전기버스)와 지하철이 다녀서 찾아가기가 편리하다. 그래서 평일에 가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3대혁명전시관에서 나와 차를 타고 남쪽으로 5분 정도 내려오면 오른편에 4·25문화회관이 있다. 4·25문화회관은 북한의 주요 공식 행사장으로, 이곳에서는 국가가 주관하는 기념식·예술 공연·군사 관련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는 5000석이 넘는 큰 공연장, 500석 이상의 회의장, 300석과 100석 정도의 소회의장이 있다. 외국에서 국빈이 오면 주로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하는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공식 환영식도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렸다. 1932년 4월25일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창건했다는 날이다. 북한은 원래 2월8일을 건군절로 했다가 4월25일이 유격대 창건일이라고 해서 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4·25문화회관에서 동쪽으로 15분 정도 걸으면 원통식 고층아 파트가 들어선 주상복합단지 려명거리가 펼쳐진다. 려명거리는 대북제재가 가장 심하던 2016년 착공해 2017년 완공했는데, 대학교수, 당에 공로가 있는 사람, 아파트 부지에서 살다가 철거당한 주민에게 집을 우선 제공했다. 아파트 1층에는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는데 이발소, 목욕탕, 수리소(철물점), 양복점도 있고 식당도 꽤 많다. 최근 북한에서는 밥도 먹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식당이 유행이다. 두세 명이 들어가 노래할 수 있는 방칸과 여러 명이 들어가는 대중칸이 있는데, 젊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이자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 인기가 많다.


려명거리 끝자락에는 북한의 최고 명문 김일성종합대학교가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응시하려면 전국 도 단위에서 1·2등을 해야 한다. 그만큼 경쟁력이 높은 대학교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종합 대학교 다음으로 김책공업종합대학교를 알아주는데, 김책은 김일성 주석의 혁명동지로6·25 전쟁 때 사망했다. 산업국장을 맡아 김일성을 도운 김책은 경제와 군대를 모두 살릴 정도로 지도력, 영향력,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 밖에 행정간부를 양성하는 인민경제대학, 당간부를 양성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 외교관을 양성하는 평양외국어대학교가 있다.

 

대성구역, 고구려 역사 속으로


김일성종합대학교 정문을 지나면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가는 도로가 나온다. 금수산태양궁전의 본래 이름은 금수산의사당이었다. 이곳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집무실로 쓰던 곳으로 그가 사망하고 1주기 되던 해에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름을 바꿨다. 바로 여기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고 그들이 다른 나라 지도자에게 받은 훈장과 선물을 전시해두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올려다보면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주작봉 언덕이 보인다. 생전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혁명열사릉을 보고 싶어 한 김일성 주석은 대성산 주작봉 언덕으로 혁명열사릉을 옮겼다.


흥미롭게도 혁명열사릉이 있는 대성산에는 고구려 유적지가 모여 있다. 대성구역에는 대성산성과 고구려 장수왕이 세웠다는 북한 국보2호 안학궁터가 있다. 대성산 남문 근처에 있는 미천호와 동천호는 고구려가 당나라·수나라와 싸울 때 만든 인공호수 아흔아홉 개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평양 시민들은 이 호수에서 여름에는 뱃놀이와 낚시를,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즐긴다. 안학궁터 주변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 지은 광법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는데 6·25 전쟁 때 대부분 불타 없어진 것을 1990년 복원했다


대성구역은 평양의 대표적인 유원지이기도 하다. 특히 주말에는 중앙동물원, 유희장 중앙식물원에 가족끼리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중앙동물윈에는 호랑이, 기린, 하마, 악어 같이 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이 있고 말을 타는 곳도 있다. 중앙식물원은 명절에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가족끼리 돗자리 펴놓고 술을 한 잔 마시다가 취기가 오르면 합석도 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곳이다.


식물원에는 여러 희귀식물과 북한에서 자랑하는 김일성화, 김정일화가 있다. 1965년 김일성 주석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는데 그때 수카르노 대통령이 새로 개발한 꽃에 김일성 주석의 이름을 달 아주었다. 당시에는 미국과 북한이 대결하는 구도였고 아시아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인기가 꽤 높았다. 김정일화는 일본의 화초 전문가가 개발한 꽃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대성구역에는 식당도 많은데 그 가운데 평양식 오리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평양에서는 삼겹살보다 오리불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양각도 옆 두루섬에 큰 오리 목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기르는 오리가 상당히 맛있다. 언젠가 오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퍽퍽하고 맛이 없어서 평양 오리와 확실히 비교되기도 했다. 평양식 오리불고기는 양념하지 않고 숯불에 구워 소스에 찍어먹는데 식당마다 만드는 간장소스가 그 맛을 좌우한다.

 

평양의 랜드마크와 번화가


평양 중심가로 눈을 돌려 려명거리를 시작점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면 중조우의탑이 보인다. 중조우의탑은 6·25 전쟁 때 참전한 중 국인민군을 기리기 위해 만든 탑으로 중국에서 대표단이나 특사가 오면 가장 먼저 가서 헌화하는 곳이다.


좀 더 내려와 TV송전탑을 지나면 평양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 개선문이 나온다. 김일성 주석 의 평양 입성을 기념해 당시 연설한 개선 광장에 만든 이 문은 높이가 60미터로 파리에 있는 개선문보다 10미터 더 높다. 그 앞에 김일성경기장이 있고 그 뒤에는 최근에 생긴 개선청년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남한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바이킹,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가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 특히 야간 개장 시간에는 데이트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개선문을 지나면 평양에서 가장 붐비는 모란봉구역이 나온다. 1948년 4월19일 김구 선생과 김일성 주석이 참석한 남북연석회의 장소인 모란봉극장은 8월15일 광복 이후 국회의사당처럼 쓰다가 6·25 전쟁 때 폭격을 맞았다. 모란봉극장이 지하건축물이라 전쟁 때 이곳에서 회의를 많이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모란봉극장은 1956년 다시 지은 것으로, 이곳에서는 큰 공연을 많이 한다. 천리마 동상도 그 근처에 있다.


개선문에서 북새거리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데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 좋다. 개선문 근처에 있는 개선영화관은 북한에서 최초로 3D 상영관을 도입한 곳이다. 개선영화관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서평양백화점이 있고 백화점을 지나면 기념품 상점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엽서와 배지를 비롯해 돌 조각품, 도자기 같은 공예품, 말린 나물, 약초류, 개성인삼 등의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북새거리는 평양에서 가장 먼저 번화한 곳이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택시도 많이 다녀서 접근성이 편리하다. 비록 화려한 건물은 없지만 맛집이 즐비하고 사람이 많이 다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북새거리 옆 안상택거리는 안상택이라는 재일교포가 투자해 아파트를 지은 뒤 귀국한 재일교포들이 들어와 살던 곳인데 덕분에 북새거리에 상업이 발달했다. 북한에서 해외동포를 접대하는 해외 동포영접부도 북새거리에 있다.


평양 시민은 같은 음식도 북새거리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할 정도로 북새거리를 좋아한다. 맥줏집과 식당이 많은 이곳에는 서민이 갈 수 있는 식당과 국정가격(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북한에는 외화식당과 내화식당이 있는데 외화식당은 달러·엔·유로·위안 같은 외국 화폐로 음식 값을 내는 식당이고, 내화식당은 북한 화폐를 사용하는 식당이다. 음식 값을 내는 방식에 따라 합의제 식당과 국정식당으로 나뉜다. 합의제 식당은 시장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국가로부터 가격 승인을 받아 판매한다. 국정식당은 국정가격으로 음식을 먹는 곳이다. 음식 재료도 국가가 승인한 가격으로 좀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국정식당은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 북한에서는 외화식당을 가장 고급 식당으로 친다.


북새거리에는 만두, 고기볶음, 계란말이, 김밥 등 길거리 음식도 많다. 평양 최초 닭튀기(‘치킨’의 북한말)집인 락원식당은 외국인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러자 평양 시내 곳곳에 비슷하게 흉내를 낸 닭튀기 집이 섕겼다.


북새 거리에는 단고기(개고기)집도 유명하다. 평양 곳곳에 단고기집들이 있는데, 통일거리 단고기집과 안산관 단고기집이 맛있다고들 한다. 평양에서 랜드마크로 꼽는 동상과 건물에는 전쟁 이후 평양을 복구한 역사가 담겨 있다. 모란봉 근처에서 대표적으로 볼 만한 것은 천리마동상이다. 천리마동상은 전쟁 이후 북한이 한창 복구를 진행하던 1960년대 초에 건립했다. 북한이 빨리 경제부국으로 들어서야 하고 다른 나라보다 100년 뒤처졌으니 한 번에 천 리를 가는 말을 타야 한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모란봉 근처에는 청년야외극장과 해방탑이 있는데 해방탑은 소련군이 1945년 평양으로 진격해 일제로부터 해방시킨 것을 기념해 1947년에 세운 탑이다. 그 맞은편인 만수대언덕에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 동상이 나란히 서 있다.


이렇게 오전 내내 평양 시내를 돌아본 뒤 점심을 먹으러 모란봉 기슭의 대동강변에 있는 옥류관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옥류관에는 냉면과 쟁반국수가 있다. 여담이지만 평양에서는 냉면 외에 옥수수를 면으로 뽑아 만든 강냉이 온면과 농마(감자녹말) 국수도 인기가 많다. 북한에서는 식량이 부족할 때 옥수수를 많이 먹다 보니 옥수수로 만든 국수가 발달했다.


대동강변의 낮은 산 모란봉은 명절은 물론 평일에도 굉장히 붐빈다. 평양에는 노인 조직이 많은데 주로 여성들의 조직이다. 그들은 매일 점심에 도시락을 싸와 모란봉이나 대동강변에 모여 춤추며 논다. 모란봉은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에 대동강 위로 뜬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탓에 최근 입산료를 받는다. 모란봉 근처에는 을밀대, 애련정 같은 역사 유적지가 모여 있으며 애린정은 최근 노인들의 연애 장소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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