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독설 정청래, 친노의 뜻인가?

호남 향해 총질…文 무너지느니 갈라서는 게 낫다?

취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5/18 [13:15]

작심독설 정청래, 친노의 뜻인가?

호남 향해 총질…文 무너지느니 갈라서는 게 낫다?

취재/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5/18 [13:15]
재보궐 선거 전패한 것도 모자라 당내 계파갈등 극한으로 치닫고
차기 대권 향해 탄탄대로 걷던 문재인 리더십 그야말로 너덜너덜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한 것도 모자라 당내 계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서 차기 대권을 향해 탄탄대로를 걷던 문재인 대표 리더십은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버렸고, 당은 극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당 수습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상황에 지도부에서 오히려 분란을 부추기는 상황이 발생해 당은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가 돼버렸다. 그동안에도 거친 입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또다시 한마디를 내뱉은 것. 이로 인해 잠복돼 있던 계파갈등은 또다시 수면 위로 분출하기 시작했고, 당은 극한 분열 상황이 돼버렸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단합과 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 오히려 더 파괴적인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갈등 파문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자숙을 촉구했고, 결국 최고위원 직무정지까지 들어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게 됐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거듭 정 최고위원을 출당시키라는 초강경 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 최고위원에 대한 최고위원 직무정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질은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문재인 대표 리더십 문제였지, 정 최고위원 발언이 본질적 문제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논란은 한풀 가라앉게 됐지만, 문재인 대표 사퇴 문제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차기 대권을 향해 탄탄대로를 걷던 문재인 대표 리더십은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버렸다.     © 사건의내막
한편, 일각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의도적으로 호남 비주류 세력과 각을 쌓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에 따라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책임론이 또 다시 불붙게 되자, 이참에 호남 비주류와 갈라서려 작정한 것 아니고서야 이럴 수 없다는 것이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 문재인 대표가 끌어내려지고, 친노가 2선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비주류들과 결별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봉숭아학당’, ‘콩가루’ 등 원색적인 비난들을 쏟아냈다. 정청래 최고위원 때문이었다.

지도부에서 오히려 분란 부추기는 상황 발생해 당은 아노미 상태
정청래 의도적으로 호남 비주류와 각 쌓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
봉숭아학당 비난 빗발
이날 정 최고위원은 주승용 최고위원이 모두발언을 통해 ‘친노 패권주의’를 언급하며 재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자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을 치는 게 더 문제”라며 “자중자애하고 단결하는 데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동료 의원이자, 자신보다 선수도 높은 선배 정치인이기도 한데 모든 언론이 보고 있는 공개 석상에서 ‘공갈 친다’는 충격적 비난을 가한 것이다. 그러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정말 치욕적이다. 세상을 이렇게 살지 않았다”며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주 최고위원은 “저는 지금까지 공갈을 치지 않았다”며 “나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회의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문재인 대표가 주 최고위원의 손을 잡으며 말렸지만, 주 최고위원은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렸고 회의장은 순식간에 냉기가 감돌았다.
문재인 대표까지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라면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유감이다”며 정 최고위원을 질타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끝까지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제가 옳지 못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제 자유”라며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두고 봉숭아학당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만이 아니었다. 고성과 막말이 쏟아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은 엉뚱하게도 노래를 부른 것. 유 최고위원은 “어버이날 불러드리고 왔다”면서 고(故) 백석희씨의 노래 ‘봄날은 간다’ 한 소절을 이 자리에서 불러 주변을 당황케 했다.
유 최고위원의 엉뚱한 행동에 대한 뒷말들이 무성해지자, 유 최고위원은 결국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유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라며 “오늘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으로 얄궂은 노래가 되어 봄날이 흘러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선 1년 앞두고 문재인 끌어내려지고 친노 2선 후퇴해야 하는 상황
차라리 비주류들과 결별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지 않겠냐는 관측


▲ 일각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의도적으로 호남 비주류 세력과 각을 쌓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유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그런데 비난을 받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제 의도와는 달리 당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주승용·박주선 등 타깃은 호남?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공갈’ 발언이나 이후의 당당한 태도 등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유일한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자 비주류이며, 정청래 최고위원이 강성 친노라는 점에서 상황은 급격히 계파 갈등으로 이어져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튿날인 5월9일, 또 다른 호남 출신의 박주선 의원이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해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대해 “시정잡배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
그러자, 정 최고위원은 박 의원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총질을 퍼부었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TV조선에 나가 시정잡배, 대안정당 운운하며 저를 공격하시던데. 이 기사에 대해 해명 좀 해달라”며 “호남 민심은 박주선 의원 같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지지할까요?”라고 비꼬았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서 올린 글에서 “이 기사 사실이냐”고 거듭 물으며, “박 의원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국가와 호남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의견을 묻고 있던 중이었다’고…이것이 호남민심인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또, “박주선 의원님, 대선 때 박근혜 지지가 호남민심이었습니까?”라고 되묻는 트윗글을 거듭 올리며 “호남에서 박 의원님 같은 국회의원들을 지지하는 것이 호남정신이고 호남민심일까요? 이 기사에 해명을 부탁한다”고 거세게 공격했다.
정 최고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근혜 당선을 염원했던 박주선 의원에게!”라는 제목으로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요즘 종편 출연 언행들이 부끄럽지 않으세요? 정권교체가 어떻게 호남민심이 어떻고…대선 때 박근혜 지지하려 해놓고”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저를 부당하게 공격하는 자는 맞받아치겠다”며 “주의·주장은 할 수 있으나 허위사실로 모욕하고 인신공격하는 자는 그 누구든 용납하지 않겠다. 미문화원 점거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나를 허위사실로 공격한 새누리당 모 전 의원은 고생 좀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대상들이 주승용·박주선 등 호남 중진들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의미들이 부여되기도 했다. 안 그래도 4·29 재보선에서 호남으로부터 심판을 받은 상황인데, 친노가 호남 중진들과 전면전을 펼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비노 “이런 싸가지, 천박” 개탄
정 최고위원에 대한 비난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당내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정청래가 너무 과했다는 지적들이 이어졌고, 그런 상황 속에서 정대철 상임고문은 5월11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문제는 이렇게 싸가지가 없고, 무질서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는 정청래식 정치에 대한 아무런 자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며 “정치의 품격은 고사하고, 정당 지도부의 언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박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당내 비주류로서, 최근 그는 호남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전 장관 등과 신당 창당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대철 고문은 그러면서 친노와 관련해 “사실 지금 친노의 절반 이상은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친노라는 표현보다는 운동권적 강경파, 도덕적 우월감에 빠진 진영논리에 묻혀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선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최고위워의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려 했다’는 비판에 대해 “동료 의원에게 공격하려면 사실에 입각해 진실된 내용을 가지고 공격해야 한다”며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후보 지지와 관련한 상황에 대해 꼼꼼히 해명하며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인신공격하는 사람은 새정치를 하는 사람인가. 호남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당 앞날을 걱정하면서 지도부 총사퇴로 시작해 당을 바꾸라고 하는 사람을 구태정치로 몰아간다면 새정치연합의 앞날이 걱정을 넘어 어찌 되겠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호남 민심에 대해 박 의원은 “참담한 패배의 이유는 친노 패권 정당에 대한 응징이고 친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그래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당을 바꾸라는 것이다. 이 민심이 어떻게 구태 정치고, 어떻게 호남 민심을 조장하고 구태정치를 한다고 몰아붙일 수 있는지 참 한심스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박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는 물론 박주선 의원 자신에게까지 비판을 쏟아낸 것을 ‘비노 진영에 대한 작심 비판’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정청래 의원이 친노의 핵심에 있는 분이 틀림없다”며 “그런 기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수긍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당에 있다”며 “그런 분들과 격의 없는 논의를 거쳐 신당 창당을 포함해 어떻게 하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사는 길이냐 아니면 어떻게 하면 새정치연합을 쇄신할 수 있는 길이냐 그걸 놓고 얘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거듭 “저와 생각을 같이 하는,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이 수십 명 있다”면서 “그분들이 당의 앞날이 정말로 어둡다고 한다면 대안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대안에 참여할 분들이 수십 명 된다”고 밝혔다.

호남 더 틀어질라 문재인 안절부절
사태가 이처럼 일파만파 확산되자, 문재인 대표가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섰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망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자신이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드리지 못한다면 무슨 작격으로 정부 여당을 비판하겠냐”면서 “국민과 당원께 큰 실망을 드렸다. 당을 대표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면서 “친노 수장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덧붙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우리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며 새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은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개인적 발언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 국민께 드리는 발언이다. 당의 입장에 서서 더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언어와 정제된 표현으로 발언할 것을 각별히 당부 드린다”고 덧붙여 말했다. 

▲ 주승용 최고위원은 5월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지금까지 공갈을 치지 않았다”며 “나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회의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 사건의내막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당내 또 다른 호남 비주류 중진 김동철 의원은 5월12일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출당 조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체질과 문화 의식을 뼛속까지 바꾼다는 의미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출당 조치를 문재인 대표에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생각이 다른 걸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사람 때문에 당이 안 된다”며 “정말 진정으로 국민에게 이 당이 변화·혁신 한다는 걸 보여주는 첫 조치로 그렇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다”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가 결단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저를 비롯한 뜻이 있는 의원들과 함께 결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대표에게 엄포를 드리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엄중해 드리는 말씀이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에 앞선 5월11일 오후 당내 비노 성향 평당원 10여 명은 정청래 최고위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징계요구서에서 “정 의원의 발언은 최고위원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창일 윤리심판원장은 5월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 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확인이 된다면 본인에게 소명기회를 주는 등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 최고위원은 이날까지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기죽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거듭 비주류의 분노를 부채질 했다.
정 최고위원은 “며칠 새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이 참 많았다”며 “여의도 정가와 언론에서는 안 믿겠지만, ‘후원금 보내겠다, 속시원하다, 더 용기를 내라’는 격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언론과 동료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지자들로부터는 오히려 격려를 받고 있다며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정청래 막말은 본질이 아니었다
한편, 이처럼 아무런 반성의 기미가 없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5월11일 여론에 밀리고 밀려 주승용 최고위원이 내려가 있는 전남 여수 지역구를 찾아갔다.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하고 최고위원직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지만, 그 진정성을 믿는 분위기는 없었다. 문재인 대표가 사과를 촉구한 데 따른 마지못한 행보였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여수를 찾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을 만나지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재인 대표는 5월13일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패배의 아픔과 이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정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또 “당의 단합과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선 “가급적 빨리 최고위원회에 복귀해 당의 변화와 단합에 앞장서주시길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당 혁신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생각”이라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보다 깊고, 보다 넓은 혁신의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도 “직무정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 통화에서 문재인 대표가 ‘자숙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며 “가급적 공개발언을 자제하고 당분간 침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에 대해 직무정지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그건 아니다”며 “분명하게 말하는데, 그 부분은 결정된 바도 없고 (문 대표가) 저한테 제안한 바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은 4월14일 최근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내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주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저는 이미 ‘백의종군’한 사람이다. 이제 와서 장수의 갑옷을 다시 입는다면 국민과 당원께서 어떻게 보시겠냐”고 최고위원직 사퇴 뜻을 견지했다.
주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저는 ‘패권정치 청산’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리 당의 강령과 정강정책 속에 모두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내용을 꼼꼼히 읽고, 우리부터 실천하면 될 것이다. 제가 지난 5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씀드렸던 공개, 공정, 공평 3공의 원칙에도 ‘패권정치 청산’의 해답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어, “저는 당을 살리고, 2017년 정권교체 성공을 위해 제 몸을 던지겠다. 그것이 문 안이든, 문 밖이든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저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청래·주승용 1라운드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재인 대표와 친노 책임론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나눠 먹기 공천은 없다”
지금 문재인 대표는 당 안팎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친노와의 연을 스스로 끊으라는 강요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더 큰 권력을 위해 수족을 자르라는 요구인 셈이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분열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 때마다 계파 갈등 문제가 대두됐고, 그 뒤로 ‘분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엔 뒤에서만 논의되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비노 진영에서는 물론, 친노 진영 안에서도 “이대로 대선까지 같이 가기는 힘들다” “차라리 분당이 빠를수록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서 가다간 대권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5월14일 공천권을 넘기라는 비노계 요구를 거부하는 글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2라운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과 양승조 사무총장, 강기정 정책위의장, 유은혜·김성수 대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를 열었다는 것. 문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당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글의 초안을 나눠주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 대표는 해당 글에서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다”며 “기득권과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과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에는 타협하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 과거정치, 기득권정치로의 회귀는 공멸이며 개혁정치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전날 비주류 모임인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때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대한 정면으로 반격을 가하고 나선 것.
문 대표는 비공개 회의 직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지만 참석자들의 만류로 보류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후 수거해간 글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긴급히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문 대표가 쓴 ‘당원들께 드리는 글’이란 내용의 초안을 우리가 회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의견들이 내용과 시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고, 내용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을 부를 소지가 있어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긴급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는 5월15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희망도 미래도 없다.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서 “기득권을 누리겠다면 결코 정치를 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변화와 혁신은 오직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어쨌거나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비주류 요구에 대한 문 대표의 거부 입장이 확고히 드러나면서 향후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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