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습지 시장은 교원, 대교, 웅진이 ‘빅3’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그러나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들자 학습지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교육 시장규모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학습지 업체들의 실적도 줄어들었다. 특히 업계 1위 대교의 경우 2011년 매출 9328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의 경우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학습 대상을 영유아까지 확대하는 한편 학생 일인당 학습비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편집자 주>
매출 21조→18조 사교육 감소…유아 대상 신개념 제품 절실
대교, 눈높이·차이홍 성장세 업고 영업이익 430억 ‘수직상승’
웅진, 회원제 독서플랫폼 ‘웅진북클럽’ 인기로 반등효과 기대
교원, ‘스마트 빨간펜’ 열풍…선생님 이름 교원 에듀플래너로
▲ 교원그룹 '키즈 스마트 빨간펜' <사진=교원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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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내막=이동림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 2297억 원으로 지난 2013년 18조 5960억 원 대비 2%가량 감소했다. 2009년 21조6259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사교육 시장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
전체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학습지 업체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교와 웅진씽크빅, 교원구몬 등 학습지 빅3 업체 매출은 매년 감소추세다. 대교는 지난 2012년 8695억 원에서 2013년 8395억 원으로 300억 원 가량 매출이 줄었다. 같은 기간 웅진씽크빅과 교원의 사정도 비슷하다. 웅진씽크빅은 6488억 원에서 6331억 원으로, 교원구몬 역시 6227억 원에서 6073억 원으로 각각 매출이 3.5%씩 감소했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은 전체 학생 수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2012년 672만 명, 2013년 648만 명, 2014년 628만 명으로 매년 20만~25만여 명씩 줄고 있다. 특히 이들 빅3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초등학교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은 59.3%로 집계됐는데 유일하게 초등학교의 참여율이 전년대비 2.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방문학습지보다는 다른 형태의 학습에 주력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방문학습지는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초등학생 이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서비스나 스마트 교육 강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초등학교 인구 감소세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회복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도 나온다. 6~11세 연령대 학생은 올해 270만 명을 정점으로 내년부터 증가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대교와 웅진, 교원이 주로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연령층이 초등학생이다. 이들 감소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장 파이 자체는 예측할 수 있는 지점에 돌입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대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23억 원, 32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2%, 24% 증가했다. 대교 관계자는 “눈높이러닝센터가 안착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 영업이익의 증가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의 학습지 강자들이 스마트 기기와 결합한 학습 모델을 제시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인구 감소세가 진정되는 한편, 인당 사교육비 증가의 기회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잡는다면 역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교가 2009년 내세운 눈높이러닝센터는 방문 학습을 내방 학습으로 전환한 모델이다. 멀티미디어실, 온라인 동영상 학습 시스템 등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 학생들이 직접 이곳을 찾도록 유도했다. 방문교사들이 집집마다 방문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영업이익 개선에 큰 힘이 됐다. 2013년 605개던 눈높이러닝센터는 2015년 718개로 늘어났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대교는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3% 증가한 43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13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0.5% 증가한 461억 원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2015년 매출이 전년 대비 0.7% 증가한 7503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4% 늘어난 460억 원을 나타냈다.
대교 측은 “교육서비스 브랜드 ‘눈높이’의 러닝센터 생산성 및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경쟁력 있는 학습 콘텐츠와 체계적인 교육서비스 제공 역시 이 같은 성장의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어 교육 브랜드 ‘차이홍’의 성장과 대교의 국내 및 해외 자회사들의 시장 경쟁력 확보도 성장세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 학생들이 대교의 눈높이 교재로 눈높이러닝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대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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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는 올해 영유아 제품의 브랜드 통합을 통해 눈높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이홍은 성인계층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회원 확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와 영국에 설립한 신설 법인을 통해 현지에 맞는 신제품 출시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대교 관계자는 “2015년부터 지속된 호조세는 그 동안 추진해온 사업혁신 및 체질 개선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며 “올해는 사업부문별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본격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은 회원제 독서 프로그램인 ‘웅진북클럽’ 서비스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회원제 독서 프로그램으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웅진북클럽은 매출 부진이 이어지던 출판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출시 18개월 만에 28만여 명의 회원을 끌어 모았고, 최근에도 매달 5500명 이상 가입자가 늘고 있다. 웅진은 6월부터 에듀테인먼트를 도입한 독서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북큐레이터가 주기적으로 회원 가정을 방문해 독서지도,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회원 서비스를 강화했다. 오는 10월에는 유치원 전용 프로그램을 출시해 B2B(기업 간 거래)시장으로도 전략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승철 부사장은 “2014년 웅진북클럽을 출시한 이후 회사는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 등 초기 투자 부담이 큰 렌털 사업 특성상 2년여가 지나면서 안정적인 매출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기존 전집, 학습지, 단행본 등 더욱 많은 독서 콘텐츠를 웅진북클럽에 담는 것뿐만 아니라 북큐레이션, 방문독서지도 등 회원 서비스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웅진북클럽은 웅진씽크빅의 전집, 학습지 등 5000권 이상 책을 태블릿PC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회원제 독서플랫폼이다. 아이에게 ‘도서관을 통째로 준다’는 콘셉트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주도해 2014년 8월 론칭했다. 월 회비는 최저 4만원(라이트)에서 11만9000원(스탠다드)으로, 스탠다드 회원은 가입기간 400만원어치 웅진씽크빅 전집, 단행본을 비롯해 다른 출판사의 유명 서적도 종이책이나 e북 형태로 볼 수 있다. 웅진씽크빅에 따르면 10만여 명이 스탠다드 상품에 가입돼 있다.
웅진북클럽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웅진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6505억 원에 영업이익 234억 원을 올렸으며, 업계에서는 올해는 6800억 원대 매출과 4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7200억 원 매출에 5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전망되고 있다. 매달 5500명이 넘는 신규 회원이 들어오고, 초기 투자비용 부담은 줄어들면서 향후 이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원그룹 역시 구몬과 함께 학습지 시장을 이끌어온 빨간펜에 스마트교육을 덧씌웠다. 스마트펜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스마트 빨간펜’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스마트펜으로 터치하면 동영상·오디오 등 보충 자료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지난해 6월에 첫 출시했지만 한 달 만에 회원 수 3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아울러 교원은 빨간펜 회원의 학습 지도·관리를 넘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25년 만에 교원 방문 학습지 ‘빨간펜’을 첨삭·지도하는 선생님 이름을 ‘교원 에듀플래너’로 바꿨다. 빨간펜 선생님은 전국에 약 1만 명이 있다.
교원 에듀플래너는 폭넓은 교육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학습법과 독서법을 알려주는 교육전문가로 거듭난다. 회원의 학습 상태·개인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학습지·전집·매거진·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육상품을 제안한다. 교원그룹은 교원 에듀플래너들이 교육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교원그룹은 1985년 ‘중앙완전학습’을 내놓은 후 1990년 첨삭·지도 서비스를 도입해 학습지명을 ‘빨간펜’으로 변경했다. 당시 첨삭·지도 선생님들이 빨간펜을 이용해 정답을 채점하고 문제 풀이과정까지 검토해 주목을 받았다. 누적회원 340만 명에 현재 회원 수는 20만명(스마트 빨간펜 회원 10만 명 포함)에 달한다.
맞춤형 프로그램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학습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학습지 빅3의 서비스가 순조롭게 모객활동에 성공하고 있다”며 “2015년부터는 그간의 부진을 딛고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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