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소원 빌기에 ‘딱~’ 긍정 기운 뿜어내는 여행지

‘국토 정중앙’ 양구에서 상서로운 기운 받고 오자!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9/02/13 [11:38]

2019년 소원 빌기에 ‘딱~’ 긍정 기운 뿜어내는 여행지

‘국토 정중앙’ 양구에서 상서로운 기운 받고 오자!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9/02/13 [11:38]

2019년 새해가 밝았고,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됐다. 2018년 세모의 신문은 암울한 뉴스로 뒤덮였다. 경제면을 봐도, 정치면과 사회면을 봐도 속시원한 소식은 없고 우울한 뉴스가 넘쳐났다. 먹고 사는 문제가 진전되지 않아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간다지만,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 벽두에는 또다시 힘을 내자! 부와 건강을 상징한다는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은 ‘좀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도하고 믿으면, 지난해보다는 풍요롭고 밝은 세상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새해 2월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진짜 돼지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특히나 돼지가 있는 향토공원에서 번영의 기운을 듬뿍 받은 후 타박타박 걷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면 겨울여행으로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정월의 겨울 바람과 청량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새해에는 복(福)이 오길 빌어보자.

 


 

을지전망대 올라가 ‘펀치볼 분지’와 설악산·금강산 등 감상
화채 그릇 닮은 펀치볼, 밖에서 보면 험준, 안에 가면 포근

 

2월에는 황금 돼지의 기운이 깃든 ‘국토 정중앙’ 양구로 여행을 떠나보자. 펀치볼 분지로 유명한 해안면은 특이하게 지명에 ‘돼지 해(亥)’ 자를 쓴다. 본래는 ‘바다 해(海)’ 자를 써서 해안(海安)으로 불렸는데, 분지 안쪽 산기슭에 뱀이 많아 돼지를 풀어 키웠더니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해안면에서는 을지전망대에 올라 펀치볼 분지와 멀리 설악산·금강산 등을 바라보자. 세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그리팅맨(Greetingman)’과 양구전쟁기념관도 해안면에 자리한다.

 

▲ 해안면 성황지에는 해안면 전설을 소재로 만든 돼지 조각이 있다.    


양구 시내에서 해안면으로 갈 때 돌산령터널을 지난다. 터널 입구에서 오른쪽 도로로 빠져 옛길인 돌산령으로 차를 몰았다. 터널로 쉽게 해안면에 도착하면 왠지 싱거울 것 같아서다. 돌산령에서 해안면의 펀치볼 분지가 잘 보이길 내심 기대했다. 길이 2995미터 돌산령터널은 2008년에 뚫렸다. 그전까지 해안면 사람들은 험준한 돌산령을 넘어 시내로 다녔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눈이라도 오면 길이 끊겼다고 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산령 오름길은 의외로 말끔하다. 군인들이 산비탈에서 떨어진 돌을 치우는 모습도 보인다. 군부대를 지나 도솔산 허리를 따르니 전망대 하나가 눈에 띈다. 자전거 여행 코스인 ‘펀치볼돌산령길’을 만들며 조성한 전망대다. 널찍한 데크에 서니 함지박처럼 생긴 펀치볼 분지가 제법 잘 보인다.

 

▲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분지.    


해안면은 400∼500m 고지대에 발달한 분지다. 대암산(1304m)과 도솔산(1148m), 대우산(1179m) 등 고봉이 둥그렇게 감싼다. 분지가 화채 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이라 불린다. 한국전쟁 당시 해안면 일대의 전투를 취재하던 미국 종군기자가 붙인 이름이다. 왜 이처럼 특이한 분지가 생겼을까? 운석 충동설과 차별 침식설이 있는데, 후자가 더 신빙성이 높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내려와 양구통일관 앞에 차를 세우고, 해안면의 품에 안겼다. 돌산령을 넘으며 본 우락부락한 산세는 어느새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해안면은 밖에서 보면 험준하지만, 안에 들어오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양구통일관 건물 앞 광장에 거대한 옥빛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유영호 작가의 공공미술 작품 ‘그리팅맨’이다. 거인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묘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 양구통일관 앞 광장에 자리한 유영호 작가의 조형물 ‘그리팅맨’.    


유영호 작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본 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을 봤다. 악수하는 서양식 인사보다 고개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가 자기 반성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란 생각에서 ‘그리팅맨’이 탄생했다. 본래 을지전망대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군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이곳에 세웠다고 한다. ‘그리팅맨’은 유 작가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맨 처음 우루과이에 세웠고, 앞으로 10여 개 국가에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리팅맨’ 옆에 자리한 양구전쟁기념관은 한국전쟁 때 격전을 벌인 양구 지역의 9개 전투를 담았다.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백석산 전투, 가칠봉 전투, 대우산 전투, 크리스마스고지 전투, 949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다. 참전한 군인들의 보잘것없는 유품에 마음이 아프다.


을지전망대에 가려면 양구통일관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 허가서를 받고 차를 몰아 검문소를 통과하면 가칠봉 능선에 자리한 을지전망대 앞이다. 전망 데크에 서자, 남쪽으로 해안면 펀치볼 분지가 한눈에 담긴다. 돌산령에서 본 풍경보다 크고 깊다. 왼쪽 멀리 보이는 뾰족한 산봉우리가 설악산이다. 을지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면 황량한 DMZ가 펼쳐지고, 멀리 금강산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설악산에서 금강산까지 백두대간의 웅장한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을지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시래기 덕장이 보인다. 삿갓 모양 건조대에 시래기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시래기는 양구의 대표 농작물로, 아침저녁 기온차가 큰 해안면이 주산지다. 시래기를 본 김에 근처 식당에서 시래기정식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다시 차를 몬다. 돌산령터널을 빠져나와 양구 시내로 향한다. 돌산령 옛길보다 빠르고 편하다. 양구 시내에서 서천을 건너 박수근미술관으로 간다. 박수근미술관은 곧장 전시실에 들어가지 말고, 먼저 자작나무 숲과 빨래터를 지나 박수근 동상을 만나는 게 좋다. 자작나무 숲에 벤치가 있다. 날이 따뜻하면 하염없이 머물고 싶다. 빨래터라 불리는 작은 개울을 건너면 앉아 있는 박수근 동상을 만난다. 그 옆에 앉아 미술관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편안함은 개울이 미술관 건물 아래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움과 박수근이라는 인물에게서 온다. ‘한국 근대 회화의 거장’으로 통하는 박수근 화백은 소박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실에 들어가 박 화백의 그림과 그가 앉아 있는 사진을 만난다. 그 사진은 박 화백의 그림만큼이나 감동을 준다. 박 화백은 앉아 있는 가난한 서민에게 관심을 쏟았고, 그들을 많이 그렸다. ‘2018 박수근미술관 아카이브 특별전―앉아 있던 사람들’이 2019년 3월24일까지 이어진다. 야외로 나와 박수근 묘와 김진열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인 박수근바빌리온도 천천히 둘러보자.


양구는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한반도의 배꼽 격인 국토 정중앙 점은 국토정중앙천문대 근처 봉화산 기슭에 있다. 좌표는 동경 128˚02'02.5˚, 북위 38˚03'37.5˚다. 천문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국토 정중앙 점 안내판이 나온다. 그곳을 따라 20분쯤 완만한 오솔길을 지나면 휘모리탑이 보인다. 여기가 국토 정중앙 점이다. 탑 안에 배꼽 모양 옥석이 놓였다. 옥석을 어루만지며 한반도의 기운을 받아본다.


휘모리탑에서 내려오면 발걸음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이어진다. 천문대에서 주망원경인 구경 800mm 반사망원경으로 별자리와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투영실에서 의자를 젖히고 환상적인 오로라 영상을 감상하며 양구 여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김숙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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