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기러기 아빠의 이혼 청구, 재판부 판단은?

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치사찬란 송사 속 남과 여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2/22 [16:41]

바람난 기러기 아빠의 이혼 청구, 재판부 판단은?

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치사찬란 송사 속 남과 여

송경 기자 | 입력 : 2019/02/22 [16:41]

2017년 입건된 데이트 폭력 피의자들을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3.3%(7552명)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감금·협박 등이 11.5%(1189명), 스토킹, 주거 침입,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경범 등 기타 혐의가 1.3%(138명), 성폭력 0.5%(50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17명(0.17%)이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50명(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데이트 폭력과 이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기도 한다. 그래서 이혼(離婚)의 또 다른 이름은 ‘치부(恥部)’라는 사람도 있다. 법원 판결문에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치정극이 전쟁처럼 얽혀 있다.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의 이면을 들춰본다.

 


 

기러기 남편, 외간여성과 부정행위…생활비 끊고 아내 상대로 이혼소송
가정법원 “가족부양 않고 부정행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이유 없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한집에 살던 부부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는 사연은 가지가지다.    

 

C씨(원고, 남편)와 D씨(피고, 아내)는 1997년 10월 혼인신고를 했고, 슬하에 자녀 E를 두었다.
C씨와 D씨는 1993월 12월부터 태국에서 여행가이드, 여행사 운영을 하며 생활했다. 아내 D씨는 2010년경 태국 현지의 사정으로 여행객이 줄어 사업이 어려워지자 남편 C씨에게 한국 귀국을 제안했고, 남편이 이를 받아들여 2011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C씨와 D씨는 귀국 후 호주 이민을 준비했으나 비자법 등의 변경으로 이민이 어려워졌다. 호주에 거주하는 남편의 여동생 집으로 유학을 보낸 자녀 E도 고모와의 갈등으로 2012월 3월 호주로 간 지 2개월도 안 되어 귀국하면서 이민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E는 한국으로 돌아온 지 3년이 지난 2015년까지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매우 힘들어 하면서 혼자라도 태국에 보내달라고 부모에게 졸랐다. 결국 D씨는 E를 혼자 태국으로 유학 보내는 것이 걱정스러워 남편과 상의 끝에 2015년 6월 E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했다.


아내 D씨는 남편이 2015년 10월 말경부터 연락도 잘 하지 않는 등 소원하게 대하자 걱정되어 2016년 7월 자녀의 방학기간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남편은 귀국한 아내를 냉랭하게 대하며 태국에 간 것을 원망했다. 가정이 파괴될 것을 우려한 아내는 태국에 돌아갔다가 E를 설득하여 2016년 9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남편 C씨는 2016년 7월부터 F씨와 친밀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D씨는 2016년 11월 아이 이름이 적혀 있는 수건, 남편 휴대폰의 문자 내역을 보고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다. D씨가 남편에게 외도에 대해 캐묻자 C씨는 3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귀가한 후에는 거실에서 자고, 혼자 식사를 준비해 먹었으며, 출장을 이유로 외박을 자주 했다.


C씨는 D씨가 2017년 2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자 2017년 4월부터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 4개월 후인 2018년 8월 결국은 집을 나갔다.


이후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먼저 C씨는 한국 귀국을 강하게 요구하는 아내를 위하여 안정적인 태국 생활을 포기하고 2011년경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내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5년 6월 딸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하여 자신을 방치했다고도 했다.


C씨는 또한 아내가 자신과는 대화를 하지 않고 각방 생활을 했으며, 아내가 2016년 9월 귀국한 후에도 같은 집에서 거주할 뿐 대화를 일절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C씨는 이 같은 아내의 행동들로 인해 더 이상 D씨를 신뢰할 수 없으며, 3년 이상 계속된 실체 없는 혼인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혼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남편의 주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부산가정법원 윤재남 판사는 “원고(C씨)와 피고(D씨)는 태국에서의 사업 부진, 자녀의 한국 학교 생활 부적응의 문제로 서로 상의하여 2011년 한국으로 온 가족이 귀국하고, 2015년 피고와 자녀 E가 태국으로 출국한 것이지 피고의 일방적인 판단과 고집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윤 판사는 또한 “가족의 거취 문제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서로 상의해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생각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마치 피고가 독단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한 것처럼 아내를 비난·원망하면서 소원하게 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F씨와 부정행위를 했으며, 부정행위가 발각된 후에는 오히려 이전보다 자주 외박을 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고, 2017년 4월 이후 생활비를 부담하지 않다가 2018년 8월 가출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으면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남편의 잘못으로 인해 악화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원고인 남편의 주된 잘못으로 인해 부부의 혼인관계가 악화되었는데, 피고는 혼인관계의 회복을 바라며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러므로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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