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①]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856명의 생명들

미성년자부터 미혼모까지 사연도 제각각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6/05/04 [12:18]

[어린이날 특집①]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856명의 생명들

미성년자부터 미혼모까지 사연도 제각각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6/05/04 [12:18]

 

▲  베이비박스를 다룬 영화 '드롭박스'의 한 장면 <영화 드롭박스 갈무리>

 

지난 2007년 4월 서울 난곡동 주사랑교회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와 함께 ‘죄송하다’는 말이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주사랑교회 이종락 목사는 전화를 끊자마자 무엇인가 찾으려는 듯 밖으로 달려 나갔다. 교회 앞에는 생선 박스가 놓여져 있었고, 그 안에는 갓 태어난 아이가 들어있었다.

    

이후 입소문이라도 난 듯 주사랑교회에 버려지는 신생아들은 늘어만 갔다. 이종락 목사는 점차 겁이 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신생아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회 앞에서 아기의 시신이 발견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목사는 여러 단체에 도움을 호소했고, 아기가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박스를 만들었다. 박스는 교회 외부 벽면에 설치 됐고, 문을 열면 아기를 놓을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담요를 깔아 놓았다. 담요 아래쪽에는 열선을 설치해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베이비박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 베이비박스 안에 담겨진 아이들은 총 860여 명. 이틀에 한번꼴로 베이비박스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성폭행을 당해 출산을 한 미성년자부터 미혼모가 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베이비박스를 찾는 경우까지 사연은 제각각이다.

    

버려진 아이의 이불 등 용품을 통해 이 목사는 부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미혼모는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린 뒤 이틀만에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이종락 목사는 다시 아이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원봉사자를 통해 물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신생아 유기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와 관련해 “신생아 유기 조작이니 (베이비박스가) 불법물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신생아를 키울 수 없는 가정 등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앞서야 한다”면서 “우리 역시 베이비박스가 열리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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