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결핵 예방의 날] 후진국병 결핵, 왜 퇴치 어려운가

우리나라의 풍토병?…“젊을수록 주의 합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3/24 [13:51]

[3.24 결핵 예방의 날] 후진국병 결핵, 왜 퇴치 어려운가

우리나라의 풍토병?…“젊을수록 주의 합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3/24 [13:51]
▲ 결핵은 주로 기침을 하면서 감기증상을 보이지만, 사실 신체 어디든 감염될 수 있다. <사진=pixabay>     © 사건의내막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초고도성장을 이룩하며 반세기 전 빈곤국가에서 현재는 선진국의 기준인 OECD에도 가입되어 있는 등 기적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로인해 과거에는 가난해서 치료하지 못했던 다양한 질병들을 공략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상하리만치 없어지지 않는 질환이 있다. 바로 ‘결핵’이다. 정부에서는 과거부터 결핵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해왔고 ‘대한결핵협회’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씰’등의 모금활동으로 퇴치를 하려 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결핵이 ‘한국의 풍토병’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이에 사건의 내막에서는 3월24일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이 결핵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편집자 주> 

 


 

 

결핵과의 전쟁 선포한 복지부…학생들부터 집중 예방
OECD 평균의 ‘8배’ 육박하는 발병률…해외서도 연구
퇴치 어려운 이유 폐쇄성?…인구밀도 높은 것도 영향
젊은층에서 증가해 비상…외국인 노동자도 고충 심해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결핵 발생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보건당국이 결핵 차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만 40세 성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잠복결핵 무료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결핵과 한판 전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결핵과의 전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먼저 학교건강검사규칙 등을 개정해 고교 1년생과 교직원은 4월부터 건강검사 항목에 잠복결핵 검진을 추가해 시행한다. 검사 대상은 학생과 교직원을 합쳐 연간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5세를 전후로 결핵 신규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적극적인 검진으로 결핵을 사전에 차단해 환자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취지다.

 

또 7월부터는 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하는 만 40세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때 잠복결핵 검진을 시행한다. 올해 만 40세가 되는 약 85만명(1977년생)이 대상이다. 복지부는 5년간 한시적으로 만 40세 대상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한 뒤 이 사업을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병역 판정을 하고자 시행하는 징병 신체검사 때도 잠복결핵 검사를 시작했고,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잠복결핵 검진도 의무화됐다.

 

3월에는 의료기관과 어린이집, 복지시설 종사자와 학교 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5월에는 교정시설 입소자를 상대로도 잠복결핵 검사를 할 계획이다. 검진결과 잠복결핵 감염자로 확인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비급여 진료 제외)의 경우 무료로 치료받는다.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줄고 있지만,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훨씬 높다. 질병관리본부의 ‘결핵 환자 신고 현황’을 보면, 2015년 결핵 신규 환자는 3만2181명으로 2014년 3만4869명보다 2688명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신환자 수를 뜻하는 신규 환자비율 역시 2014년 68.7명에서 2015년 63.2명으로 8.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결핵을 줄이고자 각종 대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2013년부터 ‘예방적 화학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방적 화학요법이란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결핵 위험군에서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아내 결핵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다.

 

잠복결핵 감염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지만, 나중에 결핵이 발병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통계적으로 잠복결핵 감염자 중 5~10%에서 추후 결핵이 발병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확정, 결핵 환자를 발견·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잠복결핵 단계에서 먼저 찾아 예방·치료함으로써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12명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 결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 사건의내막

 

한국의 풍토병?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이상하리만치 많이 발생하는 결핵은 보통 후진국병이라 분류되며 국가의 경제 상황에 따라 유병률이 크게 차이 난다. 주로 아프리카 등 아주 가난한 나라에 많은 질병인데, 특이하게도 한반도에서 경제 및 위생수준대비 발병률이 매우 높다. 북한은 세계구급 후진국인지라 결핵 환자가 매우 높고, 남한은 대략 1%라고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젠 결핵 발병이 드물어서 보기 어려운 후진국 병으로 여기지만 한국에서는 결핵은 아직도 매우 심각한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2013년 기준 한국의 결핵 통계는 인구 10만 명당 신규 발병 97명에 유병률은 143명, 사망률은 5.2명이다.

 

그런데 OECD 평균 발병률은 10만 명당 12.7명 수준으로 한국은 OECD 평균의 무려 8배에 가깝고 2위인 포르투갈도 25명이니 2위와 4배 차이인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특유의 풍토병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심지어 미국의 간호사 시험 문제 중에서 결핵 고위험 집단군으로 나온 보기 중 하나가 ‘Korean People’(한국 사람)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그나마 러시아 정도가 한국과 비슷한 정도고 중국도 한국보다 상당히 낮다. 정확히는 중국은 발병률이 낮을 뿐 절대적인 환자 수는 엄청난데 10억이 넘는 인구를 모두 조사할수 없다는 점, 결핵 외에도 다른 신경 쓸 문제가 많다는 점 때문에 낮아보일 뿐이라서 WHO에서는 위험 국가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결핵 환자 수는 약 17만 명 정도이니 국민 약 300명 중 한 명꼴이고 결핵 사망자가 매년 2300명가량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다. 매년 3만5000명~4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여 한국의 법정 전염병 중에선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게다가 환자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젊은 층의 비율도 높기에 결핵균 보균자가 비보균자를 접할 기회가 그만큼 많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의대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가볍게 가르치고 넘어가는 결핵을 굉장히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다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AIDS의 발견 이후로는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AIDS에 걸리면 감기가 들어와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단 결핵으로 보고 진단할 증상일 때, 미국 등에서는 다른 증상을 체크한 후에 마지막으로 결핵으로 진단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미국, 영국 등지에서는 일반적으로 결핵 예방접종(BCG)을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워낙에 흔한 질병이다 보니 보통 내과에서는 2주 이상 원인 모를 기침이 지속되면 일단 흉부 엑스레이 등 결핵 검사를 권한다. 기침이 가장 흔하고 자각하기 쉬운 증상이므로 이상하게 기침이 자주, 그리고 오래 난다면 병원에 가보길 권하고 있다(원래 만성 기침의 기준은 3주 이상이다).

 

퇴치 어려운 이유

 

한국에 결핵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이유가 불과 반세기 전 한국전쟁으로 인해 반쯤 풍토병화 된 역사적 원인과 침 뱉기 문화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도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 있다. 다만 다른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침 뱉기’ 문화가 없진 않았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20세기 초까지는 미국결핵협회에서 직접 침 뱉지 말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물론 1970년대까지의 일본도 마찬가지. 위생관념이 더욱 철저해진 현재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유병률 1위,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다제내성(다양한 약제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 결핵 환자도 많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인구과밀 국가이고 특히 수도권에 대거 몰려 살아서 생활 인구밀도가 높다. 서울 수도권 인구밀도는 미국 뉴욕의 8배, 일본 도쿄의 3배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가까이서 생활하고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기침 등으로 감염 기회가 많다. 외국에서도 감옥 등 집단수용시설에서 결핵 발생이 높은 것처럼 생활밀도는 중요 위험인자이다. 그리고 한국은 여름과 겨울이 길고 온도차가 매우 심하기에 1년 내내 생활공간의 창문을 꼭꼭 닫아두고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 더욱 공기 전염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의 경우 겨울에 창문을 열면 주위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인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다른 계절은 어느 정도 환기가 되지만 날이 추운 겨울에는 전혀 환기가 안 될 수 있기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정해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과거에 비해 결핵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낮아져서 요즘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결핵을 쉽게 나을 수 있는 별거 아닌 병으로 가벼이 여겨서 증상이 좀 나아지면 치료를 소홀히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결핵을 가벼운 병으로 여기는 풍조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결핵은 메르스보다 발병률 및 전염성 및 사망률에서 더욱 높은 질병이다. 다행히도 좋은 약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단지 치료를 꾸준히 받기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다. 다제내성의 비율이 최근 높아지는 이유는 결핵에 대한 인식보다는 결핵균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치료 기간이 길어서 환자들이 따라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결핵은 이제 좋은 치료약도 있고 분명히 나을 수 있는 병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실하게 치료를 받을 때 그런 거지 가벼이 여겨도 좋은 병은 결코 아니다. 반세기 전에만 해도 걸리면 ‘폐병쟁이’라고 무서워하며 거의 죽을병으로 여기던 무서운 병이었다. 치료받지 않을 경우 사망률은 50~60%라고 의학의 교과서인 해리슨에 나와 있는 심각한 병인 것이다.

 

또 다른 선진국들은 20세기 중반에 획기적인 결핵 치료약이 나온 후 일찍이 국가적으로 결핵 퇴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80년대 무렵에 대단히 성공했다. 한국도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는 등 정부가 결핵 퇴치를 추진해왔지만 최근까지도 정부의 예산이나 대국민 홍보 등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해서 성과가 적었다.

 

하지만 다행히 한국 정부도 결핵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협을 중시하여 결핵관리종합계획(2013-2017)을 수립해서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2011년 대비 절반인 10만 명당 50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OECD 평균은 10만 명당 13명 수준으로 갈 길이 매우 멀다.

 

그나마 2013년과 비교해 2014년 결핵 3대 지표가 호전되었는데,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97명에서 86명으로 11.3% 줄었고, 결핵 유병률은 143명에서 101명으로 29.4%로 감소, 결핵 사망률은 5.2명에서 3.8명으로 26.9% 감소했다.

 

이같은 이유로 호주 같은 일부 국가는 비자 심사 시 한국을 흉부 X선 사진 제출 대상국으로 지정할 정도다. 참고로 예방접종이라고 해도 결핵의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이걸 설명하는 책자들을 각국 대사관에 뿌렸다고 한다. 북한은 결핵 감염이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당연히 경제사정이 매우 열악해 먹고 사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로 탈북자들 중 결핵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달고 왔다가 남한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했더니 나았다는 증언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 일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단발병이 문제가 된적도 있었다.     © 사건의내막

 

고위험군은 누구?

 

결핵은 호흡기로만 전염되므로 폐결핵 여부가 매우 중요하며 그 경우 강한 전염성을 지닌다. 일반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결핵균은 어디든 살 수 있다. 다만 폐를 통해 감염되므로 폐에 주로 살 뿐이다.

 

모 사립대학교 연구실에서는 신규 채용한 조교에게 결핵이 발병, 연구실 사람 전부 결핵에 전염되어 학교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심지어 모 국립대학교 공대 비데에서 결핵균이 옮아 장결핵에 걸린 사례도 있을 정도다.

 

또한 균이 들어가도 잠복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결핵이 흔한 한국에는 겉으로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도 결핵균이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전체 국민 1/3이 결핵균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 이런 사람들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 결핵은 치료받을 경우 치사율이 7% 정도이지만 다제내성으로 변이되면 치사율이 25%에 이르며, 가장 심각한 광범위 내성은 치사율이 50%~60%다. 이는 치료받지 않은 결핵의 치사율과 같은 수치. 치료받을시 치사율 7% 역시 높은 수치다.

 

결핵이 신종플루보다 넘사벽으로 치명적이다. 참고로 둘 다 생물안전 3등급으로 위험한 병원체다. 치료제와 예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이거나 강한 전염성을 지닌 병원체다. 결핵의 주된 감염 장소는 밀폐되고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장소를 꼽자면 도서관, 독서실, PC방, DVD방, 노래방 등이 있다. 이런 장소에서 폐인 생활을 하면서 결핵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 장기간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결핵에 걸리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감옥이 주요 위험 장소로 꼽힌다.

 

최근 한국에서 20, 30대의 발병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결핵이 크게 유행해 100여 명이 감염된 적이 있었다. 또한 2015년에도 인천의 모 중학교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결핵은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적게 하고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하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D의 체내농도가 낮을 때 감염 위험이 상당히 올라간다. 아무리 발병률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자취 등의 이유로 식생활이 열악한 대학생이나 독신자, 다이어트 때문에 섭식장애에 걸린 여성들이 주위험군이다.

 

그러니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되고, 몸 상태가 이상하고 이 질병의 증세가 의심된다면 병원에 꼭 가도록 해야한다. 보건소에만 가도 약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보다 더한 위험군이 바로 외국인 노동자.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비위생적 환경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결핵균이 확산되기 쉽다. 거기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조치는 강제추방 혹은 격리이다. 격리는 비용이 막대하게 드니 거의 이뤄지지 않고 추방될 가능성이 높으니 어떻게든 발병 사실을 숨기고 산다고 한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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