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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종시 수도이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임대현 기자 기사입력  2017/01/12 [16:02] ⓒ 사건의내막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임대현 사건의내막 기자

 

세종시에 재도전의 기회가 열렸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대선주자들이 ‘세종시 수도이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수도이전을 가로막았던 헌법까지 개헌될 수 있어, 세종시 입장에선 둘도 없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종시의 탄생 역시 대선을 통해 이루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 수도이전을 본격화하겠다는 공약으로 세종시는 탄생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수도는 서울시’라는 원칙을 내세워 세종시로의 수도이전은 물거품이 됐다.

 

이명박정부 들어 이런저런 칼질이 시작됐고, 논란 끝에 지금의 세종시가 자리 잡았다. 현재 인구는 약 25만명, 행정부처 9부를 이전한 세종시의 현주소는 이렇다. 예상보다 초라한, 반쪽짜리 행정수도가 돼버린 세종시는 우리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다.

 

사실 나는 세종시와 관련된 지역연고가 없다. 살아본 적도 없고, 충청도는 그저 기차를 타면 지나가치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당시부터 세종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허허벌판에 땅을 뒤엎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던가.

 

당시 나는 독일에서 통일 이후 논의된 행정수도 정책, 브라질이 지역균형발전을 꾀해 진행된 브라질리아 수도 정책 등 다양한 수도이전 사례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책으로는 내 궁금증을 다 충족시킬 수 없었다.

 

삽질이 한창이던 세종시에 갔던 건 스무 살이 된 후였다. 당시 갈색 흙바람이 불던 세종시에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듯한 버스터미널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멋진 아파트 단지가 있긴 했는데, 상가라곤 전부 부동산에 농협과 슈퍼 한곳이 전부라 사실 볼 건 없었다.

 

실망감도 있었지만, 이곳에 도시가 세워진다는 생각에 신나게 뛰어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도 1년에 한 번씩 세종시를 찾았다. 대학교 내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도. 세종시에 건물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흥미는 더했다.

 

 

▲ 세종시 정부청사. <사진=임대현 기자>

 

 

문제는 지금부터다. 반쪽이 난 수도는 비효율적인 국정운영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세종시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국회 복도를 차지한다. 휴게실 자리를 빼앗긴 기자들은 인근 카페를 전전하기도 한다.

 

세종시와 서울을 번갈아 다녀야 하는 공무원들의 하소연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긴밀한 협조와 견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국회와 행정부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청와대와 행정부가 떨어져 있어 국무회의에 대한 불편함 또한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러한 점을 예상해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안철수 당시 후보가 ‘청와대 이전’을 공약하려다가 논란이 일자 엎어버린 것 이외에 세종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최근엔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건립하는 법안을 냈지만, 역시 뚜렷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개헌이라는 해결책이 나왔다. 이미 국회에선 개헌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꾸려졌고, 대선을 앞두고 수도이전을 공약하는 차기대선후보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세종시 수도이전 카드를 내놓은 상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정책도 중요하다. 일단, 문 전 대표는 청와대를 없애고 대통령 업무는 서울청사에서 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충청권 표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몰린 것을 빼앗기 위해 수도이전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종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인 것을 감안하면 당내에서도 수도이전을 주장할 가능성도 크다.

 

여러 방면으로 볼 때, 세종시에 희망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젠 수도이전 이후에 생길 문제를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수도이전이 결정된다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다. 나는 현재 세종시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꼈다고 생각한다. 불과 6~7년 전 허허벌판에 갈색 흙먼지만 날리던 세종시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 곳에 건물을 올렸는데, 집값이 비쌀 이유가 있을까?

 

세종시의 현재 부동산 가격은 주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대전이나 청주 같은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과 교육, 기업 등 대도시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런 곳과 세종시의 부동산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인구가 이제 막 25만명에 다다른 세종시에 높은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세종시에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들에게 부동산이 팔리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공무원까지 가담한 불법 전매 사건을 보더라도, 높은 부동산 가격은 확실히 문제라 할 수 있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세종시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절망적인 요소다. 수도이전을 재도전하는 세종시이지만, 세종시에 도전하고 싶은 취업준비생과 예비창업자는 선뜻 나서기 힘들다. 현재 세종시는 조치원읍에 있는 대학캠퍼스와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로 가장 젊은이가 많은 도시다. 그러나 새롭게 이 도시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과거에 세종시를 갔을 때, 분식을 파는 한 가게에 많은 건설노동자가 몰리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주변에 음식점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했다. 친구와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여기서 장사하면 할 만하겠다”라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

 

수도이전이 본격화되면, 국회와 청와대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당장에 언론만 보더라도 국회출입기자들은 강제이사를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세종시 부동산 상황이라면 미래는 어둡다.

 

세종시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전한 기업에 취직하거나 회사를 따라 이사를 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 취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원룸 하나 얻기가 겁이 나서 세종시 입주 기업들을 꺼려할 것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에는 많은 것들이 부족한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부담스러운 도전이다.

 

대선 과정에서 수도이전과 관련된 사항이 활발히 논의되겠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어진 차기정부에선 세종시가 수도이전 재도전에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수도가 된 세종시는 도전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회의 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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