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불륜 남녀 직장에서 쫓겨나는 실상

일터에서 불장난 들통 그후…OUT당하고…망신당하고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5/01 [10:44]

사내불륜 남녀 직장에서 쫓겨나는 실상

일터에서 불장난 들통 그후…OUT당하고…망신당하고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5/01 [10:44]
사내불륜으로 잘린 미혼여성 해고무효 소송 냈지만 패소
국내 건설사 여직원, 사내 불륜남과 20억 횡령하려다 덜미
국내외 기업들, 사내불륜 연루된 직원 최고 ‘해고’까지 처벌

▲ ‘사내불륜’은 불륜 중에서도 가장 흔한 유형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사내불륜 이야기가 등장한 SBS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 한 장면.     ©

‘사내불륜’은 불륜 중에서도 가장 흔한 유형 가운데 하나다. 직장 등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은 직장 동료끼리 정서적인 친밀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이유다. 그러나 직장 내에서 불륜이 일어날 경우 회사 또는 동료들이 그에 따른 피해를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편의 봐주기나 차별 등으로 다른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거나 심지어 횡령 등 금전적 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취재/이상호 기자
경기도 의왕시의 한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던 미혼 여성 A(36)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6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사내질서 문란과 회사의 명예훼손, 근무태도 불량 등. 회사는 A씨가 직장 동료인 기혼 남성 B씨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근거로 A씨가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회사 경영진은 A씨와 B씨가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들리자 B씨를 상대로 이를 추궁, 불륜 관계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받아냈다. 동료 직원들의 눈총과 회사의 사직 권고를 감당하지 못한 B씨는 진술서를 제출한 직후 회사를 그만뒀지만 A씨는 달랐다.
A씨는 회사가 사직할 것을 권고하자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임직원 전원에게 ‘사장의 간교함은 뱀에 뒤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잇달아 기각됐고, 결국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A씨는 이미 회사를 떠난 B씨로부터 ‘불륜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새 진술서까지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A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월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둘의 관계는 당사자인 B씨의 진술서가 바뀌어 그 실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A씨가 B씨에게 ‘연락을 받지 않으면 부인한테 알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낸 점 등 여러 정황상 A씨와 B씨의 관계가 정상적인 동료나 친구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직원이 13명에 불과한 A씨 회사의 특성상 특정 직원 사이의 불륜 내지 부적절한 관계는 회사 분위기를 매우 저하할 우려가 있어 충분히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 사장을 모욕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7차례 무단 결근하고, 업무와 무관한 인터넷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한 것도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C씨는 몇 달째 복잡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혼한 지 7년이 된 남편이 혼인 기간 내내 수많은 여성과 동시다발적으로 외도를 일삼아 온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시댁과 친정에 알려 남편이 당장 외도를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댁은 물론 친정에서조차 자신의 편에서 두둔할 사람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니?” “그런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결혼한 것 아니냐” “새삼스럽게 무슨 말이냐”는 차가운 반응이 돌아올 것이 명백한지라 혼자서 속만 끓이고 있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C씨와 남편은 회사 동료였다. 당시 남편은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C씨는 그 사실을 알고도 7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두 사람은 남편의 전처에게 현장을 목격당하고 말았다.
전처는 남편의 외도를 이유로 이혼소송과 함께 간통고소를 했고, 두 사람이 근무하던 회사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월급에 가압류를 걸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버렸다. 두 사람은 하루아침에 손가락질당하며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회자된 30대 여자 팀장과 40대 남자 본부장 간의 사내불륜이 벌어졌던 한 중소기업의 직원은 “그들의 얘기가 너무 지저분하고 부적절해 같은 회사 직원인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회사는 각 직급별로 알 수 있는 내용과 담당하는 업무의 한계가 정해져 있는데 불륜으로 사적인 관계가 얽히게 되면 자기 선을 넘어서 업무 비밀 등에 접근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면 공금횡령뿐 아니라 말단 직원이 회사 기밀에 접근해 관련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는 등 파생되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건도 있었다.
국내 건설사 자재부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D씨는 자신의 상관인 50대 E부장과 내연관계였다. 관계가 깊어졌을 때 즈음 D씨는 E부장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오빠…우리 한탕하고 튈까?”
E부장은 결국 그녀의 꾐에 넘어갔고, 이후 D씨가 자재값을 부풀려 결재를 올리면 사인을 해줬다. 그렇게 회삿돈 약 20억원을 빼돌린 두 사람은 이 가운데 3억원을 외제차나 명품 가방을 사는 데 썼다.
E부장은 이혼 후 D씨와 함께 해외로 도피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출국 예정일을 석달 앞두고 결국 사내 감사에서 꼬리가 밟혔다. 회사는 두 사람을 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머지 17억원을 돌려받았고, 두 사람은 회사를 떠났다.
사내불륜 막으려는 회사의 방침
사내불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국내외 기업들은 사내불륜 관계에 있는 직원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선박용 부품 기업 무사시노는 사내 불륜이 적발될 경우 '2등급 강등'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과장이면 일반 사원이 되고, 일반 사원이면 즉시 해고된다. 동시에 불륜관계에 있는 사원의 정보가 전 사원들에게 이메일로 공개된다.
미국 록히드마틴도 2012년 사내불륜 의혹이 제기된 크리스토퍼 쿠바식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를 취임 전 경질했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최첨단 기술을 경영해야 할 CEO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면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기술 유출의 위험이 있어 고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도 사내불륜이 밝혀질 경우 심하게는 해고 조치까지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자칫 서로 편의를 봐주는 등의 행위로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내불륜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회사의 명예 등을 고려해 고소 등의 법적대응은 하지 않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박남규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단순히 불륜만으론 고소가 불가능 하지만 지나치게 편의를 봐주거나 부정행위를 눈감아줘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실제 법적 공방으로 치닫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내규에 의거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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