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5개월 만에 돌아온 ‘마약왕’ 히어로 송강호

“새로움 추구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2/26 [10:24]

1년5개월 만에 돌아온 ‘마약왕’ 히어로 송강호

“새로움 추구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8/12/26 [10:24]

‘영화계 금손’ 송강호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택시운전사> 이후 1년5개월 만에 복귀한 송강호는 영화 <마약왕>에서 하급 밀수업자 이두삼 역할을 맡아 뒷골목 악당의 흥망성쇠를 제대로 그려냈다. 배두나·조정석 등과 함께한 이 영화는 아무리 마약이라도 수출만 할 수 있다면 ‘애국’으로 치부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전설의 마약왕이 된 근본 없는 밀수꾼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변호인> <밀정>을 거쳐 <택시운전사>까지 정의롭고 선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악인으로 변신한 이유는 뭘까. 영화 개봉(12월19일) 이틀 전인 12월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일부러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송강호와 기자들의 라운드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선한 역할 내려놓고 악인 변신…밀수꾼 흥망성쇠 그리며 열연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가치관·철학 있는 작품에 끌린다”

 

▲ 12월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라운드 인터뷰를 가진 송강호는 “일부러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변호사> <밀정> <택시운전사>에 이어 또다시 시대극에 출연했다. 1970년대 근대사를 그린 <마약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러 시대극을 택한 건 아니었다. 전작인 <택시운전사>에서 선량한 소시민의 각성을 연기했던 터라 <마약왕> 시나리오가 반갑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영화 흐름을 돌아보면 한때 현대극이 주류를 이루다가 사극이 대세를 이루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근현대사를 다룬 시대물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런 흐름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약왕>에 출연했을 뿐 일부러 역사를 되짚으려고 한 건 아니다.

 

“악한 역할에 끌린 까닭은”


-이번 영화에선 악인이 되어 시대의 어둠을 상징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간 선한 역할에서 갑작스레 연기 변신을 꾀한 이유라도 있는지.

▲하긴, 영화 제목부터 센 <마약왕>이다. 마약을 수출하는 밀수꾼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제목과 스토리만 봐도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가고 작품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센 제목과 강력한 스토리를 택한 것 같다.
사실 최근 몇 년간은 정의를 위하거나 선량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역할을 맡았다.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를 거치며 사회 부조리에 각성하고 행동하는 인물만 그리다 보니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 만큼 악인으로 등장하는 이번 작품 시나리오가 솔직히 반가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15~20년 전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다시 그릴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송강호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지…’라는 인상을 다시 심어주고 싶었다.
특히 영화 후반부는 나도 처음 표현해 보는 게 있다 보니 관객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갈 것 같았다. 어쨌든 ‘재미난 송강호의 모습’과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송강호의 모습’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2시간 동안 어떤 인물의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을 보여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은 이번에 처음 해봤다. 내적인 소용돌이가 아무리 깊어도 외부로 표현해야 관객이 느끼니까 그런 지점을 많이 연구했다. 그런데 정말 연기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세월의 흔적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에 취한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욕망과 집착이 뒤엉키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마약에 취한 모습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을 동원해서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더 어려웠다.

 

▲ '택시운전사' 이후 1년5개월 만에 복귀한 송강호는 영화 '마약왕'에서 하급 밀수업자 이두삼 역할을 맡아 뒷골목 악당의 흥망성쇠를 제대로 그려냈다.    

 

“배우는 외로운 사람”


-이두삼이 필로폰에 취해 환각에 빠지는 장면은 송강호란 배우의 연기 폭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데.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을 상상력을 동원해 혼자서 연기해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정말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하게 됐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감독도 스태프도 지켜만 볼 뿐이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배우 혼자 해내야 하는 장면이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렇다면 <마약왕>은 어떤 작품인가.
▲한마디로 인간이 지닌 욕망과 집착, 파멸을 그린 인생 드라마다. 마약이라는 소재로 적나라하게 표현했을 뿐 마약 세계를 해부한 작품은 아니다. 1970년대를 살아낸 우리 부모들은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내가 연기한 밀수꾼 이두삼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두삼은 권력과 돈의 맛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변질된다. 그게 인간 욕망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욕망에 눈이 멀어 파멸하는 이두삼이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이 기존의 영화들과는 좀 다르다고 하면서도 기대했던 한방이 없다는 평을 하던데.
▲그렇게 볼 수 있다. 뭔가 시원한 결말 같은 것도 없고…. 이번 작품은 마약을 소재로 삼고는 있지만 마약세계를 심층적으로 그린 영화는 아니다. 다만 인간의 욕망과 집착, 파멸을 그리기 위해 마약을 소재로 등장시켜 적나라하게 그린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대와 이야기를 결부해서 더 강력한 발언을 하려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역동적인 시대와 마약이 최초로 부산으로 입성하는 시기가 맞물리다 보니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있지만사회를 비판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엔딩 부분에서는 우민호 감독이 비장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기존 영화들이 보여주던 구도나 문법을 깨버리는 결말이어서 관객들이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내부자들>처럼 관객들이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끝나면 좋을 텐데 <마약왕>은 그렇지 않다. ‘이게 과연 끝난 사건인가? 과연 파멸은 했지만 마약이 끝났나?’ 의심을 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영화가 막을 내린다. 관객들이 이런 면을 새롭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떤 분들은 마약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나 <나르코스> 등의 걸작을 모방한 것 아니냐고도 하던데 나는 뒷골목 세계의 공통적인 요소였다고 본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멕시코건 마약을 다루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거의 비슷한 지점이 있기에 그런 그림이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렇게 꾸민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인물들, 장소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이다. 총을 들고 대치하는 장면도 허구가 아니라 실제다.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한 조정석씨는 영화를 보고 “너무 만화같아서 재미있다”고 하더라. 그런 느낌일 것 같다. ‘정말 이게 실화냐?’고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어서 이질감을 느끼겠지만 모든 사건들은 실화다.

 

“늘 새로움 추구하고파”


-<택시운전사> 1000만 명, <변호인> 1000만 명, <밀정> 750만 명 등 영화에 출연했다 하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시키는데, 작품을 고르는 비결이라도 있는가?
▲작품을 고를 때는 역사의식에서 자유로워져서 가장 상식적인 판단을 하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명확한 가치관과 철학이 있는 작품에는 끌린다. 내 경우 어쩌다 보니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에 출연했을 뿐 비결은 없다.
모름지기 배우란 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눈앞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검증된 이야기에만 안주하면 발전하기 어렵다. 조금은 낯설더라도 용기 있게 시도하면 언젠가는 익숙한 양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마약왕>도 그런 작품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다.
▲올해는 <마약왕>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특별한 욕심은 없다. 그저 좋은 작품으로 관객께 인사드리는 것이 언제나 나의 유일한 바람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