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 신드롬으로 다시 보는 EBS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돈 있어야 SKY 가기 유리…현실은 드라마보다 적나라했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1/23 [10:57]

‘스카이 캐슬’ 신드롬으로 다시 보는 EBS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돈 있어야 SKY 가기 유리…현실은 드라마보다 적나라했다!"

송경 기자 | 입력 : 2019/01/23 [10:57]

이른바 대치동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극 속에 등장하는 학종, 즉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학종이란 흔히 말하는 내신(학생부 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 등 교과 성적 외에 다양한 외부 활동을 입시에 활용하는 전형을 가리킨다. 일부에서는 학종이 학생의 배경에 따라 입시 결과가 갈리는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스카이 캐슬>에서도 바로 이 ‘학종’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와 입시 전담 코디가 중심 스토리로 등장하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우리네 교육 현실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 드라마 방영 훨씬 전인 2017년 5월 우리 교육의 난제인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과 총체적인 교육 불평등 문제에 칼을 빼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교육기획 다큐멘터리 EBS <다큐 프라임-대학 입시의 진실> 팀은 대학 입시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1년 6개월에 걸쳐 다각도로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2018년 2월 삼성언론상 취재보도상을 수상했다. 전국의 학부모, 학생, 교육 관계자의 열광으로 유튜브 100만 뷰 진기록을 낳은 이 교육 대기획 다큐멘터리는 2018년 5월 <대학입시의 진실>(다산에듀)이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대한민국 대학 입시는 어쩌다가 불공정한 시스템이 되었나? EBS 다큐 프라임 제작팀이 파헤친 ‘교육 불평등 보고서’를 따라가봤다. 

 


 

‘지금 대학입시는 공정기회의 관문인가?’ 학종 중심 제도 문제제기
정보와 부의 격차가 상위권 대학 합격 좌우…믿고 싶지 않은 현실

 

학생부 중심 전형은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그 공정성 의심
모 자사고의 학생부는 무려 20장…일반고의 경우는 많아야 5~6장
특정한 학교, 특정한 학생 학생부만 관리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혹


좋은 성적 요구하는 사회에서 공부 목표도 모른 채 아이들은 질주
학생 잠재력보다 부모 배경 더 중요…현재 입시 가짜 인재 만들어

 

지역·빈부·부모 학력 따라 대입 당락 결정되는 게 우리 입시의 현주소
정보력과 경제력으로 무장한 부모가 함께 뛰어야 자녀가 입시에 성공
결국 지금의 대학 입시 제도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역할

 

▲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왔다. 서열화를 이유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하에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대학 입시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영역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에서 학생의 다양한 재능도 두루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도입 배경과 달리 학생의 노력과 능력에 근거한 공정한 전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역·빈부·부모의 직업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실제 능력보다 부풀린 항목, 평가자의 주관성이 야기한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최고의 교육기획 다큐멘터리 EBS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제작팀(이하 제작팀)은 우리 교육의 난제인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 총체적인 교육 불평등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3만8000명의 교사·학생·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입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40년에 걸친 입시제도 변천사를 분석해 교육 격차와 불평등을 조사했다. 1년 6개월간 제작에 매달려 대학 입시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학부모·학교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이 나간 직후, ‘EBS 다시보기’ 1위를 차지했으며 온라인 학부모 카페를 중심으로 수많은 공감 댓글이 확산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학생부 중심 입시에 물음표


최대 규모의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에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대학 입시는 공정한 기회의 관문이 되고 있는가?’라고.


“2016년, 광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우리 사회를 규탄하는 성명이 담긴 A4 용지를 학교에 뿌렸다. 치열한 입시 전쟁에 몰린 채 살고 있는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분노가 담긴 글이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조작과 관련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학교 교장과 교사는 일부 학생이 수시에 유리한 점수를 받게 하기 위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IES)에 수백 회 무단 접속, 학생부에서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수십 번 조작했다. 나이스는 담임 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만 입력과 수정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교장은 권한이 없는 학년 부장 교사에게 권한을 부여해 학생부를 수정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만들어진 취지와는 정반대의 일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영역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에서 학생의 다양한 재능을 두루 평가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작팀의 취재 결과 그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현실이 속속 드러나기도 했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7년 5월에 방송된 <EBS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은 우리 사회의 입시 교육에 대한 문제를 파헤친 프로그램이다.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 하는 3만8000여 명의 교사·학생·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입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며 40년에 걸친 입시제도 변천사 분석을 통한 교육 격차와 불평등의 전개 과정을 조사했다 1년6개월간 실험과 조사에 매달렸지만 취재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취재원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차단돼 있었다. 탐문과 잠입이 불가피했다. 조심스럽게 제보창구를 마련했다. 학생·학부모·교사, 사교육 관계자들로부터 충격적인 제보가 쏟아졌다.”


제작팀은 3개월에 걸쳐서 전국 방방곡곡의 제보자들을 모두 만났다. 이후에는 제보자들의 증언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조사와 연구,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학생부 정성분석, 대입 전형에 대한 교사·학생·학부모 인식 조사, 입학사정관 인식 조사, 학부모 대상 대입 전형 모의고사, 학생부 기재 내용 국제 비교 조사, 공간과 교육 격차 연구 등 방송사상 처음 시도되는 연구 조사가 속속 진행되었다. 수많은 전문가와 연구팀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쉽지 않은 연 구 과제에 매달렸다. 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담당자에게 우리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이런 대규모 조사가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설득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인구 비례와 학교 유형 등 항목을 정밀하게 나눠 철저하게 설문조사를 준비했다. 이 방대한 자료를 리서치 전문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우리 프로그램 구성의 주요 기반으로 삼았다.”


제작팀은 “2015년부터 기획을 시작한 후, 총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면서 “막연하게 추측했던 폐단이 실제 조사 결과로 나타나니 충격이 컸다”고 회고한다. 방송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대입 정보 격차가 발생하는 것에 주목했다.


“정보와 부의 격차가 상위권 대학 합격을 좌우한다는 것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여기에 학부모의 공포심을 활용해 침투한 사교육 업체의 행태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학생부에 기재되는 수상 실적을 몰아주는 불공정한 경쟁, 고급 입시 정보를 쥐고 있는 대학 교수와 입시 학원의 은밀한 거래, 학생이 자신의 학생부 세부 항목을 적어 가면 교사가 이를 토씨 하나 안 고치고 기재하는 어이없는 행태들이 쏟아졌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참 어려운 사회,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가 만연한 불평등한 구조를 확인하고 나니 허탈해지기까지 했다.”

 

불평등한 교육 현실에 허탈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 구실을 한 것은 제보자로 나선 학생의 말이었다고 한다. 학생부의 탈법적 운영을 고발한 그 학생은 인터뷰를 마치고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할 수 없어 너무 괴로웠는데 아저씨한테 말하고 나니 이제 후련해요. 제 이야기를 방송에 내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준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대체 어른들은 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입시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제도의 폭력과 방임은 과연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제작팀은 현실을 보았다고 허탈해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평등한 교육이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발생하게 했는지, 비정상으로 흐르고 있는 이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반드시 방송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튼튼한 근간이다. 균등한 교육 기회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상식이다. 그 상식이 무너졌다면, 공정 한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정시든 수시든 상관없이 지역에 따라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라 교육이 차별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렇기에 공정한 입시를 만드는 일은 우리 어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대학 입시를 둘러싼 논의는 방송이 나간 지 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최근 대한민국 사교육과 대학 입시의 모순을 까발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논쟁은 더욱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 왔다. 서열화를 이유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하에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대학 입시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현재 대학 입시에는 수시와 정시가 있다. 수시는 다시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등 네 가지 전형으로 나뉜다. 이 중 학생부를 입시 평가에 적극 활용하는 전형은 수시에 있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 부교과전형은 학생부의 내신 성적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위주로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내용을 비롯하여 동아리·독서·봉사 활동 등 비교과 전반의 성취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을 더해 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제작팀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학생부의 진실’이다. 원래 학생부는 일명 학교생활기록부로, 학생의 인적 사항부터 학적 사항, 출결 사항, 수상 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사항, 진로 희망 사항, 학년별 자율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활동·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을 기록하게 되어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부의 기록을 전제로 하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드러나는 수험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결국 학생부가 대학 입시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이 학생부를 대학 입학 평가에 활용하는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학생부 반영률이 높은 수시의 경우, 2018학년도에 70%를 넘어서 10명 중 7명은 학생부 중심의 평가로 선발했다. 하지만 이 학생부 중심의 전형은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큼 그 공정성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학생부 입시, 무엇이 문제인가?


2018년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대입 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학생부종합 전형학종과 수능전형의 적정 비율, 선발 시기(수시·정시 모집 통합 여부), 평가방식(절대평가·상대평가·원점수제) 등 핵심 3가지 안건을 포함하여 권역별 토론회와 TV토론, 국민참여형 공론절차를 거쳐 대입 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학생부를 둘러싼 입시 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교사는 학생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그 것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 성장 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학생부가 시험 전형의 일부가 되면서 단순히 학생들의 성장 기록만으로 볼 수는 없게 되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일부 교사들에게 학생부를 기록하는 일은 의무를 넘어 특권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학생부가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해마다 학생부를 둘러싼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면서 학교 안팎의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혹시 자신의 학생부가 얼마나 두꺼웠는지 기억하는가? 196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2장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부의 두께를 말할 수 있는 분량조차 되지 못했다. 대학 입시에 학생부 전형이 포함되기 시작한 2010년대는 어떨까?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껍다. 그렇다면 실제 대학 입시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기록이 있어야 할까? 학생 한 명의 학생부는 최대 몇 장까지 나올 수 있을까? 고등학교 3학년생인 지은이는 5~6장도 만들기 어려울 것 같은 학생부를 무려 25장이나 만들었다.


“전 학교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요. 혼자 이렇게 많이 챙긴 사람은 저희 학교에도 거의 없거든요.”
누구나 지은이처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 입시 전형에 넣을 수 있을 만큼 학생부를 만들려면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성적이다. 둘째는 자신이 목표로 한 계획을 전부 소화해 내는 역량이다. 셋째는 이것을 지지하고 지원해 줄 선생님의 존재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는 일이 과연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제작팀은 실제 학생부의 평균적인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았다. 한 사설 학원 관계자는 ‘모 자사고의 경우 학생부가 20장씩 나오지만 보통 일반고의 경우는 많아야 5~6장 정도 나오죠’라고 했다. 취재를 하면서도 왜 이렇게 차이가 큰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한 학교, 혹은 특정한 학생들의 학생부만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도 생겼다.”

 

밀어주는 아이, 버리는 아이


이런 사실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까?


제작팀은 고등학생 현용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고 한다.
“학교에선 거의 학생부를 챙겨주지 않아요. 말하자면 저희는 ‘버리는 카드’예요.”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은 현용이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학생들의 말도 현용이와 비슷했다.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아예 학생부 전형으로 밀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약자였 ‘버려진 카드’라고 스스로를 여기고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제 능력으로 대학에 온 게 아니에요. 거의 부모님 돈으로 의대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죠”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밀어주든 밀어주지 않든, 부모의 재력으로 대학을 갔든 아니든 제작팀이 학교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생부를 신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솔직히 몰빵이 있죠. 아무리 학생부를 밀어주려고 해도 성적이 안 되는 애들은 학교에서도 밀어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아요. 윈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여기에도 흙수저가 있는 거죠”라고 말하기조차 했다.


“교사조차 이런 생각을 갖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리 현실이 부정적이라도 학교가 대학 합격이라는 결승점까지 골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길 바라지 않을까? 가느다란 희망일지라도 그 희망이 보이는 한 학생들은 자신이 잡을 수있는 끈을 놓치고 싶진 않을 터였다. 그러나 학교는 정작 학생들의 바람과는 다른 곳이 되어버린 듯했다. ‘학교는 우리를 도와주고 끌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같은 얘들한테는 아니었어요’라며 낮게 중얼거리는 은진이의 고백이 씁쓸하게 들려오는 이유였다.”


그래서 제작팀은 학생부 중심의 전형이 확대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의 현실도 꼬집는다. 지옥 벗어나기 프로젝트라는 대학 입시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은 필수이며, 이것이 없으면 레이스의 출발선에 설 수도 없는 불평등의 또 다른 이름이 된 대학 입시를 파헤친다.


“과도한 학업에 상처 입은 아이들, 부모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기계가 된 아이들은 지독한 공부와 잔혹한 경쟁 끝에 지쳐버렸다. 지속적인 경쟁과 좋은 성적만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도 모른 채 아이들은 한 곳으로 질주했다. 공부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자신의 잠재력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미래가 준비되고 기획되었다.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 배경이 더 중요하게 된 현재의 대학 입시가 만들어 낸 가짜 인재였다.”

 

광주 A여고 학생부 조작 사건


특히 제작팀은 광주 A여고 학생부 조작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중요 이슈인 대입과 그 핵심에 있는‘학생부종합전형’이 실제로 학교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맨살'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2017년 광주 A여고에서 학생부 조작 사건이 있었다. A여고는 학기 초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 10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지도할 교사를 지정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 고 서울대나 서울 소재 명문 대학교에 합격시키도록 1학년 때부터 고3이 될 때까지 성적과 학생부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학교 측의 관리에는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인 나이스(NEIS)에 접근해 학생의 학생부 기록을 수정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이 교장의 지시아래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지방경찰청 사건 관계자는 “나이스에 접근해 학생부를 기록하고 수정하는 권한은 담임 교사나 과목별 해당 교사에게만 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록을 확인해 보니 이 학교는 담임이나 해당 교과 교사가 아니라 타 교과 교사에게 맡겼더라고요. 타 교과 교사가 소수의 특정 학생들의 기록을 수정하고 입력한 거죠”라고 했다.


학생부를 기록할 수 있는 권한은 담임 교사와 과목별 해당 교사에게만 부여되는 일이다. 그런데 타 교과 교사가 버젓이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광주 사학비리 척결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장영인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학 교사인 학년 부장이 영어 과목을 기록한 거예요. 학생부 세부 특기 사항에 수업 시간에 영어로 발언하는 등이라는 말까지 써 넣었죠. 이것은 자신의 권한을 벗어난 정도를 넘어서 범죄 행위예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공정해야 하는 교사가 타 교과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맘대로 적어 넣었다는 대목은 누가 들어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학생부 조작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작팀이 조사를 할수록 더욱 믿기 힘든 사실이 드러났다. 이 교사는 229회 무단 접속, 36회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입력 및 수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적까지 조작했다.”


목적 없는 범죄는 없는 법. 이 교사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이 광범위한 조작을 통해 수혜를 본 학생은 누구였을까? 사건을 조사했던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기존 내신 1등급을 유지해왔던 학생이었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담당 형사는 “조작으로 이익을 본 학생은 학교에서 1등급으로 쭉 관리해 왔던 학생이에요. 이 학생이 수학 점수가 2등급으로 떨어지니까 학교에서도 큰일이 난 거죠 그래서 딱 1등급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로 조작을 한 겁니다. 점수를 조금 더 줘서 1등급을 만든 거죠”라고 했다.


모두가 1등급일 수는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1등급을 받으면 누군가는 2등급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가 나서 관리 대상이라는 울타리 안에 포함된 학생을 지키느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꼴이다


“소위 명문대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한 학교 측의 집요한 관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이들은 이 소식을 들은 A여고 학생들이었다. 믿고 따르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과 불안감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전학을 가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A여고 교장과 일부 교사들의 비리는 학생부 조작에만 그치지 않았다. 교육청 감사 결과, 학생들에게 골고루 써야 하는 일부 교육비까지 소위 명문대를 목표를 하는 심화반 학생들을 위해 편법 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입학할 때 1등급이었던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1등급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것이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학생들이 믿고 따르던 교사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부를 조작하라고 지시를 내린 교장이나 그 지시를 그대로 로봇처럼 수행한 교사는 1등급이 필요 없는 학생은 1등급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신 등급은 특정한 누군가가 결정할 수도 없으며 더군다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공부의 신도 고개 젓는 입시제도


이렇듯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온 국민이 에너지를 끌어모아 모조리 쏟아붓고 있는 시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정시(수능 성적 위주로 대학에 가는 전형)든, 수시(수능을 보기 전 학교 내신이나 비교과 활동 내역 등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전형)든 상관없이 지역에 따라 빈부에 따라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이 차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균등한 교육 기회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상식이다. 그 상식이 무너졌다면 ‘공정한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 대학 입시의 기본 원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제작팀은 또한 부모의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의 민낯도 보여준다. 특목고나 명문대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려 들고 마지막에는 결국 컨설팅 업체로 찾아가는 엄마들의 입시 대리전쟁을 추적했다.


“학기 초가 되면 발 빠른 엄마들은 앞 다퉈 학원과 사교육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좋은 대학을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엄마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위 특목고나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엄마들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려 했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불안도가 높은 엄마들은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사교육 컨설팅 업체를 찾아다녔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아이들의 입시를 위해 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방법마저 모두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공신닷컴의 강성태 대표는 “지금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면 서울대에 못 갈 것 같다. 입시 전형이 너무 복잡한데다 집안에 대학 가 본 사람 한 명 없어 정보를 구할 곳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역·빈부·부모의 학력에 따라 대입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대한민국 입시의 현주소다.


“강성태 대표도 고개를 저을 만큼 복잡한 전형 앞에서 정보의 격차가 곧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3000개에 달하던 전형 방법을 800여 개로 줄였지만 학생·학부모·교사에게는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전형이 늘어날수록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부담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전형은 유달리 복잡하다. 전형마다 기본적인 원리는 존재하지만 정보를 주는 조력자가 없다면 이 현실을 뚫고 나가기는 어렵다. 교사들 또한 복잡한 입시 전형을 모두 이해하고,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진학 지도를 하는 일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학부모의 정보력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정보력이 있는 학부모, 정보력이 없는 학부모에 따라 아이들이 받는 영향은 다르다. 계층별로 정보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배신 당하지 않는 사회,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대학 입시 제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016년 기준, 강남 3구는 부산 인구의 절반보다 적지만 서울대생을 더 많이 배출했다. 어떤 고등학교를 가느냐에 따라 대학 입시가 좌우된다고 할 만큼 자사고와 특목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 비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고 자사고와 특목고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다. 등록금이 크게는 8배나 차이 나고 창의적 체험활동비는 무려 11배가 넘는다. 이 차이는 학생부의 두께와 질의 차이로 이어진다.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뭘 못해 준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사교육 입시 컨설팅 업체로 향한다.


EBS 제작팀이 목도한 오늘날 대학 입시는 지역 차이, 부모의 소득 차이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대입 제도 속에서 정보력과 경제력으로 무장한 부모가 함께 뛰어야 자녀가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대학 입시의 현실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학 입시는 평등한 교육으로 사회적 이동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시작되고 얼마나 심화되었는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친 제작팀은 대입 제도를 사회적 역할과 연결해 ‘대입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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