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스크린 돌아온 유호정

“우리 엄마도 ‘싱글맘’…촬영 내내 엄마 떠올라 울컥했다”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1/30 [10:59]

8년 만에 스크린 돌아온 유호정

“우리 엄마도 ‘싱글맘’…촬영 내내 엄마 떠올라 울컥했다”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9/01/30 [10:59]

배우 유호정이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16일 개봉한 휴먼 코미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화려한 아이돌 시절은 잊고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 역할을 먹먹하고도 절절하게 그려내며 스크린을 꽉 채웠다. 이 작품은 딸에겐 잔소리 1등, 딸을 위해선 오지랖 1등, 대한민국 평범한 엄마 ‘홍장미’의 눈물 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공장에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는 ‘젊은 홍장미’ 역할은 하연수가 맡았고, 유호정은 사춘기 딸과 티격태격하는 ‘중년의 홍장미’로 분했다. 2011년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써니>에 출연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유호정은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여러 매체와 함께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촬영을 하는 내내 엄마가 떠올라 뭉클했다”며 “이번 영화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같다”고 털어놨다.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 역할 먹먹하게 그려내며 ‘스크린 꽉’
“영화 보노라면 ‘엄마한테 잘해야지’라는 마음 절로 생길 것”

 

▲ 2011년 '써니'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유호정은 ‘라운드 인터뷰’에서 “촬영을 하는 내내 엄마가 떠올라 뭉클했다”며 “이번 영화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 같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풍문을 들었소> 이후 4년 만에, 영화로는 8년 만에 연기자로 돌아왔는데.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서 종종 영화 제의가 들어왔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학대당하는 아이의 부모, 혹은 아이를 잃어버리는 엄마 등 수위가 센 영화의 출연 제의가 많았다. 그런데 연기 욕심이 앞서기보다는 그런 스토리 자체를 내가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 고사했다. 시나리오도 못 보는데, 연기를 어떻게 하겠나 싶었다.


물론 연기를 직업으로 삼은 배우라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야 하는 게 맞지만,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센 캐릭터’를 피하고 싶었다.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대 이름은 장미>를 만나게 됐다. 무엇보다도 모성애를 제대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아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 찍는 내내 엄마 생각”


-오랜만에 컴백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작품을 띄엄띄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많이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고. 1년에 한 편 정도 하는 것도 버거웠다.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자꾸만 엄마의 빈자리가 보여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망가져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없는 게 싫다’고 말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4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단아한 외모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진한 모성애를 먹먹하게 그린 점이 눈길을 끈다. 배우 유호정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인가.
▲영화를 찍는 내내 15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울컥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엄마로서의 느낌을 연기로 표현했다기보다는 나의 엄마의 엄마, 젊은 시절의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속에서 내가 맡은 홍장미처럼 우리 엄마도 딸 둘을 혼자 키운 싱글맘이었다. 그런 만큼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옛날 생각이 많이 났고, ‘우리 엄마도 참 힘들게 사셨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뭉클했고, 눈물도 흘렸다.


특히 영화 속의 딸 채수빈이 엄마에게 '성공해서 호강시켜 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울컥했다. 반지하 방에 사는 홍자미 모녀의 집에 홍수가 나서 침수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예전 생각이 어찌나 나는지. 실제 내가 중학생이던 때 우리 집도 물난리를 겪은 적이 있다. 집이 반쯤 물에 잠기자 엄마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지인에게 나와 여동생을 잠시 맡겨두고 당신 홀로 집으로 돌아가 가재도구를 치우셨고, 우리 집 옥상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아파트 베란다에서 옥상에 자는 엄마를 내려다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집이 침수되는 장면을 찍으면서 자꾸만 그때 생각이 났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엄격했다. 고등학교 때는 밤 9시가 통금시간이었다. 아빠 없이 우리들을 키우신 까닭에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애정표현도 잘 하지 않았다. 자라면서 “우리 딸 예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철 모르던 그 시절에는 그런 엄마가 야속하고 서러웠다. 결혼 후 애교 없는 걸 농담 식으로 ‘엄마 탓’으로 돌렸는데, 이제는 엄마 심정을 알 것도 같다. 우리를 엄하게 다룬 것이 바로 우리 엄마 식 사랑법이었다.


-연예계 생활을 버티게 한 것도 ‘엄마’였겠다.
▲누구나 찬란했던 과거가 있다고 하지만, 나의 과거는 그리 찬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립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어서 남들 앞에 나서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엄마에게 효도하기 좋은 영화”


-현실에서도 열여덟 살 아들과, 열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이번 영화 찍으면서 딸아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우리 엄마는 제일 친한 친구”라고 답했다. “친구 같은 엄마?”냐고 되물었더니 “아니, 제일 친한 그냥 친구! 나는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출연작을 결정할 때 배우인 남편 이재룡의 도움을 받는 편인가.
▲남편이 엄마 역할을 중점적으로 다룬 따뜻한 작품이라며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줘서 이번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 남편이 용기를 많이 준다. 못할 것 같다가도 남편이 ‘이거 괜찮겠다’ 하면 힘이 나서 도전하게 된다.


-이번 영화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한 여성의 일대기이자 한 엄마의 이야기다. 딸과 함께 손 잡고 가서 보기에 더욱 좋은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효도하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인 것 같다. 영화를 보노라면 ‘엄마한테 잘해야지’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하던데, 우리 영화를 보면서 엄마 생각도 하면서 관객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보면서 8년 전 영화 <써니>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인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두 가지다. 실제로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받아 읽으면서 <써니>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비교되는 부분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써니>에 출연했던 내가 중년의 홍장미 역할을 맡는 게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작 <써니>는 친구를 만나면서 나의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라면, 우리 영화는 홍장미라는 여성의 일대기다. 또 첫사랑의 감정도 등장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다 접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진한 모성애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중년 로맨스 한번 그렸봤으면”


-이번 영화에서 박성웅·오정세 등과 로맨스 연기를 펼친 소감은.
▲그런데 로맨스 분량이 적어 좀 아쉽긴 했다. 박성웅씨의 다른 매력을 보여줄 기회였는데 말이다. 영화를 끝낸 후 “다음 작품에선 로맨스 찍읍시다”라고 농담도 했다. 오정세씨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작품마다 얼굴이 다 다른 걸 보면서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격이나 머리도 너무 좋고 감각도 뛰어난 좋은 배우다. 박성웅과 오정세, 멋진 두 남자 사이에서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으로 중년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을 해보고 싶다. 할리우드 배우 다이앤 레인이 주연으로 나온 <파리로 가는 길>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작품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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