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청와대 차린 ‘유신의 공주’ 박근혜

결국 뇌물죄로 구속된 前 대통령...김기춘·안종범·조윤선 감옥 후배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3/31 [12:39]

감옥에 청와대 차린 ‘유신의 공주’ 박근혜

결국 뇌물죄로 구속된 前 대통령...김기춘·안종범·조윤선 감옥 후배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3/31 [12:39]
▲ 지난 3월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한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건의내막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뇌물 등 13개 혐의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가 지난 3월31일 부로 구속되면서 8개월 간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의 정점을 찍은 것이다. 이로서 이미 구속되어 있는 최순실·차은택을 비롯해 김기춘·안종범·조윤선 등 권력 핵심부 인사들이 상당 수 구속되며 감옥이 졸지에 ‘청와대 비서실’이 되어버렸다는 농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핵심 구속사유였던 뇌물죄가 향후 열린 재판을 통해 인정된다면, 최소 7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나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만큼, ‘유신의 공주’의 감옥생활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8개월 걸렸던 구속…‘국정농단 13가지 혐의’ 인정한 법원

김기춘·안종범·조윤선…감옥서 차려져버린 청와대 비서실

형사재판 받게 될 피의자…뇌물죄로 인해 긴장하는 재계

다음 타깃은 우병우…청와대 압수수색 등으로 자료 수집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뇌물을 받는 등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된 지 약 8개월만의 일이다.

    

구속까지의 8개월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지난해 7월 언론보도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재단 설립·모금 과정 개입에 이어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졌다.

 

뒤따라 포스코계열 광고사 포레카 지분 강제인수, 최순실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 대한 삼성의 지원 등에서 최순실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정농단 의혹은 박 전 대통령으로 향했다.

 

때맞춰 최순실 측근 고영태가 ‘최순실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고 폭로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24일 한 종합편성채널이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PC’에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추악한 국정농단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0월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설치해 본격적인 의혹 규명에 나선 검찰은 29~30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승인하지 않으면서 임의제출 형식의 자료를 받아오는 데 그쳤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독일로 도피했던 최순실이 지난해 10월30일 귀국하자 검찰은 곧바로 불러 조사한 후 11월3일 최순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했다. 3일 후에는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도 각각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수세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가진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수사에 속도를 낸 검찰은 같은 달 12~13,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 총수들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이후 3차례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요청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11월20일 최순실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의 공범으로 결론 내렸다.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9일 국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12월21일부터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농단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90일간의 공식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회사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433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결론짓고, 박 전 대통령에게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지시,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사표 제출 압력 등도 공모했다고 특검팀은 봤다. 특검팀 수사와 맞물려 박 전 대통령에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한 헌재는 지난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자연인 신분으로 ‘불소추 특권’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수사를 다시 이어받은 2기 특수본의 중점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차기 대선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수사에 나섰고, 지난 3월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지 6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 3월30일 재판장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31일 구속됐다.

 

▲ 지난 3월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건의내막

    

감옥서 차린 내각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끈 결정적인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대통령 자신과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핵심 측근들이다.

 

이미 다양한 국정농단 범죄 혐의와 연관돼 구속 기소된 핵심 측근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핵심 공범임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이들이야말로 박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구치소에 갇히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 또는 최순실과 공범으로 얽혀 구속된 피의자 수는 20명에 달한다. 최순실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박 전 대통령 최측근부터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차관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다양한 범죄혐의와 연루돼 줄줄이 수의를 입었다.

 

이들이 저지른 다수의 범죄에 공범으로 언급된 박 전 대통령은 가장 죄질이 나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뇌물사건의 경우 돈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본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건네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죄가 가볍다고 볼 수 있지만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경제공동체’로까지 불리는 최순실의 죄 또한 중하다. 기업으로부터 수백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부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까지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각종 이권을 챙겨온 당사자로도 지목됐다.

 

최순실이 개입한 다양한 범죄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몰락도 본격화 됐다. 특히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판단한 점은 박 전 대통령의 죄를 더욱 무겁게 하는 요인이 됐다. 최순실이 받고 있는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박 전 대통령 이름이 ‘공범’으로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2인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수석도 모두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들이 공권력을 동원해 주도한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의혹, 사기업 인사개입 의혹 등은 모두 국정운영의 정점인 박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되돌아와 구속 사유가 됐다.

 

검찰도 지난 3월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뿐 아니라 뇌물 공여자도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해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해 온 박 전 대통령의 한결같은 태도도 구속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21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대부분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3월30일 법원 영장심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진술 태도는 오히려 독이 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을 담기도 했다. 법원도 다수의 증거와 공범 진술 등을 무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막무가내 식’ 태도에 구속영장 발부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뇌물죄

 

이처럼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구속 피의자’가 됐다.

 

형사소송법상 최장 20일간 구속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 기간 안에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구속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이 4월 중순에는 ‘구속 피고인’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와 같이 298억원(약속금액 433억원) 뇌물 등 13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먼저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은 형사합의22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형사합의27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시작되면 몇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후 본격적인 공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판준비기일에선 특히 증인채택 등 증거에 관한 정리가 이뤄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최순실과 안 전 수석, 이 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올지, 나오게 되면 어떤 증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 전 수석 등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의 재판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1심 선고해야 한다’는 특검법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국정농단 관련 재판처럼 법원이 1주일에 여러 차례 재판을 열면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재계도 긴장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뇌물죄를 인정하면서 뇌물을 공여한 일부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SK와 롯데의 뇌물죄를 적시하지 않았다. SK와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출연한 111억원과 45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낸 돈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일단 영장 발부에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피의사실만 담았기 때문이다. 검찰도 SK와 롯데 등 대기업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가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도 있다. SK는 재단 출연 외에도 반도체 사업 대규모 투자 약속 등 최 회장의 광복절 특사 성사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도 1차 재단 출연 외에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를 놓고 SK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되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다면 박 전 대통령 기소 단계에서 추가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증가하고 SK·롯데도 삼성처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시선은 ‘국정농단의 핵심’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향하게 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 사건의내막

    

다음 타깃 우병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청구에 성공한 검찰은 이제 ‘박근혜 게이트’의 또다른 핵심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파견 검사와 특별감찰반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지난 3월24일에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우 전 수석 관련 증거를 입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정부 부처 인사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을 특정 보직에 끼워넣는 등의 전횡을 일삼은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당시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의 진술서도 확보했다.

 

특검팀과 달리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관련 수사 진행도 가능하다.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서초동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50억원의 출처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에게 억대 자금을 넘긴 M투자자문을 압수수색하고 서모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두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며 “세월호 같은 경우는 압력을 가한 게 인정되는 것이고 정강 자금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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