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후폭풍, 박근혜 살리는 내막

“사망 타이밍 절묘…생큐 김정일!”

송경기자 | 기사입력 2012/02/21 [11:30]

김정일 사망 후폭풍, 박근혜 살리는 내막

“사망 타이밍 절묘…생큐 김정일!”

송경기자 | 입력 : 2012/02/21 [11:30]

‘북한 급변사태’ 블랙홀이 디도스·이상득·BBK 등 온갖 의혹 다 빨아들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당권을 잡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2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는 등 향후 정국운용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명실상부 집권여당의 1인자이자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난파 직전의 한나라당도 내분을 수습하고 정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뜻하지 않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박 전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확인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다가올 4월 총선과 레이스의 마지막인 12월 대선까지 이어가기만 한다면 안철수 교수를 비롯한 야권과 해볼 만한 대결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 2011년 12월2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격 회동을 가졌다.     © 펜그리고자유 자료사진


취재/송경 기자



2011년 12월2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격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청와대 단독회동은 6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이 독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동은 50분간이나 이어졌다. 여권의 최대주주인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표이사인 박 비대위원장이 만났다는 점이나 시국이 시국이었던 만큼 이날 회동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았다.

박근혜, MB와 무슨 교감?

이날 독대에서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은 단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대외 정세변화를 화두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박 비대위원장은 “현 시국 및 예산국회 진행과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들었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날 독대에서 김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응 및 주요국과의 협력 방안, 국내 국론분열 방지와 국민불안 해소 방안을 놓고 포괄적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예산국회와 관련해서는 민생·서민정책에 대한 당·정 간의 협조가 재확인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 데다 겨울철 전기수급마저 원활치 않는 등 민생문제가 불거져 민심이 성날 대로 성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 대통령은 민생·서민예산이 반영된 새해 예산안이 연내에 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되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고, 박 비대위원장 역시 취업활동 수당 신설, 대학 등록금 및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 이른바 ‘박근혜 예산’의 1조5000억원 수준의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협조를 구했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회담 내용 중 밖으로 말씀 내놓지 못할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독대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나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내 화두인 인적 쇄신안이나 공천방향 등에 대해 두 사람이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했을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총체적 난국 절묘한 시점에서 김정일 사망…박근혜에 호재로 작용

한나라당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감 확인…안철수와 해볼만한 게임


예상과 달리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깍듯이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제가 당의 중책을 맡고 처음이라 잠시라도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이 대통령이) 일부러 신경을 쓰신 것 같다. 처음 만남이라 일부러 마음을 쓰신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날 회동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말하기보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듣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 시국상황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많이 듣는 자리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 간의 신뢰관계가 일정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21일 회동과 2011년 6월3일, 그리고 12월22일 회동 등 세 차례 단독회동을 통해 협력관계를 다시 구축하고 강화했다는 것. 향후 총선과 대선가도를 달리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은 어느 정도 끝마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난 연말을 거치면서 분위기는 한나라당에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 사망이 터지기 직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안팎의 온갖 악재에 신음했다. 박근혜 체제가 과연 정상가동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김정일 사망, 朴 존재감 드러낼까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선관위 해킹 사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BBK 의혹,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 수억원대 금품수수 및 괴자금 출처 수사, 야권통합 작업과 여당 내 갈등 고조 등이 죄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묻혀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박 비대위원장의 대선가도에 그만큼 안개가 걷혔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풍비박산 지경이던 한나라당은 박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계파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지만 이렇다 할 잡음이 들리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인식하에 박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재는 안보 리스크가 부각된 점이다. 2011년 12월19일 알게 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당 쇄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망으로 조성된 안보정국이 그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통합으로 시선이 몰렸던 야권 움직임이 다소 외면받고 있는 점도 호재라면 호재다. 새해 나라살림(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산정국을 물밑 조율하면서 안풍(안철수 바람)에 흔들렸던 유력 대권주자의 위상도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예전 박근혜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숨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고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조문 논란 등에 대해 청와대와 박 비대위원장 간 의견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월21일에는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런 문제는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또 여야 원내대표가 극적으로 합의한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도 황우여 원내대표 및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오찬을 별도로 하면서 원활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박 비대위원장은 비서실에 실무형 당료를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선작업에 돌입하는 등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당체질 개선과 쇄신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박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광폭행보는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해 12월 셋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주일 전 대비 0.8%p 상승한 26.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7%p 하락한 안철수 원장(26.3%)를 제치고 5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과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안 원장이 51.3%(-2.1%p), 박 전 대표가 37.5%(1.3%p)를 기록, 양 후보 간 격차는 13.8%p로 전주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김정일 사망으로 인해 이번 차기 대통령의 덕목에는 경제와 복지에 더해 안보가 추가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안철수 원장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힘을 낼 만한 소식인 셈이다.

‘김정일 사망’이란 블랙홀 이슈는 해를 넘겨 정부여당에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수혜는 지금 전적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또 다른 수혜자인 이 대통령이 온갖 친인척, 측근비리, 민생도탄의 책임으로 인해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때문에 당분간 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유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선후보로서의 박 위원장에 대한 비토 요인이었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검증도 함께 시작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안보 리스크가 박 비대위원장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안보 리스크, 과연 호재일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국방위원장의 급사와 김정은 후계 체제 시작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호재가 아닌 악재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안보변수가 결코 박 비대위원장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정국의 반사이익을 노렸지만 결국 선거참패라는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안보 정국은 전쟁 대 평화라는 또 다른 대립구도를 불러왔고 당시 야권의 ‘평화카드’가 적중했던 것이다.

여당 곤혹스런 이슈 김정일에 다 묻히고…朴 대선가도 안개도 걷혀

박근혜 조문거부 보수本色…‘집토끼’ 잡겠지만 산토끼 몰이엔 역효과

지난 2006년 10월9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박 전 대표는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채 마무리에 한창이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역전당했고, 결국 이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치 못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실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박 전 대표가 결국 분루를 삼켜야 했다. 북핵 변수는 힘 있는 지도자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는데 여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미필자’ 출신이지만, 박 전 대표보다는 높은 점수를 얻었던 것이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성이라는 점이 북핵 변수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박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대선 1년 전 재연된 ‘북한 변수’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조문거부, 보수본색 강화전략?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안보정국하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보수본색 강화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박 비대위원장도 보수진영의 이해요구를 대변하는 행보로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12월21일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국회 조문단 파견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께 의논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가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은 하지 않기로 결정돼 있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좀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도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에 따라 국회 조문단 구성은 무산됐다. 신기남 전 의원은 성명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에 따른 국회 차원의 조문단을 구성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제안을 거부했다”면서 “현 정부와 차별화된 ‘신뢰외교’를 주장했던 박근혜 위원장의 대북정책이 실제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왜 이같이 경직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북핵 위기 때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발로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진영 입맛에 맞는 선택은 ‘집토끼’ 강화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진보나 중도 등 ‘산토끼’를 잡는 데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안보정국 속에서 보수층 결집과 이명박 정권의 각종 실정이 가려지는 착시효과가 있지만 이는 보수정당에 대한 일시적 의존과 지지일 뿐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야당이 요구한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거부한 것이 박근혜 전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무엇을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박근혜 비대위’가 이번 사태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메시지와 행보에서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야권 통합이 김 위원장 사망에 묻혔듯, 엄밀히 말해 비대위 움직임도 가려졌다는 것. 때문에 비대위의 성패를 가를 초반 움직도 완전히 묻혔다는 것이다.

MB관계 개선하며 후일도모

일단 안보정국이 무조건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저버리는 것이 좋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 비대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한나라당 쇄신과 인적 쇄신, 정책혁명을 통해 지지율을 만회하는 것 말고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면서 비대위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정책의 차별화, 인물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 친이계의 반발과 같은 별다른 잡음 없이 연착륙하게 된다면 박 비대위원장 체제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1차 목표는 4월 총선이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공천권 행사를 통해 당의 쇄신을 가져오고, 아울러 안철수 원장에 필적하는 박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더욱 분명히 차별화될 때 안철수 교수와의 대결에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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