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 박사 이윤호가 말하는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어릴 적 정신·육체 학대가 연쇄살인범 괴물 낳았다!”

정리/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1/16 [10:49]

범죄학 박사 이윤호가 말하는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어릴 적 정신·육체 학대가 연쇄살인범 괴물 낳았다!”

정리/송경 기자 | 입력 : 2019/01/16 [10:49]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얼마만큼 선해질 수 있으며, 또한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을까? 인간은 자비로워질 수도 있지만 난폭해질 수도 있다. 인간적이 될 수도 있지만 동물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보호자가 될 수도 있지만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살인은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살해에 드리워진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죽음과 살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은폐하고 부인하려고만 할 때, 사회는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형 집행이 멎은 지, 23년이나 지났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인면수심의 흉악한 연쇄 살인범들이 등장해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였고, 체포된 후 사형 또는 무기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욕정 살인마, 가족 학살자, 아동 살인마, 사체 훼손 살인마, 묻지마 살인마 등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이 저지른 참혹한 살인의 현장을 지켜보면, 절로 분이 차오를 것이다. 살인범들의 진짜 모습, 그 잔혹하고 핏빛 어린 광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책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도도)를 통해 들려주는 한때 지구촌을 들었다 놓은 연쇄 살인범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신의 핏줄까지 살해하고 ‘죽임의 고통’ 즐기는 동물은 인간뿐”
학대당하던 아이, 훗날 무고한 사람에 숨은 분노 표출하며 살인극

 

15세 때 친조부모 죽이고 숱한 여대생 납치·살해 후 ‘시체 강간’까지
미국 연쇄 살인마 아동기에 인격장애 모친 학대·조롱으로 크나큰 상처

 

IQ 136의 살해범, “증거 안 남기려면 여성 강간한 후 죽이는 게 최선”
그가 살해한 젊은 여성들은 궁극의 표적 아니라 일종의 어머니 대리인

 

연쇄 살인마와 어머니 간의 비정상적 관계는 성적 가학자들에겐 보편적
어릴 때는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였지만 커서는 도시의 여성 납치 살해
외면당한 후 유일한 방법은 여성을 죽이고 그 시신과 성행위를 하는 것

 

▲ 이윤호 교수는 저서 '연쇄 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연쇄 살인범의 어린 시절을 고찰해보면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어릴 적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분석한다.    


“범죄학에서는 살인의 원인으로 일부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동족을 살해하는 포유류는 아마도 인간밖에 없다는 경험적 가정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아무리 사나운 동물이라도 자기 동족은 죽이지 않는 것에 비해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핏줄까지도 살해한다. 더군다나 일부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죽인다.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강간하고 고문하면서 죽임을 당하는 자의 고통을 즐기기까지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자로 통하는 이윤호 교수(경찰사법대학장)의 말이다.


범죄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범죄학과가 개설된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1987년 한국인 최초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모교인 동국대학교 교수를 거쳐 지금은 범죄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경찰청 최초로 등록된 사단법인 목멱사회과학원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 살인은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살해에 드리워진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인간만이 저지르는 범죄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연쇄살인은 한 명이 연쇄적으로 사람을 죽임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연쇄 살인범이라고 한다. 즉, 연쇄 살인범은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여러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의문은 가져야 할 것이다. 왜 그들은 그토록 잔인하게 여러 사람을 죽이는 걸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학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연쇄 살인범이 잇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그런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범죄자와 비범죄자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교수는 “범죄학에 기초해 연쇄 살인범들의 범죄 특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정상인과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을 찾기 위해 <연쇄 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쓰게 됐다”면서 “세계의 유명한 연쇄 살인범 53명의 범죄를 다룬 나의 책은 그들의 범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범행이 미친 사회적·문화적·예술적·법률적 파급까지 알기 쉽게 프로파일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쇄살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성별과 연령 그리고 국적과 인종, 심지어는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세상과 세계가 소위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라고 하는,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실제 범죄 수사와는 상당히 다른 범죄 드라마에 홀리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연구를 활발하게 한 동기도 되지만 아직까지 범죄학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되어서도 안 되는 이론적 바탕 위의 현실적 접근으로서 범죄학의 대중화와 일반화 그리고 대중적 이해도를 높이고자 책을 엮게 됐다.”


이 교수는 또한 “연쇄 살인범의 어린 시절을 고찰해보면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어릴 적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들에게 고통이 가해지지 않는, 자유로운 무언가는 그림의 떡이었다. 친부모 그리고 친조부모, 외조부모, 친척들은 그들에게 추악한 권력을 행사했고,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그들은 어떤 그늘막도 없이 온전하게 학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 살인범들의 진짜 모습, 그 잔혹하고 핏빛 어린 광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진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한 장면.    


편안하게 숨쉴 작은 자유를 꿈꿨던 그들은 그것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리자 정신적인 병을 안고 자신의 숨은 분노를 무고한 사람들에게 표출하며 살인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


가족 역기능의 희생양인 마이클 브루스 로스는 어머니의 이상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고, 떠돌이 살인마 토미 린 셀즈는 어머니의 동의하에 클라크라는 남자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 그에게 있어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불행 그 자체였던 것이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상처받은 인간이 누구를 믿을 수 있었을까? 그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에 자신의 분노를 무고한 사람들에게 표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살해범 동기 추적한 이유


“범죄학은 살해범에 대한 동기를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연쇄 살인범의 53명의 살해 동기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더불어 그것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며 검사 측과 변호사 측을 대변하는 정신의학자들이 연쇄 살인범의 정신 능력에 대한 공방전을 통해 이들 재판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살인이라는 것이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정신이상에 무게를 많이 두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정신이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의 경감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짚어내야 한다. 특히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외관상으로 매우 매력적이고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만 인성이나 순수한 직관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연쇄 살인범 테드 번디는 “죄의식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자신을 해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연쇄 살인범의 유형과 조건 그리고 그들의 어두운 내면세계를 추적하면서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슬픈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쇄살인의 정확한 정의는 이렇다. 최소 한 달 이상 3명 이상의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건 장소가 달라야 하며 각 사건 사이의 심리적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살인과의 차이점은 범행이 반복되며 단독범이어야 하며 범인과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 아니며 의도적 살인이며 살인의 의도가 불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연쇄 살인범에 들어맞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이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 순간,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연쇄살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교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 연쇄 살인범 53명의 범죄 실상은 물론이고 범행 수법 그리고 범행 동기와 왜 그들이 그처럼 잔인한 연쇄 살인범이 되었는지 그들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알아보고 그들의 생활상과 사회적 또는 심리적 특징들, 심지어는 범행이 미친 사회적·문화적·예술적·법률적 파급까지도 알기 쉽게 프로파일했다. 연쇄 살인범의 어둔 내면을 통해 더 이상의 끔찍하고 처참한 살인이 행해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53명의 연쇄 살인범 이야기 중 정상과 정신이상 사이를 오가다 여대생을 학살한 미국의 살인마 에드먼드 캠퍼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잔인한 연쇄살인 대체 왜?


에드먼드 캠퍼는 흔히 ‘여대생 살인마’ 혹은 ‘여대생 학살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의 산타크루스(Santa Cruz)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여성을 납치해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그리고 친어머니까지도 살해한 미국의 연쇄 살인범이다. 그는 시간자(屍姦者, 시신에 성행위를 하는 사람)이며, 식인자(食人者, 인육을 먹는 사람)이고 존속살해범이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한 장면.    


캠퍼는 불안정한 아동기를 보냈다. 그가 15세 때 자신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살해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전에는 자신을 학대하는 어머니와 몬태나(Montana) 주로 이주했다. 친조부모를 살해했지만 그는 그 일로 형사처벌을 반지 않았다.


정신이상의 청소년으로 자신의 친조부모 존속살인으로 유죄가 좌정되기 전에 정신병자요, 편집증적 망상을 가진 것으로 진단되었다. 이로 인해 그는 친조부모를 살해하고도 정신이상을 이유로 교도소 대신 병원으로 보내졌으나 이런저런 요령으로 자신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정신과 의사를 설득시켜 그가 21살이 되던 해에 석방되었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후, 그는 순전히 젊은 여성 히치하이커들을 표적으로 그들을 자신의 자동차로 유인해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서 살해한 다음 시신을 자신의 집으로 옮겨서 폭행하고 모독하며, 때로는 참수된 피해자의 머리를 며칠씩 보관했다가 버리곤 했다. 캠퍼는 젊은 여대생을 살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도 살해하고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마저도 살해한 다음에야 비로소  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하게 된다.


당시 재판에서는 캠퍼가 정신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당시 캘리포니아에서는 사형이 일시적으로 유예되었던 관계로 사형 대신에 8건의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캠퍼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으며, 전쟁 후에는 원자폭탄 실험에 참여하다가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 캠퍼의 아버지는 신장이 2미터가 넘는 거구였고, 캠퍼의 어머니 역시 180센티미터로 매우 큰 편이었다. 캠퍼는 그들 사이에서 형제자매 중 중간으로 태어난 유일한 남자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전기공이라는 직업에 대해 “천박한 일”이라고 끊임없이 불평했으며, 나중에는 전시 자살 특공대의 임무를 수행하거나 원자폭탄을 실험하는 것도 자신의 아내와 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그녀가 자신이 전장에서 보낸 396일의 낮과 밤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진술했다.

 

이상 행동이 부른 살인 충동


그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캠퍼는 매우 지능이 높았으나 동물들에게 잔인함을 보이는 등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행동을 표출했다. 한번은 살아 있는 고양이를 죽여서 머리를 절단해 그것을 담장에 걸어두기도 했다. 훗날 그는 고양이를 죽인 이유를 가족들에게 거짓으로 고했고, 그것이 성공하자 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13살 때는 집에 키우던 고양이가 자신보다 여동생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죽이기도 했다. 그런 후에 사체 조각들을 자신의 옷 에 숨겼다가 뒷날 어머니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어두운 환상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여동생 인형의 머리와 손발을 절단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누나가 자신을 놀리며 왜 선생님에게 키스하려고 하지 앓느냐고 묻자 키스하려면 먼저 죽여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한 캠퍼는 어린 시절 집을 빠져나가서 아버지의 망원경으로 2학년 담임선생님의 집으로 가 창문을 통해 그녀를 관찰하기도 했다. 훗날 그의 진술에 의하면 누이동생이 자신을 결박하고 상상의 단추를 누르면 캠퍼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다가 마치 가스를 흡입하거나 전기의자로 죽어가는 척하는 가스실 혹은 전기 의자라는 게임을 좋아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누나가 기차 앞에서 장난으로 자신을 밀거나 수영장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넣어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부모에 복수


캠퍼는 아버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자신을 언어적으로 학대하고, 비하하고, 모욕하곤 했던 신경증적이고 횡포한 알코올 중독이 어머니와는 심각하게 부정적 그리고 결손적 관계를 가졌다. 어머니는 그가 누이동생들을 헤칠지도 모른다며 캠퍼를 지하실에 감금해 재웠다고 알려질 정도로 그의 큰 키를 흉내 내고 조롱했다 그녀로 인해 자신이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캠퍼의 두려움도 받아주지 않았으며, 아들이 아버지를 기억나게 하면 평생 어떤 여자도 그를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곤 했다. 훗날 캠퍼는 자신의 어머니를 ‘아프고 화난 여성’이라고 기술했으며, 실제로 캠퍼의 어머니는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4살 때 캠퍼는 아버지와 같이 살려고 집을 뛰쳐나갔으나 아버지의 재혼으로 잠시 머물다 친조부모에게로 돌려보내지고 만다. 캠퍼는 초원에 살던 조부모와의 생활을 싫어했으며, 할아버지가 ‘노쇠하다’고 여겼다. 또한 어머니가 자신과 할아버지를 끊임없이 약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증오를 할아버지에게 투사했다.


결국 그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살인 행각을 시작한다. 경찰이 왜 친조부모를 살해했는지 묻자 그는 “할머니를 죽이면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어서 살해했으며, 할아버지의 경우 할머니가 죽은 것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살해했노라”고 답했다.


어른이 된 캠퍼를 오랫동안 인터뷰한 정신의학자는 친조부모의 살해를 두고 캠퍼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살짜리 소년이 조부모를 살해한 범죄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어서 법원의 정신의학자들은 그를 정신병은 물론이고 편집증적 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후 캠퍼는 형벌을 가할 수 없는 정신이상이기 때문에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러나 병원의 의사와 사회사업가들은 법원의 정신의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피력한다. 그들의 주상에 따르면 캠퍼에게서 회피나 사고의 방해, 환상이나 망상의 표현 그리고 기이한 생각의 증거 등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지능지수가 무려 136이나 되어 아동기부터 정신적 예리함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캠퍼는 결국 재검사를 받게 되고, 그 결과 소극적 공격형(Passive-Aggressive Type)인 인격 기질 장애(Personality Trait Disorder)만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정신병원에서 캠퍼는 모범 수용자로 가장하여 병원 관계자들에게 접근했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심리검사를 다른 수용자들에게 시행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갖게 되었다. 한 정신의학 전문가는 그가 매우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소시오패스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졌다고까지 평했다. 그곳에서 그는 청년회의소 회원도 되었으며, 특히 ‘표면적 인성 척도’를 중심으로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에 대한 새로운 척도와 심리검사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처럼 각종 검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나중에는 정신의학자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성범죄자들에게 검사를 실시하면서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강간을 한 후 여성을 살해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등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정신병원에서 석방될 수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그곳 정신의학자들의 강력한 권고가 무시되고, 그는 어머니에게로 되돌려 보내지고 만다. 게다가 석방 후에도 정신의학자들에게 자신이 완전히 치료되었다며 설득하여 자신의 소년 범죄 기록조차 영구히 지워버린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어머니와 생활하는 동안 둘의 관계는 여전히 적대적이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종종 다툼이 있었다고 이웃들이 전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자동차에 치여서 받은 보상금으로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한다. 그 후 그는 젊고 예쁜 여대생들의 히치하이킹을 받아들이면서 150여 명을 안전하게 태워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살인적 성충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행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여대생 학살이라는 연쇄살인의 시작이었으며,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를 살해하면서 끝을 맺는다. 캠퍼는 나중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분노를 터뜨린 날이면 피해자를 사냥하러 나갔다고 했다. 이에 관해 정신의학자들은 그가 살해한 젊은 여성들은 궁극적인 표적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를 대신하는 일종의 대리인이었으며, 그들에 대한 살인 행각은 캠퍼에게는 일종의 리허설이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그가 여대생의 시신을 훼손하고 절단하고 성행위를 하는 등의 행위는 곧 자신을 모욕했던 어머니의 살해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캠퍼는 어머니를 살해한 이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는데 수사관들이 그 이유에 대해 문자 이렇게 답했다. 여기에서 어머니를 죽인 동기 엿볼 수 있다.


“원래의 목적이 없어졌다. 순전히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더 이상 감당할 수도 없었다. 이 모든 더러운 일의 끝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의 에너지는 소진되었으며,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제 안녕을 고할 때였다.”


캠퍼의 진정한 분노는 어머니를 향한 것이었으며 이것이 해소되자 더 이 상 살인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어머니를 살해한 후에는 여대생을 차에 태워주었지만 목적지에 내려주고 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인마 오명 즐긴 남자


캠퍼의 상세하고도 정확한 자백으로 변호인단이 재판에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장은 그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 사실 그는 수감 중에도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법원이 위촉한 정신의학자들은 그가 법적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온전하다고 보고했다.


물론 한 정신의학자는 캠퍼가 한때는 정신병자였으며, 식인주의(Cannibalism)에 가담하여 피해자의 다리를 절단하여 그 조각을 익혀서 먹기도 했다고 법원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신의학자는 캠퍼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잘 인지하고 있었으며, 연쇄 살인범으로 불리는 것과 괸련해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오명도 즐겼다고 진술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법은 정신이상으로 인한 무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마음의 병으로부터 사고의 결함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자신의 행동 특성과 특질을 알지 못하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여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캠퍼의 경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을 두고 “그들이 마치 소유물처럼 나를 위한 것들이기를 원했다”라고 증언하면서, 자신의 행동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에 의해서만 자행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배심원단은 그에게 사형, 그것도 고문에 의한 사형을 권고했지만 당시 사형 제도의 유예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심지어 캠퍼는 체포되어 조사를 받을 때, 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기 전에 죽였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머리에 대한 환상은 마치 상패(Trophy)와 같아서 머리는 눈, 코, 입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며, 어릴 적부터 머리를 자르면 몸은 죽는 것이고, 머리가 잘리면 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들었지만 사실은 머리가 없어도 소녀들의 몸에는 많은 것이 남아 있지 않느냐.”
이런 기이한 답변도 그의 정신세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캠퍼는 연쇄 살인범의 고전적 전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그는 여성들을 납치해 그들에게 총을 겨누며 자신에게 복종하는 환상을 그렸고 점진적으로 자신의 환상의 부분들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폐쇄된 공간인 차 안에서 총으로 여성들을 위협하고 공격하면서 자신에게 복종하는 환상을 꿈꾸면서 결국 환상과 현실이 뒤엉켜 살인자가 된 것이다.


정신의학자들은 캠퍼의 성적 공격성(Sexual Aggression)이 아동기의 분노와 폭력적 환상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캠퍼와 어머니 간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성적 가학자(Sexual Sadists)들에게는 보편적인 것이며,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환상의 세계에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살인 행동이 곧 성적 흥분의 강력한 구심점이 된다는 것이다.


캠퍼의 분노는 일찍이 부모가 이혼을 했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비난을 어머니에게 돌렸지만 캠퍼는 일찍부터 총기에 대한 강력한 흥미와 여성을 살해하는 욕망을 가졌다고 한다. 그것을 대신하고자 그는 고양이를 살해했지만 한편으론 도시의 모든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과 성관계를 가자는 환상을 가지기도 했다. 여성들과의 관계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그에게 유일한 방법은 여성을 살해하고 그 시신과 성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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