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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품은 정용진의 술사랑 에피소드
이마트 ‘제주소주’ 인수…주류시장 판도변화 예고
이동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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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23 [10:1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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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술 사랑이 와인, 맥주에 이어 소주까지 손에 넣었다. 신세계L&B,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서 맥주, 와인을 수입하거나 수제맥주를 판매하던 신세계 이마트가 소주 제조사까지 인수한 것. 특히 이마트의 이번 제주소주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유별난 ‘술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술 시장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이마트 ‘제주소주’ 인수…국내 주류시장 판도변화 예고

애주가 정용진 부회장 ‘맥주·와인·소주’ 삼각구도 완성

 

‘골목상권 침해’ 비판에도 수제맥주 시장 진출한 뚝심

신세계L&B, 주류 구색 갖춘 ‘와인앤모어 청담점’ 오픈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사건의내막=이동림 기자] 최근 유통업계 오너들이 주류사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사업을 키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애주가로 소문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제주소주 인수로 ‘와인 맥주 소주’의 주류 삼각구도를 완성해 종합주류기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주류 삼각구도 완성

 

신세계그룹 공시에 따르면 계열사인 이마트는 최근 제주소주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번 결과로 신세계의 계열사는 33개에서 34개로 늘었다. 신세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변경 확인한 사실을 2일 공문을 수령, 같은 날 자율공시했다. 제주소주 주요 재무현황은 자산총액 142억5924만1154원에 부채총액은 121억2296만9961원이다. 자본총액은 21억3627만1193원이다.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6개월여 만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매매가격은 3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주는 2014년 10월부터 산도롱, 곱들락 등 2가지 소주를 제주지역에 판매해온 제주도 기반 지역 소주회사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에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9개사가 참여해 연간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2015년 기준으로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시장에서는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에 그친다. 그러나 제주소주 자체보다는 신세계그룹이 소주 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가 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유별난 ‘술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 정 부회장은 소주 1병, 와인 1병은 거뜬히 마시는 애주가로 유명하다. 미국, 유럽 등 해외출장길에 항상 주류업체나 제조현장을 꼭 방문해 직접 맛을 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차례 공개했다. 평소에도 한라산 소주나 중국 고량주,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사진도 종종 올린다.

 

실제로 이번 제주소주 인수 결정도 정 부회장의 결심이 절대적이었다고. 지난 2015년 초 제주소주로부터 인수의사를 타진 받은 이마트는 이후 4개월이 넘게 장고만 거듭할 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재무담당 부서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류사업이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정 부회장이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마트가 소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류 업계는 향후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신세계 유통채널을 감안할 때 무시 못 할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롯데의 경우 클라우드 맥주를 내놓은 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영향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소주는 제주지역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시장 지배력이 약하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시장을 넓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주에서 생산된 소주를 장거리로 배송해야 하는 물류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 특히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좋은데이’로 유명한 무학과 손잡고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활용한 PB 소주 제품을 출시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경험이 있다.

 

정 부회장은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엔조이와 관련한 여러 개의 사진을 올리며 홍보했지만 예상 밖으로 엔조이는 이마트에서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으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만든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을 경쟁 유통업체에서 판매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엔조이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 제품을 판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조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과일 리큐르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고 맛에 대한 평가 역시 좋지 않다. 저도주의 과일 맛이 아닌 높은 도수의 과일 맛이라 소주 맛도 아니고 과일 맛도 아닌 애매한 맛이라는 평가다. 현재 엔조이 오리지날 사과맛과 배맛, 엔조이 스파클링 사과맛과 배맛 등이 출시된 상태. 알코올 도수는 18.9도로 13.5도인 기존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보다 5.4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혹평 속에 무학과 이마트 측에서는 엔조의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엔조이에 일렉트로맨 캐릭터 사용을 불허하면서 현재 엔조이에는 일렉트로맨 대신 번개 모양만 사용하고 있다. 국세청 주류의 상표사용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판매자의 명칭 등을 표시함으로써 주류제조자 이외의 자가 제조에 관여하거나 특정업체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것은 주류 상표에 기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무학이 가정용 시장 확대를 위해 이마트와 협업한 것이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다. 소주시장의 진입장벽도 넘어야할 과제다. 이미 절대강자로 자리 잡은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경쟁하려면 이마트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등으로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과도한 투자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소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소주사업이 자칫 이마트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애주가인 정용진 부회장의 술 사랑이 실제 주류사업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와인앤모어 청담점 전경. <사진=신세계L&B>

 

물론 희소식도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L&B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수입주류 전문매장을 선보이며 종합주류기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 도산대로변에 2번째 종합주류마켓 ‘와인앤모어 청담점’ 2호점을 열었다. 지하1층~지상1층 연면적 380㎡ 규모로, 지난 7월 문을 연 와인앤모어 한남점에 이은 2번째 가두점이다.

 

와인앤모어 청담점은 △올드 빈티지 샴페인 △1800년대 브랜디 △이태리·프랑스·스페인 생년 빈티지 컬렉션 △세계 480종의 맥주 △명인이 빚어낸 전통주 △사케 등을 선보인다. 여기에 술자리를 풍성하게 해줄 각종 액세서리와 글라스웨어, 게임용품 등 총 6500종의 주류 관련 상품을 한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2500여종을 취급하는 한남점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다.

 

2008년 설립된 신세계L&B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조선호텔 등과의 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2009년 5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5년 426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와인 수입 업계에서 금양인터내셔날(731억원)에 이어 아영FBC(472억원)와 2위권을 다툰다.

 

지난해 들어서도 1~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2.7% 증가한 379억원의 매출을 기록, 연매출 500억원 달성의 발판이 됐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9.6%에 달한다. 2013년까지 만해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14년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등 수익성도 확보했다. 신세계L&B는 이마트 등 내부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대신 와인앤모어와 같은 직접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술집·식당에서 마시는 유흥용 시장보다 집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가정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주류 시장 트렌드를 감안한 전략이다.

 

과거에는 술이 ‘마시고 취하는 소모품’이었다면 지금은 음식처럼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트렌디한 식음료’로 변화하고 있다. 술집이나 식당에서 소주, 맥주만 마시던 사람들도 와인이나 수입맥주를 사서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L&B가 신세계그룹 주류사업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주류 사업은 ‘데블스도어’다. 2014년 말 문을 연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는 정 부회장이 브랜드 론칭부터 콘셉트, 메뉴 구성까지 직접 점검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것도 정 부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이 주도해온 와인사업도 판매채널을 다각화시키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과거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 위주로 납품을 하면서 성장해 왔지만 최근엔 롯데슈퍼, GS25에도 납품을 하는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종합주류기업의 꿈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수입업체로 출발한 신세계L&B가 혼술족, 집술족과 같은 음주문화 변화에 맞춰 소비자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소주, 맥주로 획일적이던 주류시장이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트렌디한 식음료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종합 주류기업으로의 변신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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