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총리에 바람맞은 김무성 굴욕 막후

그날 약속 ‘펑크’ 뒤엔 여권 유력주자 ‘기스’ 내기 음모가?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5/22 [16:47]

인도총리에 바람맞은 김무성 굴욕 막후

그날 약속 ‘펑크’ 뒤엔 여권 유력주자 ‘기스’ 내기 음모가?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5/22 [16:47]
선물 곱게 싸서 40분 기다렸지만 만남 무산…김무성의 대굴욕
면담 약속 파기한 건 단순한 ‘의전 혼선’ 아니라 ‘의도된 무례’

# 2014년 10월16일 아침 중국 상하이 홍차오 호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며 개헌론을 불쑥 꺼냈다.
▲ 김무성 대표가 지난 5월19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면담이 불발된 뒤 약속장소였던 힐튼호텔을 떠나는 모습. 곱게 싼 선물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수행원의 무릎 위에 놓여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듯한 김 대표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힌 지 불과 열흘 만에 나온 것이었다. 이 발언이 주요 일간지와 방송 등 언론에서 주요 톱뉴스로 다뤄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파문이 확대되자 김 대표는 발언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수습에 나섰다.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을 제 불찰로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 고집을 잘 꺾지 않는 성격의 김 대표가 ‘불찰’ ‘죄송’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쏟아내며 고개를 숙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 2015년 5월1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지하 1층 작은 방. 김 대표가 한국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을 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는 모디 총리에게 줄 선물을 곱게 싸서 나타났다. 그런데 40분을 기다렸지만 모디 총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도 대사관 측은 “모디 총리가 교민들과의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다”며 “총리가 호텔 밖으로 나갈 때 인도 교민들과 함께 걸으면서 사진을 찍자”고 어처구니없는 요청을 했다. 이 황당한 제안이 외교적 결례라고 판단한 김 대표는 모디 총리를 만나지 않고 호텔을 떠났다.
대한민국 집권 여당 대표의 위상과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력이 땅바닥으로 여지없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개헌’ 파문 이후 7개월 만에 김무성 대표실이 다시 한 번 곤욕을 치렀다. 앞선 상하이발 개헌 파문은 김 대표가 의도하지 않은 단순 해프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 긴장감이 풀린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편하게 한 말이 대서특필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것이다.
당시 중국 순방에 동행했던 박대출 대변인에게 김 대표 핵심 측근들로부터 강한 비난이 쏟아졌다. 기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대변인이 간담회에서 자리를 비워 김 대표가 무방비로 기자들에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 파문으로 그는 대변인으로서 부적격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어졌다.

인도 총리, 김무성 면담 약속 파기
김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상하이 쿠데타’는 ‘삼일천하’도 아닌 ‘일일 해프닝’으로 수습됐지만 집권 여당 대표의 스타일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 그 여진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4월20일 김 대표가 또 다시 수모를 당했다. 불발로 끝난 김무성 대표와 모리 총리의 면담. 이 약속은 인도 인사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모 임원에게 먼저 요청해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외국 총리와 만나는 자리라면 개인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당 대표실이나 새누리당 국제국에서 추진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공식적인 업무와 비공식적인 업무를 구분 못하는 과오를 범하며 망신을 자초했다.
특히 인도 측이 “교민들과 행사가 끝나면 행사장 밖에서 주한 인도 교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걸어갈 테니 그동안 같이 어울려서 대화를 나누자”고 한 것은 외교 관례에 크게 벗어난 요구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그랬다기보다는 당 대표 개념을 잘 몰라 생긴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며 “아마 당 대표가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인지 알았다면 면담 장소도 애초 호텔 작은 방이 아닌 VIP룸으로 잡았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피했다. 다시 말해 인도 측에서 당 대표를 ‘높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속한 국민당 대표는 당 살림을 책임지는 한국으로 치면 ‘당 사무총장’ 역할만 할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한 인도 측이 김 대표를 ‘낮게’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당대표 위상 추락…‘상하이 개헌’ 발언 7개월 만에 한계 재노출
공식·비공식 업무 구분 못해 망신 자초…여의도연구원 임원 책임론
김무성 흠집 낼 힘 가진 세력은 친박뿐?…그만큼 상황관리 능력 중요


김무성 흠집내기, 주도한 세력 누구?
하지만 표면적인 입장과 달리 김 대표 측의 내부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인도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면서 사실상 면담 약속을 파기한 것은 단순한 ‘의전 혼선’이 아니라 ‘의도된 무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번 면담은 모디 총리 측이 김무성 대표 측에 먼저 요청했다. 확실히 만날 의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외교 관례로 보면 인도 측이 총리와 면담이 예정된 김 대표에 대한 정보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정보를 누군가가 불손한 의도로 왜곡해서 전달했고 모디 총리 측이 면담 약속을 파기하는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위상과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유력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제대로 전달됐다면 인도 측이 이 같은 외교적 무례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모리 총리 면담 불발이 의전 혼선이든 불손한 흠집내기 결과든 차기 대권을 꿈꾸는 김 대표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김 대표가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으로 우뚝 선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탄탄해진 그의 입지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0% 안팎에 머물다 최근 20%를 넘어섰다. 문재인 대표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대선이 2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견제를 받고 견뎌내야 할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모디 총리와 면담 불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대권으로 가는 가장 큰 난관은 ‘친박계가 가진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어떤 식으로 뛰어넘느냐’ 하는 점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김 대표도 당권을 쥔 이후 대통령과 관계를 의식해 몸을 잔뜩 낮추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김 대표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화학적으로 이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고 2012년 대선 승리 일등공신이지만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기점으로 이미 여러 차례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왔기 때문이다.
김 대표를 흠집 낼 결정적인 힘을 가진 세력도 친박이다. 상처받고 비판받을 상황이 많아진 김 대표는 그만큼 위기나 상황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
물론 ‘김무성 대세론’이 형성되면 견제와 공격은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설마’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카리스마가 있고 당 대표직도 잘하는 유력 대권주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뭔가 아쉽다는 시각을 극복해나가는 것도 김 대표의 몫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