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원 vs 김지은' 법정 밖 장외전쟁 막후

“안희정 사건은 미투 아니라 불륜” vs “나의 미투는 마지막 외침”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2/20 [09:24]

'민주원 vs 김지은' 법정 밖 장외전쟁 막후

“안희정 사건은 미투 아니라 불륜” vs “나의 미투는 마지막 외침”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2/20 [09:24]

수행 여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지난 2월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남편의 불명예를 평생 안고 살아갈 아이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썼다는 민씨는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지은씨에 대해 “안희정씨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그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며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김씨)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씨의 글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모았다. 포털 다음 초기화면에 걸렸던 민씨의 페이스북 관련 기사에는 하루 만에 9022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김지은씨 측은 민씨의 글을 두고 “2차 가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는 최근 <미투의 정치학>이란 책의 추천사에서 ”‘미투’는 마지막 외침이었다. 이 싸움의 끝에는 정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원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지은씨 아니라 저와 아이들”
“불륜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 받아들일 수 없다”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적극적으로 남편 유혹”
“부부침실 침입한 행태, 피해자의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김지은 측
“민씨의 글 짧은 시간 동안 확대 재생산…2차 가해행위 중단하라”
“민씨가 말한 내용 2심 재판부에선 객관적 사실에 의해 배척됐다”


수행 여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지난 2월13일 밤 자정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 수행 여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주원 작심 토로 왜?


남편의 불명예를 평생 안고 살아갈 아이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썼다는 민씨는,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판결했고, 이제 두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게 됐다”며 2심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했다.


민씨는 이 글을 통해 가장 큰 피해자는 김지은씨가 아니라 자신과 아이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김씨가 적극적으로 남편을 유혹했다”고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닌 불륜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

 
또한 김지은씨 대해 “안희정씨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그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며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씨는 남편을 번번이 ‘안희정씨’라고 지칭하면서 2017년 8월18일 충남 보령시에 있는 한 콘도에서 일어났다는 사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언급했다.


당시 안 전 지사 부부는 주한 중국대사를 접대한 뒤 이 콘도 2층에 머물렀고, 재판에서는 김씨가 밤중에 안 전 지사 부부 방에 들어갔었는지가 쟁점 중 하나였다. 민씨는 김씨가 자신과 안 전 지사가 자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를 살펴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씨는 “김씨가 1심에서는 (안 전 지사와 다른 여성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방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는데, 2심에서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을 바꿨다”며 “자신에게 두 번이나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를 지키기 위해 방문 앞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는 1심에서의 주장이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씨는 남편인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김지은씨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며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씨의 주장과 심경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올라운 글 전문을 소개한다.

 

▲ 안희정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지난 2월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원씨 페이스북 글 전문


아직도 이 사건이 믿어지지 않고 지난 1년여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제 한 몸 버티기도 힘든 상태에서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 서럽습니다.
29년의 결혼 생활동안 오직 아이들과 남편만을 위해 살아온 제게 이런 모욕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더구나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제가 같은 일부의 여성들에게조차 욕을 먹어야 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김지은씨가 안희정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안희정씨를 믿었기 때문에 그 배신감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안희정씨를 용서할 수 없지만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판결하였고 저는 이제 안희정씨나 김지은씨에게 죄를 물을 수도, 벌을 줄 수도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안희정씨의 불명예를 아무 잘못 없는 저와 제 아이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짊어져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불명예를 짊어지고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참담하지만 저와 제 아이들을 지킬 사람이 이제 저 외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제가 질문을 던지기로 했습니다.
저는 김지은씨와 안희정씨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저의 가정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김지은씨는 안희정씨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그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제 남편을 유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지은씨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안희정씨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을 가진 남자가 부도덕한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의 어리석음으로 지지하던 분들에게 상처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지은씨가 아니라 저와 제 아이들입니다.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안희정씨와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그를 두둔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김지은씨의 거짓말을 하나씩 밝히려 합니다.


1심 재판 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상화원 사건에 대해서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상화원은 충남 보령에 있는 콘도입니다. 2017년 8월18일에 그곳에서 주한중국대사 초청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저희 부부는 별채에 머물렀고, 2층 침실은 저희 부부가 사용하고, 1층은 김지은씨가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은 각자의 숙소에 머물렀기에, 별채의 출입문은 저희 세 사람이 들어온 뒤에 잠갔습니다.


그날 새벽 무렵, 계단으로 누가 올라오는 소리에 저는 잠이 깼습니다. 1층에는 김지은씨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 사람이 김지은씨라고 생각했고, 자고 있는 안희정씨에게 “지은이가 이 새벽에 왜 올라오지?” 하고 중얼거렸는데, 안희정씨는 잠에 취해 있어 못 들었는지 기척이 없었고 저는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다 올라온 김지은씨가 계단에서 방문까지 최대한 소리 죽여 발끝으로 걸어오는 게 느껴졌고, 문손잡이를 아주 조심히 돌려 열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침대 앞 발치까지 걸어왔습니다.


저는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고, 김지은씨가 목을 빼고 침대에 누운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듯 살펴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이, 안희정씨가 잠에서 깼는지 “어, 지은아 왜?”라고 물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김지은씨는 무척 당황한 듯이 “아…어” 딱 두 마디를 하고는 후다닥 방에서 달려 나갔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몇 시길래 하고 핸드폰을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제가 안희정씨에게 “쟤가, 왜 저래?”하고 물었는데, 안희정씨는 모르지…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중국대사 부부와 조찬모임을 가졌고, 그후 안희정씨에게 “지은이는 (어젯밤 일에 대해) 왜 사과를 안한대?”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선지, 그날 오후경 김지은씨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간밤에 도청 직원들과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서 술을 깨러 옥상에 갔다 내려오다가 제 방이라 잘못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사과했고 저는 어리석게도 그 말을 믿었습니다.


당시에는 분명히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기에 이상했지만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을 했고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며 확인해 보니 그날 술을 마신 도청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마 저 스스로 이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제 의식에서 밀어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안희정씨를 깨워서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자신의 얼굴까지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사람과 같은 건물에 그것도 문만 열면 들어올 수 있는 바로 아래층에 자신의 방을 배정한 것도 김지은씨 본인입니다. 확인해보니 다른 건물에 빈 방도 많았습니다.

 

1심 판사님은 김지은씨가 안희정씨를 고소하기 전인 2017년 3월5일에 제가 구자준씨에게 김지은씨가 상화원 부부침실에 들어온 적이 있다고 알리면서 도움을 청했다는 제 말을 믿어주셨습니다. 제가 구자준씨에게 전화를 한 시각은 바로 김지은씨가 JTBC 방송에 나온 후 세 시간 쯤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저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는데 어떻게 그 혼란스러운 순간에 그런 거짓말을 꾸며댈 수 있겠습니까? 2심 판사님은 제가 안희정씨와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제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있지도 않은 일을 그렇게 빨리 꾸며낼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저를 위증으로 고소하지 않으셨습니까?


1심에 나온 김지은씨의 주장은 “안희정씨와 ○○이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것을 염려해 방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객실의 문 윗부분은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본인이 잠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사람(안희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또는 그런 느낌이 들어)다시 내 숙소인 1층으로 내려갔다”입니다.


2심에 나온 김지은씨의 주장은 “피고인과 ○○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되기도 하여 2층 계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 깜박 졸다가 일어나 숙소를 찾아가려다가 피고인과 눈이 마주쳤던 것 같다. 2층 방문은 불투명한 느낌이 났던 것 같고 제 기억으로는 실루엣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침실에 들어간 사실이 없고 나를 이상한 사람을 만들 의도를 가지고 한 진술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 민주원씨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한 콘도 침실 사진. 민씨는 김씨가 자신과 안 전 지사가 자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를 살펴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김지은씨의 이 모든 주장이 거짓말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계단의 아래 중간 끝 어디에 앉아 있었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문과 가장 가까운 계단의 위쪽 끝에 앉아 있었다 하더라도 문까지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일어나면 벽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벽을 통해 실루엣이 비치고 눈이 마주쳤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둘째, 그 문은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상부는 불투명한 유리가 있을 뿐이기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서 있었다면 안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앉아 있었다면 문의 하부는 나무로 되어 있어 안에서도 밖에 앉아 있는 모습이 비칠 수도 없습니다.


셋째, 제가 묵었던 침대는 3면이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침대 발치에만 공간이 있고 그 앞은 통유리 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침대에서는 절대로 방문을 바라 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침대에서 문으로 나가는 길목에 장식장이 있어 그 장식장을 돌아가야 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와 안희정씨는 침대에서 일어난 사실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문 뒤에서 침대에 누운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첨부한 영상을 봐주십시오.


넷째, 깨어 있던 저와 눈을 쳐다본 것도 아니고 안희정씨의 눈을 쳐다본 것이라면 왜 제게 사과를 했는지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김지은씨가 제게 자신의 방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방이라면 왜 그렇게 살며시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와 살금살금 들어와 조용히 있었을까요. 이것은 제가 경험한 사실입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저를 위증죄로 고소하십시오.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것은 저와 김지은씨, 안희정씨 세 사람이 경험한 사실입니다. 진실만을 이야기하십시오.


1심 판결문에서는 “김지은씨가 문 앞에서 졸다가 일어날 무렵 객실 내에 있던 안희정씨의 실루엣을 보고 눈이 마주쳤다는 취지로 증언을 하면서도 침실 안쪽에서 불이 켜졌었는지 김지은씨 본인이 보았다는 구체적 실루엣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증언하지 못하고 있다. 김지은씨는 민주원에게 다음날 전화를 해서 사과를 했는데 김지은 본인 주장대로 ‘안희정’과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친 것에 불과하다면 사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하면서 제 증언을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2심 판결문에서는 “상화원 현장 사진에 의하면 2층 방문은 상단부분이 반투명하여 위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원은 피고인의 처이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폭로한 직후 구자준에게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해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점에서” 김지은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2심 판사님은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김지은씨는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말했고 앉아 있은 채로는 방안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재판 때 제출된 상화원 사진과 영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만약 김지은씨가 정말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누군가의 실루엣을 봤거나, 눈이 마주쳤다면 저나 안희정씨가 새벽 4시에 자다 말고 일어나 문 앞에 있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누가, 왜 문 앞에 서 있었겠습니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김지은씨는 1심에서는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방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는데, 2심에서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를 지키기 위해 방문 앞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는 1심에서의 주장이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것입니다.


이러한 황당한 주장을 성 인지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그날의 김지은씨의 부부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 행태를 성폭력의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구자준씨와 김지은씨가 무척 친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2018년 3월5일 김지은씨의 인터뷰 이후 약 세 시간 정도 지나 제가 구자준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평소 제가 아는 김지은씨는 안희정씨를 좋아하는 것이 티가 나서 걱정이 되었던 사람이고 모든 사람들이 김지은씨가 안희정씨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해주어 알고 있던 사람인데 전혀 뜻밖의 인터뷰를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김지은씨의 평소 행실에 대해 알려줄 수 있냐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구자준씨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여 “구자준씨가 김지은씨와 친하다는 사실을 제가 잊어먹었네. 미안해요 그런 부탁을 해서요 구자준씨 입장을 이해해요. 그런 부탁은 안할게요”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부탁을 할 때 “김지은씨가 상하원에 들어왔었다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함께했습니다. 구자준씨가 증인석에 나와 뒷말은 빼고 앞의 말만 증언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경황 없는 그 순간 제가 어떻게 있지도 않은 사실이 입에서 튀어나올 수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의심이 되면 저를 불러 다시 물어보시지 제게 확인도 안하시고 그 말만 믿으셨습니다.


김지은씨가 상화원에 들어온 날은 김지은씨의 주장에 의하면 바로 이주일 전 두 번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후입니다. 두 번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 “수행비서의 업무를 철저히 행하고 한중관계의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안희정씨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의 부부침실 문 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는 김지은씨의 주장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진실로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제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이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제 증언을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사실을 왜 배척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2심 판사님은 어떻게 실루엣이 비칠 수 있다고 하면서 그것만으로 눈이 마주쳤다는 김지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사실과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셨습니까?
왜 진짜 거짓말쟁이 손을 들어주시면서 제 경험을 거짓말이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위증을 했다면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
저는 이제 저와 제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김지은 측 “2차 가해 중단하라”


민씨의 글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모았다. 포털 다음 초기화면에 걸렸던 민씨의 페이스북 관련 기사에는 하루 만에 9022개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불륜 사건’이라는 민씨의 주장에 동조를 하고 김지은씨를 비난하는 의견을 보였다.

 

▲ 김지은씨 측은 민주원씨의 글을 두고 “2차 가해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김지은씨의 변호인은 2심 재판에서 “(상화원 침실 침입)증거가 민씨의 증언밖에 없고 2심에서는 피고인 등의 증언을 합해서 판단을 다시 내린 것”이라며 “공개된 법정에서 이미 나왔던 주장이고 사실이 아니어서 배척당한 것임에도 이렇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김지은씨를 돕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도 민씨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다음날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공대위는 2월1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 가해자 가족(민씨)의 글은 1심 재판에서도 펼쳤던 주장이며, 2심 재판에서는 다른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 행위는 (성폭력 사건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 이번 (민씨 글의) 경우는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민씨에게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공대위 역시 “민씨가 말한 내용은 1심 재판에서도 펼쳤던 주장으로 2심 재판부에서는 다른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뤄온 연구 모임 ‘도란스’의 신간 <미투의 정치학>에 추천사 형식의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도란스’ 측은 “책에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발자인 김지은의 글을 실을 예정이었다”면서 “김지은은 미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당사자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날조된 여론을 바로잡는 글을 썼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될 터인데(실제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피고인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즉각 상고했다) 김지은이 쓴 글로 인해 다른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법조인들의 우려에 따라 결국 싣지 못하게 되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신의 글로 인해 다른 법적 분쟁이 생겨 남은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추천사로 대신했다는 것.

 

김지은 “미투는 마지막 외침”


김지은씨가 자신을 ‘안희정 전 충남 도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이자 고발자’라고 밝히며 쓴 추천사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인도 조직도 모두 이기적일 뿐, 정의로움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다 조직을 앞세워 개인을 희생하거나 오로지 개인만 남게 될 뿐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이타적인 예민함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대선 캠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폭력을 당하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됐다. 미투는 마지막 외침이었다. 이 싸움의 끝에는 정의가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는 미투 사건의 본질인 위력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집필 작업에 함께 참여했지만 끝내 원고를 담을 수 없었다.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는 아직까지 법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맥락, 사실을 잘 다루고 있어 큰 위로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성범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을 함께 이해하고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미투의 정치학>을 계기로 또 다른 가해자를 막고, 현재의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도란스 측은 책 머리말에도 애초 이 책에 실을 예정이었던 김씨의 원고 일부를 인용했다. 여기서 김 씨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며 "내 눈 앞에,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 폐쇄된 조직 안에서 느꼈던 무기력과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고 썼다. 아울러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 했던 한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고도 했다.


2심 재판 이후에도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와 김지은씨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안 전 지사에 대한 처벌은 이제 대법원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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