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19대 대선 ‘쟁점 경제 공약’ - 2 증세와 복지
당선 도움 안 되는 증세?…복지 국가 위해선 필수!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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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7 [12:0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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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선 경제 정책의 최대 키워드가 될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증세’다. <사진=pixabay>     © 사건의내막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의 입장이 바뀌는 대표적인 아젠다는 무엇일까? 개발 관련 공약등 수많은 의제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증세’다. 현재 삶도 팍팍한 서민들에게 더욱 돈을 걷는 다는 것은 ‘나라가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비판에 표를 깎아 먹는 대표적인 ‘반 선거적’ 공약인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여김없이 ‘증세’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無증세’ 원칙을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여기에 더해, 박 전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 정책은 증세는 높아졌고, 복지 수준도 높지 않는 ‘최악의 공약’이 되어버렸다. 이에 이번 19대 대선 주요 경제 공약으로 ‘증세와 복지’가 맞물려 떠오르는 상황이다. <편집자 주>

 


 

 

세계 추세된 ‘복지국가’…OECD 복지수준 턱없이 모자라

박근혜표 ‘증세 없는 복지’…‘세금’은 늘고 ‘복지’는 부족

홍준표 제외한 모든 대선후보 내건 증세…유승민 적극적

고소득자가 ‘많이’내고 저소득자가 ‘적게’내는 방향 가야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1990년대 이후 전세계를 강타했던 ‘신 자유주의’ 열풍이 ‘미국발 경제위기’ 사태로 사실상 종결을 맞은 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민의 빠졌다. 10%의 부유층이 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깨달은 국가들은 모델을 찾기 시작했고, 그 대표적인 모델로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원하게 되었다. 물론 미국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로서 특유의 자선적 기부가 복지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측면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이마저도 ‘오바마 케어’와 ‘버니 샌더스’의 등장으로 복지가 대두되면서 깨지고 있다.

 

‘세계의 롤모델’로 떠오른 북유럽 복지 정책의 특징이라 하면 보편적 복지라는 점이다. 일단 북유럽 국가들에선 서민이나 부자나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고 같은 복지를 받고 있다. 이를 다르게 말한다면 보자일수록 내는 액수가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덴마크는 연봉이 전국민 하위 40% 이상이면 바로 세금이 59% 납부 구간에 진입하고, 59%가 최고 세율이다.

 

결국 ‘보편적 복지’를 기본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된다.

    

증세 없는 복지

 

우리나라도 이와같은 ‘증세’ 측면에서 ‘복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지 이루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론이 정치적 쟁점으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2007년에 발족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활동이 컸다. 발족 이래 지속적인 연구와 저술 활동으로 국내 복지국가론의 이론적 근거와 논의를 촉진시킬 수 있었다. 진보 언론에서 복지국가론 관련 기사는 상당수가 이 단체에서 연구한 내용일 정도이다.

 

‘성장 vs 분배’의 기존 논의를 ‘성장 vs 복지’라는 새로운 논쟁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지방선거를 강타했던 무상급식 논란 역시 이러한 논쟁의 일부다.

 

이같은 복지논쟁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보수정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상당수의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면서 ‘복지’는 정치공약의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은 각종 복지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서는 ‘증세 없이도 재원을 늘려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획기적인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지난 2012년 12월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복지재원의) 40%는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하지만 국민에게 직접적인 증세 부담을 주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한다든가 지하경제 활성화(지하경제 양성화를 잘못 말함)로 135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증세 없이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수입을 늘리겠다는 공언이었다. 미심쩍던 문재인 민주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정말 가능하냐”고 수차례 묻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제가 대통령 되겠다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 속에 대통령 임기를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로 드러났다. 집권 첫해인 2013년 21조1000억원의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연금수입을 제외하고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 적자를 내면서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17조4000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3%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또한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2012년 443조1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682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240조원가량 증가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같은 기간 34.8%에서 40% 안팎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적자가 계속되자 박근혜 정부는 공약과는 다르게 세금을 올려받기 시작한다. 이에 지난 2016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우리 국민이 부담한 총조세가 사상 처음으로 3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부담률 역시 1% 가량 껑충 뛰면서 20%에 육박,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 지방세 수입은 75조5000억원(잠정)으로 총조세 수입은 31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조세 수입은 전년 대비 29조2천억원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1.3%(24조7000억원) 급증했고, 지방세 수입은 6.3%(4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1천637조4000억원으로 전년(1천558조6000억원) 대비 5% 증가했다. GDP 증가 속도 보다 국민의 국세와 지방세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GDP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19.4%(잠정)로 전년(18.5%) 대비 0.9%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19.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 상승에는 국세 수입 급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20조원 이상, 추가경정예산안(232조7000억원) 대비로도 9조8000억원 더 걷혔다.

 

3대 세목인 소득세(7조3000억원), 법인세(7조1000억원), 부가가치세(7조7000억원)가 모두 전년 대비 7조원 이상 증가했고,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역시 1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 만큼 지방세 수입 역시 큰 폭 늘어났다. 특히 담뱃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담배소비세 징수액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7000억원) 급증했고, 주민세 16.9%(1조5000억원→1조8000억원), 지방교육세 7.8%(5조8000억원→6조3000억원), 재산세 6.8%(9조3000억원→9조9000억원), 자동차세 6.8%(7조1000억원→7조5000억원) 등도 증가폭이 컸다.

 

▲ 지난 2012년 대선 3차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당시 후보(오른쪽) 줄기차게 ‘증세 없는 복지’를 기조를 강조하며, 부자 증세를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왼쪽) 등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 사건의내막

    

없는 복지 증세

 

이같은 증세에도 불구하고 분배시스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1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국가지속성장지수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분배시스템 부문에서 한국의 지속성장지수는 OECD 평균 0.496을 밑도는 0.218이었다. 이는 비교대상이 된 OECD 28개 회원국 중 27위에 불과했다. 기술혁신 부문의 지속성장지수가 0.465로 OECD 12위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분배 부분의 취약성 때문에 종합지수 역시 28개국 중 24위로 평가됐다.

 

국가지속성장지수는 현대경제연구원이 국가의 경제·사회·환경 등을 고려해 지속성장력을 지수화한 것으로, 혁신성장과 안정성장, 조화성장 등으로 구분해 산출됐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분배 수준이 높아지지 않은 것은 외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공공사회지출 비중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복지지출에서 외국과의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글로벌 사회복지지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9.7%였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2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지난해 조세부담률이 역대 2위 수준이라곤 하나 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조세부담률이나 1인당 조세부담액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하위권 수준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18.5%)은 슬로바키아와 함께 가장 낮았으며, 지난해 한국의 조세부담률 잠정치는 전년 대비 1%포인트 가까이 오른 19.4%였지만, OECD 회원국 내 순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조세 형평성을 해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정책도 분배개선의 미흡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법인세를 올리지 않고 부족분을 소득세와 담뱃세, 교통범칙금 등 우회증세로 메꿨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조세 형평성은 무너졌고, 조세체계도 엉망이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결국 이처럼 ‘조세부담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조세 형평성’도 해쳤으며, 복지마저 미흡했던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는 최악의 공약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법인세 인상 등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금을 인상하고, 복지 지출도 늘려 분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복지 지출은 OECD 평균보다 노령지출에서 취약하다. 한국은행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 수준과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분배가 장기적으로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분배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보고서에서 “하위 20% 계층의 소득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성장률이 5년 간 0.38%포인트 높아지지만, 소득 상위 20%의 소득비중이 1%포인트 오르면 성장률이 0.08%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한국경제는 사회통합이나 분배, 환경적 고려 등 성장기에 소홀히 했던 부문들의 상대적 수준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 전략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분배가 성장을 개선하고 성장이 분배를 촉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대선후보들 중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증세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사건의내막

    

증세의 방안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정상으로 만드는게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시급한 문제가 됐다.

 

각 당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복지 공약과 함께 증세를 고려하겠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인 만큼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세부담을 높일지, 높인다면 어느 세목 위주가 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4명은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복지, 교육, 신산업 육성, 안보 등 재원이 들어가야 할 곳은 상당하지만 OECD 대비 낮은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고려할 때 증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증세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들의 주요 타깃은 법인세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국가 평균인 22.8%와 비슷하다. 그러나 비과세·감면 등을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더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는 대기업 법인세에 대한 비과세·감면 등을 정비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고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세와 상속세도 더 걷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후에도 재원이 부족하면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후보 역시 법인세 명목세율 대신 실효세율 인상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다만 최근 법 개정으로 최고세율이 오른 소득세 인상 방안에는 유보적이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현재의 ‘저부담-저복지’를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며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받고 법인세 명목세율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 현재 20%를 밑도는 조세부담률을 22%까지 올려야 한다며 구체적인 조세부담률 수치도 제시했다.

 

보수정당 대선주자인 유 후보의 경우 조세공약 면에서는 진보정당 후보인 심상정 후보와 비슷하다. 심 후보 역시 법인세 명목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율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어떤 세목을 건드릴지는 의견이 갈린다. 수치상으로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낮고 법인세수 비중은 높다.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소득세수 평균은 8.6%지만 한국은 4.4%로 절반 수준이다. 소비세수의 경우 OECD 평균은 11.2%지만 한국은 이보다 낮은 7.1%다.

 

반면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2%로 비교 가능한 32개국 평균(2.9%)보다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법인세는 낮추되 오히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조세 전문가는 “수치상으로 보면 조세부담률을 올릴 수있는 여지는 소득세나 소비세 쪽에 있다”며 “법인세나 재산세는 GDP 대비 비중이 낮은 편이 아니어서 여지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득세는 최근에 최고세율을 인상했다는 점,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조세의 누진적 성격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법인세율을 높인다고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들어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은 “고소득자가 더 많이 내고 저소득자가 적게 내는 방향은 기본적으로 맞지만 실제 세율을 어느 정도로 매길지는 논의와 함께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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