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르포>부처의 산상 설법지…“인도 영취산을 가다”

부처는 “욕망의 불꽃을 멈추고 쉬고 끄라고 했다!”

글/문일석(본지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2/20 [11:45]

<현지 르포>부처의 산상 설법지…“인도 영취산을 가다”

부처는 “욕망의 불꽃을 멈추고 쉬고 끄라고 했다!”

글/문일석(본지 발행인) | 입력 : 2019/02/20 [11:45]

비구들, 부처 설법 ‘법화경’ ‘화엄경’ 이름으로 집대성
“욕망 불꽃 잠재우지 않으면 평화·자유·행복 없다”

 

자비경 "미움과 원망과 분노를 넘어선 무한한 자비” 강조

부처의 영취산 설법의 핵심 탐욕·분노의 불을 꺼라”

 

인도, 부처 유적지 순례 길에 나섰다. 그런 중, 지난 1월21일. 부처의 산상 설법지인 영취산에 올랐다. 인도를 비행기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놀란 것은 인도·방콕·네팔·미얀마 지역은 대부분이 ‘평야’라는 사실이다. 가도 가도, 달려도 달려도 평야가 이어진다. 한국은 어디든 가면 갈수록 산과 마주한다. 산이 많다. 그러나 인도는 들판(평야)이다. 그러하니 인도는 산이 귀(貴)하다. 부처의 일생에서도 귀한 산은 귀한 수행·설법지로 경전 속에 남아 있다.

 

▲ 부처가 설법한 자리에서 승려가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부처는 설산(히말라야)에서 고행·수행했다. 그리고 영취산(gridhkuta hills)에서 산상설법을 했다. 귀한 산에서 귀한 시간을 소모한 것. 불경 가운데 법화경-화엄경은 아주 중요한 경전. 이 경전의 설법지가 영취산 일대다. 부처의 중요 행적지인 영취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영취산은 그리 높지 않은, 한국의 산에 비유하면 야산에 해당되는 정도. 산 전체가 돌로 이뤄져 있는 돌산이다.

 

빔비사라 왕 올랐던 길

 

부처의 설법지인 영취산 그리타구타 언덕까지는 모두 계단길이어서 방문자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동이 터 오르는 새벽시간에 영취산을 올랐다. 그 시간에도 오르는 길에서 자비에 호소하며 손을 벌리는 가난한 주민들을 만났다. 더러는 사람을 졸졸 따리오기도 하고, 길 가에 줄지어 앉아 있기도 했다. 목이 묶이지 않은 큰 개 몇 마리도 순례자의 뒤를 따른다.

 

▲ 부처님 설법지 영취산. 실크로 인쇄된 만장들이 가득 걸려 있다.    


이 산길은 부처 재세 시 빔비사라(bimbisar) 왕이 올랐던 길이기도 하다. 빔비사라 왕은 살아있는 부처인 고타마 싯달타(gautama sidhartaha)에게서 존귀한 품성이 있음을 읽어냈다. 인간 품성이 남다름을 간파한 것. 그는 라즈기르(왕사성)에 있는 영축산 위에서 날마다 불법을 설하는 부처를 만나러 살 길을 올랐다. 당시 왕의 행차로 언덕 오르막길이 길이 닦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부처는 생애 많은 시간을 영취산 피필라 동굴(pipal cave), 그 굴속에서 보냈다. 인도는 날씨가 무더운 나라다. 영취산은 모두 돌로 이뤄진 돌산인데 굴속은 천연 에어컨이나 다름없었을 것.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무더운 나라라에서 시원한 굴속이 건강에 나쁠 리 없다. 부처는 이 굴속을 정말로 좋아했던가 보다. 아마 무더위를 피해 외부와 단절된 굴속, 그곳에서 명상 삼매에 빠졌으리라.

 

▲ 영취산 산길에는 자비의 희사를 요구하는 가난한 주민들이 줄지어 않아 있다.    

 

그는 이 굴속에서 명상한 내용을 토대로 제자였던 비구들에게 설법했다. 비구들이 부처의 설법을 집대성할 때 ‘법화경’ ‘화엄경’이라는 이름으로 집대성했다.


빔비사라 왕이 부처를 만나러 영취산에 올랐던 이유가 뭘까? 왕이 부처를 만나러 간 이유가 도대체 뭘까? “도대체 부처가 인류를 위해 남긴 게 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 그 답을 영취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 산에 머물면서 연기설(인과설)을 남겼다. 오늘의 언어로 풀이하면, 나 있음으로 또는 그대가 있음으로 너와 내가 있다는 뜻이다. 은혜와 사랑이 존재하는 틀이다. 부처는 이 산에서 인연법을 발견했다.

 

갖가지 악조건 마주친 인간 부처

 

인간 부처는 사는 동안 갖가지 악조건과 마주했다. 사촌동생 데바닷다의 비방·음해에 시달렸다. 술에 취한 코끼리 떼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악랄한 살인자와도 마주쳐야 했다. 그가 부처를 죽이려 했다. 부처 당시 살인범 ‘안글마’. 그는 살아서 100명을 죽일 요량(목표)으로 99명을 죽인 이였다. 그가 부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제자들은 살인범 안글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부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욕망의 불꽃을 멈추고, 쉬고, 꺼라!”고 했다. “소유욕에 대하여, 텅 비우라(無, 가난)”고 했다. 자비경은 “미움과 원망과 분노를 넘어선 무한한 자비”를 강조했다. “욕망의 불을 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부처가 남겼던 말을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통하리라. 욕망의 불꽃을 잠재우지 않으면 평화·자유·행복이 없다고 했다. 부처는 그곳에서 인간세상을 비유하여, 화택(火宅)과 고해(苦海)라고 했다. 세상을 불난 집에 비유했다. 세상을 고통의 바다에 비유했다. 이를 빗겨가는 방도로 “미움·원망·분노를 넘어서라”고 제안했다. “네 마음을 등불 삼아라”고도 했다.


영취산에서의 부처 설법을 상산설법이라고 한다. 한참 나중에 태어난 예수의 산상수훈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예수의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영혼이 가난한 자는 복을 받는다“는 등의 8복론. 상당 부분이 부처의 산상설법 벤치마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부처의 영취산 설법의 핵은 "탐욕·분노의 불을 꺼라"다. 부처라는 성인의 뒤를 이은 예수는 “가난한 자·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했다.


아마 빔비사라 왕은 영취산까지 어렵게 올라가서 부처의 설법을 경청하긴 했으나, 부처의 말 그대로를 행하지는 않았다. 그가 부처의 제자가 됐다는 기록은 없다. 그 시대 왕은 부처의 설법 내용을 경청하긴 했으나, 실천하진 못했다. 왕직을 그대로 수행했으리라. 법문경청과 실천 사이의 괴리는 현재도 항존(恒存)한다. 오늘날, 불교는 경전을 통해 “욕망의 불꽃을 잠재우라”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들은 소유욕의 끝없는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전히, 화택(火宅)과 고해(苦海)다.

 

▲ 영취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부처 재세 시대에 함께했음직한 원숭이들의 후예, 영취산에 자생해온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영취산 정상으로 가다보면, 왼쪽의 라트나기리 언덕으로 2200피트 높이까지 리프트가 설치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꼭대기. 인도 불교의 한 종파인 일련종(일본)이 세운 160피트 높이의 세계평화의 탑과 마주친다. 영취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부처 재세 시대에 함께 했음직한 원숭이들의 후예, 영취산에 자생해온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 영취산 그리타구타 언덕의 정상에서 합장 기도를 올리고 있는 필자.    


부처의 산상설법은 2000년(불경은 부처 사후 500년쯤에 집대성)이 넘는 기간, 인류의 정신을 깨워왔다. 이곳에서의 설법은 돌보다 더 단단한 가르침으로 자리 잡았다. 인류가 전부 멸하지 않는 한, 그의 설법은 존재할 것임을 믿는다. 필자는 부처의 유적지를 순례-참배하면서 이와 관련 시를 쓰기도 했다. 이 글의 끝에 배치한다.

 

“부처님 그대, 왕좌도 버렸지. 예쁜 여자도 버렸지. 화려한 명예도 훌훌 버렸지.
부처님 그대, 보드가야 보리수나무 아래서 욕망의 끝을 보았지. 그런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바람 같은 것이라는 걸, 욕망의 끄트머리엔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람의 모든 일이 길바닥의 흙먼지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지.
부처님 그대, 가진 것 다 버리고,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 같은 욕망도 다 버리고, 누더기 입고 맨발로 걷는 수도승으로 한 평생을 살았지.
보드가야를 찾는 사람들, 그대 부처님 마음을 알까나. 5체 투지, 고행의 의미를 알까나. 보리수나무 한잎 한잎 떨어지는, 아무것도 없음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알까나. 모든 것을 버림으로서 모든 것을 얻었던 그대. 홀로 선정에 들었던 외로움을 알까나.
발 디딜 틈 없는, 보드가야 성지를 찾는 사람들, 사람들. 모든 것을 버려 모든 것을 얻은 부처님의 일생을 뒤돌아보고 가게나. 그리하여 편안해지는 빈 마음 하나 들고 왔던 데로 돌아가게나."

<문일석 시 ‘빈 마음 하나 들고 왔던 데로 돌아가게나!’ 전문>


moonilsuk@naver.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