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헤로인 김향기

“자폐 연기 조심스러웠지만 고정관념 깨뜨리고 싶었다”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2/13 [10:37]

영화 ‘증인’ 헤로인 김향기

“자폐 연기 조심스러웠지만 고정관념 깨뜨리고 싶었다”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9/02/13 [10:37]

아역 출신 배우 김향기가 2월13일부터 극장에 걸린 영화 <증인>에서 사건을 목격한 자폐 소녀 역을 맡아 주목을 끌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열연으로 사랑을 받으며 ‘쌍천만 배우’로 등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 천진한 연기를 펼쳤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자폐 소녀 연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소화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 정우성·이규형·염혜란·장영남·박근형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지녔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타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지우라는 인물은 김향기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김향기는 지난 1월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여러 매체와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건 목격한 자폐 소녀 역 천진스레 그리며 영화에 온기 불어넣어
“정우성 삼촌 연기 궁금했는데…함께 호흡 맞춰보니 너무 좋았다”

 

▲ 아역 출신 배우 김향기가 2월13일부터 극장에 걸린 영화 '증인'에서 사건을 목격한 자폐 소녀 역을 맡아 주목을 끌고 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 아무래도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먼저 보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 영화 속 웃음 코드가 많아진 것 같아 울고 웃으면서 봤던것 같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나리오가 좋아서 도전했다. 다큐 <엄마와 클라리넷>에 소개됐던 자폐성 장애를 가진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책·영상으로 볼 때와 달랐다. 직접 만나보니 한 분, 한 분 각자 개성이 달랐고, 자폐에 대한 통념으로 한정 지을 수 없었다. 지우 같은 친구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사춘기 때 깨닫는다고 하더라. 흔히 사춘기 아이들을 일컬어 ‘중2병’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때는 누구에게나 혼란스러운 시기니까, 그런 감정을 바탕으로 지우한테 주어진 상황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용기를 냈다.


-자폐 소녀 지우 역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지우와 같은 아이들, 부모님, 지인들이 봤을 때 불편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았다. 특히 지우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상처가 될까봐 연기 톤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속 지우의 모습 그대로를, 지우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지우 연기를 펼치기 위해 참고한 게 있다면.
▲기본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이 보내준 영상들이 많았다. 해외 관련 자료들도 많았는데, 자폐를 가진 사람들의 시선, 발작 후 상태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기초적인 지식들은 그 자료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이한 감독님이 다른 것보다 지우를 표현하는 데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 모든 사람의 개성이 다 다르듯이 지우도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인물이니 제한 없이 연기를 하라는 주문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그런 부분들이 영화 속에 잘 그려진 것 같고, 감독님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준비할 때보다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촬영을 하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증인>이라는 작품은 어떤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라기보다 변호사와 자폐 소녀의 소통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 관객들이 지우를 잘 이해하면서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순호와 지우의 관계 변화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면.
▲지우 입장에서는 잘 표현되지만, 지우는 순호를 경계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러다가 순호에게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시점이 있는데, 그때가 지우의 마음이 열리는 계기였던 것 같다. 나 스스로는 그렇게 판단했다.


<증인>의 촬영은 대부분 시간 순서대로 진행됐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에 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우와 순호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촬영 순서 덕분에 자연스레 흐름대로 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정우성 배우와 작품을 함께한 소감은.

▲정우성 삼촌은 지금까지 외부적인 부분에 시선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어떤 ‘순호 아저씨’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아버지와 툭툭 주고받는 대화도 의외의 웃음 포인트였다.


-17년 전 TV 광고로 정우성 배우를 처음 만났다고 하던데.
▲두 살 때 첫 광고를 정우성 삼촌과 했다는 건 엄마한테 들어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나는 모니터 뒤에 조용히 앉아 있는 편인데 정우성 삼촌이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신과 함께> 촬영을 때 주지훈 삼촌이 ‘우성 형은 재밌는 사람이니 그냥 편하게 대하라’고 했는데 덕분에 정말 현장이 편안했다.


-이 영화에서는 정우성과 김향기의 ‘케미’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웃음도 유발하는데, 현장에서 만들어진 부분은 없는지.
▲사실 현장에서는 그냥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한 대사였다. 사실 지우는 웃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지식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귀엽고 웃음짓게 표현된 것은 그만큼 지우가 그만큼 순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 장면은 나도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지우의 디테일한 눈빛, 손동작 등은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지우가 학교에서 교과서를 읽는 영화의 첫 장면은 실제로도 첫 촬영이었어요. 대본에는 그냥 책을 읽는 것으로 표현돼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 금방 외워서 이야기한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지우가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아이라는 것을 그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우에게는 그런 상황이 처음은 아닐 것 같았고, 책을 보지 않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현장에서 그 장면을 만들었다. 그외에 손동작,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는 모습들도 전부 현장에서 나왔다. 지우는 워낙 감각적인 아이이므로 일반인보다 모든 부분에서 조금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취향이 확고한 아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지우와 친구, 순호가 슈퍼마켓 앞 식탁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강렬한 기억이었다. 여름에 촬영이 진행돼 날씨가 정말 더웠는데, 불한증막에서 라면을 먹는 기분이 들더라. 더운 날씨에 고생하며 찍어서 그런지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 강렬했다.


-이번 영화에서 장영남 배우와는 네 번째 모녀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좋았고, 굉장히 신기했다. 감독님도 나와 장영남 선배님이 네 번째 모녀 만남이란 것은 몰랐다고 하더라. 나중에 말했더니 감독님도 깜짝 놀라시더라. 네 작품 모두 엄마로 나온 만큼 굉장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장영남 선배님과 다시금 호흡을 맞출 수 있어 행복했다.


-워너원 출신 옹성우와 함께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주연을 맡았다. 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앞둔 소감은.
▲<열여덟의 순간>은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했다. 10대들의 이야기라 이번에도 교복을 입는데(웃음), 아직은 드라마 촬영 초반이고 대본이 다 나온 상태가 아니라서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초반 대본을 봤을 때는 10대들의 이야기를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4년 만에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웹드라마가 아니라 장편이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다 보니 떨리기는 한다.


-아역배우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는데.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한 친구들이면 누구나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무렵 고민과 걱정이 많을 것이다. 이제 막 20살이 된 나 역시 성인 연기자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역할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고, 그 역할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것이 행복하고, 시나리오가 좋으면 작품을 하는 편이다. 나를 김향기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 받아들여주는 분들이 있어서 좋다. 그동안 연기를 통해 항상 배우는 것이 있었고, 연기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성인연기를 따로 생각하면 제한이 생길 것 같고, 현실에 충실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미디어도 발달하고 있고, 촬영도 그렇고, 모든 것들이 발전하고 있다. 나 역시 꾸준히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갑자기 큰 변화를 주려고 하면 어색할 수 있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연기하고 있는 만큼 그런 부분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영화를 접할 관객들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해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열린 마음이 생긴다면 출연한 배우로서 너무나 기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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