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자살자 보험금 지급 꼼수 논란

약관 무시한 채 보험금 ‘먹튀’…미지급액 수천억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5/09 [16:34]

생보사들 자살자 보험금 지급 꼼수 논란

약관 무시한 채 보험금 ‘먹튀’…미지급액 수천억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5/09 [16:34]
‘자살사고 때 재해사망보험금’ 표기 해놓고 일반 보험금만 지급
약관 잘못됐다 서둘러 수정…삼성생명 1조원 안 주려 로비 의혹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수천 억원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약관에는 자살 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놓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온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참여연대가 4월21일 논평을 내고 생명보험회사들이 자살 사망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계약자와 보험사를 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이상호 기자
금융감독원은 ING생명 종합감사에서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90여 건에 대해 총 200억원의 보험금이 미지급된 사실을 적발했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 상품은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하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2010년 4월 이전 생명보험회사들이 팔았던, 재해사망특약이 있는 생명보험상품은 다르다. 당시 약관에는 ‘특약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자살= 재해’로 본다는 말이다.


ING생명  자살 보험금 200억 미지급
통상 일반사망보험금보다 재해사망보험금은 2~3배 더 많다. 따라서 이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했다면 자살 당사자의 유족, 즉 보험금 수령자는 일반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를 모른 척 무시하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게다가 2010년 4월에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잘못된 것이며, 실수로 약관을 잘못 만들었다는 논리를 대며 해당 약관 내용을 수정했다.
ING생명 외에도 대다수의 생명보험회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지급을 안하거나 미적거렸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당시 약관에 따라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라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는 논리를 편다.
또 약관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소연 이기욱 보험국장은 “약관규제법이나 표준약관상 또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봐도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1년이 다 되도록 감사 적발사실을 은폐하려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쉬쉬’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기욱 국장은 “삼성생명 등 생보업계는 불똥이 자신들에게 번질 것을 우려해 ‘없던 일’로 하고자, 생명보험협회에 ‘대책반’을 꾸려, 법률검토를 하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요율도 반영이 안 됐고, 약관이 잘못된 것’이라며, 금감원에 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약관 해석, 지급범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처리 중에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살 보험금 지급을 미루려는 노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살률이 증가하면서 보험업계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자살 면책 기간을 늘리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적이 있다. 자살 면책 기간이란 보험 가입 후 일정기간 안에 자살을 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기간이다. 보험금을 노린 자살을 막겠다는 취지로, 현행 규정은 2년이다. 보험업계는 오래 전부터 이 기간을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보험금을 노린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자살 면책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자살한 피보험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7184억원(2만5508건). 자살보험금 지급액의 규모도 점차 커져 2009회계연도엔 137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1733억원까지 늘어났다.
김종훈 의원은 “생보사의 약관에 명시돼 있는 면책기간은 자살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같은 약관은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는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률이 면책기간 이후 높아져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3위, 2011년 기준)도 면책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고, 독일도 면책기간을 3년으로 명시하되 개별 계약에서는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자살률 증가와 면책 기간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특별한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해 면책 기간 연장은 잠정 중단됐다. 특히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면책기간 연장(2년→3년)은 선진국 평균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프랑스·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생명보험의 자살 면책기간이 2년이며, 기간이 3년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도 면책기간을 축소·연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유족보호를 위한 제도를 다수 도입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자살예방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반면 국내 정부지원 예산은 32억원, 보험업계에서 지원하고 있는 예산(9억원)까지 합해도 40억원에 그치고 있다.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본의 자살률이 감소한 이유는 자살 면책기간의 연장 때문이 아니라 아낌없는 예산 지원이었다”며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정부와 보험업계 등 사회전반에 걸친 더 많은 지원과 노력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반박
이에 보험사들은 “그렇지 않다”며 반박한다.
A생명 관계자는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 치자. 극단적인 경우 상품 가입자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선고받았을 때 주변에서 그냥 사망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을 받는데 자살하면 재해사망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더 받는다고 한다면 그는 말 그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약관도 바꿨던 거다. 약관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거지, 지급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서 재해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가입 2년 경과 후 자살하면, 개별사안과 약관의 규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일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쟁점은 약관이 정말 문제 있느냐, 또 약관에 오류가 있다 해도 잘못된 약관대로 가입한 소비자 입장에선 이전 약관대로 보험금을 받아야 하느냐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약관 해석, 지급범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처리 중에 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 자살 방조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 해도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보면 금융소비자 주장에 좀 더 무게가 기울어진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엄밀히 법만 따졌을 경우 약관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임의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약관 위배다. 설사 약관에 오류가 있다 해도 소비자의 기존 약관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리 해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35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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