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내막
사법개혁 막으려는 대법원?…“눈치 보는 법관 원하십니까?”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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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8 [15: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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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 개혁을 하려는 법관 등을 감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양승태 대법원장의 2017년 신년사 영상 캡쳐>     © 사건의내막

 

지난 3월10일 대통령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면서 우리나라 최고권력자가 법원에의해 자리에 내려오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조항이 실제로 효력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과거에나 지금에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만연할 정도로 ‘정치권력’ 또는 ‘자본권력’ 앞에 법의 원칙이 무력화 되어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주도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법원 스스로가 ‘법의 원칙’을 어기는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법원의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올해도 4.25일 ‘법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 <편집자 주>

 


  

사법개혁 원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 방해하려한 대법원

막고 싶어한 진실…인사권자 눈치 보는 판사 90%육박 ‘충격’

떠도는 법관 블랙리스트?…‘판사 동향’ 조사했다는 의혹 폭로

‘엘리트 코스’ 법원행정처 해체 목소리…인사권 만악의 근원?

블랙리스트 없다’ 결론 조사위…검찰 및 국회의 수사 초읽기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공판을 진행 중인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은 물론이고 법관의 양심과 독립을 보장한 헌법 위반으로 사법부 최고책임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선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해당 부서의 컴퓨터를 분석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관모임 방해 의혹

 

이번 사건의 발단은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법관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 축소 등 부당한 지시를 했고, 지시를 받은 법관이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이모 판사의 인사 파동은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요구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법원행정처는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일선 판사들의 증언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판사들은 이 학회의 지난 3월25일 학술대회를 겨냥해 법원행정처가 난데없이 학회 중복가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는가 하면, 여러 경로를 통해 학술대회를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일인 9월26일 이후로 조정하라는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학술행사인데 발표 일정을 두고 판사들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판사들은 행정처의 압력을 강하게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개최하기로 한 학술대회는 전국 판사를 대상으로 수집한 인사제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법원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2011년 10월 발족한 법원 내 학술모임이다. 현재 400여명의 판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데, 여성 판사들이 자동 가입하는 젠더법연구회를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큰 법관 모임이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마련한 ‘국제인권법 매뉴얼’을 번역해 일선 판사들에게 보급하거나 인권과 소수자 문제 등을 주제로 학술 대회를 꾸준히 열어 ‘법원 내 소금 같은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다른 학회와 달리 회장과 간사를 회원 직선제로 선출해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가장 대중적인 판사들의 모임이다보니, 감시와 견제를 많이 받아왔다는 증언이 나온다. 국제인권법학회 간부를 맡았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대놓고 하지 말라고는 못하고,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은근히 압력을 줬던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 간사를 맡았을 때 행정처 심의관이랑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가 학회의 주요 연구 일정을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이 일었던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건’ 때 목소리를 냈던 판사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불편해한다는 말도 있다.

 

이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해 한 법조인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는 학회라서 양 대법원장이 꺼려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왔다”고 전했다.

 

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판사들 상대로 인사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며칠 뒤인 지난 2월13일 느닷없는 공지를 법원 내부게시판에 띄웠다.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예규에 따라 최초 가입한 학회를 빼고는 자동 탈퇴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연구회 예산 때문에 ‘유령 회원수’를 줄이려는 목적의 예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문화돼 있던 것이라 ‘더이상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법원행정처의 선전 포고로 판사들은 의심했다. 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법원행정처는 결국 이 방침을 거둬들였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지난 2월 정기 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난 이모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부당한 업무 지시에 항의해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사실무근’이라는 법원 행정처의 해명은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 지방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가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 있겠지만 그 활동을 감시하고 막는 방식으로 풀려고 한 것이 되레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 법원행정처가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번지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는 “‘인사 불이익 우려’로 인해 소신 판결을 하지 못한다는 판사가 88.2%”라는 판사들의 여론조사 발표를 해, ‘사법 개혁’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사진=S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충격적 설문조사

 

그렇다면 법원 행정처가 막고 싶어했다고 추정되는 설문조사의 결과는 무엇일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장 중립을 지켜야하고 윗선에 영향을 받지않아야 하는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때 ‘법원장의 인사권’을 의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전국 판사 501명 중 97%는 “법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사법행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장이나 소속 법원장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 표현을 해도 보직과 인사평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88.3%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25일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 인사제도의 모색-법관 독립강화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같은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2월9일부터 28일까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전국 판사들을 상대로 ‘법관 인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01명의 판사가 응답했다. 이날 ‘법관의 독립확보를 위한 법관 인사제도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영훈 판사가 직접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따르면 ‘상급심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보직이나 평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명제에 대해 응답자 중 45.3%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이 불이익 받을 우려가 없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47%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관들이 소속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느냐’는 설문에도 91.6%가 "의식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측은 이번 설문 결과를 두고 “법관이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사명보다 인사권자의 기준을 더 의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법관 사회가 관료화됐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도 “법관들이 이런 불이익을 걱정한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법관의 관료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민주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문에는 단독판사(42.7%)와 배석판사(32.7%)의 응답 비율이 높았다. 부장판사 이상 고위직 판사들의 응답율은 낮았다. 김 판사는 “단독판사와 배석판사들이 사법행정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만큼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분도 많아 응답 비율이 높은 것 같다”면서 “판사 생활을 오래한 분들은 사법행정에 큰 불만이 없을 수도 있고, 있더라도 의사표현이 조심스러워 응답하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학술대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영훈 판사는 “연구회가 조직적으로 법원 인사 제도를 바꾸려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다. 내가 발표자로서 개인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뿐이다. 법원의 발전을 위한 목적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사권 눈치를 본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애초 조사위 구성의 발단은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 축소 등 부당한 지시 및 지시 받은 법관이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혹이 증폭되면서 사안의 본질이 ‘법원행정처의 은밀한 법관 통제’ 쪽으로 번지는 양상인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법원행정처의 법관 관리 행태에 항의해 사표를 낸 이모 판사는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의 컴퓨터에 판사 동향을 조사한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자신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로 인사 발령을 받은 이후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중견 법관한테서 ‘기획조정실에 가면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파일이 있다. 보고 놀라지 마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최근엔 의혹이 제기된 문건 파일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가 문제의 파일 등이 모두 삭제된 채로 후임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법원행정처의 한 중견 법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과 조직구성 등을 담은 2개의 문건을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제출한 사실도 여러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도 세부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 간부들 명단 등이 담긴 2개의 문건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평소 법원 내부 게시판 등에 비판적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지 말라는 내부 압력이 존재했던 만큼, 이런 동향들을 기록으로 남긴 ‘블랙리스트’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떠돌았다. 댓글이나 이런 것들을 바로바로 체크하는데, 심의관이나 행정처 사람들이 이걸 눈으로만 봤겠나, 데이터를 남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해체 주장

 

이같은 ‘법관 블랙리스트’문제가 불거지자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역할과 존폐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와 예산 분담 등 행정 업무를 맡아하는 곳이다. 일선 법원이 재판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행정 사무는 별도의 기관에서 전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를 고위법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거쳐야 할 ‘엘리트코스’라고 평한다. 법원행정처를 거친 판사들은 요직에 기용된다. 법원 내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영훈 판사의 분석을 종합하면, 1970년 이후 임명된 현직 판사 출신 대법관 81명 가운데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이 21명, 국장급 이상이 34명, 행정처 경력이 5년 이상인 법관은 10명으로 대다수(80.2%)를 차지하고 있다.

 

뇌물·부패 등 중요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나 형사합의부 역시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결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3명 중 2명이, 형사합의부는 13명 중 10명이 법원행정처 혹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자로 임명됐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관료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 29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판사 10명 중 9명은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 보직 이동 등에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지시 아래 있다.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의 인사권을 갖는 만큼 사실상 행정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짙다.

 

때문에 법원행정처의 비대한 규모를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연결해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법원행정처의 규모는 소규모 지방법원 이상이다. 법원행정처에는 고법부장급 실장을 포함해 34명의 법관이 근무하는 반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춘천지방법원에는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를 제외하고 24명의 법관이 일하고 있다.

 

연구회 측은 법원행정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에 행정처가 갖던 사법정책 결정에 대한 권한은 법관 대표 회의체를 만들어 넘겨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근 판사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해체하고 법관이 아닌 직원으로 채우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장이 주도하는 사무분담은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고민하는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했다는 의혹은, 향후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법부 역사의 큰 오명으로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국회 및 검찰 수사 초읽기

 

이같은 ‘법관 블랙리스트’의혹에 검찰의 강제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 법원 내부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깜깜이 조사를 벌여왔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18일 최종 결과발표한 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 축소를 고위법관이 일선 법관에게 지시했다는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지만,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지난 4월24일부터 26일간 진행된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고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조사위는 학술행사 견제 의혹에 대해 "대법원 고위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논의된 대책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위원은 해당 학술대회를 연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올 초까지 지냈다.

    

조사위는 행정처가 판사들의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예규를 강조한 조처와 관련해선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기는 하나 그 시기와 방법, 시행 과정 등에서 시급성과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인권법연구회 또는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당 지시'를 거부한 법관 인사 의혹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없으며 행정처가 평소 연구회 활동에 부당한 견제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사위의 결과발표에 법조계의 반발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실제로 문제의 핵심인 사법부 블랙리스트도 부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행정처 간부의 직접적인 ‘인권법연구회 와해’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 사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을 고민하는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는지 밝혀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사위의 발표가 법조계를 만족시키지 못하자, 검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판사를 사찰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것은 분명한 범죄이므로 사실이 규명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는 수밖에 없다”며 “가능하면 사법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되지 않도록 핵심 관련자 조사와 전산자료 확보를 이제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는 “법원이 내부의 조직 안보를 위해 덮고 간다면 이후 국민의 불신을 털어내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당장 나서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충 덮고 갈 수 없는 이번 사안을 법원 자체 조사에 맡길 수는 없다”며 “국회가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판 블랙리스트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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