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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의 최순실, 조선의 한명회를 비교해보자
 
임대현 기자 기사입력  2016/12/09 [10:22] ⓒ 사건의내막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임대현 사건의내막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국가를 흔들어 놓았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재벌 총수들은 죄인이 되어 청문회장에 들어섰다.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마스터>가 홍보용 포스터에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표현을 썼다가 지웠다. 지워진 이유는 처음 ‘최대의 게이트’로 시나리오를 썼지만, 막상 영화가 나오기 전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버린 까닭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영화의 내용을 초라한 게이트로 바꿀 만큼 대단한가?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쯤 되니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국정농단 사건이 궁금해진다.

 

몇몇은 최순실과 비교되는 역사적 인물로 고려 말 ‘신돈’과 조선 말 ‘흥선대원군’을 꼽는다. 하지만 나는 최순실을 조선 초기를 주름잡았던 ‘한명회’에 비교하고 싶다.

 

한명회는 지방에서 일하던 초라한 관리였다. 그런 그가 계략을 꾸미게 된 것은 문종이 사망하고 어린 문종이 즉위한 당시다. 한명회는 어린 조카가 왕이 된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수양대군을 만난다.

 

당시 왕이 되고픈 야심을 가졌던 수양대군을 통해 한명회는 ‘계유정난’을 주도한다. 그의 손에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결국, 수양대군은 왕(세조)이 되고 한명회는 정권 최고의 실세가 된다.

 

그는 세조와 사돈이었고, 세조의 아들인 예종과 손자인 성종의 장인어른이 됐다.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2300여 건이나 한명회의 이름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3대 왕을 거칠 동안 최고의 권력과 부를 자랑했던 한명회. 아마도 그가 한반도에 국가가 세워진 이후에 가장 권력이 막강했던 ‘비선실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명회는 관직에서 물러난 후 현재 서울 압구정 근교에 정자를 만들었다. 압구정이란 이름 또한 그를 통해 지어진 이름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순탄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최대의 게이트를 이끌고 최악의 실세였던 한명회가 얄밉기만 하다. 정의는 없는 걸까?

 

하지만 그는 죽어서 죗값을 치루 게 된다. 연산군은 왕위에 오른 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주도자가 자신의 할머니와 그의 아버지인 한명회가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폭군이었던 연산군은 죽은 한명회를 무덤에서 꺼내 효수, 즉 목을 잘라 시장에 내걸었다.

 

이처럼 죽은 사람의 목을 자르는 것을 ‘부관참시’라고 한다. 한명회는 죽어서 목이 달아나는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그의 딸 또한 연산군에 의해 죽었으니, 지옥에서도 편히 잠을 못 잤을 것이다.

 

이제 최순실 얘기를 해보자. 최순실은 현재 구속이 된 상황이라 한명회보다 악날한 인물로 남긴 글렀다. 그리고 고작 1명의 왕(대통령)을 조종한 것이 전부다.

 

물론 더 나은 점도 있다. 최소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람의 목을 자르는 형벌은 없어, 비교적 큰 형벌을 얻긴 글렀다. 또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안전하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 중 하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역사를 또 반복해버렸다. 재벌과 정치인, 무당까지 힘을 모아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를 만들었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선택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12월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농단의 중심이었던 ‘허수아비 왕’을 끌어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어도 한명회를 통해 왕이 됐던 세조는 현재 종묘에 ‘신’으로 모셔져 있으니, 박 대통령을 처벌할 기회가 있는 우리의 상황이 좀 더 좋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여의도에 있는 ‘국민대리인’들은 역사를 생각해보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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