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여주인공 배두나

“나의 사극 연기 논란? 통쾌하고 마음 편했다!”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2/20 [10:18]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여주인공 배두나

“나의 사극 연기 논란? 통쾌하고 마음 편했다!”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9/02/20 [10:18]

넷플릭스가 제작비 200억 원 전액을 투자해 만든 첫 한국 드라마 <킹덤>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킹덤>은 6부작 조선판 좀비 스릴러이자 조선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진실을 알게 되고 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헬조선의 슬픈 좀비를 그린 이 드라마를 두고 그저 ‘좀비물’이 아니라 사회고발극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킹덤>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 배두나가 기이한 역병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의녀 서비 역할을 맡았다. 얼마 전 영화 <마약왕>에서 로비스트 연기를 펼쳤던 그녀가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의녀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여러 매체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기자 데뷔 21년 만에 사극에 출연한 건 처음”이라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힘 없고 평범한 사람들의 살 길 모색하는 시나리오에 감동”
“배우는 시술하면 안 된다고 생각…자연스럽게 늙는 게 최고”

 

▲ 할리우드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 배두나는 '킹덤'에서 기이한 역병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의녀 서비 역할을 맡았다.    

 

-<킹덤>이 시즌 1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는데, 소감은 어떤가.
▲화제성도 있고 공들인 만큼 잘 나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 친구들이나 외신 반응이 예상보다 잘 돼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된 것이라서 기대가 높았다.


-할리우드 등 해외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오늘 아침에도 이탈리아에 사는 친구로부터 ‘잘 되고 있다’는 연락이 왔더라. 그 친구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킹덤>에 대해 쓰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했다. 굉장히 고무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스타그램만 봐도 반응이 빠르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관련 사진을 올리면 외국의 친구들이 일일이 챙겨본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가 많은 플랫폼이라 그런지 공개되자마자 바로 보는 것 같고 피드백도 정말 빠르다.

 

“대본 보니 역시 김은희 작가”


-<킹덤>은 사극이고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인데, 외국 친구들의 평가는.
▲일본에 있는 친구는 빨리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한국 친구들은 <킹덤>을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며칠 전 미용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일반인이 내게 <킹덤>을 잘 보고 있다고 해서 엄청 감격했다. 영화를 개봉하고도 이런 직접적인 반응은 없었다. 여러모로 큰 기대가 있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그리고 내 역할을 해낸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외국 시청자들은 낯선 것보다 아름다운 것에 주목한 것 같다. 한국의 미가 낯설면서 아름답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가 인터넷에서 본 반응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모자가 너무 아름답다는 얘기였다. 남자 배우들이 쓰고 나온 ‘갓’을 보고 ‘코리안 트레디셔널 해트 짱’이라고 해서 웃었다. 좀비가 빨라서 무섭다고도 하더라.


-<킹덤>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시나리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힘이 없고 평범한 사람들이 생존에 대한 간절함으로 살 길을 모색하는 데서 감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자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서자이고, 내가 연기한 ‘서비’도 의녀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똑똑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다만 캐릭터에서 간절함이 보였고, 간절함이 끌어내는 성공이 감동스러웠다.


-처음 대본 받아보고 느낀 점은.
▲김은희 작가님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이래서 김은희구나’ 싶었다.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고 구성이 참 세련됐다.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에 뒀는지도 보였다. 초반에 좀비를 빨리 보고 싶은데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면서 해외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스며들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걸 보고 완전 반했다. 드라마에서는 작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킹덤>은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감독이 뭉쳤으니 당연히 믿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의녀복 입은 내 모습 웃겼다”


-데뷔 21년 만에 첫 사극 도전인데 의녀복을 입은 본인 모습을 보니 어떻던가.
▲처음에는 내가 봐도 내 모습이 웃겼다. 드라마를 찍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막상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까 웃기더라. 처음부터 ‘관객들이 의녀복을 입은 나를 얼마나 낯설어 할까’라는 생각은 했다. 사실 <킹덤>은 개인적으로 리스크가 큰 작품이었다. 시청자들도 배두나의 사극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걸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부담을 안고 갈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첫 사극인데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은 평소대로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기를 ‘납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어느 정도 내가 하고 감독님의 요구, 디테일에 따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극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극톤’에 대해서는 사실 나름대로 연습을 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2001년 찍으면서 처음으로 연극배우인 엄마에게 대사 한 번만 가르쳐주면 안 되겠느냐고 울면서 부탁했지만 그때 엄마는 기술을 넣으면 안 된다며 안 가르쳐 줬다. 그 후 17년 만에 다시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고 1:1로 레슨을 받았다. 하지만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바꿨다. 자꾸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라는 인물에는 스토리가 있다. 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내가 알기로는 고아 출신에 지율헌 의원이 데려다가 의녀로 키운 사람이다. 천민 출신에 내가 아는 사극톤을 붙여서 점잖고 위엄있게 대사를 치니까 대왕대비마마의 대사처럼 들리더라. 조금 더 신분에 맞게 보여야 할 것 같아 고민했다. 과연 이 아이가 몇 번이나 양반과 대화를 섞어봤을까 싶었다. 지율헌 의원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던 아이가 화술이나 양반의 말투를 쓸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사극톤을 포기하고 어색하게 양반 말투를 따라하는 것으로 했고, 목소리 톤도 높였다.


지금의 내 목소리는 20대 때랑 다르다. 어린 서비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내 목소리가 아니라 풋풋한 목소리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모습으로 시작해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서비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외국 시청자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사극 매뉴얼이 있다. 그걸 못 지켰을 경우 어느 정도 비난 받을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도 전형적인 사극 톤보다는 내 방식이 좋다고 했고, 시도도 해보지 않고 콘셉트를 버리기는 싫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최후의 보루로 후시 녹음이라는 것도 있기에 후시 녹음을 철석같이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김성훈 감독과는 영화 <터널>에서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이 분은 그냥 걷는 장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4시간씩 반복 촬영을 할 정도로 까다롭다. 마음에 안 들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분이 아니고, 좋은 게 나올 때까지 배우를 계속 힘들게 하는 분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오케이’라고 하면 나는 더 이상 의심할 게 없다고 봤다. ‘서비’의 사극 톤이 염려스러워 후시 녹음을 할까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그냥 가자고 하더라.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는데, 속상하지 않은지.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내 연기는 항상 호불호가 갈렸고, 연기를 좋아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좋은 평을 받았을 때도 나는 냉정하게 ‘그 정도로 잘하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 모토는 작은 비난에 아파하지 말고 작은 칭찬에 들뜨지 말자는 거다. 내 연기가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며 어떤 면에서는 통쾌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내가 연기력 논란을 당하는 게 ‘그래 당해봐야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러웠던 건 내가 잘하는 것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지만 못하는 것도 과감히 도전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내가 좀 멋있더라. (웃음) 좀 웃기는가? 요즘은 맘이 되레 편하고 칭찬 받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


-<킹덤>에서 의녀 서비의 명대사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먹어요?’일 것 같다.
▲레드카펫 행사 때도 느꼈는데 사람들이 그 대사에 가장 많은 반응을 보였다. 대본을 보면서도 그 대사가 이번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관객들도 그 대사에 반응을 보여 신기했다. 사실 촬영 당시 나는 많이 흥분했다. 내가 흥분할 때마다 감독님이 ‘서비는 좀 더 차분한 인물’이라며 가라앉혔던 것이 기억난다.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대부분의 작품에서 민낯에 가까운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 왔는데.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가 나의 첫 영화 주연작이었다. 당시 내 얼굴이 너무 뽀얗다고 섀딩 처리를 해서 얼굴 톤을 낮췄다. 의도적으로 못나 보이게 하니까 연기할 때 굉장히 자유로워지더라. 예뻐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다 내려놓을 수 있게도 되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거의 민낯에 쪽진 머리까지 하고 나온다. ‘관객들이 보면 얼마나 웃길까’ 싶었는데, 화면에 나온걸 보니까 <플란다스의 개>에서처럼 다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 더이상 거리낄 게 없어’라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더 편했다.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피부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은데.
▲원래 관리를 안 하다가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피부관리를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시청자들에게 너무 한다 싶더라. 그래서 피부관리실도 다니고, 요즘 유행하는 LED 마스크도 샀다. 그러나 배우는 시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민낯에서 나오는 연기의 힘을 믿는다. 연기를 엄청 잘해서 두꺼운 메이크업을 연기력으로 뚫을 자신이 없다. 사람에겐 감정에 따라서 나오는 얼굴색이 있게 마련이다. 민낯으로 연기를 하면 감정신을 표현할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감정연기를 할 때는 오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슬프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이고 뭔가 우리나라는 대표한다는 느낌이 있는 작품이라 출연하는 배우로서 압박감은 없었나?
▲나는 연기를 하고 나면 마음을 많이 비우는 스타일이라 압박감은 받지 않는다. 그런데 되게 잘될 것 같았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있는데, 솔직히 감독님이 힘들고 치열하게 작업하는 모습에서 이미 잘될 거라는 기운이 느껴졌다. <센스8> 작업을 하면서 경험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과 내부의 데이터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떤 게 성공의 기준이라고 봐야 하는지 잣대가 애매하다는 것도 안다. 시청률이나 관객수 같은 데이터는 없지만 그 작품이 잘됐다는 걸 증명하는 건 다음 시즌을 제작한다는 것 아닐까?

 

넷플릭스에서 좋은 작품을 한 배우들에게 주는 포상은 ‘다음 시즌’ 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어떤 식으로 화제가 될지에 대한 걱정은 있었는데 기우라는 걸 알았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을 제외하고 외국에서는 일상적인 매체다. 우리가 ‘라면 먹으러 갈래?’라고 쉽게 말하듯 외국에서는 ‘넷플릭스 보고 갈래?’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플랫폼이었지만 지금은 어마어마한 존재감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SNS에 <킹덤 2> 대본을 올렸던데.
▲2월11일 시즌 2 촬영이 시작됐다. 너무 기대된다. 시즌 1에서는 의녀 서비가 무력이나 전투력에서 능력치 제로이고 답답한 캐릭터였는데 시즌 2에서는 통쾌한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시대 여성 캐릭터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그 와중에 서비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기대된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수준에서 예고를 한다는 건 참 어렵다.


-앞으로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아직 프랑스 영화 <아이 엠 히어>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 봄에 다시 찍는 장면이 좀 남아 있다. 그리고 <킹덤>은 6개월짜리 프로젝트다. 그 이후에는 영화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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