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美 ‘샌더스식’ 소액후원금 돌풍 내막

개미 후원자로 돌풍 재현 노린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7/02/20 [14:07]

이재명, 美 ‘샌더스식’ 소액후원금 돌풍 내막

개미 후원자로 돌풍 재현 노린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7/02/20 [14:07]

  

이재명 성남시장이 ‘샌더스식’ 후원금 모금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시장 캠프는 ‘개미’들의 소액 모금을 통해 이재명 돌풍을 다시 일으킨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미국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7달러(약 3만 원) 소액 기부’ 캠페인으로 미국 민주당 경선 기간 동안 700만 명으로부터 2억900만 달러(약 2399억 원)를 모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기부자들이 열렬 지지자가 되면서 샌더스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바짝 추격해 민주당 경선을 접전 양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시장도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좌클릭’을 통한 열성 지지층 결집이 대변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탄핵정국→조기 대선’ 국면 전환에 지지 일부 이탈

지지율 하락에 ‘샌더스식’ 후원금으로 승부수 던져

 

‘흙수저·無수저 후원회’ 출범…목표총액 30% 달성

‘암 투병 환자부터 평범한 주부까지’ 다양한 사연

 

▲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특별검사팀 연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내막=이동림 기자] 각 주자들이 대권 행보에 적극 나서면서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촛불 정국에서 급등했던 지지율이 한풀 꺾이고 두풀 꺾여 이제는 당내 라이벌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도 한참 밀리는 모양새다.

 

승부수 던졌다

 

16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7.0%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16.5%)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8.6%) 보다도 낮은 것. 한때 18%까지 올라 1, 2위를 위협했던 이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굳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조사됐으며 응답률은 7.7%에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 ±2.5%포인트였다.(해당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시장의 지지율이 추락한 데 대해 ‘탄핵 정국→조기 대선’이라는 정국의 변화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빠르고 선명한 메시지로 이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탄핵이 가결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정 농단 정국에서 요구되던 이미지, 메시지, 행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국민들 관심 자체가 차기 대선으로 모아지면서 현재 국면에서는 앞선 선명성과 주도성보다는 국가 비전, 안전성, 신뢰성, 국정 관리 능력 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반기문 역풍’은 이 시장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조기 대선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반 전 총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야권의 지지가 몰리는 ‘밴드 왜건’(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 효과가 일어났다는 것.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역설적으로 반 전 총장의 등장은 야당 내에서 승리하는 후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문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자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문재인에) 결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의 돌연 사태로 반사이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지사로 옮겨갔고, 지지율은 이 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의 ‘지지층 구성’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두 주자의 지지층에 쏠림 현상 때문에 자연스레 이 시장의 지지가 하락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 시장의 지지층은 특히 문 전 대표의 지지층과 상당한 교집합을 이룬다. 이는 서로 제한된 지지층 풀 속에서 어느 한쪽이 가져가면 다른 한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문 전 대표가 각종 정책 발표 등 조기 대선 행보를 본격화 하며 치고나가자 상대적으로 이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시장의 ‘성급한 우클릭’ 행보가 지지율 하락에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진보 확장성이 큰 이 시장이 각종 방송 등에서 ‘저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라고 발언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는 것.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다른 야권 주자들보다 특히 정의당 지지 세력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을 정도로 이 시장은 진보의 지지를 받는데, 어느 날 ‘자신이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보수’ 등의 발언은 진보 확장성을 굳히기 전에 중도보수로 우클릭한 것”이라며 “진보 쪽에 장점이 있으므로 여기를 다져놓고 중도로 갔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전국적인 인지도 부족도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은 “촛불정국에서 반짝 스타가 됐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아직 사람들이 이 시장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촛불집회의 메시지에는 지지하고 응원을 하지만 정부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안정감이나 신뢰감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정부 운영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성남시 공무원들, 주민 등은 그간 이 시장이 보여왔던 복지 정책 등을 피부로 느끼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 좀 의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각종 ‘구설수’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엄 소장은 “반문연대 발언, 가천대 폄하 발언 등은 지지 하락에 영향이 컸다고 본다”며 “이 같은 논란은 불안하고 좌충우돌 이미지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도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나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야권 지지층 내에서 파장을 일으킨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홍 소장은 “일부 미치긴 했으나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라며 “반문연대 발언은 경쟁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얘기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큰 영향은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정작 이 시장은 자신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시장 캠프는 ‘개미’들의 소액 모금을 통해 이재명 돌풍을 다시 일으킨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실제로 그의 대선출마 소식이 알려지고 그의 ‘흙수저·무수저 후원회’가 지난 9일 출범 이후 하루만에 1만여명이 몰렸다. 17일 현재 이들의 후원액은 후원금액 법정 한도인 24억원의 30%가 넘는 7억여원에 달한다.

 

이 시장 캠프측이 밝힌 이들의 다양한 사연은 이랬다. 암투병 환자부터 조선소 폐업 농동자, 아이들 치킨 값을 보내는 주부, 통영 굴을 팔아 후원에 참여했다는 등 누물나는 사연이 주를 이룬다. 특히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재외국민까지 후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암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공사판에서 노가다 일을 하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르고, 생애 첫 건강검진에서 암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흙수저들이 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기가 정말 힘들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인을 믿어본 적도 없지만 믿어보고 싶다. 죽기 전에 이 사회를 위한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사연을 전했다.

 

한 주부는 "아이들 치킨하나 맘 편하게 못 사주지만 소액이라도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50대 노사모 회원이라는 후원자는 "민주당원이자 노무현재단 정기후원자로서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각계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생애 첫 후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에서 나왔다. 한 후원자는 "지금까지 이렇게 한없이 부끄럽기는 또 오랜만"이라며 "태어나서 누구에게 후원하는 것이 처음이자,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이재명 후원회는 재외국민으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의 후원 문의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후원회장단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해고노동자와 워킹맘, 단역배우 등 이른바 ‘무수저·흙수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캠프 측이 밝힌 공동 후원회장단은 청년 박수인씨, KTX 해고노동자 김승하씨, 농민 배종열·차남준씨, 사드 배치 반대 활동가 이기만씨, 중소기업 대표 조붕구씨, 시장 상인 서정래씨, 벤처기업인 김달수씨, 작가 목수정씨, 자영업자 서춘택씨, 직장맘 김유미씨, 단역배우 이중열씨, 학교 밖 청소년 박배민씨, 채무자 변동옥씨 등 14명이다.

 

시장 캠프 관계자는 "대표적 유명인사를 모시던 기존 후원회와 달리 이재명 시장 후원회는 공동 후원회장 체제고 모든 후원회장은 우리 사회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별 대표 '을(乙)'들"이라며 "평소 화려한 스펙보다 실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 시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임 후원회장을 맡아준 박수인씨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을 받고 사회복지사가 됐으며, 김승하씨는 KTX 여승무원 노조지부장으로, 코레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된 지 40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다. 또 배종렬씨는 전남 무안에서 평생을 농민으로 살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차남준씨는 전남 진도에 사는 농민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트랙터를 직접 몰고 상경하기도 했다.

 

이기만씨는 부산의 평범한 은행 지점장이었으나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사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붕구씨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다가 대한민국의 약탈적 금융상품인 키코로 무너졌고, 다시 회생한 이력을 가졌다. 서정래씨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상인으로 홈플러스의 골목상권 침탈을 막아낸 바 있고, 지금은 롯데 복합쇼핑몰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김달수씨는 성남시의 벤처기업인이며, 목수정씨는 '자발적 복종',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의 책을 저술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며 박근혜 탄핵집회를 이끌고 있다. 서춘택씨는 광주광역시 금호월드 상인으로 신세계의 지역상권 침탈에 맞서 지역 상인들을 조직해 싸운 경력이 있고, 김유미씨는 직장맘으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이중열씨는 단역 배우로 생활고 때문에 자동차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울러 박배민씨는 학교 밖 청소년이자 청소년단체 '혜욤'의 대표로 선거연령 인하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변동옥씨는 1인 가구 수급자 신분의 50대 여성으로 약탈적 금융 대출과 추심으로 고통받던 중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구제를 받은 경험이 있다. 스타급 유명인사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는 일반적인 후원회와 차별화된 모습이다. 

 

좌클릭 결집 관건

 

한편, 미국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7달러(약 3만 원) 소액 기부’ 캠페인으로 미국 민주당 경선 기간 동안 700만 명으로부터 2억900만 달러(약 2399억 원)를 모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기부자들이 열렬 지지자가 되면서 샌더스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바짝 추격해 민주당 경선을 접전 양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결국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이 시장이 ‘좌클릭’을 통한 열성 지지층을 결집한다면 대 이변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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