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
[인터뷰] ‘민영화 희생양’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내부고발, 원치 않았다”
‘공공성’ 최우선가치였던 KT, 어쩌다 대국민 사기극 주인공 됐나?
성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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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8/28 [21:2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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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경제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는 한마디로 ‘甲과 乙’이다. 직위를 악용해 근로자들을 비윤리적으로 대하는 ‘갑질’은 이미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린 상태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 말하는데도 감당해야할 여러 사안 때문에 많은 을들은 침묵하고 있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사람들이 있다. 무소불위 갑에 맞서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이다. 누구도 ‘감히’하지 못했던 일을 작은 목소리임에도 도전해 결국 나비효과를 만들 대한민국의 ‘을’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감히 건드린 죄” 복직 공익제보자 ‘감봉’ 재징계

말 안 듣는 직원 ‘망신주고, 압박해서’내쫓는 KT

20년 기술력 하루아침에 ‘무시’ 실적압박에 우울증

이해관 “KT, ‘애증’의 대상…자랑스러웠던 회사”

 

▲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은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이해 못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방법'이다. KT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을 괴롭히고 쫓아낸다. 최악의 기업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위가 차츰 약해졌던 지난 8월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KT원효지사 앞에서 논란의 인물을 만났다. 이른바 ‘제주 7대 자연경관 투표 국제전화 사기사건’의 비리를 외부에 알린 공익제보자 이해찬 전 KT새노조 위원장이다.

 

현재는 위원장에서 물러나 활동가로 활동 중이라고 인상 좋은 얼굴로 말했다. 이씨는 ‘공익제보자’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제주 7대 자연경관 투표 국제전화 사기사건’을 외부에 알린 인물이다.

 

그러나 KT는 이씨를 ‘내부고발자’로 규정, 노골적인 보복성 징계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사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에 성공했으나 해고 당시와 동일한 사유로 ‘감봉 1개월’조치를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당성이 없다”며 징계를 철회하라고 주문했으나 KT는 묵묵부답이다. 사실 이 전 위원장을 만나기 전 몇 년에 걸쳐 회사의 압박을 받은 터라 KT를 굉장히 증오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이씨는 KT를 증오보다는 애증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KT의 좋은 점을 말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씨는 “KT는 나를 ‘내부고발자’로, ‘배신자’로 본다. 아니다. 오히려 KT가 나의 애정을 배신했다. ‘제주 7대 경관’을 외부에 알린 이유도 과거 보편적 통신을 강조하던 KT가 돈에 미쳐서 국민들을 속였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앞서 이해관 새노조 활동가가 당했던 것처럼 KT는 말 안듣는 직원 찍어내리기(?)로 이미 여러번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상품전담팀’과 ‘CP팀’이다.

 

지난 2014년 11월 4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노동건강연대, KT새노조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를 열고 노동탄압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KT는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 요구할 때 대부분 강압적이었다.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권고 수준은 단지 25%에 불과했다.

 

특히, 명예퇴직 요구를 불응하면 불응자에게는 비인격적 조치가 취해져 응답자의 50% 이상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지며 기존 업무에서 배제했다. 계속적인 면담과 조직구성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도 행해졌다.

 

KT의 괴롭힘 방법은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다. 주로 업무 정보 배제, 능력 이하의 업무 배당 등 무시나 소외와 같은 괴롭힘이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우울, 불안, 편집증 등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이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반인권적으로 직원들을 퇴출시키는 방식은 언제부터 사용하게 됐는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사가 변했다. 통신과 철도 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으로 바뀐 분야다. 철도에서 통신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기계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라 수동으로 교환해야 했다.

 

교환근로자가 가장 많을 때는 1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짜장면을 한번에 20그릇을 먹는 기이한 일반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의 <스타킹>, <세상에 이런일이>와 비슷하다. 항상 1년에 한번씩 KT교환근로자가 출연했다. 번호를 1만개를 외울 수 있다.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80년대 반도체 시대가 도래했다. 반도체가 산업에서 가장 먼저 구현된 것이 통신업이다. 그러다보니 구조조정도 가장 심각한 분야였다. TV에 나올 만큼 기억력이 좋아 번호를 만개를 외운다고 쳐도 기계를 당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리고 민영화가 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20년 배운 기술이 쓸모없어졌다. 회사에 나가면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 노동력이 남아돌았다. 그

 

러자 KT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모욕을 주기 시작했다. 평생 기술로 먹고살았던 직원들에게 핸드폰 판매를 지시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영업해야 한다고 해서 불만이 있긴했으나 그렇게 판매가 어렵지 않았다. 1990년대는 모바일이 막 대중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포화시장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명이 안되는데 시중에 깔려있는 핸드폰은 5000만대 이상이다. 주변에 핸드폰 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회사는 계속 팔아오라고 압박했다.

 

또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대리점보다 판매하는데 불리한 위치에 있다. 대리점은 관리수수료 받고 불법 리베이트를 통신사로부터 받으면서 판매한다. 반면 직원들은 정책보조금 외에 리베이트를 얹을 돈이 없다. 본인 월급뿐이다. 결과적으로 직원에게 구매하는 것보다 대리점이 더 저렴하다보니 사람들은 대리점에만 몰린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엄청받게 된 것이다. 혹시 자뻑, 장롱폰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실적에 시달리다보니 핸드폰을 내 이름으로 개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쓰지 않고 장롱에 넣어둔다. 왜 그런 것이 등장했겠는가. 초기 모바일 시장이 포화되기 전 회사는 영업을 종용하기 위해 실적이 좋은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2000년 중후반 시장상황이 고착화되자 인센티브 방식을 줘도 실적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반대로 방식을 바꿨다. 실적이 나쁜 사람들을 쥐 잡듯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자뻑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먼 곳으로 발령나서 기름값, 맘고생 하는 것보다 한달에 20만원 정도 회사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고 본인 이름으로 개통하는 것이다.

 

특히 회사가 영업실적을 압박하는 표적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교환근로자다. 제일 인원수도 많고 KT 내에서 제일 저학력이었다. 만만했던 것이다. 이들을 압박하는 부서가 유명한 ‘판매전담팀’이다.

 

판매전담팀과 관련해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비극이 많다. 교환근로자 대부분은 여자다. 민영화가 처음 도입됐을 적에 사회는 지금과 달리 매우 보수적이었다. 12시 넘으면 통금을 금지했다. 교환업무는 24시간 교대근무로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야간근무를 감당해야 했다.

 

생각해봐라. 보수적인 시대 속에서 여자가 밤에 일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좋게 받아들였겠는가.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다. 국내 최초로 우울증, 적응장애 등으로 산업재해를 받은 인물이 KT 교환근로자다.

 

한 달간 미행하면서 영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했다. 실제로 동향감시가 자기 직무인 사람들이 있다. 목표가 상품판매가 아니라 퇴출인 것이다. 이분을 시작으로 줄줄이 직원들이 우울증을 앓았다. 응급차타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직원도 더러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인권단체들과 상품판매팀을 계속 이슈화시켰다. 결국 해체되긴 했지만 곧바로 ‘CP프로그램’을 만들더라. 기존과 다르지 않은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다.

 

중증 당뇨환자에 체중이 100kg이상 나가는 교환근로자분이 있었다. 회사는 이분에게 인터넷 개통을 시켰다. 전봇대에 오르라는 주문이었다. 애초에 구조적으로 올라갈 수 없는 체형임에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3년간 실적이 0건이었다. 이 정도면 다른 업무 줄만한데  절대 안준다. CP프로그램 메뉴얼에 45일자 계획표가 있다. 경고 주고 주의 주고 경고 주고 마지막에 다른 곳으로 보낸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이 여성분의 자택은 대구였지만 울릉도로 보냈다. 중증 당뇨환자에게 치료받을 병원도 약도 없는 곳으로 보냈다.

    

소비자에게 이미지가 제일 중요한 기업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직원 퇴출 전담팀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무섭지 않은 것이다. 민영화 이후 가장 만히 줄어든 비용이 ‘연구개발비’다. 공기업일 당시 어느 해는 매출보다도 연구개발비가 더 많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늘어난 것이 광고선전비다. 메이저 언론들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골든타임에 광고하는 것은 대부분 통신3사다. 심한 사례 제외하고는 언론화되지 않는다.

 

KT는 우울증으로 산재 받은 사람이 몇 명있다. 원래 우울증으로 산재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일례로 노동자가 법원에 정신과전문의와 면담 기록을 첨부해서 내면 곧바로 회사는 소송을 내서 이렇게 주장한다. "이 사람의 우울증 원인은 회사일 뿐만 아니라 가정적인 원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대한민국 50대 중후반 가장 중에서 부처, 예수 제외하고 자식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가 괴롭히는 방식은 스스로 나가게끔 종용한다. 가평으로 발령 났을 적에 외근 업무 처음해봤다. 이 전까지는 내근 기술직이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원리만 안다고해서 고쳐지지 않았다.

 

인터넷이 안돼서 직원을 불렀더니 못 고치니까 고객이 매우 화를 냈다. 동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다. 당시 나를 포함해 총 4명이었는데 내가 못 고치면 다른 팀원들의 일이 늘어났다. 지사마다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게 민망해서 그만 두겠지만 나는 고객께  사죄드리고 팀장을 불렀다. 팀장이 고쳤다.

 

이러한 회사 문화가 고착화 된 원인 중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어용노조다. 일반적으로 인사권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휘두르지 못한다. 노조가 견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가 오히려 옹호하고 용인하니까 회사는 인사권 마구 휘두르고 있다.

 

현재 회사는 고가연봉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평가가 연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위고가는 또 자택과 먼 곳으로 발령 낸다. 그러면 팀장이라는 사람이 하위고가자를 불러서 “자네가 우리 지사에서 실적이 제일 낮다. 자네 위험하다. 자네가 올라 서기위해서는 5대 정도만 팔아라”고 조용히 조언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멀리 발령나는 것 보다 5대 자뻑폰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또 장롱폰 개통하는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직원이 하위고가자가 된다. 악순환이다. 반인권적인 KT의 기업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KT회장이 누가됐던 이러한 현장 문화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너무 고착화됐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팔면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KT입장에서는 직원 퇴출 프로그램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많이 나갔다. 96년 한국통신노조가 6만 5000명이었지만 4만명이 줄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나가면 100만원도 못 번다. 경제학용어로 양방향독점이라고 하는데 장치산업들은 내가 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일을 하지 않으면 장비를 잘 고쳐도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

 

일례로 철도청 기관사들이 기차 아무리 잘 몰아도 철도청 관두면 손가락 빨아야 한다. 이걸 알면서도  왜나갔겠는가. 얼마나 괴롭혔으면 그랬겠는가.

 

실제로 회사의 괴롭힘을 못이기고 자살한 동료 유족들을 만나보면 왜 자살했는지 이유를 대게 모른다. 사실을 말해줘도 믿지 않는다. 생전에 얘기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럽고 치사해도 도저히 관둘 수 없다. 20대가 되도 자식들이 밥벌이를 못 한다. 나를 포함해 나이든 직원들 사실 나가고 싶어한다. 자기가 배운 기술은 이미 인정해주지도 않고 영업이나 하라고 하라는데 자존심 상해서 있기 싫다. 장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이건 내가 최고지!” 이런 것. 그러나 개무시 당하니까 나가고 싶다. 더럽고 치사해서. 하지만 못나간다. 집에서도 얘기 못한다. 거꾸로 자식눈치 보인다. 농담으로 말하자면 내가 이 세상 치킨 다 먹어봤다. 나간 선배들이 죄다 닭을 튀겼다. 2년을 못가더라.  잘나가던 선배들이 자영업해서 망하는걸 본 이상 아무도 안 나간다. 그럼 회사는 반인권적인 괴롭힘으로 나가도록 밀어붙인다. 직원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릴 수 밖에 없다. 핸드폰도 사실 젊은 애들이 훨씬 잘 판다. 사용해본 사람들이 설명도 잘한다. 악순환이다. 고립무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당한 구조조정 방식에 분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사실 KT는 훌륭한 회사였다. 이렇게 변한 것에 대해 누구보다 안타깝다. 노동집약산업 장비들은 대부분 노후된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장비 하나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가지고 빡빡하게 운영된다. 지금과 달리 하드웨어로 구성되어있어서 배우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 사람들은 "이 기술만 배우면 평생먹고 살겠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선후배 또한 징계를 맞거나 하자가 없다면 정년퇴직까지 가능한 회사였기 때문에 사이가 끈끈했다.

 

독점이니까 영업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80%가 기술 관련직이고 20%가 행정직이였다. 지금은 영업이 80%다. 신입사원들도 대부분 영업직이다.

 

민영화 전 연말이 되면 구청에서 예산 쓴다고 말짱한 보도블럭 뜯어가지고 새로 까는 것 처럼 우리도 예산을 펑펑써서 공사를 했다. 100%정부투자기관 이었기 때문에 돈을 남기면 정부가 다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에 케이블 묻었다. 모순적이게 이것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무리 높은 사람들이 명령해도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용자들도 기술자들을 존중했다. 이런 문화가 있던 회사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마인드는 이런 직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농담조로 KT는 나를 배신자로 보겠지만 내가 보기엔 KT가 배신자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백본네트워크(backbone network) 좋은 곳이 없다. 자부심 가지고 있다. 직장을 선택할 때 처음부터 내부고발자 되겠다는 사람 없다. 공기업이고 기술력 좋아서 입사했는데 사람들도 따듯하고 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고장 수리하러가서 사람들한테 환대를 받아본 경험은 흔치않다. 발동동거리다가 고쳐주면 되게 좋아한다. 보람이 있는 직장이었다. 그런데 민영화되더니 통신사는 공공의 적이됐다. KT의 경우 절반이 해외주주다. 수출산업도 아니고 전형적인 내수산업임에도 국민 주머니를 털어서 외국인에게 주고 있다.

 

구조조정 문제, 노동인권 침해문제, 통신공공성 침해 문제, 실제로 우리사회가 발전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퇴행했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원래 KT의 원칙 중에 ‘통신공공성’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의 한통화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통신 보편성이라고도 하는데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동일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고장을 먼저 신고한 순서대로 출동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객 등급을 나뉘어져 있다. 돈 많이내는 우수고객은 빨리 고쳐주고 덜 내는 고객은 나중에 고쳐주는 식이다. 이런 것이 수익의 논리다.

 

원래 KT가 제일 무서워 한 것이 ‘민원’이다. “저 집은 해주고 왜 우리집은 안 고쳐주냐”가 제일 무서웠다. 중국집같은 경우 전화고장나면 요즘에는 착신해서 핸드폰으로 받을 수있지만 예전에는 큰일났다. 실제로 중국집 사장이 전화국까지 칼들고 찾아와서 “이 새끼들, 다 죽여버릴거야”라고 한 적도 있다. 이 사람들은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공평하기 위해 노력했고 선배들도 그렇게 교육시켰었다. 지금까지 "공공성이 어떤 것이다"라는 마인드가 있다.

 

그런데 제주 7대 경관 전화 사기는 KT에 대한 나의 애정을 배신하는 행동이었다. 공공성을 중시하던 KT가 돈벌이에 미쳐서 국민을 속이는 정도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 매우 화가났다. 몰랐으면 몰라도 알아버렸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투쟁하는 과정이 힘겹지는 않았는가. 가족들과의 관계, 경제적 사정 등 문제가 많았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투쟁하는 것은 팔자다. 옛날에 서울대학교 다닐 때 정권퇴진 운동하면서 감옥 여럿 같다왔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살아와서 아이들은 “우리아버지는 열혈투사구나!”하고 말해준다.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다. 노조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나를 지켜줬다. 사실 운동을 하다가 불행해지는 사람을 여럿 봤다. 그러나 좋은 동지를 둔 덕에 어렵지 않게 살아왔다. 재판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복직하면 월급 한 번에 다 받고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난 행복한 사람이다.

    

한국 근로환경은 OECD국가 중에서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도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노동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기술발전에 의해서 노동절감적인 장비와 시스템이 도입된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필요불가결한 일이니까. 노동력이 남아돌면 구조조정 해야하는 것도 인정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워크쉐어링을 하던가 근무시간을 줄이던가 해야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KT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비인권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나가게끔 종용해 직원들을 퇴출시키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주던가 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최소한의 노동규약 등을 지키도록 감시를 제대로 해야하지만 그것도 안한다.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인가? 최근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논의되고 있다. 외국은 이미 법제화됐다. 최근 이슈가 된 퇴근 후 카톡 금지법도 동일한 내용이다.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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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간 16/08/31 [03:11]
기사 잘 봤습니다. 공익제보자 보호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주십시오. 그런데 기사에 맞춤법이 틀렸거나 오타/오기로 보이는 곳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바로잡아 주시길 바랍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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