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진 한파 굴하지 않고 키워온 선분홍 동백. ©김상문 기자 | |
동백 여행지로 향하는 내내 생각이 많다. 목적이 있는 사진이되어야 하는데 그 방향을 정확히 정하지 못하니 고민이다. 마음 한 켠에서는 ‘(안 되면) 편집에서 살리지’ 하는 유혹도 일어난다. 또 다른 마음 한 켠에서는 ‘사진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반발을 한다. ‘무작정 찍을 수 없는 것이 사진’이라는 생각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 ‘동백예찬’으로 정했다. 그러나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자 피사체(동백) 환경은 내 생각과 정반대다. ‘빛’이 있으면 꽃이 없고 꽃이 있으면 ‘빛’이 없다. 사진가는 늘 ‘빚’지고 살아야 하는데.
이런 경우 흔히들 (많이) 생각하고, 보고, 찍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머리는 생각하고, 찍고, 보려고 하는데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품었던 ‘동백예찬’이 무말랭이처럼 쪼그라든다. 하여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찍자는 생각으로 나를 다그친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여행 후 찍어온 사진을 살피자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그래 생각 없이, 노력 없이 ‘사진의 우연성’을 바란 내가 도둑놈이지 하는 생각이다. 바로 동백을 외면했다. 아니 기억 속에서 동백을 포맷시켜 버렸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동백 사진여행은 편집도 못하는 난관에 부닥쳤다. ‘동백예찬’이 정확히 촬영된 사진이 아니어서 이미지 선정이 어렵다. 나 어떡해~♬
어느 날 사진갤러리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님의 사진. 사진은 세상만사를 담은 시인 나태주님의 ‘풀꽃’이 담겨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순간, 이 이미지는 동·백·예·찬. 반사적으로 작업실을 열자 홀대받은 동백이 환하게 반긴다. “동백아! 너는 어디에 있어도 예쁘구나!”
지난해 전국의 동백 여행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생각이다. 이렇듯 동백은 떨어져도 시들지 않는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나무며 풀들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때 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동백이다.
그러다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다고 생각되면 어느 순간 ‘툭’ 하고 송이째 꽃을 떨어뜨리는 낙화의 아름다움. 이를 사람들은 “동백은 두 번은 보아야 제격”이라고 말한다. 꽃이 피었을 때와 떨어질 때. 특히 꽃이 떨어져도 시들지 않는 화려한 색깔과 자태는 고귀하기까지 하다.
▲ 지심도는 햇살을 잔뜩 받은 동백 잎들이 반짝거려 마치 한덩이의 거대한 보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겨울 햇볕에 고개를 빼꼼이 내민 동백꽃, ©김상문 기자 | |
거제 해금강과 지심도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는 남쪽 해금강 해안과 그 앞의 작은 돌섬인 지심도가 동백의 명소다. 해금강 입구 신선대 주변과 학동 해안을 따라 효자산 아래까지 우거진 동백숲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생 동백 군락지 중 하나. 3만여 그루의 동백이 무리 지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3월 중·하순에 만개해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뽐낸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위치한 작은 섬 지심도는 마치 한덩이의 거대한 보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햇살을 잔뜩 받은 동백 잎들이 반짝거려서다.
배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가면 한낮인데도 섬은 어두컴컴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동백이 터널을 이루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지심도 일주도로인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저 좀 봐주세요” 하듯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푸른 남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초원, 또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하여 사람들은 동백꽃이 바닥에 지천으로 떨어져 있어 일부러 피해가기도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여기에 울창한 상록수림과 끊임없이 들려오는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노랫소리는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는 여행자에게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해준다. 5백년 묵은 치렁치렁한 ‘장수 동백’과 전국에 몇 안 되는 흰 동백도 자생한다. 최근 섬 일주 도로 정비와 주변 환경이 말끔하게 끝나 여행하기에 더 편해졌다. 또한 주말이면 섬 주민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학꽁치를 전통 방식으로 잡는 체험행사도 하고 있어 이래저래 지심도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2월 하순에 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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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가는 방법 : 장승포항에서 지심도로 가는 배가 운행(20분 소요)하며 펜션 등 숙박 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다.
▲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동백은 12월 초순 꽃을 피우기 시작 다음 해 4월 하순에 꽃잎을 감춘다. 대왕암 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김상문 기자 | |
울산 대왕암 공원
경남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과 방어동에 걸쳐 있는 대왕암공원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 용이 되어 대왕암에 숨어 들었다고 하여 대왕암으로 불리고 있다. 독특한 지형과 함께 울창한 송림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봄이면 동백이 피어나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온다. 주로 공원 들어가는 길 양쪽과 공원 곳곳에 피어 있어 바다와 어울린 풍경이 볼 만하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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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문화관광 :http://guide.ulsan.go.kr
해남 두륜산해남에는 고산 윤선도의 고택과 대흥사에서 동백을 만날 수 있다. 해남읍에서 삼산면 대흥사 쪽으로 가다 보면 약 4km 지점 ‘윤고산 유적지’ 주변에 동백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다. 대흥사를 둘러싼 두륜산에는 등산로를 따라 수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림이 있다. 대흥사에서 시작해 진불암에 다다를 때까지 햇살을 받아 더 붉고 밝게 빛나는 동백꽃길이 장관. 천천히 걸어도 2~3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두륜산 정상은 널찍한 암반지대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다도해의 섬들이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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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문화관광 :http://tour.haenam.go.kr/
보길도보길도는 조선 최고의 풍류가인 윤선도의 유배지로 이른 봄이면 섬 대부분을 동백나무가 덮여 버린다. 동백 포인트는 옥소대와 세연정. 우선 숲을 헤쳐 산길을 올라가면 옥소대가 나온다. 울창한 숲, 조약돌 깔린 해변, 깎아지른 듯한 해안의 절경이 붉은 동백의 배경이 된다. 반도에서는 보길도에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말처럼 남해안의 훈풍에 젖은 보길도의 동백은 감미롭다.
동백꽃이 질 때면 세연정이 최고의 감상 포인트. 개울을 온통 동백꽃잎으로 덮은 동백꽃이 바람에 밀려 작은 배처럼 한가로이 떠다니는 장면은 압권이다. 너무나 세속적인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모자라고 아울러서 붉은 빛이 주는 섬뜩함이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여도 힘겹게 살아가던 섬사람들의 처절함을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동백은 겨우내 피고 지기를 거듭하다 4월까지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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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문화관광:http://tour.wando.go.kr/
가는 방법 : 보길도는 해남 땅끝마을 여객선 터미널과 완도군 여객선 터미널에서도 갈 수 있다.
▲ 여수 돌산대교 야경은 여수의 또 다른 아이콘이다. 오동도 관람후 저녁무렵에 보기좋다. ©김상문 기자 | |
여수 오동도올해 5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의 오동도는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인 그곳은 2만7000여 평에 5000여 그루의 동백들이 꽃을 피워 동백의 대명사가 된 섬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산책로를 걷다 보면 떨어진 동백꽃이 산책로를 붉게 물들인다.
동백꽃은 식물원 뒤쪽 산책로에 가장 많이 피어 있다. 호젓한 산책로를 걸어가면 갈대처럼 생긴 대나무인 시누대숲 위로 붉은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특히 섬 중심부에 위치한 등대에 오르면 여수의 돌산도와 경남의 남해도가 아스라이 보여 수려한 바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꼭 들러야 하는 코스로 사람들은 오동도를 “추억과 낭만을 음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관광유람선을 타고 섬 전체를 돌면서 수려한 바다풍경과 동백의 붉은 물결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일출 명소로 알려진 향일암을 비롯 돌산도로 가는 연륙교 초입의 무실목 자갈밭 해변언덕도 동백꽃 명소. 절정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으로 붉은 동백꽃으로 섬 전체를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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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문화관광:http://www.yeosutravel.net
고창 선운사천연기념물 184호인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사찰 입구 오른쪽 비탈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약 5000여 평에는 500∼600년 된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리적 요건으로 선운사 동백은 가장 늦게 핀다. 하동의 매화가 지고 난 4월 하순부터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이 시기에는 동백꽃과 벚꽃,진달래꽃이 한데 어우러져 꽃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절묘한 적백의 조화가 연출되는 것이다.
미당 서정주는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라고 늦은 동백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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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http://www.seonunsa.org/
서천 동백나무숲서천군 서면 마량리에 자리 잡은 동백나무숲은 애절한 전설과 함께 50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85그루가 있다. 천연기념물(제169호)로 지정된 이 동백나무 꽃의 만개기간은 3월말에서 5월 초순까지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은 300여 년 전 마량첨사가 심은 것이라 한다.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곳에 재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재단을 만들 당시 그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특히 산정상의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의 낙조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곳의 동백은 남도의 동백과 달리 꽃잎이 한 겹인 홑동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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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관광 :
http://tour.seocheon.go.kr
▲동백꽃의 낙화의 아름다움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김상문 기자 | |
강진 백련사다산 정약용이 심었다는 말이 전해지는 백련사에는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붉디붉은 동백이 활짝 피어날 쯤이면 숲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푸른바다와 천년 세월을 품은 사찰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한 경지를 이룬다.
특히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행호토성 너머 동백숲도 장관이다. 또한 백련사에서 정약용이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10년을 지냈다는 다산초당에 이르는 40여 분간의 등산로를 따라가면 줄지어선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꽃망울이 맺혀 있는 상태로 3월 중순께 만개한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제151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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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문화관광 :http://tour.gangjin.go.kr
백련사 :http://www.baekryunsa.net
영암 월출산의 도갑사 계곡호남의 소금강 월출산은 동백꽃과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해빙기의 등산로로 압권이다. 산행기점은 천황사 이곳에서 계곡에 이르는 1km 남짓한 초입부터 동백꽃이 곱게 단장하고 있다. 하산길에서 만나게 되는 도갑사 부근에는 3월 중순경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꽃이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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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문화관광 :http://tour.yeongam.go.kr
광양 백계산광양의 명산 백운산의 남쪽 자락에 아담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바로 백계산 동백림. 옥룡사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 잡은 2만 평 규모의 동백숲이 등산객들을 찬탄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절정기는 3월 중순.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아 등산로는 이때도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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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문화관광 :http://www.gwangyang.go.kr
붉디붉은 동백 이야기 ~ 여인네들이 동백을 사랑한 까닭은?
▲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는 꽃말처럼 혼례에서 생명과 굳은 약속의 상징으로 쓰인다. ©김상문 기자 | |
동백은 다른 식물들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에 붉은 빛의 꽃을 피운다가 다른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그때 꽃이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꽃봉오리가 ‘뚝’ 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애절한 마음을 동백꽃에 비유한 시와 노래가 많다. 또한 동백이 꽃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과 같다 하여 불전에 올리는 것을 금하였으며 병문안 때 가지고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불길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동백에 불길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은 동백나무 망치를 마루에 걸어 놓으면 귀신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전염병을 옮기는 귀신이 동백나무 숲에 숨어 있다가 꽃이 질 때 함께 떨어져 죽는다는 미신도 전해 온다. 더불어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꽃말처럼 혼례에서 생명과 굳은 약속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씨앗에서 추출한 동백기름은 여인네들이 머릿기름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말린 꽃가루는 지혈작용과 함께 화상, 타박상에 쓰였다. 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얼레빗, 다식판, 장기쪽 등의 소재가 되었다. 꽃잎이 수평으로 활짝 퍼지는 것은 ‘뜰동백’ 군데군데 백색 꽃이 피는 것은 ‘흰 동백’이라 부르며, 어린 가지와 잎의 뒷면 맥 위, 그리고 씨방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은 ‘애기 동백’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