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
[인터뷰] ‘노조 수호자’ 이남현 대신증권 노조 지부장
“오너 연봉 26억 주고 저성과자 찍어내기…이것이 최선입니까?”
성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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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19 [13:5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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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경제적 살인으로 통하는 현대사회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는 그야말로 ‘甲과 乙’이다. 직위를 악용해 근로자들을 비윤리적으로 대하는 ‘갑질’은 이미 사회에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러나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 말하는데도 감당해야할 여러 사안 때문에 수많은 을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사람들이 있다. 무소불위 갑에 맞서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사람들. 누구도 ‘감히’하지 못했던 일을 작은 목소리임에도 뱉어내서 결국 나비효과를 만든 대한민국의 ‘을’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대신증권 앞 1인 시위 1년간 진행…“민주노조 사수 목표”

2014년 불합리한 인사 탄압에 대신증권 ‘제1노조’ 설립

 

재직 시절 ‘직원퇴출프로그램’ 직접 만들기도 “끔직했다”

‘성과주의’ 도입 전, 평가 기준·대상 “형평성 맞춰야 해”

 

▲ 이남현 대신증권 지부장은 성과주의 문화 확산과 관련해 “도대채 성과란 무엇이며 평가 기준은 어떻게 되며 대상은 왜 노동자에 한정하는가”라 물었다. 여기에 “한진해운의 몰락만 보더라도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일개 노동자가 아니라 무능력한 경영진이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 지부를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신증권 측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시작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서울행정법원 1심까지 내리 3차례나 연속 ‘완패’했다.

 

앞서 대신증권은 타 증권사와는 달리 노동조합이 두 곳이 존재한다. 제1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와 제2노조인 대신증권 노동조합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는 지난 2014년 1월 저성과자 해고 성과관리 프로그램에 반발해 이남현 지부장을 필두로 설립됐다. 노조를 사실상 허락하지 않는 대신증권의 눈을 피해 1년여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제1노조 설립 소식을 알리고 이틀 뒤 제2노조인 대신증권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이미 고용노동부의 전가도 받은 상태였다. 대신증권지부 주장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가 설립한 어용노조다. 

 

실제로 대신증권지부는 2014년 3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지금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제2노조인 대신증권노조의 경우 개별교섭을 통해 지난 2014년 12월, 제2노조 조합원에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 150만 원, 경영목표달성 및 성과향상 격려금 150만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단협 체결 후 10여 일 만에 7억 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복수노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특정 노조에만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조를 지배·개입하려는 차별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중노위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전략적 성과관리가 직원 강제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하고 외부에 알린 이남현 지부장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사유를 들어 지난해 10월 해고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회사측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함에 따라 대신증권지부는 8월24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대신증권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즉각 시정조치를 하라. 또한 부당하게 해고된 이남현 지부장을 즉각 복직 시켜라"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지는 3번째 을의 인터뷰 주인공으로 이남현 지부장을 만나 팀장으로 근무하며 인정을 받던 과거를 버리고 회사의 비위행위를 고발하고 퇴출 후에도 1년 이상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를 그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아래는 사무금융노조 이남현 대신증권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신증권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2014년부터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당면한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대신증권은 증권본업을 축소시키고 부동산 투자 등 사업다각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16개였던 지점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현재는 54개 지점과 1영업소로 총 55곳에 불과하다. 전체직원 수도 2300명에서 1500여명으로 줄었다. 700여명이 퇴직했다. 2012년, 2014년, 2016년 세 차례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에게 퇴출당한 노조파괴 전문 업체 ‘창조컨설팅’이 투입되기도 했다.

 

회사는 증권업무 축소에 따른 대규모 잉여인력 발생을 대비해 미리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은 2011년 말 창조컨설팅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듬해 회사는 12명을 퇴출시켰다. 말 그대로 찍어내기였다.

 

그해 5월 퇴출 대상으로 20명이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명단에 본인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2명이 자진퇴사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총 8개월 동안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현업 유지, 2단계는 직급 변동, 3단계 대기발령이다. 2단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성과급, 상여급을 제외하고 기본급만 지급해 생계를 어렵게 하는 식이다. 3단계가 제일 혹독하다.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는 이유는 당시 교육팀장으로 근무하던 내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혹독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의견이 맞지 않는다며 전략적 성과관리팀에서 방출됐다.

 

팀에서 방출된 뒤 근 2년간 치열한 고민을 했었다. 전략적 성과관리에 대한 운용 프로그램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는 행위는 사실상 내부고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장학금 받으며 학교 다닐 정도로 착실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믿어줬고 한번 사는 인생 부당한 일을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는 싫었다.

 

문제는 힘없는 개인이 내부고발을 하면 신문에 반짝 실릴 뿐 묻히고 끝난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결된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4년 노조를 설립한 이유다.

 

노조를 설립하자 일주일 만에 어용노조가 생겼다. 직원의 대다수가 제1노조의 조합원이지만 사측은 제2노조에게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도 이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으나 사측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단체교섭 당시 회사규정대로 임금인상을 비롯해 모든 것을 양보하겠으니 타임오프(노조 전임자)인정, 시설지원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타임오프, 시설지원 안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노조활동 하지 말라는 말과 동일하다. 이 점이 지금까지 노사가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는 대신증권 민주노조를 사수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략적 성과관리’란 사실상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또한 금융공기업을 시작으로 ‘성과주의 문화’도입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잘하는 직원에게는 더 잘하라고 떡 주고, 부진한 직원은 열심히 하라고 압박하겠다는 얘기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성과주의 문화’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가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봐야 한다. 첫 번째는 비인권적이다. 회사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을 모욕을 주면서 쫓아낸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다. 과연 저성과 직원들이 역량이 부족해서 성과를 못 내는지. 아니다. 모든 회사는 기본적으로 직원 한 사람을 뽑기 위해 면담, 면접 등 시험을 본다.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모든 직원들이 기본 역량은 갖추고 있다는 말이고 능력도 비슷하다는 말이다.

 

증권회사의 경우 일정부분 영업적인 특성이 있다. 사람을 상대로 일하다보면 상처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 회사가 인사교대 등으로 상처받은 직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영업을 외부에서 한 사람을 내부로 불러들여서 영업 기획이나 영업 지원 등을 맡기는 식이다.

 

이렇게 시스템을 효율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를 못낸 직원만 퇴출시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회사가 말하는 저성과자란 받는 돈에 비해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라는 말이다.

 

500을 월급으로 준다면 400만원치 일을 안 해서 회사가 100만원 손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회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존재가 저성과자인 직원만일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까지 받게 된 이유가 직원들이 열심히 일 안해서 인가, 능력 없는 CEO 때문인가.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첫째, 성과란 무엇인가. 둘째, 성과 측정 기준은 공정한가?, 셋째 평가 대상에 경영진도 포함되는가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 환경에서 경영진은 신이다. 지금 회사 논리가 500만원 받아놓고 400만원치 일밖에 안 해. 100만원 손해라는 것이다. 대신증권 오너 연봉이 26억이다. 공문을 통해 연봉을 어떻게 계산해서 그렇게 받느냐 물었더니. 사내 질서 문란이라는 답변만 왔다. 역사에서도 경영진이 똘똘하지 않으면 밑에 직원들이 날고 기어도 망하는 사례를 여럿 봤다. 공정한 인사가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게 최선입니까?”를 물어보고 싶다.

 

우리나라가 가장 고속성장한 시기가 1970~1980년대다. 그 당시에는 성과주의라는 말도 없었고 경력만큼 월급이 오르는 ‘연공제’ 였다. 도대체 직원들 끼리 경쟁도 안하고 성과를 내지 않아도 연봉이 오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가 성장했을까.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개인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회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은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서다. “노동자, 너네가 예전 보다 일을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업무 시간은 1970~80년대보다 더 많이 일한다. 퇴근 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가 이어진다.

 

▲정부와 기업의 ‘성과주의 문화’도입이 저성장 고착화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이 아니라면 다른 대안은 있는가.

 

-노동자들의 지위를 올려서 구매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상징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확대다. 무조건 많이 시장을 확대해서 많이 팔자는 것인데 당시에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학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속기업이 설자리를 잃으면서 수요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야기했다.

 

후진국의 경우 토속기업들이 나라 경제 기반사업인 경우가 많은데 그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업자들을 대량 생산한 것이다. 실업자들이 많아지면 구매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기존 후진국에서 100을 사들였다면 이제 50도 안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고 정부가 영세중소기업, 자영업자의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경우도 완전 고용보장은 어렵더라도 퇴출을 어렵게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도 노동자를 잘라서 생산비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신상품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인력이 남으니까 단순히 해고하고 필요하면 비전문직을 다시 뽑는 것은 기업에게도 비효율적이다.

 

노동자를 잘라 생산비를 절약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창출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해줘서 좋을 수 있으나 국민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실업자를 양산시켜 생산과잉 사태를 초래하고 나중에 경기불황이 심각해 질 것이라 본다. 선진국들도 신자유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 중이다.

 

일례로 일본과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노조를 통해 노동자들의 지위를 보장하고 해고를 어렵게 하고 임금을 끌어올린다. 결국 수요를 확장시켜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계획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1심까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대신증권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1인 시위도 묻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복직도 되지 않았다. 투쟁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주변에서도 1년 동안 그렇게 1인 시위해서 얻은 것이 뭐냐고, 후회 안하냐고 자주 묻는다. 후회 안 한다. 잃은 것도 많지만 만족하는 점도 있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 700여명이 퇴출됐다. 이 중 400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만약 사측 계획대로 제 발로 나갔더라면 돈 몇 푼 받고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퇴직으로 나감으로써 한 사람당 평균 1억여원 이상 받고 나갔다. 적어도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고 나간 것이다. 이 사람들 밑에 딸린 식구가 2~3명이라고 한다면 1000명의 인생에 나라는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를 고맙다고 굳이 말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알아줘도 괜찮다.

 

또 나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해고가 어려다는 사실을 경영진들에게 알리는 사례가 된다면 충분히 많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지금도 증권회사 인사팀들끼리 대신증권 노조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신증권 노동조합 와해시켰더니 1년 넘게 싸우더라”라고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직원을 함부로 자르면 큰 코 다친다는 것을 깨달으면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편화된 개인의 입장에선 절대로 갑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고군분투해봐야 잠깐 반짝할 수 있을지라도 곧바로 묻히고 말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합된 힘으로 을들이 뭉쳐야지만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괜찮겠지”, “나는 괜찮을 거야”란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결국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다. 결국 불합리한 일을 보고도 외면하고 모르는 척 하면 그 불합리함이 자신의 일이 된다.

 

모든 을들이 ‘내 일’이라고 각성하고 서로 단결해 싸워야지만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권리 위에 잠을 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 모두 사회 속 부당함을 보며 “언젠가 저 일이 내 차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과감하게 맞선다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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